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전에 사직을 다녀온 후, 한 달이 지난 지난 주 토요일에 다시 사직구장을 찾았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함께였습니다. 넥센에게 스윕을 당하고 온 삼성의 침체된 분위기를 기대했지만, 전날 경기에서 1회초에만 타선일순하며 7실점했고 10:3의 참패를 당했기 때문에 전력을 다해서 이기기를 기대하며 사직을 찾았습니다.

 



 경기장에 한 시간 정도 일찍 입장해서 친구들과 수다도 떨고 선수들이 몸푸는 모습도 지켜보았습니다. 이날의 시구자는 방송인 박은지 씨였는데 사실 그리 잘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사직에는 관중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어제 어린이날조차 사직은 만원관중을 기록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3루쪽은 빈 자리가 너무 많았습니다. 그나마 1루쪽에서 홈팬들이 열렬한 응원을 펼쳤습니다.


 이날 경기가 그나마 삼성과의 주말 시리즈 중 괜찮은 경기였다고 생각합니다. 1회초에 빗맞은 타구 두 개가 행운의 안타로 연결되며 3실점했지만 어느 정도 따라가는 모습도 보여주었고 8회말에 오승환을 끌어내서 9회말 선두타자 조성환의 2루타까지 나오며 오승환이 29개의 공을 던지게 하며 다음날 경기에서 후반 접전으로 갈 경우 조금이라도 변수가 될 부분을 만들어냈기 때문입니다. 물론 어느 정도 추격하는 분위기다 싶으면 터져나온 실책, 피홈런으로 경기를 내준 것은 매우 안타까웠습니다. 그러나 더욱 좋지 않았던 것은 이렇게 지더라도 추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는 그 다음날 경기에서 또 초반 대량 실점하며(2회초 4실점) 6대1로 패했다는 사실입니다.



최악의 투타 부조화

 이번 시리즈는 정말 투타의 부조화가 극에 달했던 졸전의 연속이었습니다. 선발진의 거듭된 초반 대량 실점(금요일-1회초 7실점, 토요일 1회초 3실점, 일요일 2회초 4실점)으로 경기의 흐름을 내주고 시작했고, 어느 정도 추격이 될 만한 시점에서는 쳐줘야 할 선수들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이번 시리즈의 선발투수들을 살펴보면 고원준(0.2이닝 7실점 2자책), 김승회(4이닝 4실점 3자책), 송승준(4.2이닝 4실점)이었습니다. 5이닝 이상 투구한 선수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고원준처럼 야수들의 어이없는 실책으로 피해를 보기도 했지만 이것은 분명히 선발진의 붕괴라고밖에 할 수 없습니다.

 타선에서는 중심을 잡아줘야 할 타자들의 부진이 뼈아팠습니다. 1차전에서는 크게 패하면서도 3번 손아섭이 4타수 3안타 1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했고, 4번타자 김대우가 3타수 1안타 1타점 1볼넷으로 제몫을 했지만, 2차전에서는 두 선수 모두 4타수 무안타, 3차전에서는 손아섭이 3타수 1안타 1볼넷, 김대우가 4타수 무안타로 결국 아쉬움 속에 주말 시리즈를 마무리했습니다. 특히 어느 정도 해볼만 했던 2차전에서 손아섭, 김대우 앞에 주자들이 있는 상황이 많았던 것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더욱 큽니다. 그리고 전준우가 3연전 동안 일곱 번 타석에 서서 6타수 무안타에 삼진 2개만 기록하며 희생플라이로 1타점 올린 것이 전부였던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나마 강민호가 2차전에서만 멀티히트에 1타점을 올렸고 3차전에서도 1안타 1득점한 것이 위안이 되는 상황입니다.

 그 와중에서 수비는 여전히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문규현의 수비는 심각한 상황이고, 정훈도 추격의 맥을 끊어버리는 실책을 기록했습니다. 다행히 3차전에서 9경기 만에 무실책 경기를 기록하긴 했습니다만 프로팀이 8경기 동안 15개의 실책을 기록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놀랍습니다.




사직 충전소?

 그렇게 우리팀의 주축 선수들이 부진하는 동안 삼성은 넥센에게 당한 스윕의 기억을 완전히 지워버리며 중심 선수들의 기세가 살아났습니다. 3경기 모두 홈런을 때려낸 조동찬은 이번 시즌 5홈런으로 롯데의 팀 홈런과 같은 개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롯데와의 3연전 전까지 시즌 0.186의 타율로 허덕이던 김상수는 2홈런 포함 11타수 6안타로 완전히 살아났습니다. 로드리게스는 한국 무대에서의 첫 승을 신고했고, 배영수는 다승 공동 선두(4승)으로 발돋움했습니다. 참 부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조동찬은  현재 5홈런으로 김롯데(1982년생, 부산출생)와 더불어 홈런 공동 5위에 올라있다. (사진출처 : 삼성라이온즈 홈페이지)




충격 요법이 필요한 시점

 물론 모든 경기에서 승리할 수는 없습니다. 선발투수가 일찍 무너지는 날도 있고, 중심타선이 제몫을 못하는 날도 있고, 야수들이 실책을 하는 날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악재들이 겹쳐서, 주말 시리즈 내내 나타난 것은 정말 최악입니다. 결국은 충격요법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지난달 26일 LG와의 경기에서 2루수로 교체 출전해 9회말 동점을 허용하는 실책성 수비를 보인 데 이어, 금요일 삼성과의 경기에서도 초반 대량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문규현이 2군으로 내려갔습니다. 반면 콜업된 신본기가 2차전에서 타점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문규현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전혀 타격감을 잡지 못하고 있는 데다가 안일한 수비로 지탄을 받고 있는 전준우, 박종윤 등이 2군을 다녀올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중심선수들을 2군으로 보내는 것은 시즌을 포기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지난해까지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2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던 롯데가 시즌을 포기하고 리빌딩을 감행하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활약을 해주어야만 하는 선수들이 제 모습을 찾아야만 합니다.

 단 한 선수에게 면죄부를 쥐어주고 싶습니다. 바로 4번타자를 맡고 있는 김대우입니다. 1차전까지만 해도 안타와 타점을 기록했지만 이후 8타수 무안타를 기록하며 부진에 빠진 김대우이지만 사실 그를 제외하고 롯데에서 4번을 맡을 선수는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없습니다. 지난 시즌 6경기에서 7타석에 선 이후 프로 1군 무대에 실상 첫 시즌을 보내고 있는 그에게는 잠재력이 있습니다. 가르시아, 이대호, 홍성흔이 차례로 빠져나간 롯데는 결국 새로운 4번타자를 키워내야만 합니다. 김대우는 어쩌면 이번 시즌 롯데의 마지막 희망일지도 모릅니다.




사자에게 탈탈 털리고 나니 호랑이가?!

 졸전을 거듭하고 나니 또다른 강팀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는 기아 타이거즈입니다. 타율 0.292의 무시무시한 방망이를 앞세워 압도적인 힘의 야구를 펼치고 있는 기아에게마저 시리즈를 내준다면 롯데의 순위표는 현재보다 더욱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미 롯데의 뒤에는 NC와 한화만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Posted by 마산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