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진에 이어 타선에 대하여 분석해봅시다.

 

2010년 리그를 평정했던 '핵빠따'는 어디로?

 우선 지난 시즌에 또 다시 타선에서는 큰 출혈이 있었는데요. 리그내 최고의 호타준족 우타 외야수인 김주찬과 FA 사상 최고의 모범사례라고 꼽히는 홍성흔이 FA로 각각 기아, 두산으로 향했습니다. 그 결과 2010년까지 리그 최고의 타선(팀타율 2할8푼8리, 팀홈런 185개)을 자랑하던 롯데는 2년만에 가르시아, 이대호, 홍성흔, 김주찬이 차례로 빠지며 테이블세터와 '홍대갈'로 불리던 클린업트리오가 모두 빠져나갔습니다. 선발 투수진이 그렇게 안정적이지는 않지만, 불펜의 힘이 강해졌고, 선발 후보급의 선수들은 많으니 용병 타자를 영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들도 많을 정도였습니다.

 

Lee Dae Ho "정말 그의 빈 자리는 메울 수 없는 것일까."


'치고 올라오는' 선수가 없다

 가장 큰 문제점은 이렇게 핵심 선수들은 빠져나가는데 치고 올라오는 선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롯데가 가을 야구의 단골 손님이 되기 시작한 2008년부터 지난 시즌까지를 보면

 

포수 : 강민호 -> 강민호

1루수 : 박현승(은퇴)/김주찬 -> 이대호(FA 이적) -> 박종윤

2루수 : 조성환 -> 조성환

3루수 : 이대호/정보명 -> 황재균

유격수 : 박기혁(입대) -> 문규현

좌익수 : 정수근(은퇴) -> 김주찬

중견수 : 김주찬/이승화 -> 전준우

우익수 : 가르시아(방출) -> 손아섭

지명타자 : 홍성흔

 

 새롭게 두각을 나타낸 선수는 손아섭, 전준우 정도이고 외부에서 영입한 황재균이 3루를 지키고 있습니다. 나머지는 수비 위치의 이동 정도만 나타났습니다. 정훈, 손용석, 김문호 등 구단에서 육성하려는 야수들의 성장이 매우 더딥니다. 2루수로 충분히 출전할 수 있는 정훈, 손용석이 있음에도 지난 시즌 37살이었던 조성환이 2루를 지켰던 것이 현재의 상황을 보여주는 매우 단적인 예입니다.


'홍-대-갈'에서 '손-전-장'으로

 그 와중에 2012년 팀내에서 중심을 잡아주었던 홍성흔과 공격의 첨병 김주찬이 다시 빠져나갔고 그 보상선수로는 투수들만이 지목되었습니다. '결국 타선에 대한 보완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인가'하고 걱정을 하던 팬들의 눈을 의심하게 만든 기사가 지난해 11월 27일에 뜹니다. 바로 2000안타-200홈런-3000루타-1000타점에 빛나는 '스나이퍼' 장성호를 트레이드로 영입한 것입니다.

 물론 장성호가 기아에서 한화로 트레이드 된 후 3년 간 남긴 성적은 2할5푼2리에 21홈런 118타점으로 매우 실망스러운 수준입니다. 그러나 그는 올해 그동안 끊임없이 그를 괴롭힌 어깨 부상을 털고 다시 부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의 영입 자체로 지난 시즌 주전 1루수 박종윤과의 경쟁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예상했던 결과이지만 2013년 롯데의 클린업 트리오는 '손(아섭)-전(준우)-장(성호)'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손아섭은 최근 3년 간 3할을 기록했으며 2년 연속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부정할 수 없는 롯데의 주전 우익수입니다. 그가 3번 자리를 지키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한편 전준우와 장성호 쪽은 불안한데요. 전준우는 2010년 혜성처럼 나타나 2할8푼9리, 19홈런에 16도루까지 곁들이며 새로운 주전 중견수의 등장을 알렸고 2011년에는 득점왕 타이틀을 차지하기도 했지만, 지난 시즌 2할5푼3리, 7홈런으로 부진했습니다. 거기다 WBC 대표팀에도 승선했었기 때문에 체력적인 문제에 대한 걱정도 많습니다. 하지만 20홈런을 충분히 기록할 수 있는 파워가 있고, 톱타자와 3번, 5번 등을 전전하지 않고 붙박이 4번으로 고정된다면 다시 도약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큽니다. 그리고 장성호의 경우, 앞서 말했듯이 부상에서 회복해 온전히 스프링캠프를 소화한 점, 3할을 밥 먹듯이 쳤던 그의 경험과 기록을 볼 때 충분히 기대를 하게 만듭니다.


새로운 톱타자와 좌익수

 솔직히 이야기하면, 홍성흔을 FA로 잡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김주찬을 잡지 못했을 때의 아쉬움이 더욱 컸습니다. 김주찬은 최근 다섯 시즌에서 평균 3할, 72득점, 38도루를 기록한 최고의 테이블세터였습니다. 그리고 수비위치가 없는 지명타자인(2011시즌 초에 최악의 좌익수 수비를 선보였지만) 홍성흔에 비해 김주찬은 불안했던 수비에서도 성장을 거듭하며 주전 좌익수를 맡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그의 자리를 채우는 것이 매우 중요한 2013년 롯데 자이언츠입니다. 우선 톱타자 자리는 황재균이 나설 예정입니다. 신인인 조홍석과의 경쟁이 있었지만 황재균은 지난 시즌 2할7푼2리, 26도루를 기록한 검증된 자원입니다. 그가 만약 당시 히어로즈(現 넥센) 소속이던 2009년의 모습(0.284, 18홈런, 30도루)을 다시 보여준다면, 리그 최고의 톱타자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좌익수 자리에는 김문호와 김대우가 경쟁하는 듯하지만 수비 수준가 그렇게 뛰어나다고 볼 수는 없는 두 선수이고, 김대우가 야수경력이 더욱 짧은 점을 고려한다면 좌익수로 김문호가 나서고 김대우는 지명타자로 돌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실 김대우에 대한 기대가 매우 큰 것으로 보이는데 어디까지나 그의 '호타준족'은 2군에서 보여준 실력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 외에도...

 포수자리는 강민호가 굳건히 지킬 것으로 보입니다. FA를 앞두고 벌써 역대 최고 대우를 받을 것이라는 예측이 난무하는 등, 그는 모두가 인정하는 젊고, 파워풀하고, 경험 많은 포수입니다. 그러나 최악의 결과를 낸 3회 WBC에서 많은 비판을 받은 것처럼, 안정성 측면에서 여전히 약점을 보입니다. 단기전에서의 경험은 보충만이 살 길입니다. 그리고 단기전을 경험해보기 위해서는 4강에 진출해야만 할 것입니다.

 2루수는, 대단히 유감스럽게도, 조성환 선수의 이름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조성환 선수는 여전히 2할 8푼대의 컨택과 리더십을 기대할 수 있는 선수이고 저 또한 그의 팬이지만, 내야수 유망주들의 성장을 더디다는 뜻입니다. 올 시즌 그는 한국 나이로 38세입니다. 올 시즌은 다음 주전 2루수를 키워낼 마지막 시기라는 것입니다.

 유격수 자리에는 박기혁 선수가 돌아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가 마지막으로 뛴 2010년 6월 22일 마산구장에서의 경기를 라디오중계로 듣고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홈 슬라이딩에서 큰 부상을 입었는데 들것이 준비되어 있지 않아 업혀나오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마산에서 처음 야구를 보고 배운 사람으로서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어쨌든 부상에서 회복하고 공익 복무까지 마친 그가 돌아왔습니다. 2008년 0.291, 16도루를 기록하며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했고, 2회 WBC에서는 박진만을 대신해 주전 유격수로 활약하며 준우승에 기여했던 그가 문규현과의 포지션 경쟁에서 약간 앞서있다고 생각합니다. 안정적이지만 비교적 수비범위가 좁다는 평을 듣는 문규현에 비해서, 그는 화려해 약간은 불안하다는 평가까지 받지만 뛰어난 수비실력에 주자로서도 문규현보다 빠른 발의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 시즌, 10년간의 무명시절을 딛고 주전 1루수로 도약했던 박종윤은 2할5푼7리, 9홈런, 47타점으로 특히 컨택에서 안정적이지 못한 부분을 보였습니다. 그동안 롯데에 계속해서 부족했던 좌타자도 김대우, 장성호 등이 보강된 만큼 그는 더욱 힘든 경쟁을 통해 주전 1루수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시험받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수비실력 하나만큼은, 리그 최고 수준입니다. 아직도 준플레이오프에서 1차전에서 김현수의 끝내기 안타를 훔치던 장면을 잊을 수 없습니다.


정리해보면 아래의 표처럼 다양하게 라인업을 시도할 수 있겠습니다.

 

 3B 황재균

 3B 황재균

 3B 황재균

 LF 김문호

 2B 조성환

 SS 박기혁

 RF 손아섭

 RF 손아섭

 RF 손아섭

 CF 전준우

 CF 전준우

 CF 전준우

 1B 장성호

 DH 장성호

 1B 장성호

 C  강민호

 1B 박종윤

 2B 조성환

 DH 김대우

 C  강민호

 DH 김대우

 2B 조성환

 LF 김대우

 C  강민호

 SS 박기혁

 SS 박기혁

 LF 김문호


 분명 핵타선 롯데의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만, 좋은 타선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새로 부임하신 박흥식 타격코치의 지도 아래, 꾸준한 성원과 함께 좋은 타선이 만들어지는 2013 시즌의 롯데 자이언츠를 기대합니다!


Posted by 마산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