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

 국제대회 2회 출전, 3경기 18.1이닝 2승 ERA 1.96

 분명 호성적인데 어느 선수인지 쉽게 감이 오지 않으실 겁니다.

 베이징올림픽, 전승 우승 신화의 길목이었던 아마야구 최강 쿠바와의 일전 6.1이닝 3실점 QS 승리투수. 많은 이들이 그의 국제대회에서의 성적을 기억해주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분명 꼬여버릴 수 있는 상황에서 제몫을 해주는 선수입니다.

 네 그는 바로 '송삼봉' 송승준입니다.

 그는 프로야구 최고의 인기구단 롯데 자이언츠의 에이스입니다. 08년도 입단 이후 손민한, 사도스키, 유먼 등 에이스로 불린 다른 선수들과 함께였지만 그는 풀타임으로 출전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그러니까 최근 5년간 매년 150이닝 이상을 던졌고 동일기간 우완투수중 투구이닝(824.1이닝), 다승(59승) 1위의 투수입니다. 물론 평균자책점이 약간 높아 꾸준히 로테이션만 지키면서 롯데 타선의 힘으로 승수만 쌓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지만 지난 시즌에는 오히려 엄청난 불운으로 5년 연속 두자리수 승리에는 실패(7승)했지만 방어율은 3.31로 크게 낮추기까지 했습니다.

 그런 그가 호주전에 나섰습니다. 상대가 엄청난 강팀은 아니지만, 만약 패배한다면 모든 것이 끝인 상황이었습니다. 그는 비록 사사구 3개를 내주며 매우 효율적인 피칭을 하지는 못했지만, 4이닝을 삼진 5개를 곁들여 잘 막아냈습니다. 상대가 익숙하지 못할 것이라 예상했던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포크, 커브)는 헛스윙을 잘 유도했고 투심에는 힘이 있었습니다. 사실 정규 시즌에는 많이 던지지 않던 투심을 많이 던져서 조금 놀랐습니다.

좋은 성적에도 끝내 콜업되지 못하며 마이너리그에서 먹었던 눈물 젖은 빵들이,

한국 최고의 인기구단 롯데 자이언츠의 에이스 송승준의 성장 동력이 되었을 것입니다.

 

 아마 분수령은 1회말이었을 겁니다. 1회초 든든한 3득점을 올리고 맞은 첫 수비에서 1사이후 볼넷으로 주자가 한 명 나간 후에 보크 판정이 나왔습니다. 솔직히 전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분명히 완벽한 정지동작 이후에 나온 주자 기만으로 볼 수 없었고 연속동작이었습니다. 그리고 더욱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송승준은 사실 정지 이후에 왼쪽 어깨를 한 번 털고 투구를 하거나, 고개를 몇번씩 주억거리다가 벼락같이 1루에 견제구를 뿌리는 등 변칙 동작이 좀 많은 투수입니다. 그런 그가 마음편안히 시작한 1회말 갑자기 흔들릴까봐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저의 기우였습니다. 송승준은 언제나처럼 마운드 위에서 충분히 공격적이었고 선발투수로서 그의 몫을 다했습니다.

 

형님

 36. 그의 등번호이자 지난 시즌 8년만에 친정으로 귀국했을 당시의 그의 나이였습니다. 데뷔후 언제나 엘리트 코스만을 밟아온 그는, 지난 시즌 그의 유니폼 등판에 붙어있는 나이가 무색하게 활약했고 한국시리즈 MVP에 오르며 많디 많은 그의 개인 타이틀 경력에 또 한 줄을 추가했습니다.

 그는 다시 대표팀에 승선했습니다. 소속팀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며 2009년 2회 WBC참가를 고사했던 그가 당당히 팀을 우승으로 이끌고 복귀했음에도 여론은 그렇게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특히 그와 대조되는 젊은 홈런타자이자 지난 시즌 MVP에 빛나는 박병호 선수를 제외했기 때문에, 기세와 실력보다 네임 밸류만 따지냐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언제나처럼 모든 비판을 스스로 잠재웠습니다. 이번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모든 중심은 이대호선수가 잡아줄 것이라며 자신은 묵묵히 뒤를 받치겠다고 인터뷰를 해놓고, 스스로 물먹을 타선에 불을 붙였습니다. 초반득점에 성공하지 못하면 다시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갈 수 있는 상황, 그는 대한민국의 첫 장타로 첫 타점을 올렸습니다.

 사실 타격도 타격이지만 저는 7회말 그의 1루 강습타구 처리에 더욱 감명을 받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그의 방망이 실력에 묻힌 그의 수비실력을 잊고 있지만 그는 최고의 1루수입니다.(그래서 지난 시즌 이승엽 선수가 지명타자로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것에 약간은 묘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그는 1루수로서 센트럴리그 연속이닝 무실책 기록(1225이닝, 2위-오사다하루 991이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30대 후반임에도 여전히 가장 헌신적이며, 가장 견고한 1루수였습니다.

 

아우들

 형님이 이렇게 앞서 리더십을 발휘하는데 아우들이 가만히 바라만 본다면 아무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표팀 아우들은 그렇게 형님의 리더십이 퇴색되게 놔두지 않았습니다. 지난 경기, 승패를 떠나 한국야구의 팬으로서 최고의 3루수 최정이 잔뜩 움츠러든 모습이 너무 보기 싫었습니다. 그러나 하루를 쉬고 난 후 그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넓은 수비범위와 정확하고 힘있는 송구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입니다.

 '볼넷만 골라내라고 세운 4번 타자가 아니다!' 네덜란드전 이후 '조선의 4번타자' 이대호 선수에게 쏟아진 비판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형님을 따라 불방망이를 휘두르기 시작했습니다. 3타석 연속 안타를 치며 타점도 신고했습니다. 다만 1루수 자리를 형님에게 내주지는 않을지. 사실 수비 실력으로는 롯데팬인 저로서도 도저히 이승엽과 이대호를 비교할 수 없으니까요.

 베이징올림픽에서 극도로 부진하던 이승엽 선수가 어떡하면 그렇게 잘 맞출 수가 있냐 물었던, 당시의 신인급에서 이제는 한국야구의 간판으로 성장한 김현수 선수 또한 대단했습니다. 찬스에서는 타점을 올려주었고 깊은 수비위치에도 얕은 외야플라이들을 근성으로 처리해주었습니다.

 

철벽 불펜

 박희수의 공은 정말 엄청났습니다. 우타자 기준으로 바깥쪽 속구의 컨트롤은 완벽하지 않았지만, 몸쪽으로 속구를 붙인 후 나오는 바깥쪽 가라앉는 체인지업은 언터쳐블이었습니다. 노경은은 그동안 컨디션이 좋았다는 뉴스들이 언론 플레이가 아니었음을 증명했고, 정대현과 오승환은 왜 그들이 2000년대 한국 야구 최고의 불펜, 마무리 투수인지 증명했습니다.

 

여전히 남은 과제

 모든 것이 끝난 것이 아닙니다. 이제 겨우 다시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을 뿐입니다. 우리는 열광적인 홈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은 타이완과의 1라운드 최종전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런 위급한 상황에서, 여전히 과제들은 보입니다.

 앞서 지적했던 강민호, 정근우 선수... 여전히 높은 쪽 속구에 전혀 대처가 안 되고 있습니다. 컨디션에 따라 변화구에 대한 감을 끌어올리기 어려운 것을 이해할 수 있지만 속구를 노려치는 것까지 전혀 불가능한 상태로서는 주전 포수와 2루수로서 아쉬운 모습입니다. 그리고 이 두 선수와 함께 이번 대회 타율 0.000을 보여주고 있는 강정호 선수까지... 이들만 부활한다면 더 이상 타선으로 걱정할 일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다시 일전, 대만전

 숨가쁘게 다시 일전입니다. 홈팀 대만과의 결전에 선발로 나올 투수는 좌완 트리오(류현진, 김광현, 봉중근)을 대신해 대표팀의 왼손을 맡을 장원준 선수입니다. 경찰청 복무로 1년간 콤비를 맞추지 못한 '절친' 강민호 선수와의 찰떡궁합 배터리를 보여주기를 바랍니다. 상대 선발은 소프트뱅크에 소속된 양 야오쉰. 오늘 저녁 6시 반, 타이중 구장에서, 다시 일전이 시작됩니다.

Posted by 마산야수

 네, 하루 늦은 리뷰를 할 필요가 있을까... 또 속에 천불나는 생각을 굳이 아침부터 할 필요가 있을까만...

 그냥 복기하고, 호주전 열심히 응원합시다. 어제는 직장에 큰 공사가 있어서 아침 여섯시에 출근해서 밤까지 일했네요.

경기 끝나자마자 자고 일어나서 하루종일 일하고, 그치만 오늘도 퇴근 후에 응원 열심히!!

 

라인업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했습니다. 플래툰시스템이 적용되어 정근우-이용규-김태균-이대호까지 그대로였고, 유일한 우타외야수 전준우는 6번 중견수로 기용되었습니다. 전준우가 중견수를 보고 이용규가 우익수를 보는 것을 생각을 못했더군요. 타순도 강정호 최정이 8-9번을 칠 것이라 예상하지는 못했지만, 분명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불안했던 수비, 완패의 전조였을까

 네, 결국 수비에서 사단이 터졌습니다. 1회말부터 수비가 흔들리더군요. 강정호의 수비실책, 영혼의 82년생 콤비 정근우, 이대호 사이의 실책까지... 단기전에서 수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운도 약간 따라주어서 1회말은 무사히 끝났습니다. 4번타자이자 일본 센트럴리그 2년 연속 홈런왕인 발렌티엔의 2루수 직선타가 더블플레이로 연결이 되어 무실점으로 1회말을 넘기게 되었습니다.

 

단기전의 황제들이 가득한 한국, 그런데?

 개인적으로 저는 포스트시즌 경기들을 보면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습니다. 한국 야구팀들(선수, 감독 및 코칭스태프 모두)은 정말 단기전의 황제들입니다. 사실 최근 2~3년 간 젊고 감독 경력은 짧은 감독들이 많아지면서 예전같지는 않습니다만 대타면 대타, 투수 교체면 교체, 작전이면 작전까지 정말 단기전을 할 줄 안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그런데 왜였을까요. 2회말 한가운데 몰린 체인지업 실투가 나왔고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앤드루 존스는 아직 죽지 않았더군요. 정말 넘어가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습니다. 그런데 무사 2루에서 대놓고 상대는 희생번트를 시도합니다. 우리나라 야구 페넌트레이스에서도 이런 상황에서는 몸쪽 높은 공으로 번트를 어렵게 하며, 여차하면 카운트 싸움으로 몰고 가고, 1루수와 3루수는 전진수비를 하며(물론 페이크 번트의 위험을 감수하고) 타자를 압박하는 장면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야구강국 한국의 멋진 모습이라고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더군요. 희생번트에, 희생플라이까지 너무 쉽게 그냥 주고 시작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페이크 번트의 위험도 있고, 2회에 한 점에 너무 집착하다가 더 크게 끌려가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타선이 이미 정상이 아니라는 것이 연습경기에서 수차례 언급되었고, 낯선 팀끼리의 국제 경기에서 선취점의 의미는 큽니다. 단기전의 황제들이 가득한 한국 국가대표팀답지 않았습니다. 감독경력 3년차의 감독 때문이었을까요? 저는 모르겠네요.

 

물 먹은 타선

 사실 굳이 더 이야기를 해서 기분 나쁠 필요도 없지만, 타선은 정말 어떻게 살아나야 할지 궁금합니다. 내야 땅볼이 15개가 나왔습니다. 그중 하나는 정근우의 3루수 앞 병살타였으니 총 27개의 아웃카운트 중 16개의 아웃카운트가 땅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상대 선발의 구위는 대단하지는 않았습니다만 공끝에 움직임은 일정 수준 이상이었습니다.

 어느 정도 각이 살아있는 변화구에 대한 대처보다도 3회초 강민호 선수의 강풍기 모드와, 4회초 정근우 선수답지 않은 타격을 보며 높은 직구에 대한 대처에 실망했습니다. 특히 볼 판정을 받을 높은 직구를 가볍게 찍어치며 안타를 만들어내곤 하던 정근우 선수가 더 아쉬웠습니다.

 

기초로 돌아가자

 5회말, '컨디션이 최고조라서 선발로 쓰기 아깝다던', '이대로 시즌이 시작해도 되겠다던' 노경은 투수가 등판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속구 컨트롤부터 불안합니다. 앤드루 존스를 포크볼로 삼진을 잡아내던 장면처럼 그의 변화구는 여전히 예리했지만, 가장 큰 장점인 묵직한 속구가 제구가 되지 않은 채, 2점을 헌납했습니다. 7회말 무사 2루에서 나온 패스트볼과 홈 대쉬하는 주자의 자연스러운 송구방해 등이 겹쳐 2점을 또 헌납했습니다. 경기는 5:0으로 끝났습니다.

 정말 기초로 돌아가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노경은을 제외하고 투수진의 컨디션이 그렇게 나빠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윤석민은 구위는 조금 약했지만 그의 팔색조 변화구들을 보여주었고 특히 오승환의 돌직구들은 정규시즌이라도 믿어도 좋을 정도였습니다. 결국 수비와 주루 등 세밀한 부분에서 뒤졌습니다.

 최정의 주루사는 우선 투수의 동작이 보크에 가까웠음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것은 실전이었고, 특히 쿠바를 상대로 한 연습경기에서 호투했던 상대 핵심 좌완 투수의 견제 동작에 대한 분석이 이루어지지 않았냐는 것입니다. 역시 단기전에 강하다는 한국 대표팀답지 않은 부분이었습니다.

 2루타를 맞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직후 패스트볼은, 그것도 완벽히 사인이 어긋난 것으로 보이는 패스트볼은 너무나 아쉽습니다.

 슬라이딩하면서 수비를 방해하는 것은 야구의 정석입니다. 앤드루 존스의 2루수비방해는 너무 명백했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1사 만루 상황에서 정대현 선수가 투수 앞 땅볼을 유도했을 때 강민호는 당연히 홈플레이트를 뒷발로 살짝 밟고 바로 발을 빼면서 1루 송구를 해야했습니다. (그러나 분명 네덜란드 주자들은 거친 탱크와 같았습니다.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정규시즌을 앞두고 어느 국가의 선수건 부상을 입기를 바라지는 않습니다.)

 한국 역대 최고의 3루수라는 최정은, 완전히 위축되어 보였습니다. 첫 실책은 불규칙 바운드로 공이 떠오르지 않았고 그럴 수도 있습니다. (물론 컨디션이 좋은 날처럼 공을 몸으로 한 번 막고 다시 송구를 했다면 좋았겠지만요.) 그런데 바로 다음 타구에 완전히 위축된 모습을 보인 것은 그답지 않습니다. 그는 국가대표 붙박이 3루수입니다.  "Just Be Yourself!"  최정 선수에게 외쳐주고 싶은 한 마디였습니다.

 그 외에도 4회말 김현수의 멋진 홈송구로 앤드루 존스를 홈에서 잡아낸 장면에서도 강민호의 블로킹은 위험했고, 8회말 3루 도루저지에서도 진갑용의 송구 자체는 썩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결과가 좋았지만 단기전에서는 정말 조금이라도 가슴 졸이지 않는 쪽으로 경기가 풀리길 바랍니다.

 그리고 7회말 한 점을 더 내주자 올린 차우찬 카드... 솔직히 경기를 포기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볼넷만 하나 더 내주고 정대현 투수를 다시 올렸다는 점에서 더욱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정말 좌완을 올려야만 했다면 박희수도 있었는데, 정말 이 경기 버리고 남은 두 경기에 최고 중간투수들을 올인하려는 생각이었는지(규정상 연속 세 경기 등판은 불가)는 류중일 감독만 알 것입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도, 포기할 수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 외에도 아쉬운 것은 많지만...

 상대 투수가 우완으로 교체되면 좌타 외야수를 꺼내드는 것은 예정된 일이었고 저도 지난 포스팅에서 언급을 했습니다만, 무사 1루 2루의 찬스에서 과감하게 이승엽 카드를 꺼냈다면 어땠을지, 상대를 더욱 압박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또 과감한 대주자 기용도 전무했고...

 실책들에 대해서는 중계방송에서도 언급되었듯이 경기 직전에 비가 내렸는데 그라운드에 방수포를 덮지 않았답니다. 놀랍습니다. 동일한 상황에서 1회초를 무사히 막은 네덜란드 수비는 뭐냐라는 질문에 대해서는...그냥 아쉽다는 말입니다.

 

필승 호주전. "Just Be Yourself!"

 이렇게 정말 아쉬운 게 많은, 어쩌면 국제대회 역대 최악의 졸전으로 꼽힐 수도 있는 경기이지만 이제는 호주전 응원에 전념할 때입니다. 상대 선발이 우완인 라이언 실로 예고되었고,비록 수비와 주루에서 아쉬운 장면이 있었지만 멀티히트를 기록한 최정이 전진배치된다니 이용규-정근우-이승엽-이대호-김현수-최정-강정호-강민호-이진영(혹은 손아섭) 정도가 되겠군요.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손아섭 기용도 좋아보입니다만 가뜩이나 수비에서 흔들렸던 류중일 감독이라, 국민 우익수를 접고 손아섭을 올리기는 쉽지 않겠다는 예상입니다.

 우리의 선발은 송승준 투수. 소속팀인 롯데 자이언츠에서처럼 강민호와의 찰떡궁합을 기대해봅니다. 경험 많은 타자가 적고 특히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에 약한 호주 타선을 상대로 그의 포크볼이 춤을 추길 기도합니다.

 우리는 분명 저력이 있습니다. 앞서 최정 선수에게 전하고픈 말이라고 했지만 대표팀 전체에게 다시 한 번 고하고 싶습니다. "Just Be Yourself!" 

 

 

 

롯데 팬으로서의 사족

 좌완 선발에 대비한 회심의 전준우 카드는 실패로 끝났습니다만 그의 스탠스가 조금 더 오픈된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지난 시즌 변화구 대처가 약해지며 타율이 급락한 것에 대한 처방이었을까요. 기대가 됩니다.

 강민호 선수가 건강하길 빕니다. 심각하지 않았다니 다행이지만 작은 상처가 앞으로 어떻게 더 크게 도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는 롯데의 안방마님이며, 롯데팬을 떠나서 어쩌면 한국 FA계약 최고액을 갱신할 수도 있는 젊고, 파워 있고, 경험도 쌓인 포수입니다.

 

 오늘도 일이 바빠 다쓰고 보니 경기 시작이 두 시간도 남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정말 응원에 집중할 때입니다. 대한민국 화이팅!!

 

 

 

사진출처 : 박동희 칼럼

Posted by 마산야수

실망, 또 실망

 목요일 밤에 경기를 보고 글을 쓰려 했는데 챙겨보지를 못했습니다. 나중에 확인했습니다. 실망스럽습니다. 이쯤되면 이대호 선수를 4번으로 기용하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이대호 선수 연습경기 6경기 24타수 4안타입니다. 물론 홈런이 2개(연타석 홈런)있지만 선구안이 완전히 무너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승엽-김태균 조합이 있지 않느냐!! 하신다면...이승엽도 19타수 5안타로 그리 좋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어깨부상에서 막 회복한 이용규와 팀내에서 가장 고타율(20타수 9안타)를 기록 중인 김현수에게 기대를 걸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타선 뿐만 아닙니다. 손아섭과 최정이 나란히 송구 실책과 포구 실책을 범했고 이것이 첫 실점의 빌미가 되었습니다. 단기전에서 타선은 침묵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수비는 흔들려서는 안 됩니다.

 주루 플레이까지 미숙했습니다. 정근우가 1회 선두타자 출루해 과감하게 도루를 시도하다가 실패한 것까지는 괜찮았습니다.하지만 전준우가 이승엽의 중견수 플라이에 타구 판단을 잘못하고 무리한 주루를 한 장면은 '혹시나 본 경기에서도?'하는 걱정에 모든 팬들의 가슴을 쫄깃하게 만듭니다.


사라진 10회

 경기 진행도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9회말 공격이 끝나고 10회초 수비 준비를 하는 대표팀에게 대만실업올스타 팀 선수들이 다가와 인사를 하더군요. WBCI(월드베이스볼클래식 조직위원회) 측에서 심판진에게 처음에 '연습경기는 9회 동점시 무승부'라는 잘못된 메일을 보냈었고 다시 정정된 메일을 보냈지만 두번째 보낸 메일은 확인되지 않은 채 경기가 진행되어서 무승부로 끝났다고 합니다. 무슨 지방 사회인 야구단 대회도 아니고 정말 놀랍습니다.


그러나 다시 희망을 갖자!

 아무리 경기는 실망스러워도 꼭 이겨야만 하는 1라운드 첫 경기, 네덜란드 전에 관해 글을 쓰려 합니다.

 WBC는 선발 예고제를 시행합니다. 한국팀의 선발은 윤석민 선수네요. 윤석민 선수가 국제대회에서 무패라는 사실은 알지 못했습니다. 13경기에서 5승 1세이브, 엄청납니다. 그렇지만 그건 2008년 이후 베이징올림픽(우승), 2회 WBC(준우승),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우승)까지 모두 성적이 좋았기 때문에 대표팀 내에서 패를 기록한 선수가 몇 없기는 할 것입니다.

 상대인 네덜란드의 선발 투수는 좌완 디에고마 마크웰 선수입니다. 기록을 많이 찾을 수 없지만 2006년 네덜란드 프로야구 '올해의 투수' 출신이며 마이너리그를 경험했다고 합니다. 지난 달 24일 쿠바와의 연습 경기에 등판해 5이닝 4피안타 무실점. 네덜란드 대표팀 내에서는 두 명밖에 없는 좌완 중 한 명입니다. 투심과 커브, 체인지업을 던지는데 구속보다는 정교한 제구 위주라고 합니다. 흥미롭게도 함께 자국 대표팀에 승선한 앤드류 존스와 사촌지간이라고 합니다.


 우선 선발 라인업을 예상해 봅시다.


1번 이용규(CF)

2번 정근우(2B)

3번 김태균(DH)

4번 이대호(1B)

5번 김현수(LF)

6번 강정호(SS)

7번 최정(3B)

8번 강민호(C)

9번 전준우(RF)


3루수, 유격수, 우익수 파격 기용 있을까?

 아무리 상대 선발이 좌완이라지만 전날 타격감도 괜찮았던 이용규입니다. 28일 경기에서도 1회초 2루타로 출루해 첫 득점으로 이어졌습니다. 정근우도 20타수 2안타로 부진하고 있지만 마지막 연습경기에서 1회부터 안타를 쳤습니다. 도루자가 아쉽긴 하지만 연습경기였을 뿐입니다. 그러나 단기전에서 도루 실패는 흐름을 끊어버릴 수도 있으므로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최고의 테이블세터진을 앞세우고 중심타선에는 김태균-이대호-김현수가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플래툰 시스템이 활용된다면 김태균이 유력합니다. (물론 저는 지난 포스팅에서 이승엽, 김태균 선수의 플래툰 기용에 대한 의문부호를 달았지만요.) 김태균은 타격감도 괜찮아 보입니다. 16타수 5안타에 어제도 타점을 기록했습니다. 이대호는...정말 무언가를 보여주어야 할 타이밍이 아닌가 싶습니다. 긴 말이 필요 없습니다. 그의 능력을 보여주면 됩니다. 김현수는 20타수 9안타를 기록 중입니다. 타구의 질이 조금만 더 좋다면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역시 유격수는 강정호가 유력하겠죠. 그런데 14타수 1안타, 지난 시즌 3할-20홈런-20도루를 기록한 선수의 모습이 맞나 싶을 정도 입니다. 그리고 역시 3할-20홈런-20도루를 기록했던 최정은 13타수 1안타. 특히 최정은 대체 불가능한 주전 3루수이므로 만약에 예상 외의 라인업이 나온다면 3루수에 강정호, 유격수에 김상수가 기용될 수도 있을까요? 그렇지만 류중일 감독이 점수를 짜내겠다고 말을 한 이상 김상수는 대주자로 활용될 가능성이 더 높아보입니다. 수비에서도 포구실책을 기록했던 최정이지만 그는 수비 하나만큼은 이미 대한민국 역대급 3루수입니다. 실수는 연습에서만 허용된다는 것을 잊지 않겠죠. 주전포수 강민호도 부진합니다. 이건 부진한 선수들이 대부분이라 타선을 짜면서도 한숨만 나오네요. 13타수 3안타. 우선 타격보다도 투수들을 잘 리드해야 하는 책임감이 먼저입니다.

 9번타자가 궁금한데, 사실 저는 전준우 쪽으로 기우네요. 목요일 연습경기에서 주루미스를 기록했지만 2번의 타석에서 1안타 1볼넷을 기록했습니다. 대표팀내 유일한 우타 외야수로서 좌완 선발 기용 시에 적극 활용이 예상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좌완이 두 명 뿐인 네덜란드 투수진을 고려할 때, 선발이 내려간 이후 자연스럽게 좌타 외야수들을 대타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작 우려되는 것은 수비입니다. 전준우는 코너 외야수 경험이 많지 않습니다. 사실 MLB에서 뛰고 있는 추신수 선수의 중견수 기용으로 코너 외야수가 중견수가 되면 수비범위가 넓어지는 등 문제점이 많다는 것이 지적되고 있지만 중견수가 코너로 가더라도 타구의 방향 등이 파울지역으로 휘어나가는 등 꽤 애를 먹기 마련입니다. 실제로 전준우 선수의 경우 소속팀인 롯데에서도 휘어나가는 좌중간, 우중간의 타구에 판단이 정확하지 못한 경우가 있었는데, 국제경기에서 이런 모험이 감행될 지는 류중일 감독의 결정에 달려 있습니다.


유럽 야구의 맹주, 네덜란드

 다들 오렌지 군단으로 유명한 축구팀만 생각하지만 네덜란드는 야구도 잘합니다. 32차례의 유럽야구선수권 대회에서 20회 우승을 기록한 유럽야구의 맹주인 네덜란드는 지난 2009년 대회에서도 8강에 올랐었습니다.

 다행히 MLB 전체 최고의 유망주로 꼽히는 유격수이자 최초의 93년생 메이저리거인 주릭슨 프로파와, 빅리그에서 53승을 기록한(36패 ERA 3.62) 자이저 저젠스는 빠졌지만 네덜란드는 다크호스로 손꼽힙니다. 메이저리그 통산 434홈런의 앤드류 존슨에 지난 시즌 일본 프로야구 양대리그 홈런왕인 블라디미르 발렌티엔까지 타선이 특히 두렵습니다. 발렌티엔은 연습경기에서도 홈런을 쳐내는 등 이대호 선수가 부진한 대표팀에게 더욱 압박이 되는 선수죠.

최고의 유망주는 빠졌지만 레전드와 전성기의 슬러거들은 출석한 네덜란드 타선

-왼쪽부터 주릭슨 프로파(텍사스), 앤드류 존슨(라쿠텐), 블라디미르 발렌티엔(야쿠르트)

 

 또한 뮬렌 감독은 2000년 SK에서 용병으로 뛴 경험이 있어 한국 야구에 대한 이해도 어느 정도 높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작은 부분이 단기전에서 심리적으로 굉장한 부분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 필요한 시기

 그러나 우리는 1회 대회 4강, 2회 대회 준우승에 빛나는 대한민국입니다. 올림픽에서의 마지막 야구 종목에서 9전 전승의 금메달을 획득한 저력이 있는 팀입니다. 멋진 경기를 기대합니다.

Posted by 마산야수

"역대 최약체 대표팀?"

  WBC가 당장 토요일부터 네덜란드와의 1라운드로 시작됩니다. 사실 류현진, 김광현, 봉중근의 대한민국 국가대표 좌완 트리오의 부재부터, 5번에 걸쳐 7명이나 교체된 오락가락 라인업까지, 이른바 '최약체 대표팀'을 향한 시선 속에 불안이 가득합니다.

 

최고의 중심타선 "Big 3", 그러나 공존 가능?

  그러나 위안이 되는 것은 2000년대 최고의 타자들로 꼽히는 이승엽, 이대호, 김태균이 포진한 타선!

이승엽은 더 말할 필요가 없는 대한민국 역대 최고의 홈런타자,

이대호는 2010년 전무후무한 타격부문 7관왕을 비롯한 두번의 트리플크라운(타율, 홈런, 타점)의 주인공,

김태균은 고졸 신인 20홈런부터 시작해 지난 시즌 꿈의 4할에 도전했던 컨택과 파워를 겸비한 강타자.

  2000년대 후반 대한민국 국가대표 야구의 영광은 이들과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2006년 WBC에는 이승엽, 김태균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이승엽, 이대호가, 2009년 WBC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는 김태균, 이대호가 함께였지만 이들이 한 대표팀에 모두 모인 것은 처음입니다.

  그런데 이들의 공존이 꼭 반갑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의 포지션이 모두 1루수라는 점인데요. 이승엽은 좌투좌타로 1루 수비만 가능하고, 김태균도 1루수로만 활약해왔습니다. 이대호는 3루수비를 맡은 경험이 있긴 하지만...다들 아시다피시 수비요정이라는 별명만 남았습니다. 결국 1루수와 지명타자를 모두 활용한다고 하더라도 이 Big3 중 한 명은 벤치를 지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들의 운용법은 어떻게 될까요?

 

플래툰 시스템

  우선 플래툰 시스템이 운영될 것 같습니다. 선발예고제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입니다. 4번 이대호, 5번 김현수를 고정해두고 3번 자리에 김태균과 이승엽을 적극활용하겠다는 거죠. 물론 일반적인 플래툰 시스템이라면 상대선발이 좌완이면 김태균이, 우완이면 이승엽이 나갈 것입니다. 그런데 두 선수의 지난 시즌 성적을 살펴보면?

  김태균 우완 상대시(사이드암, 언더스로 제외) 0.375 / 좌완 상대시 0.323

  이승엽 우완 상대시(사이드암, 언더스로 제외) 0.286 / 좌완 상대시 0.316

이처럼 두 선수 모두 일반적인 플래툰 시스템에서 얻고자 하는 것과 반대의 강점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운용의 묘가 필요한 "Big 3"

  그렇다면 도대체 이들 Big 3는 어떻게 운용되어야 할까요?

  우선 이대호의 4번 타자 기용은 좋은 선택으로 보입니다. 지난 시즌 일본에서 활약하며 완전히 날개를 펼친 이대호이고, 또 타율이 여전히 너무 낮지만 Big 3 중 유일하게 홈런을 가동시키며, 타격감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그렇다면 대표팀의 3번 타자의 역할을 명확히 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시즌 둘 다 약간은 아쉬운 성적을 거두었지만, 최고의 테이블세터진으로 평가받는 정근우, 이용규가 앞에 있다면 3번 타자는 찬스를 이어줄 때 이어주고, 해결할 때는 해결할 수도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 자리에 더욱 적격인 것은 김태균으로 보입니다.

  김태균의 지난 시즌 출루율은 0.474, 정말 엄청납니다. 홈런이 약간 부족했다는 지적이 많고(16개), 그나마도 이른바 대전탁구장으로 불리는 한밭구장에서 기록한 것이 대부분(13개)라는 측면이 지적받기도 하지만 사실 김태균은 원래 전형적인 홈런타자라기보다는 컨택을 겸비한 중장거리 타자임에도 파워가 좋아 잘 맞으면 넘어가는 스타일의 타자입니다. 이는 김태균의 KBO 통산 타율 0.316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물론 통산 204홈런의 타자로서 장타력을 겸비하고 있음은 물론이고 지난 시즌의 홈런 부족은 사실 매우 약해진 팀 타력으로 인해 큰 스윙보다는 출루에 많이 치중한 결과라고 많은 분들은 지적합니다. 그러나 대표팀에서는? 대부분의 상대팀들이 국제대회에서도 위력을 보인, 그리고 지난 시즌 일본에서도 성공적인 시작을 한 이대호를 모를 리가 없고 그가 4번에 있는 한 김태균은 조금 더 장타를 노리면서 여차하면 출루에 치중해 찬스를 마련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승엽의 존재가치는 매우 높습니다. 대표팀 최고참급으로서 다양한 국제대회의 노하우를 전수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이런 덕아웃 멘토로서 이승엽을 명단에 포함시키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는 대한민국 최고의 홈런타자이며 수많은 빅매치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클러치히터입니다. 베이징올림픽 일본전에서의 역전 투런 홈런은 정말 잊을 수가 없죠. 그런 그가 대타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상대팀 벤치의 계산은 더욱 복잡해질 것입니다.

  덧붙여 플래툰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은 코칭스태프들이 결정할 사항이지만, 두 선수의 성적을 고려할 때도 그것이 유의미한지 의문이 남습니다. 물론 단기전에, 낯선 투수들을 상대하다보면 야구계의 일반적인 흐름(좌투수에게는 우타자를, 우투수에게는 좌타자를)으로 접근할 수 있겠지만 이승엽, 김태균 두 선수가 올 시즌 오랜만에 한국야구에 복귀한 선수들임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들은 '어느 정도 낯선' 투수들을 상대로 '어느 정도 유의미한' 차이의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사실 이렇게 글을 쓰면서도 선수들의 컨디션 자체가 좀처럼 올라오지 않아 걱정입니다. NC와의 마지막 연습경기에서 좀 살아나나 싶었던 타선이 대만 군인 올스타팀을 상대로 3안타를 기록했네요. 이런 상황에서는 운용법을 고민할 것도 없이 컨디션 올라오는 선수들로 타선을 짜야하는 것이 아닐련지... 아무쪼록 토요일부터는 화끈한 불방망이를 선보이시길! 대한민국 대표팀의 WBC 선전을 바랍니다.

 

 

사진출처 : KBO 홈페이지

Posted by 마산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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