네, 오래간만에 야구장에 다녀왔습니다. 딱히 시범경기부터 보러 다니겠다는 결심은 없었지만, 오늘 회사도 쉬는 날이고, 갑자기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지난 시즌에 잠실에 다녀오고 올시즌은 야구장이 당연히 처음이고, 마산구장을 찾은 건, 2009년 이후 처음이니까 4년 만이네요. 사실 지난 시즌부터 NC 다이노스의 홈 구장으로 쓰이면서 리모델링이 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잘 되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우선 신세계백화점에서 내려서 옆 골목으로 들어가면 저멀리 조명탑이 보이는데요. 사실 저건 축구장 조명탑입니다. 그래도 저 방향을 따라 쭉가면


 이렇게 NC 다이노스 팬들을 환영하는 마산공설운동장이 보입니다.


 아침부터 계획은 했지만 미적거리다가 이미 경기시작 시간은 약간 지나버렸고, 그래서 지나가다가 야구용품점에 들러서 NC 모자를 하나 질러버렸습니다.



 들어가보니 이미 1회초 공격은 끝난 상황이었습니다. 1번타자 정수성이 2루타를 치고 서건창과 이택근의 연속 땅볼에 홈으로 들어와 1대 0으로 넥센이 앞서고 있었습니다. 저는 딱히 홈 원정팀 응원을 떠나 3루측에 앉았습니다. 원정팀 불펜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고, 경기 중에는 김상수, 이보근 등이 몸을 푸는 것도 볼 수 있었습니다.





 초반은 조금 지루했습니다. 나이트와 찰리 쉬렉은 모두 공이 괜찮아 보였고 타자들은 쉽게 그들을 공략하지 못했습니다. 나이트는 140대 초중반의 직구에 싱커와 슬라이더가 좋아보였고, 찰리 쉬렉은 전광판에 147km까지 찍힌 직구의 구위와 직접 투수 앞 땅볼을 처리하기까지 하면서 위기를 막았습니다. 두 투수가 모두 4이닝 씩을 막았습니다.

 

<역투하는 브랜든 나이트(위)와 찰리 쉬렉(아래)>


인생은 이호준처럼

 역대 한국 프로야구 31개의 우승트로피 중 10개를 보유한 김응룡 감독은 '투수는 선동열, 타자는 이승엽, 야구는 이종범'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죠. 그런데 언젠가부터 팬들은 그 뒤에 한 마디를 덧붙였습니다. '인생은 이호준'

 미모의 아내와 토끼 같은 자식들을 거느린 행복한 가장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해태에서 투수로 데뷔한 후 성적이 신통치 않자 타자로 전향한 후 FA 시즌을 앞두기만 하면 준수한 성적을 거둬 좋은 FA 계약들을 이끌어냈기 때문입니다. 지난 시즌이 끝나자 역시 3년 20억원의 좋은 조건의 FA 계약을 통해 NC 다이노스로 이적했습니다. 팀에서 그에게 바라는 것은 우승 경험이 많은 베테랑이자, 이미 신생팀을 경험(2000년대 초반 SK 와이번스)해본 선수로서 팀의 중심을 잡아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4번 타자 자리 또한 그의 차지였습니다.

 넥센 김민성이 5회초 솔로 홈런을 치고 한 점 달아났지만 곧바로 5회말 김태군이 2루타로 한 점을 따라붙어 2:1로 맞은 6회말에서, 김종호와 차화준이 볼넷과 중전안타로 출루하고 박상혁의 진루타로 NC는 1사 2루 3루의 찬스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4번 타자 이호준.


 

 이호준은 팀이 자신에게 원하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깔끔한 좌전 안타로 역전을 이끌어냈습니다. 하지만 주루플레이에서 안타깝게도 2루까지 내닫던 중 태그 아웃되고 말았습니다. 그렇지만 정말 그의 역할을 다한 장면이었습니다.



타격왕 어떻게 한 거야?

 2007년 타격왕 이현곤은 정말 미스테리인 것 같습니다. 그 해 반짝 활약으로 0.338의 타율로 양준혁을 제치고 타격왕을 차지했지만, 그의 통산 타율은 2할7푼2리에 그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FA 계약으로 NC 다이노스로 옮겨올 수 있었습니다. 1루수, 유격수, 3루수를 소화할 수 있는 활용도와, 어쨌거나 타격왕을 차지하기도 했던 선수라는 점 덕분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오늘 이현곤은 오늘 3타수 3안타를 기록하며 주전 유격수 자리와 베테랑 타자로서의 입지를 확보했습니다. 특히 7회말 4:2로 한 점 달아나는 타점을 올렸습니다. 3안타가 좌전안타, 중전안타, 우전안타로 타구의 방향들이 넓게 퍼지는 것도 좋은 컨디션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부분입니다. 2013년 이현곤을 기대해보아도 좋을 것 같았습니다.



아직은 미숙한 '아홉번째 심장'

 8회말 3점을 더 얻으며 승부를 결정지은 NC 다이노스였지만 여전히 문제점이 많아보였습니다. 우선 수비가 여전히 불안했습니다. 2루수 차화준이 실책으로는 기록되지 않았지만 2회초 유한준의 타구를 제대로 포구하지 못한 것부터, 깔끔하게 승리를 결정지어야 했던 9회초 교체된 2루수 이상호의 실책과 폭투 등으로 한 점을 내주고 경기를 끝낸 것까지 1군 프로리그에서는 약간 부족하다고 느꼈던 장면이 많았습니다. 어제 경기에서도 3개의 실책과 더 많은 보이지 않는 실책을 기록하는 등 프로팀의 기본인 수비에서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사실 타격은 약간 부족하더라도 오늘 경기처럼 몇 안 되는 찬스를 베테랑들을 중심으로 살려내면 되지만 수비가 되지 않으면 경기 자체를 제대로 진행할 수가 없습니다. 두산 시절에도 최고의 내야진을 구성했던 김경문 감독의 역량에 기대를 걸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오늘 경기에서 주루사가 2번이나 보인 것도 아쉬웠습니다. 주루사는 공격의 흐름을 끊는 가장 안 좋은 케이스입니다. 오늘은 김태군과 이호준이 적시타를 기록한 이후에 주루사를 기록했는데, 추가 점수를 올릴 수 있었던 기회들을 날려버린 것입니다. 몇 안 되는 찬스를 살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주루사를 줄여야 할 것입니다.

 또한 오늘 경기에 출전했던 23명의 선수(타자 17명, 투수 6명) 중에서 좋은 활약을 보인 선수들이 대부분 2차 드래프트와 FA 계약을 통해 영입한 선수들이라는 점도 아쉬웠습니다. 각각 3타점, 2타점, 1타점 씩을 올린 김태군, 이호준, 이현곤 등과 중간 투수로 나온 고창성 등이 바로 그들입니다. 특히 고창성은 역전에 성공한 직후인 7회초를 연속 삼구삼진 포함 공 9개로 깔끔하게 막아냈습니다. 구속도 130km대 후반까지 나왔고, 두산 시절 갑자기 문제가 되었던 제구도 매우 안정적이었습니다. 다시 한 번 그의 비상을 기대해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분명 NC는 2차 드래프트 8명, FA 계약 2명의 총 10명의 선수만으로 야구를 할 수는 없습니다. 2군에서 차근차근 성장해온 선수들이 그 기량을 뽐낼 수 있길 바랍니다. (나성범이 돌아와서 제 갈증을 해결해줄까요?)

 하지만 모든 2차 드래프트 선수들이 활약하지는 못했습니다. 아쉬운 것은 불펜에서 큰 형님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던 이승호와 송신영이 여전히 그리 좋지 않은 공을 던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눈에 드러나는 성적으로는 0.1이닝 씩을 맡으며 자책점이 없었지만, 1사1루 상황에서 고창성이 내려간 이후 후속타자들에게 안타, 볼넷을 내주며 주자를 홈으로 보내버렸습니다. 제구도 불안했고 구위도 너무 떨어져 보였습니다. 이른바 A-C-E 트리오로 불리는 아담 윌크, 찰리 쉬렉, 에릭 하커를 중심으로 선발진은 어찌어찌 구성한다고 하더라도 계투진에서 송신영과 이승호의 역할은 큽니다. 이제는 20인 명단에서 제외된 아픔보다는 미래에 대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역투하는 이승호와 송신영,

그러나 아직 구단이 그들에게 기대하는 것에 못 미치는 모습이었습니.

 


새로운 분위기의 마산구장

 네, 정말 내야석들이 꽉찰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야구장을 찾았습니다. 내야가 5530석인데 어제와 오늘 모두 5000명 이상이 방문했습니다. 외야는 안전 문제로 통제되어 있었지만, 시즌 중에는 외야까지 팬들로 가득한 구장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처럼 창원시민들의 야구에 대한 열정은 뜨겁습니다. 특히 한때 용접을 해가며 철문을 뚫고, 외야에서 고기를 굽고 소주를 마시던 그 유명한 '마산아재'들이 아닌, 가족 단위로 오신 많은 분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서울에서는 젊은 친구들끼리, 연인 관계끼리 야구장을 찾은 것만 많이 보다가 이렇게 훈훈한 광경을 보니 기분이 더 좋았습니다.

 그런데 조금 아쉽게도 여전히 롯데 유니폼, 바람막이 등을 입고 이곳을 찾은 팬들도 많았습니다. 물론 야구를 좋아해 야구장을 찾는 것이고 어느 구단의 팬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열성적인 경남지역 야구팬들을 진정한 NC 다이노스의 홈팬으로 완전히 품지는 못한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인지 구단에서도 다른 구단 유니폼을 가져 오면 NC 다이노스 유니폼을 지급하는 행사를 안내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경기 중, 터져나오는 박수소리와 아쉬움의 탄성, 시범경기 기간이라 엠프와 응원단이 없음에도 들려오는 열성적인 응원은 제 걱정이 한낱 기우에 그칠 것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열성적인 팬들이, 지자체의 정치논리로 인한 말도 안 되는 구장 입지 때문에 경기를 찾아오지 못하게 되는 일이 없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혼자 야구장을 간 것은 처음이었지만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자주 마산구장을 찾게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오늘처럼 짜릿한 역전승을 자주 보여주는, 패기 넘치는 '막내' NC 다이노스의 모습을 기대합니다!

Posted by 마산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