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의 포스팅입니다. 회사는 바빴고, 저는 야근을 밥먹듯이 했고, 할아버지께서 편찮으셨습니다. 일주일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야근하고 그 다음날 주간에 쉬어도 좋다는 과장님의 말씀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제가 달려간 곳은 바로 야구장이었습니다.

 

 19일 화요일, 마산야구장에서 펼쳐진 NC 대 기아의 시범경기에도 직관을 갔습니다. 결과는 다들 아시듯이 7대5였고, 초반에 실책으로 분위기를 넘겨주고 시작한 에릭 해커 선수가 점수를 많이 내주어 7점 차이까지 벌어졌지만, 경기 막판 역전의 가능성까지도 보여준 다이노스의 모습에 감탄했었습니다. 사진도 여러장 찍었는데 이날 자리가 굉장히 좋았습니다. 무려 내야 맨 앞줄 테이블석!!! 야구장에서 이런 자리에 앉아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정말 선수들 구종이며 투구폼이 잘 보입니다. 좀 옆에는 양팀의 전력분석요원들, 기록요원들이 앉아있었습니다. 이것이 시범경기의 매력이 아닐까요.

 

 

 

 

 기아의 임준섭 선수의 활약이 기대됩니다. 몸쪽, 바깥쪽 승부를 과감하게 펼치며 구위도 괜찮아 보입니다. 시범경기에서 활약하며 양현종을 제치고 좌완 선발 진입이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3루쪽이어서 기아 선수들이 대기 타석에 서있는 모습이 매우 잘 보였습니다. 김주찬, 나지완, 차일목 선수입니다. 특히 김주찬 선수는 중견수로 출전해서 멋진 슬라이딩 캐치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2008~2009년에 김주찬 선수 중견수로만 출전하면 조마조마하던 기억이 나는데, 겨우 수비 조금 안정적으로 정착되니 타팀에 가버렸다는 느낌을...아쉬워서 하는 말입니다.

 

 

 그리고 2009년 타이거즈 V10의 주역, CK포 최희섭, 김상현 선수입니다. 정말 올해는 꼭 함께 부활하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기아의 마무리 '르루랄라' 앤서니 르루 선수입니다. 투구폼도 간결하고 인정받은 구위를 지니고 있으므로 좋은 마무리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직관하고도 바빠서 포스팅하지 못했던 서러움에 너무 쓸데없이 지난 경기 사진을 많이 올렸습니다.

 하지만 화요일에는 경기 시작 후에 입장하고도 정말 좋은 자리에 앉을 수 있었지만 어제 경기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언제나처럼 경기 시작할 때 쯤에야 야구장에 도착했습니다. 무료인 시범경기니까요. 그런데 제 눈 앞에 있는 건 수많은 사람들!

 

 이 때 시각이 1시 15분 즈음이었습니다. 다행히 요금 계산이 없이 인원 수와 원하는 좌석 정도만 말하면 바로 입장하니 인원에 비해서는 시간이 적게 걸렸습니다. 한 10분 정도 줄을 서서 뒤늦게 티켓을 구했습니다.

 

 경기장에 들어서니 이미 2회 말이었고 여러 가지로 놀라웠습니다. 롯데 선발은 홍성민이었던 것입니다. 데뷔 첫 해 불펜으로만 뛰었던 선수라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던 선발 등판에 놀랐고, 또 이미 무사 1루 2루의 위기 상황이라서 놀랐습니다.

 

 그런데 홍성민 선수가 견제라도 하면 NC 팬들은 1루석에서 '쫌!'을 외치고 3루석에서는 롯데 팬들이 '셧업보이'를 외치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이전까지 마산 구장에서 롯데 투수가 견제를 할 때 타팀팬들의 야유를 들을 수가 없었으니까요.

 

 

 

 제가 입장하자마자 보았던 2회말의 위기에서 NC는 2점을 선취했고 7회초에야 롯데가 1점을 따라갔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노성호의 투구폼은 정말 류현진과 똑같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사진을 찍지 못해 아쉬울 따름입니다. 그리고 고창성의 공도 괜찮아보였습니다. 고창성이 등판하자마자 강민호를 상대하며 초구에 몸에 맞는 공을 던지자 다시 1루와 3루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지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NC 팬들은, 여기 마산이지 부산이 아니라며, 이제는 정말로 새로운 홈팀을 맞이한 홈팬들의 자부심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이날 제가 얻은 최고의 소득은 실제로 정대현 투수의 투구를 처음으로 본 것이었습니다. 그동안은 한 번도 직관에서 정대현 선수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의 투구폼은 거듭된 무릎 부상으로 많이 단순해졌지만, 포스는 여전했습니다.

 

 

 

 사실 더 큰 소득이 하나 있었습니다. 이날은 이전과는 다르게 엠프와 응원단이 동원되었습니다. 응원단, 네 응원단장 분도 열정적이셨지만 저의 눈에는 당연히! 매우 당연히! 치어리더분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평소에 치어리더에게는 관심이 없어서인지 김연정이 누구인지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주로 오른쪽에서 두번째에 계시던 그 분이 맞는 것 같긴 한데, 하여튼 경기 중간중간에 '김연정 화이팅!'이라는 외침이 들려 많은 사람들이 폭소하기도 했습니다. 

 

 

 

 

 롯데의 경기력이 실망스럽습니다. 물론 실험의 성격이 강한 선발 등판이었지만 홍성민은 버티지 못했고, 찬스에서는 병살타가 나왔으며, 잘 맞은 안타도 몇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1루석에서 혼자 롯데 선수들 응원가를 흥얼거리다가 친구에게 타박만 당했습니다. 사실 이런 상태로는 경남 라이벌 자체가 성립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NC는 어떻게 이길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현재 타격감이 올라와있는 선수들이 많은 타선이기 때문에 몇 번의 찬스를 잘 살려내기만 해도 점수를 얻을 수 있었고, 불펜에서 튼튼하게 막아주었습니다. 아직 생소한 투수들이 많은 불펜진이기 때문에 잘 버티고는 있지만, 상대팀의 면밀한 분석 이후에도 버틸 수 있을지가 관건이겠습니다.

Posted by 마산야수

 2013 시범경기의 열기가 뜨겁습니다. 다양한 실험을 보여주는 팀들도 있고, 고질적인 문제가 해결이 덜 된 팀도 있습니다. 아 물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팀도 있습니다. 어제 열린 4곳의 시범경기를 되돌아 보겠습니다.



NC 다이노스 vs LG 트윈스

 NC의 기세가 무섭습니다. 2군 MVP감이라던 이재학은 그렇게 인상적인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LG 입장에서는 초반부터 상대투수를 더 흔들 수 있었고, 쉽게 승리를 가져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도루 실패와 더플플레이를 각각 두 번씩 기록하며 LG가 공격의 흐름을 이어나가지 못하자 NC가 기세를 빼앗아 옵니다.

<패기넘치는 막내구단 NC를 기대합니다>


 NC의 공격의 핵심은 여전히 2차 드래프트와 FA 계약 선수들입니다. 특히 2회말 첫 득점을 하는 상황에서 이호준의 주루플레이(2루타-우익수 플라이에 3루로 진루, 중견수 플라이에 득점 성공)는 그가 단순히 성격 좋은 선배가 아니라 헌신하는 클럽하우스 리더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이현곤은 좋은 선구안과 타격감으로 정말 2007년의 영광을 재현할 기세입니다. 모창민도 좋은 타격감각을 이어나가는 중입니다. 차화준 대신 2루수로 선발 출전한 박민우가 4안타를 기록했습니다. 김종호만 기대만큼 잘해준다면 좋은 테이블세터진을 선보일 수도 있겠지만 아직 김종호는 영점 조준이 덜 된 모습.

 아 이건 개인적인 감정이 반영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신정락의 투구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위기를 자초하기도 했습니다만 그의 속구 구위가 상당해 보입니다. 최근 수 년간 모교가 배출한 가장 기대되는 유망주에 대한 애정일까요. 좋은 모습 기대하겠습니다.



롯데 자이언츠 vs 넥센 히어로즈

 '6억원 핵잠수함' 김병현은 아직 그 어뢰를 정확히 조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한 스터프로 삼진을 잡고 범타를 유도하며 위기를 틀어막았습니다. 반면 '젊은 잠수함' 이재곤 선수는 아직 구위도 완전하지 않은 느낌입니다. 싱커가 조금만 각이 작고 가운데로 몰리면 영락없이 배팅볼이 되었습니다. 홍성민은 효율적인 투구로 비교적 긴 이닝도 막을 수 있음을 보여주면서 자신이 최상의 보상선수 픽이었음을 증명하려 하고 있습니다.

 선수들의 실책이 뼈아픕니다. 이미 주전 유격수를 다투는 박기혁, 문규현이 실책을 기록한 가운데 한 경기에서 1루수 박종윤, 2루수 조성환, 3루수 황재균이 모두 실책을 범한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약해진 타격에 수비가 '더' 약해지기까지 한다면 중위권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주루사 또한 상당히 안타깝습니다. 특히 전준우 선수의 3루수 실책으로 인한 출루 이후의 모션은 분명히 아웃을 선언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었습니다. 1루로 출루 후에는 확실히 오른쪽으로 틀며 우익선상 밖으로 귀루를 하든지, 과감하게 2루로 추가 진루를 해야만 합니다.



삼성 라이온즈 vs 두산 베어스

 삼성은 연신 불펜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1무 2패를 기록했습니다. 상당히 어울리지 않는 모습인데요. 권혁 선수의 구속이 점점 떨어지면서 그 위력이 줄어든 것은 꾸준히 나타나고 있는 현상입니다. 어떻게 극복할지 궁금합니다.

 사실 두산의 라인업을 보면서 계속 의문이 들었습니다. 도대체 홍성흔을 왜 영입한 것인지, 지난 시즌 팀내 최다 홈런을 기록한 전도유망한 3루수 윤석민의 앞날은 어찌될지 궁금합니다. 분명히 홍성흔과 김동주는 현역 생활의 황혼기를 맞이한 선수들입니다. 물론 수비가 강한 오재원이 1루로 활용될 수도 있고, 허경민과 고영민 등 다재다능한 2루수들이 있으니 내야진의 구성은 다양한 방향으로 이루어질 수 있겠지만, 31억 짜리 클럽하우스 리더는 수비를 맡을 수 없어서 상당히 걸림돌이 되겠죠.

<'그'가 왜 내야수인가? 그는 타자일뿐 야수일 수는 없다.>


 변진수의 성장은 기대가 됩니다. 아 그리고 박건우 선수의 발은, 빠르다는 명성은 익히 들었습니다만 정말 엄청납니다.



기아 타이거스 vs SK 와이번스

 기아의 낌새가 심상치 않습니다. 상상 속의 중심타선이라던 L-C-K(이범호-최희섭-김상현)라인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나지완을 포함한 L-C-N-K(이범호-최희섭-나지완-김상현)으로 재탄생하더니 이제는 그 순서마저 자유롭게 변형 중입니다. 투수진 또한 상당히 안정적으로 보입니다. 가장 큰 수확은 뭐니뭐니 해도 무사만루를 무실점으로 막아낸 마무리 투수 앤서니 르루입니다. 퀵모션과 좋은 구위가 마무리 투수에 어울린다는 평가에도 그간 연습경기에서 부족한 모습을 보이더니, 이제는 비상하려고 합니다.

 SK는 전력의 상당한 부분인 최정과 정근우가 빠진 채로, 아직은 조금씩 어긋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박진만답지 않은 실책이 2실점으로 이어졌고, 임경완은 SK행 이후 완전히 감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이만수 감독이 박진만 선수의 실책 이후 경기장에서 대놓고 헛웃음을 보인 것에 대하여 상당히 반발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대스타 출신 감독일수록 선수들의 실수를 엄하게 평가할 부분은 평가하고, 따뜻하게 받아들일 것은 포용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진 출처 : NC 다이노스 홈페이지 월페이퍼

두산 베어스 홈페이지 선수단 소개

Posted by 마산야수

 '타이중 참사'라는 꼬리표를 달고 마무리된 3회 WBC 한국 대표팀의 명단이 처음 공개되었을 때 가장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웃거린 부분은 내야의 두 포지션에만 세 명의 선수(1루수 이승엽, 이대호, 김태균/유격수 강정호, 손시헌, 김상수)를 선발했고, 나머지 두 포지션에는 한 명의 선수만을(2루수 정근우, 3루수 최정) 선발했던 점이었습니다. 정근우와 최정 선수의 백업에 대한 의문에는 강정호는 3루 수비가 가능하며, 김상수는 2루 수비가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유격수는 내야 수비의 핵이며 가장 넓은 범위를 수비하며, 심지어 우리는 그들에게 약간 '타격은 부족해도 좋으니 수비 하나만이라도 안정적이길 바란다'는 면책권까지 쥐어주곤 합니다. 그래서 보통 가장 수비를 잘한다는 선수들이 유격수인 경우가 많고, 유격수 출신의 선수들이 다른 내야 포지션으로 이동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롯데의 황재균 선수가 유격수 출신이었으나 강정호 선수와의 경쟁 과정에서 3루수로 전환했고, 안치홍 선수도 유격수 출신입니다. 또한 역대 최고의 1루수로 손꼽히는 장종훈 선수도 유격수 출신으로 골든글러브를 두 번(88, 90)이나 수상했습니다.

 그러나 현대야구가 세밀해지고, 그 분업이 확실해지면서 더 이상 유격수가 무작정 다른 내야 포지션을 잘 맡을 수 있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워졌습니다. 예전만 해도 나이가 들면서 수비는 부족해지고, 여전히 방망이는 활용도가 높은 선수들에게 대체로 1루수비를 맡기곤 했지만 점점 그런 경향이 약해지는 것과도 상통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타고난 수비 재능과 훈련을 통해서 좋은 전환이 가능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피나는 훈련'이 전제된 결과입니다.

 

 

뼈기혁? 나 이래뵈도 국가대표 출신 내야수, 데릭 기혁이야

 2008년, 8년 만에 가을 야구를 하게 된 롯데 자이언츠에는 전과는 180도 달라진 유격수가 있었습니다. 바로 타율 0.291, 36타점, 47득점, 16도루로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박기혁 선수였습니다. 너무 말라서 살찌우는 훈련을 하기도 했다는 그에게 롯데팬들은 '뼈기혁'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습니다. 박기혁 선수는 박진만 선수를 대신해 2009년 2회 WBC 대표팀에서 주전 유격수로 활약하면서 수비 실력을 마음껏 뽐내기도 했습니다. 드디어 박기혁 선수의 전성시대가 오는 듯 했죠.

 그러나 이후 부상과 부진으로 병역 특례가 걸린 2010 광저우 아시아게임 대표팀에 승선하지 못했고, 공익근무요원으로 2010년 말 입대했습니다. 드디어 2년의 군 복무를 마치고, 2013년 복귀합니다. 시범경기에서도 2경기 동안 5타수 2안타로 타격감을 조율하며 팬들의 기대를 높이고 있습니다.

 

문리바? 문대호라 불러주오

 그런 주전 유격수 박기혁 선수가 군 복무를 하는 동안, 롯데의 주전 유격수는 문규현 선수였습니다. 아직도 문규현 하면 처음 떠오르는 별명은 문리바입니다. 바로 2007년 현대와의 경기 중 포수 플라이를 처리하려는 강민호 선수를 보지못하고 3루 수비를 하던 문규현 선수가 흡사 농구경기에서의 리바운드처럼 공을 쳐내버렸던 장면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난 2년간 문규현 선수는 많은 발전을 했습니다. 낮은 타율로 많은 질책을 받기도 했으나, 에이스 감별사라고 불릴 정도로 유독 리그 최고급의 투수들에게서 결정적인 안타를 쳐내기도 했고, 특히 2011년 7월에는 4할2푼3리, 10타점, 14득점을 기록하며 '문대호'라고 불리기까지 했습니다. 수비에서는 매우 뛰어나지는 않지만 무난하고 안정적인 수비를 해오면서 2년간 그의 몫을 묵묵히 해내왔습니다.

 

경쟁? 공존?

 2013년 롯데의 유격수 자리는 신-구 주전 유격수들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시범경기 이틀 째이던 10일 일요일, 문규현 선수의 2루수 가능성이 대두된 것입니다. 물론 시범경기 중에는 다양한 포지션 실험이 가능합니다. 박준서 선수의 외야수 겸업 실험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롯데 야수진에서 늘 지적되어 온 점은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너무 더디다는 것입니다. 만약 문규현 선수가 박기혁 선수보다 많이 어리고, 경험이 부족해서 꾸준히 1군 무대를 밟게 하며 미래를 준비하게 하려는 복안이라면 모를까, 문규현 선수는 박기혁 선수보다 딱 2살 어린 83년생입니다. 차세대 유격수를 바라보고 경험을 쌓게 하는 것도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그간 주전 2루수였던 조성환 선수가 당장 출전이 불가능하냐면, 그것도 아닙니다. 물론 많은 나이로 풀타임 활약은 어려울 것이고, 타격에서도 하락세가 보이는 조성환 선수입니다만 여전히 타격에서는 문규현 선수와 비교할 수준이 아니고, 문규현 선수의 2루 수비는 SK와의 시범경기에서 보았듯이 그리 안정적이지조차 못합니다. 그리고 2루에는 손용석, 정훈 등 꾸준히 롯데가 관리해온 내야수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비록 2군에서였지만 좋은 타자들로서 활약한 이들의 타격 잠재력은 문규현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문대호라고 불리던 시절도 있었지만, 문규현 선수가 주전으로 활약한 2년간 기록한 타율은 2할2푼6리입니다.

 

물론 실험은 가능, 그러나 유격수는 다른 내야 포지션 가능하다는 생각 그만!

 물론 시범경기 한 경기였을 뿐입니다. 또한 다양한 경쟁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선수들의 의지를 고취시킬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절대 유격수는 만능 내야수가 아닙니다. 빠른 대쉬로 번트 등 짧은 타구를 처리하고 더 긴 송구를 필요로 하는 3루수, 유격수보다 수비범위는 좁고 송구 거리도 짧지만 상당히 어려운 수비 및 송구 상황이 많은 2루수, 수비범위가 좁지만 빠른 라인드라이브가 많고 악송구들도 안정적으로 포구해야 하는 1루수는 이제 모두 전문적인 포지션이 되었습니다. 물론 포지션 전환은 가능합니다. 그러나 오직 꾸준한 훈련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이를 잊고, 분업화되고 안정적인 수비가 기본인 현대야구에서 유격수는 만능 내야수라는 구시대적 발상에 사로잡혀서는 안 될 것입니다.

 

사진 출처 : 롯데자이언츠 홈페이지

Posted by 마산야수

 네, 오래간만에 야구장에 다녀왔습니다. 딱히 시범경기부터 보러 다니겠다는 결심은 없었지만, 오늘 회사도 쉬는 날이고, 갑자기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지난 시즌에 잠실에 다녀오고 올시즌은 야구장이 당연히 처음이고, 마산구장을 찾은 건, 2009년 이후 처음이니까 4년 만이네요. 사실 지난 시즌부터 NC 다이노스의 홈 구장으로 쓰이면서 리모델링이 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잘 되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우선 신세계백화점에서 내려서 옆 골목으로 들어가면 저멀리 조명탑이 보이는데요. 사실 저건 축구장 조명탑입니다. 그래도 저 방향을 따라 쭉가면


 이렇게 NC 다이노스 팬들을 환영하는 마산공설운동장이 보입니다.


 아침부터 계획은 했지만 미적거리다가 이미 경기시작 시간은 약간 지나버렸고, 그래서 지나가다가 야구용품점에 들러서 NC 모자를 하나 질러버렸습니다.



 들어가보니 이미 1회초 공격은 끝난 상황이었습니다. 1번타자 정수성이 2루타를 치고 서건창과 이택근의 연속 땅볼에 홈으로 들어와 1대 0으로 넥센이 앞서고 있었습니다. 저는 딱히 홈 원정팀 응원을 떠나 3루측에 앉았습니다. 원정팀 불펜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고, 경기 중에는 김상수, 이보근 등이 몸을 푸는 것도 볼 수 있었습니다.





 초반은 조금 지루했습니다. 나이트와 찰리 쉬렉은 모두 공이 괜찮아 보였고 타자들은 쉽게 그들을 공략하지 못했습니다. 나이트는 140대 초중반의 직구에 싱커와 슬라이더가 좋아보였고, 찰리 쉬렉은 전광판에 147km까지 찍힌 직구의 구위와 직접 투수 앞 땅볼을 처리하기까지 하면서 위기를 막았습니다. 두 투수가 모두 4이닝 씩을 막았습니다.

 

<역투하는 브랜든 나이트(위)와 찰리 쉬렉(아래)>


인생은 이호준처럼

 역대 한국 프로야구 31개의 우승트로피 중 10개를 보유한 김응룡 감독은 '투수는 선동열, 타자는 이승엽, 야구는 이종범'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죠. 그런데 언젠가부터 팬들은 그 뒤에 한 마디를 덧붙였습니다. '인생은 이호준'

 미모의 아내와 토끼 같은 자식들을 거느린 행복한 가장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해태에서 투수로 데뷔한 후 성적이 신통치 않자 타자로 전향한 후 FA 시즌을 앞두기만 하면 준수한 성적을 거둬 좋은 FA 계약들을 이끌어냈기 때문입니다. 지난 시즌이 끝나자 역시 3년 20억원의 좋은 조건의 FA 계약을 통해 NC 다이노스로 이적했습니다. 팀에서 그에게 바라는 것은 우승 경험이 많은 베테랑이자, 이미 신생팀을 경험(2000년대 초반 SK 와이번스)해본 선수로서 팀의 중심을 잡아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4번 타자 자리 또한 그의 차지였습니다.

 넥센 김민성이 5회초 솔로 홈런을 치고 한 점 달아났지만 곧바로 5회말 김태군이 2루타로 한 점을 따라붙어 2:1로 맞은 6회말에서, 김종호와 차화준이 볼넷과 중전안타로 출루하고 박상혁의 진루타로 NC는 1사 2루 3루의 찬스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4번 타자 이호준.


 

 이호준은 팀이 자신에게 원하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깔끔한 좌전 안타로 역전을 이끌어냈습니다. 하지만 주루플레이에서 안타깝게도 2루까지 내닫던 중 태그 아웃되고 말았습니다. 그렇지만 정말 그의 역할을 다한 장면이었습니다.



타격왕 어떻게 한 거야?

 2007년 타격왕 이현곤은 정말 미스테리인 것 같습니다. 그 해 반짝 활약으로 0.338의 타율로 양준혁을 제치고 타격왕을 차지했지만, 그의 통산 타율은 2할7푼2리에 그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FA 계약으로 NC 다이노스로 옮겨올 수 있었습니다. 1루수, 유격수, 3루수를 소화할 수 있는 활용도와, 어쨌거나 타격왕을 차지하기도 했던 선수라는 점 덕분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오늘 이현곤은 오늘 3타수 3안타를 기록하며 주전 유격수 자리와 베테랑 타자로서의 입지를 확보했습니다. 특히 7회말 4:2로 한 점 달아나는 타점을 올렸습니다. 3안타가 좌전안타, 중전안타, 우전안타로 타구의 방향들이 넓게 퍼지는 것도 좋은 컨디션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부분입니다. 2013년 이현곤을 기대해보아도 좋을 것 같았습니다.



아직은 미숙한 '아홉번째 심장'

 8회말 3점을 더 얻으며 승부를 결정지은 NC 다이노스였지만 여전히 문제점이 많아보였습니다. 우선 수비가 여전히 불안했습니다. 2루수 차화준이 실책으로는 기록되지 않았지만 2회초 유한준의 타구를 제대로 포구하지 못한 것부터, 깔끔하게 승리를 결정지어야 했던 9회초 교체된 2루수 이상호의 실책과 폭투 등으로 한 점을 내주고 경기를 끝낸 것까지 1군 프로리그에서는 약간 부족하다고 느꼈던 장면이 많았습니다. 어제 경기에서도 3개의 실책과 더 많은 보이지 않는 실책을 기록하는 등 프로팀의 기본인 수비에서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사실 타격은 약간 부족하더라도 오늘 경기처럼 몇 안 되는 찬스를 베테랑들을 중심으로 살려내면 되지만 수비가 되지 않으면 경기 자체를 제대로 진행할 수가 없습니다. 두산 시절에도 최고의 내야진을 구성했던 김경문 감독의 역량에 기대를 걸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오늘 경기에서 주루사가 2번이나 보인 것도 아쉬웠습니다. 주루사는 공격의 흐름을 끊는 가장 안 좋은 케이스입니다. 오늘은 김태군과 이호준이 적시타를 기록한 이후에 주루사를 기록했는데, 추가 점수를 올릴 수 있었던 기회들을 날려버린 것입니다. 몇 안 되는 찬스를 살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주루사를 줄여야 할 것입니다.

 또한 오늘 경기에 출전했던 23명의 선수(타자 17명, 투수 6명) 중에서 좋은 활약을 보인 선수들이 대부분 2차 드래프트와 FA 계약을 통해 영입한 선수들이라는 점도 아쉬웠습니다. 각각 3타점, 2타점, 1타점 씩을 올린 김태군, 이호준, 이현곤 등과 중간 투수로 나온 고창성 등이 바로 그들입니다. 특히 고창성은 역전에 성공한 직후인 7회초를 연속 삼구삼진 포함 공 9개로 깔끔하게 막아냈습니다. 구속도 130km대 후반까지 나왔고, 두산 시절 갑자기 문제가 되었던 제구도 매우 안정적이었습니다. 다시 한 번 그의 비상을 기대해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분명 NC는 2차 드래프트 8명, FA 계약 2명의 총 10명의 선수만으로 야구를 할 수는 없습니다. 2군에서 차근차근 성장해온 선수들이 그 기량을 뽐낼 수 있길 바랍니다. (나성범이 돌아와서 제 갈증을 해결해줄까요?)

 하지만 모든 2차 드래프트 선수들이 활약하지는 못했습니다. 아쉬운 것은 불펜에서 큰 형님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던 이승호와 송신영이 여전히 그리 좋지 않은 공을 던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눈에 드러나는 성적으로는 0.1이닝 씩을 맡으며 자책점이 없었지만, 1사1루 상황에서 고창성이 내려간 이후 후속타자들에게 안타, 볼넷을 내주며 주자를 홈으로 보내버렸습니다. 제구도 불안했고 구위도 너무 떨어져 보였습니다. 이른바 A-C-E 트리오로 불리는 아담 윌크, 찰리 쉬렉, 에릭 하커를 중심으로 선발진은 어찌어찌 구성한다고 하더라도 계투진에서 송신영과 이승호의 역할은 큽니다. 이제는 20인 명단에서 제외된 아픔보다는 미래에 대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역투하는 이승호와 송신영,

그러나 아직 구단이 그들에게 기대하는 것에 못 미치는 모습이었습니.

 


새로운 분위기의 마산구장

 네, 정말 내야석들이 꽉찰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야구장을 찾았습니다. 내야가 5530석인데 어제와 오늘 모두 5000명 이상이 방문했습니다. 외야는 안전 문제로 통제되어 있었지만, 시즌 중에는 외야까지 팬들로 가득한 구장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처럼 창원시민들의 야구에 대한 열정은 뜨겁습니다. 특히 한때 용접을 해가며 철문을 뚫고, 외야에서 고기를 굽고 소주를 마시던 그 유명한 '마산아재'들이 아닌, 가족 단위로 오신 많은 분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서울에서는 젊은 친구들끼리, 연인 관계끼리 야구장을 찾은 것만 많이 보다가 이렇게 훈훈한 광경을 보니 기분이 더 좋았습니다.

 그런데 조금 아쉽게도 여전히 롯데 유니폼, 바람막이 등을 입고 이곳을 찾은 팬들도 많았습니다. 물론 야구를 좋아해 야구장을 찾는 것이고 어느 구단의 팬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열성적인 경남지역 야구팬들을 진정한 NC 다이노스의 홈팬으로 완전히 품지는 못한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인지 구단에서도 다른 구단 유니폼을 가져 오면 NC 다이노스 유니폼을 지급하는 행사를 안내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경기 중, 터져나오는 박수소리와 아쉬움의 탄성, 시범경기 기간이라 엠프와 응원단이 없음에도 들려오는 열성적인 응원은 제 걱정이 한낱 기우에 그칠 것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열성적인 팬들이, 지자체의 정치논리로 인한 말도 안 되는 구장 입지 때문에 경기를 찾아오지 못하게 되는 일이 없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혼자 야구장을 간 것은 처음이었지만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자주 마산구장을 찾게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오늘처럼 짜릿한 역전승을 자주 보여주는, 패기 넘치는 '막내' NC 다이노스의 모습을 기대합니다!

Posted by 마산야수

 "한국에는 봄-여름-가을-겨울의 사계절이 있습니다. 그러나 야구팬에게는 두 계절만이 있습니다. 시즌과 비(非)시즌."

-마산야수


 정말 멋진 말이지 않습니까? 작년 시즌 초에 친구들과 술을 먹으며 야구를 보다가 제가 내뱉은 말인데, 오랫동안 개막을 기다리신 야구팬 모두가 공감하는 말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네, 다시 돌아왔습니다. '위대한 3월'은 없었지만, 시즌은 돌아왔습니다.



 어제 SK와 롯데가 연습경기를 가졌고 오늘은 정식 시범경기로 다시 만났습니다. 내일도 만난다고 하죠? 오늘의 경기는 새로운 톱타자 황재균의 활약에 힙입어 2 : 1, 롯데의 승리였습니다.

출처 : 롯데자이언츠 홈페이지



5선발

 사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홍성흔이 두산과 FA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을 듣고 많이 아쉬웠습니다. 2001년 두산의 '우동수(우즈-김동주-심정수)', 2003년 삼성의 '이마양(이승엽-마해영-양준혁)' 등과 더불어 2000년대 최고의 클린업트리오로 기억될 2010년 '홍대갈(홍성흔-이대호-가르시아)'이 2010년 가르시아와의 재계약 포기와, 2011년 이대호의 FA 일본행에 이어 완전히 흔적도 없이 해체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1주일 후에는 다시 한 번 놀랐습니다. 바로 홍성흔의 보상선수가 지난 시즌 모두가 주목하지는 않았음에도 자신의 몫을 다했던 두산의 김승회였기 때문입니다.

 김승회의 2012년은 정말 알찼습니다. 6승 7패로 이목을 끌기에 불충분하지만, 120.1이닝을 소화하면서 ERA 4.04, 피안타율 0.249로 꾸준히 마운드를 지켜주었습니다. 이른바 '양떼야구'로 투수진이 강해졌다는 롯데였지만 선발진은 크게 약화되었기 때문에 김승회는 큰 힘이 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시범경기의 첫 선발투수는 그였습니다.

 1회초부터 1사 만루를 맞이하며 위기가 있었지만, 140km 초반의 직구를 예리하게 제구해 연속 삼진을 잡아내며 위기를 탈출하더니, 4.2이닝을 7피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막아냈습니다. 투구수는 69개로 충분히 효율적인 투구였습니다. 20인 보호선수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충격일 수도 있었겠지만, 그는 사직을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만들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백업 포수

 그리고 이렇게 김승회가 충분히 활약할 수 있었던 것은 두산에서부터 배터리를 결성한 경험이 있는 용덕한 덕분입니다. 그는 강민호의 백업포수로 지난 시즌 김명성과 트레이드되어 롯데 선수가 되었고, '준플의 사나이'답게 지난 시즌 두산과의 준PO에서 맹활약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시즌, 그는 그는 출전 경기에서 80% 승률을 기록하고 싶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는 수비형 포수입니다. 안정적인 투수 리드와 수비 실력, 도루 저지는 '믿고 쓰는 두산표 투수'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는 어제의 연습경기에서도 3루 도루를 저지한 데에 이어, 오늘 경기에서는 2회 박승욱을 견제사시키고 5회 최윤석과 김성현의 도루를 깔끔히 막으며 새 시즌에 대한 기대를 높였습니다. 특히 5회초 두번째로 기록한 김성현의 도루저지는 바깥쪽으로 많이 빠진 이명우의 슬라이더를 재빠른 송구 동작 전환에 이어 자연 태그가 가능한 정확한 송구로 만들어낸, 포수 수비의 정석이었습니다. 그는 지난해 3할6리의 나쁘지 않은 도루저지율을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2009년에는 4할7리의 무시무시한 도루저지율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두 번의 타석에서도 볼넷과 안타를 기록하며 좋은 감각을 과시했습니다. 물론 3회의 무사 1루 2루 상황에서 기록한 주루사는 아쉬웠지만 보내기 번트의 실패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순간이었습니다.


톱타자

 바로 이 번트 실패는 거인군단의 새 톱타자 황재균이 기록한 것인데요. 이 번트 실패가 아쉽기는 했지만 그는 공수에서 오늘의 MVP로 활약했습니다. 6회초 1사 만루 위기에서 빠른 판단으로 조인성의 타구를 더블플레이로 연결시키며 팀을 구하더니, 7회말에는 깔끔한 좌전 안타로 오늘의 결승타점을 올렸습니다.

 특히 이번 시즌과 다음 시즌은 그에게 중요한 시기가 될 것입니다. 바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WBC에서 백업 3루수 없이 최정만을 선발하며 문제점을 보여주었던 한국대표팀이기 때문에 그는 앞으로의 2시즌의 활약에 따라 충분히 대표팀에 승선할 수도 있습니다. 아직 미필인 황재균으로서는 더욱 의지를 불태울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 외

 박기혁은 역시 좋은 유격수입니만, 그의 수비는 너무 화려합니다. 이말은 안정감이 부족해 보인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아직도 2009년 WBC에서 박기혁과 고영민이 이룬 키스톤 콤비의 엄청난 수비에 열광하면서도 안절부절 못하던 기억이 납니다. 오늘도 그는 4회초 안치용의 중전 안타성 타구를 2루 베이스 뒤에서 잡아내며 넓은 수비범위를 뽐냈지만, 8회초에는 조동화의 타구에 러닝스로우를 시도하다가 실책을 범하고 말았습니다. 타구의 바운드를 맞추기 어렵자 한 박자 접고 포구를 했고, 주자가 발빠른 조동화였기 때문에 시도한 송구였지만 조금 더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좋은 타격감을 보여주며 2안타 1득점을 기록했습니다.

 좌타거포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김대우를 영상으로 확인하는 첫 기회였습니다. 그는 4번 타자로 나섰지만 아쉬운 타격을 했고, 특히 변화구에 대한 대처가 약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런 그보다도 더 시선이 갔던 것은, 주전 좌익수로 발돋움할 기회를 잡았지만 삼진만 네 개를 기록하며, 선구안과 변화구 대처 모두 절망적인 모습을 보였던 김문호입니다. 김주찬을 잃은 롯데는 그의 발전을 꼭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박준서의 우익수 출전은, 딱히 그 성공 여부를 논할 장면이 오늘은 없었지만, 아쉬웠던 실점 장면에서 그리 나쁘지 않은 홈 송구 장면은 관심있게 봤습니다. 시범경기에서는 언제나 파격적인 포지션 전환을 볼 수 있는데, 삼성과 LG의 경기에서는 최형우의 1루 수비를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쪼록 내야 전 포지션으로 활용이 가능한 그의 강점에 외야수비라는 무기가 안정적으로 장착되기를 바랍니다.



사족

 비록 팀 코리아는 2라운드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WBC에서 반가운 얼굴이 보였습니다. '최초의 사이영상 수상 너클볼러' R.A.디키로부터 안타를 쳐낸 '하얀 갈매기' 가르시아 선수는, 아직도 롯데팬들에게서 회자되고 있는 '검은 갈매기' 호세만큼이나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용병입니다.


KARIM GARCIA SERIE DEL CARIBE 2011



 '경성대 전지현' 김연정이 NC 다이노스로 옮겨갔습니다. 원래 프로농구 창원 LG에서도 활약하고 있었고, 최근 경남 FC에서도 활동할 것이라고 했지만, 프로야구 리그 안에서 지역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기 시작한 NC 다이노스로의 이직이라서 다양한 반응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롯데-NC 간의 라이벌 구도가 정규시즌에서도 팽팽한 실력 경쟁으로 이어져 좋은 볼거리가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Posted by 마산야수

선발진에 이어 타선에 대하여 분석해봅시다.

 

2010년 리그를 평정했던 '핵빠따'는 어디로?

 우선 지난 시즌에 또 다시 타선에서는 큰 출혈이 있었는데요. 리그내 최고의 호타준족 우타 외야수인 김주찬과 FA 사상 최고의 모범사례라고 꼽히는 홍성흔이 FA로 각각 기아, 두산으로 향했습니다. 그 결과 2010년까지 리그 최고의 타선(팀타율 2할8푼8리, 팀홈런 185개)을 자랑하던 롯데는 2년만에 가르시아, 이대호, 홍성흔, 김주찬이 차례로 빠지며 테이블세터와 '홍대갈'로 불리던 클린업트리오가 모두 빠져나갔습니다. 선발 투수진이 그렇게 안정적이지는 않지만, 불펜의 힘이 강해졌고, 선발 후보급의 선수들은 많으니 용병 타자를 영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들도 많을 정도였습니다.

 

Lee Dae Ho "정말 그의 빈 자리는 메울 수 없는 것일까."


'치고 올라오는' 선수가 없다

 가장 큰 문제점은 이렇게 핵심 선수들은 빠져나가는데 치고 올라오는 선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롯데가 가을 야구의 단골 손님이 되기 시작한 2008년부터 지난 시즌까지를 보면

 

포수 : 강민호 -> 강민호

1루수 : 박현승(은퇴)/김주찬 -> 이대호(FA 이적) -> 박종윤

2루수 : 조성환 -> 조성환

3루수 : 이대호/정보명 -> 황재균

유격수 : 박기혁(입대) -> 문규현

좌익수 : 정수근(은퇴) -> 김주찬

중견수 : 김주찬/이승화 -> 전준우

우익수 : 가르시아(방출) -> 손아섭

지명타자 : 홍성흔

 

 새롭게 두각을 나타낸 선수는 손아섭, 전준우 정도이고 외부에서 영입한 황재균이 3루를 지키고 있습니다. 나머지는 수비 위치의 이동 정도만 나타났습니다. 정훈, 손용석, 김문호 등 구단에서 육성하려는 야수들의 성장이 매우 더딥니다. 2루수로 충분히 출전할 수 있는 정훈, 손용석이 있음에도 지난 시즌 37살이었던 조성환이 2루를 지켰던 것이 현재의 상황을 보여주는 매우 단적인 예입니다.


'홍-대-갈'에서 '손-전-장'으로

 그 와중에 2012년 팀내에서 중심을 잡아주었던 홍성흔과 공격의 첨병 김주찬이 다시 빠져나갔고 그 보상선수로는 투수들만이 지목되었습니다. '결국 타선에 대한 보완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인가'하고 걱정을 하던 팬들의 눈을 의심하게 만든 기사가 지난해 11월 27일에 뜹니다. 바로 2000안타-200홈런-3000루타-1000타점에 빛나는 '스나이퍼' 장성호를 트레이드로 영입한 것입니다.

 물론 장성호가 기아에서 한화로 트레이드 된 후 3년 간 남긴 성적은 2할5푼2리에 21홈런 118타점으로 매우 실망스러운 수준입니다. 그러나 그는 올해 그동안 끊임없이 그를 괴롭힌 어깨 부상을 털고 다시 부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의 영입 자체로 지난 시즌 주전 1루수 박종윤과의 경쟁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예상했던 결과이지만 2013년 롯데의 클린업 트리오는 '손(아섭)-전(준우)-장(성호)'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손아섭은 최근 3년 간 3할을 기록했으며 2년 연속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부정할 수 없는 롯데의 주전 우익수입니다. 그가 3번 자리를 지키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한편 전준우와 장성호 쪽은 불안한데요. 전준우는 2010년 혜성처럼 나타나 2할8푼9리, 19홈런에 16도루까지 곁들이며 새로운 주전 중견수의 등장을 알렸고 2011년에는 득점왕 타이틀을 차지하기도 했지만, 지난 시즌 2할5푼3리, 7홈런으로 부진했습니다. 거기다 WBC 대표팀에도 승선했었기 때문에 체력적인 문제에 대한 걱정도 많습니다. 하지만 20홈런을 충분히 기록할 수 있는 파워가 있고, 톱타자와 3번, 5번 등을 전전하지 않고 붙박이 4번으로 고정된다면 다시 도약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큽니다. 그리고 장성호의 경우, 앞서 말했듯이 부상에서 회복해 온전히 스프링캠프를 소화한 점, 3할을 밥 먹듯이 쳤던 그의 경험과 기록을 볼 때 충분히 기대를 하게 만듭니다.


새로운 톱타자와 좌익수

 솔직히 이야기하면, 홍성흔을 FA로 잡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김주찬을 잡지 못했을 때의 아쉬움이 더욱 컸습니다. 김주찬은 최근 다섯 시즌에서 평균 3할, 72득점, 38도루를 기록한 최고의 테이블세터였습니다. 그리고 수비위치가 없는 지명타자인(2011시즌 초에 최악의 좌익수 수비를 선보였지만) 홍성흔에 비해 김주찬은 불안했던 수비에서도 성장을 거듭하며 주전 좌익수를 맡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그의 자리를 채우는 것이 매우 중요한 2013년 롯데 자이언츠입니다. 우선 톱타자 자리는 황재균이 나설 예정입니다. 신인인 조홍석과의 경쟁이 있었지만 황재균은 지난 시즌 2할7푼2리, 26도루를 기록한 검증된 자원입니다. 그가 만약 당시 히어로즈(現 넥센) 소속이던 2009년의 모습(0.284, 18홈런, 30도루)을 다시 보여준다면, 리그 최고의 톱타자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좌익수 자리에는 김문호와 김대우가 경쟁하는 듯하지만 수비 수준가 그렇게 뛰어나다고 볼 수는 없는 두 선수이고, 김대우가 야수경력이 더욱 짧은 점을 고려한다면 좌익수로 김문호가 나서고 김대우는 지명타자로 돌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실 김대우에 대한 기대가 매우 큰 것으로 보이는데 어디까지나 그의 '호타준족'은 2군에서 보여준 실력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 외에도...

 포수자리는 강민호가 굳건히 지킬 것으로 보입니다. FA를 앞두고 벌써 역대 최고 대우를 받을 것이라는 예측이 난무하는 등, 그는 모두가 인정하는 젊고, 파워풀하고, 경험 많은 포수입니다. 그러나 최악의 결과를 낸 3회 WBC에서 많은 비판을 받은 것처럼, 안정성 측면에서 여전히 약점을 보입니다. 단기전에서의 경험은 보충만이 살 길입니다. 그리고 단기전을 경험해보기 위해서는 4강에 진출해야만 할 것입니다.

 2루수는, 대단히 유감스럽게도, 조성환 선수의 이름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조성환 선수는 여전히 2할 8푼대의 컨택과 리더십을 기대할 수 있는 선수이고 저 또한 그의 팬이지만, 내야수 유망주들의 성장을 더디다는 뜻입니다. 올 시즌 그는 한국 나이로 38세입니다. 올 시즌은 다음 주전 2루수를 키워낼 마지막 시기라는 것입니다.

 유격수 자리에는 박기혁 선수가 돌아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가 마지막으로 뛴 2010년 6월 22일 마산구장에서의 경기를 라디오중계로 듣고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홈 슬라이딩에서 큰 부상을 입었는데 들것이 준비되어 있지 않아 업혀나오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마산에서 처음 야구를 보고 배운 사람으로서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어쨌든 부상에서 회복하고 공익 복무까지 마친 그가 돌아왔습니다. 2008년 0.291, 16도루를 기록하며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했고, 2회 WBC에서는 박진만을 대신해 주전 유격수로 활약하며 준우승에 기여했던 그가 문규현과의 포지션 경쟁에서 약간 앞서있다고 생각합니다. 안정적이지만 비교적 수비범위가 좁다는 평을 듣는 문규현에 비해서, 그는 화려해 약간은 불안하다는 평가까지 받지만 뛰어난 수비실력에 주자로서도 문규현보다 빠른 발의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 시즌, 10년간의 무명시절을 딛고 주전 1루수로 도약했던 박종윤은 2할5푼7리, 9홈런, 47타점으로 특히 컨택에서 안정적이지 못한 부분을 보였습니다. 그동안 롯데에 계속해서 부족했던 좌타자도 김대우, 장성호 등이 보강된 만큼 그는 더욱 힘든 경쟁을 통해 주전 1루수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시험받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수비실력 하나만큼은, 리그 최고 수준입니다. 아직도 준플레이오프에서 1차전에서 김현수의 끝내기 안타를 훔치던 장면을 잊을 수 없습니다.


정리해보면 아래의 표처럼 다양하게 라인업을 시도할 수 있겠습니다.

 

 3B 황재균

 3B 황재균

 3B 황재균

 LF 김문호

 2B 조성환

 SS 박기혁

 RF 손아섭

 RF 손아섭

 RF 손아섭

 CF 전준우

 CF 전준우

 CF 전준우

 1B 장성호

 DH 장성호

 1B 장성호

 C  강민호

 1B 박종윤

 2B 조성환

 DH 김대우

 C  강민호

 DH 김대우

 2B 조성환

 LF 김대우

 C  강민호

 SS 박기혁

 SS 박기혁

 LF 김문호


 분명 핵타선 롯데의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만, 좋은 타선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새로 부임하신 박흥식 타격코치의 지도 아래, 꾸준한 성원과 함께 좋은 타선이 만들어지는 2013 시즌의 롯데 자이언츠를 기대합니다!


Posted by 마산야수

 모두가 호주전 대승을 염원하고만 있던 4일 월요일,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들이 가고시마 전지훈련을 끝마치고 귀국했습니다. 국내팀들과 일본 프로팀들이 대거 모여 이른바 오키나와 리그가 열린 오키나와와는 달리 큐슈 지역에는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 뿐이었던 데다가, 가뜩이나 우천으로 많은 경기가 취소되어 실전 예행 연습이 부족했다는 우려가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김시진 감독은 '주요 보직에 대한 확신이 있다'며 '남은 기간 재확인을 해보겠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과연 그의 구상은 어떤 것일까요?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2013년 이제 갈매기는 더 높은 곳으로 날아오를 수 있을까?

 

내구성 하나만큼은 최고라던 롯데 선발진은 어디로?

 2008년 로이스터 감독이 부임한 이후 롯데의 팀 컬러는 2011년까지 비교적 뚜렷했습니다. 리그를 압도할 만한 선발 에이스는 없지만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켜줄 만한 1~3선발진과 화끈한 타격이었죠. 그리고 불안한 불펜은 옵션이었죠. 그러나 2012년 이른바 양떼야구로 일컬어지는 불펜 중심의 야구가 드디어 롯데에서도 성공했습니다. 부활한 최대성과 최고의 2차 드래프트 영입 '꿀성배' 김성배, 그리고 그토록 염원하던 특급 마무리이자 '궁내 체고의 싱카볼 투수' 정대현, 구단 최다세이브 기록을 새로 쓴 김사율을 중심으로 쉽게 역전을 혀용하지 않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선발진은 실망스러웠습니다. 각각 4년, 2년 간 두자리 승수를 거둬온 송승준과 사도스키가 불운과 부진으로 10승 달성에 실패했습니다. 물론 15승 좌완 장원준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미션은 '유먼진' 유먼이 초과 달성했고, 이용훈이 다시 부활하며 붕괴는 겨우 막았지만, 불펜이 매우 강력해졌기 때문에 이전의 꾸준한 선발진의 부재가 더욱 아쉬웠던 한 시즌이었습니다.

 

원투 펀치는 확정적

 2013년 롯데 자이언츠의 원투펀치는 확정적입니다. 지난 시즌 나이트와 함께 최고의 용병투수로 꼽힌 유먼(13승 7패, ERA 2.55)이 에이스의 자리를 지켜주고, 5년 연속 두자리수 승수에는 실패(7승 11패)했지만 방어율을 3점대 초반(3.31)으로 크게 낮춘 송승준이 뒤를 받쳐야 합니다. 다행히 유먼의 페이스는 괜찮아 보이며, 송승준도 WBC 호주전에서 보니 컨디션이 나빠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송승준은 페이스를 빨리 올린 만큼 체력적인 부담이 걱정되기도 하지만, 지난 5년간 매년 153.1이닝 이상을 소화했고 리그 내 우완투수 중 가장 많은 이닝(연평균 165이닝)을 소화한 그의 체력을 믿어볼만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리치몬드입니다. 사실 마이너에서의 성적조차 신통치 않아 우려가 많았지만 어쨌든 198cm의 큰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묵직한 직구에 기대를 하기도 했었는데, 스프링캠프에 합류하자마자 부상으로 낙마했고 수술을 받아 최소한 두 달의 회복 기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사실상 퇴출로 가닥이 잡혀가는 분위기이지만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시즌이라 40인 로스터에 초청선수들까지 등판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수준급 용병을 수급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리치몬드의 빠른 회복과, 괜찮은 투수의 메이저리그 로스터 탈락을 동시에 기다리며 저울질하고 있는 롯데 프런트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을 것입니다.

 

선발후보 풍년, 그런데 3선발은 없다?

 하지만 여전히 토종 선발 후보들은 많은 롯데 자이언츠입니다. 이용훈, 이정민, 고원준, 이재곤, 진명호, 김승회 등이 있는데요. 그런데 이들은 대부분 풀타임 선발 경험이 없거나 매우 적고, 또는 부상과 슬럼프, 야구 외적인 문제로 회복을 필요로 하고 있어서 항상 꼬리표처럼 '모두 5선발 감이지 3선발을 맡을 선수가 없다.'는 코멘트가 붙습니다. 하지만 4월까지는 새로운 용병을 찾기 쉽지 않으므로 이들로 무조건 버텨야만 합니다.

 이들 중에서는 고원준과 이재곤의 페이스가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고원준은 지바롯데 2군과의 경기에서 5이닝 1실점을 기록했습니다. 야구 외적으로 한눈을 판다는 점에 대해 꾸준히 비판받았음에도 결국 지난해 말 사고가 터졌기 때문에 올해는 다시 야구에 집중해야 할 시기라고 봅니다. 젊은 혈기 때문에 성장기를 놓쳐버리기에는 그의 잠재력이 너무 아깝습니다. 또한 '손가락 장난'에 너무 치중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는 140km 후반에 이르는 묵직한 속구를 던질 수 있습니다. 아직 어깨도 싱싱한 편이고요. 그런데 그는 구속을 다양한 변종 투구를 통해 타자를 쉽게 맞춰잡으려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였습니다. 아직 젊은 그는 묵직한 속구와 슬라이더, 슬로우 커브로 타자들을 상대할 수 있습니다. 벌써부터 쉽게 타자를 상대하려고 하면 그의 성장이 멈춰 버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리그 최고의 우완 에이스로 손꼽히는 윤석민도 소위 '손가락 장난'에 능하다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의 묵직한 속구와 고속 슬라이더 사이에 종종 나타나는 손가락 장난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이재곤 또한 부활을 꿈꾸고 있습니다. 2010년 8승(3패, ERA 4.14)을 거두며 혜성처럼 등장했던 그는 지난 2년 간 속구 구속 증가와 커브 장착이 실패하면서 극도의 슬럼프를 겪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두산과의 경기에서 4이닝 4피안타 1실점을 기록하며, 자신의 주무기 싱커를 더욱 예리하게 다듬는 데 집중한 결과물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지난 시즌 리그 최고의 스윙맨이자 5선발이라고 평가받는 김승회, 커리어 하이를 찍었음에도 부상으로 결국 10승 달성에 실패해 다시 한 번 두자리 승수에 도전하는 '퍼펙트맨' 이용훈, 깜짝 호투로 SK를 잡아내던 이정민, 롯데 투수진의 최고 유망주 진명호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김승회는 지바 롯데 2군과의 연습경기에서 부진했고, 이용훈은 발목 염좌로 스프링캠프에서 초반 이탈했으며, 진명호와 이정민은 약점이 뚜렷합니다.

 

9구단 체제 속에서도 4, 5선발은 여전히 필요

 물론 9구단 체제로 이루어지는 특이한 일정 체계 상 이번 시즌은 1~3선발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입니다. 그러나 변칙적인 기용을 위해서라도 4, 5선발과 스윙맨을 겸할 선수들이 필요합니다. 여전히 롯데 선발진은 희망을 품게 하는 동시에, 많은 우려를 받고 있습니다. 이제 시범경기에서 그들의 능력을 보여주어야 할 때입니다.

 

여전히 불안하지만, '그'가 돌아온다

 조정훈, 2009년 다승왕이자 롯데에게 10년만의 포스트시즌에서의 승리를 안겨준 투수. 그가 팔꿈치 부상 이후 공익 복무까지 마치고 올 시즌 복귀할 예정입니다.

물론 무리해서 복귀하기보다는 6월 이후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정민태 투수코치는 조정훈 선수의 컨디션이 최대한 천천히, 완벽하게 올라오게 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다시 한 번 그의 명품 포크볼을 감상할 수 있을까요? 그가 다시 1군에서 저렇게 환하게 웃으며 포수와 하이파이브를 할 수 있는 날이 돌아온다면 정말 훌륭한 1~3선발과 좋은 4, 5선발 겸 스윙맨들을 보유한 롯데의 건실한 선발진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Posted by 마산야수

 네, 모두 끝났습니다. 날쌘돌이 정근우의 주루플레이가 의외로 공격의 맥을 끊었고 타선은 너무 늦게 터졌습니다. 4년을 기다린 WBC가 4일 만에 끝나다니 너무도 허망하고 결국은 네덜란드와의 대결이 발목을 잡았네요.

 더블 엘리미네이션에서 승자승, 득실차 등을 따지게 바뀐 규정이 한국의 짜릿한 역전승을 의미없게 만들었습니다. 사실 경기만 놓고 본다면 매우 흥미로운 경기였을 텐데...

 

 그러나 다시 또 정신없이 시즌 맞이를 준비할 시간입니다. 당장 토요일부터 시범경기가 시작됩니다.

 

출처 : 한국야구위원회(KBO)

 

 아 특히 롯데는 시범경기 티켓을 예매한다고 하네요. 원래 무료인 경기에 돈을 받겠다는 것이 아니라 예매시스템 점검 차원이라고 합니다. 시범경기에 가서 스프링캠프의 결과물들도 확인하고 싶지만... 비루한 직장인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꿈입니다.

 

 다시 2013 페넌트 레이스를 향해 열심히 달려나가 봅시다!!

Posted by 마산야수

에이스

 국제대회 2회 출전, 3경기 18.1이닝 2승 ERA 1.96

 분명 호성적인데 어느 선수인지 쉽게 감이 오지 않으실 겁니다.

 베이징올림픽, 전승 우승 신화의 길목이었던 아마야구 최강 쿠바와의 일전 6.1이닝 3실점 QS 승리투수. 많은 이들이 그의 국제대회에서의 성적을 기억해주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분명 꼬여버릴 수 있는 상황에서 제몫을 해주는 선수입니다.

 네 그는 바로 '송삼봉' 송승준입니다.

 그는 프로야구 최고의 인기구단 롯데 자이언츠의 에이스입니다. 08년도 입단 이후 손민한, 사도스키, 유먼 등 에이스로 불린 다른 선수들과 함께였지만 그는 풀타임으로 출전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그러니까 최근 5년간 매년 150이닝 이상을 던졌고 동일기간 우완투수중 투구이닝(824.1이닝), 다승(59승) 1위의 투수입니다. 물론 평균자책점이 약간 높아 꾸준히 로테이션만 지키면서 롯데 타선의 힘으로 승수만 쌓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지만 지난 시즌에는 오히려 엄청난 불운으로 5년 연속 두자리수 승리에는 실패(7승)했지만 방어율은 3.31로 크게 낮추기까지 했습니다.

 그런 그가 호주전에 나섰습니다. 상대가 엄청난 강팀은 아니지만, 만약 패배한다면 모든 것이 끝인 상황이었습니다. 그는 비록 사사구 3개를 내주며 매우 효율적인 피칭을 하지는 못했지만, 4이닝을 삼진 5개를 곁들여 잘 막아냈습니다. 상대가 익숙하지 못할 것이라 예상했던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포크, 커브)는 헛스윙을 잘 유도했고 투심에는 힘이 있었습니다. 사실 정규 시즌에는 많이 던지지 않던 투심을 많이 던져서 조금 놀랐습니다.

좋은 성적에도 끝내 콜업되지 못하며 마이너리그에서 먹었던 눈물 젖은 빵들이,

한국 최고의 인기구단 롯데 자이언츠의 에이스 송승준의 성장 동력이 되었을 것입니다.

 

 아마 분수령은 1회말이었을 겁니다. 1회초 든든한 3득점을 올리고 맞은 첫 수비에서 1사이후 볼넷으로 주자가 한 명 나간 후에 보크 판정이 나왔습니다. 솔직히 전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분명히 완벽한 정지동작 이후에 나온 주자 기만으로 볼 수 없었고 연속동작이었습니다. 그리고 더욱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송승준은 사실 정지 이후에 왼쪽 어깨를 한 번 털고 투구를 하거나, 고개를 몇번씩 주억거리다가 벼락같이 1루에 견제구를 뿌리는 등 변칙 동작이 좀 많은 투수입니다. 그런 그가 마음편안히 시작한 1회말 갑자기 흔들릴까봐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저의 기우였습니다. 송승준은 언제나처럼 마운드 위에서 충분히 공격적이었고 선발투수로서 그의 몫을 다했습니다.

 

형님

 36. 그의 등번호이자 지난 시즌 8년만에 친정으로 귀국했을 당시의 그의 나이였습니다. 데뷔후 언제나 엘리트 코스만을 밟아온 그는, 지난 시즌 그의 유니폼 등판에 붙어있는 나이가 무색하게 활약했고 한국시리즈 MVP에 오르며 많디 많은 그의 개인 타이틀 경력에 또 한 줄을 추가했습니다.

 그는 다시 대표팀에 승선했습니다. 소속팀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며 2009년 2회 WBC참가를 고사했던 그가 당당히 팀을 우승으로 이끌고 복귀했음에도 여론은 그렇게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특히 그와 대조되는 젊은 홈런타자이자 지난 시즌 MVP에 빛나는 박병호 선수를 제외했기 때문에, 기세와 실력보다 네임 밸류만 따지냐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언제나처럼 모든 비판을 스스로 잠재웠습니다. 이번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모든 중심은 이대호선수가 잡아줄 것이라며 자신은 묵묵히 뒤를 받치겠다고 인터뷰를 해놓고, 스스로 물먹을 타선에 불을 붙였습니다. 초반득점에 성공하지 못하면 다시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갈 수 있는 상황, 그는 대한민국의 첫 장타로 첫 타점을 올렸습니다.

 사실 타격도 타격이지만 저는 7회말 그의 1루 강습타구 처리에 더욱 감명을 받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그의 방망이 실력에 묻힌 그의 수비실력을 잊고 있지만 그는 최고의 1루수입니다.(그래서 지난 시즌 이승엽 선수가 지명타자로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것에 약간은 묘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그는 1루수로서 센트럴리그 연속이닝 무실책 기록(1225이닝, 2위-오사다하루 991이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30대 후반임에도 여전히 가장 헌신적이며, 가장 견고한 1루수였습니다.

 

아우들

 형님이 이렇게 앞서 리더십을 발휘하는데 아우들이 가만히 바라만 본다면 아무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표팀 아우들은 그렇게 형님의 리더십이 퇴색되게 놔두지 않았습니다. 지난 경기, 승패를 떠나 한국야구의 팬으로서 최고의 3루수 최정이 잔뜩 움츠러든 모습이 너무 보기 싫었습니다. 그러나 하루를 쉬고 난 후 그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넓은 수비범위와 정확하고 힘있는 송구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입니다.

 '볼넷만 골라내라고 세운 4번 타자가 아니다!' 네덜란드전 이후 '조선의 4번타자' 이대호 선수에게 쏟아진 비판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형님을 따라 불방망이를 휘두르기 시작했습니다. 3타석 연속 안타를 치며 타점도 신고했습니다. 다만 1루수 자리를 형님에게 내주지는 않을지. 사실 수비 실력으로는 롯데팬인 저로서도 도저히 이승엽과 이대호를 비교할 수 없으니까요.

 베이징올림픽에서 극도로 부진하던 이승엽 선수가 어떡하면 그렇게 잘 맞출 수가 있냐 물었던, 당시의 신인급에서 이제는 한국야구의 간판으로 성장한 김현수 선수 또한 대단했습니다. 찬스에서는 타점을 올려주었고 깊은 수비위치에도 얕은 외야플라이들을 근성으로 처리해주었습니다.

 

철벽 불펜

 박희수의 공은 정말 엄청났습니다. 우타자 기준으로 바깥쪽 속구의 컨트롤은 완벽하지 않았지만, 몸쪽으로 속구를 붙인 후 나오는 바깥쪽 가라앉는 체인지업은 언터쳐블이었습니다. 노경은은 그동안 컨디션이 좋았다는 뉴스들이 언론 플레이가 아니었음을 증명했고, 정대현과 오승환은 왜 그들이 2000년대 한국 야구 최고의 불펜, 마무리 투수인지 증명했습니다.

 

여전히 남은 과제

 모든 것이 끝난 것이 아닙니다. 이제 겨우 다시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을 뿐입니다. 우리는 열광적인 홈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은 타이완과의 1라운드 최종전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런 위급한 상황에서, 여전히 과제들은 보입니다.

 앞서 지적했던 강민호, 정근우 선수... 여전히 높은 쪽 속구에 전혀 대처가 안 되고 있습니다. 컨디션에 따라 변화구에 대한 감을 끌어올리기 어려운 것을 이해할 수 있지만 속구를 노려치는 것까지 전혀 불가능한 상태로서는 주전 포수와 2루수로서 아쉬운 모습입니다. 그리고 이 두 선수와 함께 이번 대회 타율 0.000을 보여주고 있는 강정호 선수까지... 이들만 부활한다면 더 이상 타선으로 걱정할 일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다시 일전, 대만전

 숨가쁘게 다시 일전입니다. 홈팀 대만과의 결전에 선발로 나올 투수는 좌완 트리오(류현진, 김광현, 봉중근)을 대신해 대표팀의 왼손을 맡을 장원준 선수입니다. 경찰청 복무로 1년간 콤비를 맞추지 못한 '절친' 강민호 선수와의 찰떡궁합 배터리를 보여주기를 바랍니다. 상대 선발은 소프트뱅크에 소속된 양 야오쉰. 오늘 저녁 6시 반, 타이중 구장에서, 다시 일전이 시작됩니다.

Posted by 마산야수

 네, 하루 늦은 리뷰를 할 필요가 있을까... 또 속에 천불나는 생각을 굳이 아침부터 할 필요가 있을까만...

 그냥 복기하고, 호주전 열심히 응원합시다. 어제는 직장에 큰 공사가 있어서 아침 여섯시에 출근해서 밤까지 일했네요.

경기 끝나자마자 자고 일어나서 하루종일 일하고, 그치만 오늘도 퇴근 후에 응원 열심히!!

 

라인업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했습니다. 플래툰시스템이 적용되어 정근우-이용규-김태균-이대호까지 그대로였고, 유일한 우타외야수 전준우는 6번 중견수로 기용되었습니다. 전준우가 중견수를 보고 이용규가 우익수를 보는 것을 생각을 못했더군요. 타순도 강정호 최정이 8-9번을 칠 것이라 예상하지는 못했지만, 분명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불안했던 수비, 완패의 전조였을까

 네, 결국 수비에서 사단이 터졌습니다. 1회말부터 수비가 흔들리더군요. 강정호의 수비실책, 영혼의 82년생 콤비 정근우, 이대호 사이의 실책까지... 단기전에서 수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운도 약간 따라주어서 1회말은 무사히 끝났습니다. 4번타자이자 일본 센트럴리그 2년 연속 홈런왕인 발렌티엔의 2루수 직선타가 더블플레이로 연결이 되어 무실점으로 1회말을 넘기게 되었습니다.

 

단기전의 황제들이 가득한 한국, 그런데?

 개인적으로 저는 포스트시즌 경기들을 보면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습니다. 한국 야구팀들(선수, 감독 및 코칭스태프 모두)은 정말 단기전의 황제들입니다. 사실 최근 2~3년 간 젊고 감독 경력은 짧은 감독들이 많아지면서 예전같지는 않습니다만 대타면 대타, 투수 교체면 교체, 작전이면 작전까지 정말 단기전을 할 줄 안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그런데 왜였을까요. 2회말 한가운데 몰린 체인지업 실투가 나왔고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앤드루 존스는 아직 죽지 않았더군요. 정말 넘어가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습니다. 그런데 무사 2루에서 대놓고 상대는 희생번트를 시도합니다. 우리나라 야구 페넌트레이스에서도 이런 상황에서는 몸쪽 높은 공으로 번트를 어렵게 하며, 여차하면 카운트 싸움으로 몰고 가고, 1루수와 3루수는 전진수비를 하며(물론 페이크 번트의 위험을 감수하고) 타자를 압박하는 장면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야구강국 한국의 멋진 모습이라고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더군요. 희생번트에, 희생플라이까지 너무 쉽게 그냥 주고 시작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페이크 번트의 위험도 있고, 2회에 한 점에 너무 집착하다가 더 크게 끌려가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타선이 이미 정상이 아니라는 것이 연습경기에서 수차례 언급되었고, 낯선 팀끼리의 국제 경기에서 선취점의 의미는 큽니다. 단기전의 황제들이 가득한 한국 국가대표팀답지 않았습니다. 감독경력 3년차의 감독 때문이었을까요? 저는 모르겠네요.

 

물 먹은 타선

 사실 굳이 더 이야기를 해서 기분 나쁠 필요도 없지만, 타선은 정말 어떻게 살아나야 할지 궁금합니다. 내야 땅볼이 15개가 나왔습니다. 그중 하나는 정근우의 3루수 앞 병살타였으니 총 27개의 아웃카운트 중 16개의 아웃카운트가 땅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상대 선발의 구위는 대단하지는 않았습니다만 공끝에 움직임은 일정 수준 이상이었습니다.

 어느 정도 각이 살아있는 변화구에 대한 대처보다도 3회초 강민호 선수의 강풍기 모드와, 4회초 정근우 선수답지 않은 타격을 보며 높은 직구에 대한 대처에 실망했습니다. 특히 볼 판정을 받을 높은 직구를 가볍게 찍어치며 안타를 만들어내곤 하던 정근우 선수가 더 아쉬웠습니다.

 

기초로 돌아가자

 5회말, '컨디션이 최고조라서 선발로 쓰기 아깝다던', '이대로 시즌이 시작해도 되겠다던' 노경은 투수가 등판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속구 컨트롤부터 불안합니다. 앤드루 존스를 포크볼로 삼진을 잡아내던 장면처럼 그의 변화구는 여전히 예리했지만, 가장 큰 장점인 묵직한 속구가 제구가 되지 않은 채, 2점을 헌납했습니다. 7회말 무사 2루에서 나온 패스트볼과 홈 대쉬하는 주자의 자연스러운 송구방해 등이 겹쳐 2점을 또 헌납했습니다. 경기는 5:0으로 끝났습니다.

 정말 기초로 돌아가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노경은을 제외하고 투수진의 컨디션이 그렇게 나빠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윤석민은 구위는 조금 약했지만 그의 팔색조 변화구들을 보여주었고 특히 오승환의 돌직구들은 정규시즌이라도 믿어도 좋을 정도였습니다. 결국 수비와 주루 등 세밀한 부분에서 뒤졌습니다.

 최정의 주루사는 우선 투수의 동작이 보크에 가까웠음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것은 실전이었고, 특히 쿠바를 상대로 한 연습경기에서 호투했던 상대 핵심 좌완 투수의 견제 동작에 대한 분석이 이루어지지 않았냐는 것입니다. 역시 단기전에 강하다는 한국 대표팀답지 않은 부분이었습니다.

 2루타를 맞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직후 패스트볼은, 그것도 완벽히 사인이 어긋난 것으로 보이는 패스트볼은 너무나 아쉽습니다.

 슬라이딩하면서 수비를 방해하는 것은 야구의 정석입니다. 앤드루 존스의 2루수비방해는 너무 명백했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1사 만루 상황에서 정대현 선수가 투수 앞 땅볼을 유도했을 때 강민호는 당연히 홈플레이트를 뒷발로 살짝 밟고 바로 발을 빼면서 1루 송구를 해야했습니다. (그러나 분명 네덜란드 주자들은 거친 탱크와 같았습니다.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정규시즌을 앞두고 어느 국가의 선수건 부상을 입기를 바라지는 않습니다.)

 한국 역대 최고의 3루수라는 최정은, 완전히 위축되어 보였습니다. 첫 실책은 불규칙 바운드로 공이 떠오르지 않았고 그럴 수도 있습니다. (물론 컨디션이 좋은 날처럼 공을 몸으로 한 번 막고 다시 송구를 했다면 좋았겠지만요.) 그런데 바로 다음 타구에 완전히 위축된 모습을 보인 것은 그답지 않습니다. 그는 국가대표 붙박이 3루수입니다.  "Just Be Yourself!"  최정 선수에게 외쳐주고 싶은 한 마디였습니다.

 그 외에도 4회말 김현수의 멋진 홈송구로 앤드루 존스를 홈에서 잡아낸 장면에서도 강민호의 블로킹은 위험했고, 8회말 3루 도루저지에서도 진갑용의 송구 자체는 썩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결과가 좋았지만 단기전에서는 정말 조금이라도 가슴 졸이지 않는 쪽으로 경기가 풀리길 바랍니다.

 그리고 7회말 한 점을 더 내주자 올린 차우찬 카드... 솔직히 경기를 포기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볼넷만 하나 더 내주고 정대현 투수를 다시 올렸다는 점에서 더욱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정말 좌완을 올려야만 했다면 박희수도 있었는데, 정말 이 경기 버리고 남은 두 경기에 최고 중간투수들을 올인하려는 생각이었는지(규정상 연속 세 경기 등판은 불가)는 류중일 감독만 알 것입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도, 포기할 수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 외에도 아쉬운 것은 많지만...

 상대 투수가 우완으로 교체되면 좌타 외야수를 꺼내드는 것은 예정된 일이었고 저도 지난 포스팅에서 언급을 했습니다만, 무사 1루 2루의 찬스에서 과감하게 이승엽 카드를 꺼냈다면 어땠을지, 상대를 더욱 압박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또 과감한 대주자 기용도 전무했고...

 실책들에 대해서는 중계방송에서도 언급되었듯이 경기 직전에 비가 내렸는데 그라운드에 방수포를 덮지 않았답니다. 놀랍습니다. 동일한 상황에서 1회초를 무사히 막은 네덜란드 수비는 뭐냐라는 질문에 대해서는...그냥 아쉽다는 말입니다.

 

필승 호주전. "Just Be Yourself!"

 이렇게 정말 아쉬운 게 많은, 어쩌면 국제대회 역대 최악의 졸전으로 꼽힐 수도 있는 경기이지만 이제는 호주전 응원에 전념할 때입니다. 상대 선발이 우완인 라이언 실로 예고되었고,비록 수비와 주루에서 아쉬운 장면이 있었지만 멀티히트를 기록한 최정이 전진배치된다니 이용규-정근우-이승엽-이대호-김현수-최정-강정호-강민호-이진영(혹은 손아섭) 정도가 되겠군요.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손아섭 기용도 좋아보입니다만 가뜩이나 수비에서 흔들렸던 류중일 감독이라, 국민 우익수를 접고 손아섭을 올리기는 쉽지 않겠다는 예상입니다.

 우리의 선발은 송승준 투수. 소속팀인 롯데 자이언츠에서처럼 강민호와의 찰떡궁합을 기대해봅니다. 경험 많은 타자가 적고 특히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에 약한 호주 타선을 상대로 그의 포크볼이 춤을 추길 기도합니다.

 우리는 분명 저력이 있습니다. 앞서 최정 선수에게 전하고픈 말이라고 했지만 대표팀 전체에게 다시 한 번 고하고 싶습니다. "Just Be Yourself!" 

 

 

 

롯데 팬으로서의 사족

 좌완 선발에 대비한 회심의 전준우 카드는 실패로 끝났습니다만 그의 스탠스가 조금 더 오픈된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지난 시즌 변화구 대처가 약해지며 타율이 급락한 것에 대한 처방이었을까요. 기대가 됩니다.

 강민호 선수가 건강하길 빕니다. 심각하지 않았다니 다행이지만 작은 상처가 앞으로 어떻게 더 크게 도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는 롯데의 안방마님이며, 롯데팬을 떠나서 어쩌면 한국 FA계약 최고액을 갱신할 수도 있는 젊고, 파워 있고, 경험도 쌓인 포수입니다.

 

 오늘도 일이 바빠 다쓰고 보니 경기 시작이 두 시간도 남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정말 응원에 집중할 때입니다. 대한민국 화이팅!!

 

 

 

사진출처 : 박동희 칼럼

Posted by 마산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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