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게임 씩 사이좋게 나눠가진 채, 위닝시리즈의 주인을 결정할 '미리보는 한국시리즈' 기아와 삼성의 시즌 첫 3연전의 마지막 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경기는 중반까지도 팽팽했습니다. 사실상 루키나 다름없는 2년차 임준섭과 프로 14년차 베테랑 배영수의 투수전은 정말 멋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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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9일 NC와의 시범경기에서 호투한 임준섭, 개인적으로 이 경기부터 임준섭에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임준섭은 최고구속이 140대 초반에 그치지만 안정적인 제구와 위력적인 변화구를 앞세워 7이닝 무실점을 기록했습니다. 비록 삼진은 하나밖에 없었지만 위기관리 능력도 충분했고 땅볼유도 또한 매우 적절했습니다. '영원한 에이스' 배영수도 그에 못지 않았습니다. 6.1이닝 1실점으로 그간 승리를 챙겨왔음에도(시즌 3승 1패), 경기 내용은 그리 좋지 못해 우려하던 팬들에게 아직 자신이 건재함을 과시했습니다. 특히 2회말 선두타자 최희섭에게 시속 149km의 패스트볼로 루킹삼진을 잡아내던 모습이 매우 좋아보였습니다.

 그렇게 두 선발투수의 호투 뒤에 팽팽한 불펜 싸움의 순서가 찾아왔습니다. 먼저 기회를 잡은 쪽은 기아였습니다. 7회말 홍재호의 안타 이후 신종길의 볼넷으로 2사 1, 2루의 찬스를 잡은 것입니다. 차우찬에 이어 안지만이 올라왔지만 그는 지난 시즌이 끝나고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이후 컨디션이 완벽히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그가 이범호에게 과감한 몸쪽승부를 시도하지 못하고 바깥쪽 승부로 일관하다가 볼넷을 내주며 2사 만루를 만들자 분위기는 더욱 기아쪽으로 넘어가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안지만은 4번타자 나지완과의 승부에서 과감한 몸쪽 패스트볼 승부에 이은 회심의 아웃코스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내며 위기를 넘겼습니다.



기회 뒤에는 위기가 찾아온다

 야구계에는 '위기 뒤에는 기회가 오고, 기회 뒤에는 위기가 온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오늘 경기 역시 그러했습니다. 팀의 두번재 투수로 올라온 유동훈이 선두타자 배영섭에게 안타를 허용했고, 희생번트로 만든 1사 2루의 동점 찬스에서 진해수가 등판했지만 이승엽, 최형우, 진갑용에게 연속 3안타와 박한이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완벽히 무너져 버렸습니다. 박지훈을 뒤늦게 등판시켰지만 유격수 홍재호의 실책 이후 이지영의 희생플라이까지 나오며 결국 점수는 4대1까지 벌어져 버립니다. 그리고 8회말부터는 삼성의 승리공식 대로 안지만-오승환이 삼성의 승리를 지켰습니다. 안지만이 승리투수, 오승환은 시즌 다섯번째 세이브를 기록했습니다.

또 무너져버린 기아의 좌완 필승조, 진해수



잘나가는 기아에도 구멍은 있다

 결국 기아는 삼성과의 3연전에서 위닝시리즈를 내주었습니다. 이번 주말시리즈 이전까지 12승 1무 4패로 0.750의 엄청난 승률을 자랑하며 독주하던 기아에 제동이 걸린 것입니다. NC와의 시리즈를 스윕하며 두산이 공동 1위로 올라섰고, 삼성은 반 게임차까지 따라 붙었습니다.

 사실 기아가 독주하고 있는 중에도 우려되는 부분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김주찬의 공백, 여전히 강하다고 보기 어려운 불펜 등 문제점은 있었습니다. 신종길의 대활약과 2이닝 구원도 문제없는 마무리 앤서니의 활약으로 어느 정도 공백을 매꾸는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확실한 필승조가 없는 불펜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벌써 다섯번째 블론세이브를 기록하며 팀 최저 세이브(26개), 최다 블론세이브(18개)를 기록했던 지난 시즌의 악몽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허약한 필승조, 결국 윤석민이 돌아와야 한다

 구별하기 매우 어렵습니다만 굳이 기아의 필승조를 따져보자면, 박준표-진해수-유동훈-최향남-앤서니 정도입니다. 대졸 신인인 박준표는 우선 경험이 부족하고, 유동훈은 기복이 심하며, 진해수는 만성적인 제구 불안의 좌완 파이어볼러입니다. 그나마 무게를 잡아주던 최향남은 27일 경기에서 난타당한 후 팔꿈치 이상으로 2군으로 내려갔고, 박준표 또한 신인의 한계를 드러내며 2군으로 갔습니다. 1군으로 한승혁과 박지훈이 콜업되었지만 박지훈은 지난 시즌 막판부터 갑자기 찾아온 제구난을 완전히 극복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한승혁은 묵직한 직구 이외에는 별다른 변화구가 없는 선수입니다.

 결국 해답은 윤석민이 돌아오는 길 뿐입니다. 왜 선발 에이스인 윤석민의 복귀가 불펜 안정에 필수적인지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9구단 체제로 인해 변칙 일정이 많은 이번 시즌에 소사-서재응-김진우-양현종의 선발진이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굴러가는 기아로서는 윤석민이 돌아와야 서재응의 불펜 투입, 임준섭의 좌완 필승조 전환 등 불펜 안정화를 위한 대책을 시행할 수 있습니다.


 특히 기아의 경우 임준섭을 활용해 좌완 불펜을 강화할 필요성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박준표, 유동훈 등 잠수함(사이드암, 언더핸드) 투수들이 필승조에 포함되어 있는 구성 때문에 좌타라인을 상대할 스페셜리스트가 꼭 필요한 것입니다. 지금 기아에 좌완 불펜은 진해수 뿐입니다. 어제 경기에서도 이승엽-최형우-(진갑용)-박한이로 이어지는 삼성의 좌타라인을 상대하기 위해 진해수가 등판했다가 난타당한 것입니다. 진해수는 기아팬들 사이에서도 '진해수소폭탄'이라고 조롱당할 정도로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5선발 겸 스윙맨으로 활약하고 있는 임준섭을 좌완 필승조로 돌린다면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수 있을지 모릅니다. 실제로 어제 경기까지 이번 시즈 6번 등판한 임준섭은 이미 3번의 불펜 등판을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6월 복귀 예정인 심동섭, 복귀가 곧 이루어질 것 같지만 통증이 남아 미루어지고 있는 한기주가 돌아온다면 기아의 불펜이 어느 정도 복구는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기아는 막강한 선발진에 비해 늘 불펜이 문제점으로 지적받는 팀입니다. 삼성에서 막강 불펜 구축으로 명성을 높였던 SUN, 선동열 감독도 눈에 띌 만한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시즌 정말로 기아가 우승을 노린다면, 잊어서는 안 됩니다. 타이거즈의 10번째 우승을 이루었던 2009년, 기아에는 0.53의 ERA에 22세이브를 거둔 유동훈을 필두로 곽정철, 손영민 등의 든든한 불펜진이 있었다는 사실을.

'그라운드볼 마스터' 유동훈, 과연 그는 2009년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사진출처 : 직접 촬영, 기아타이거즈 홈페이지

Posted by 마산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