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놀랄 사건이 터졌습니다. 팀의 시리즈 스윕 패배를 막기 위해 등판한 'Monster' 류현진 선수의 패색이 짙어가던 즈음, 갑자기 들려온 트레이드 소식에 정말 놀랐습니다. 바로 SK 와이번스에서 투수 송은범과 신승현을 내주고, KIA 타이거즈에서 외야수 김상현과 투수 진해수를 내놓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시즌 초부터 후끈 달아오른 트레이드 시장

 2012 시즌이 종료된 이후 이제까지 중소 트레이드 소식이 끊이지 않고 들려왔습니다. 이렇게 전력 강화의 수단으로 트레이드가 활성화되기 시작하는 국면에 드디어 '빅딜'이 등장했습니다. 2009년 홈런왕(36개), 타점왕(127개), 장타율(0.636) 1위, 그리고 정규시즌 MVP에 빛나는 '김상사' 김상현과 지역 내 야구명문인 인천 동산고 출신으로 11년간 SK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활약해왔고 선발, 중계, 마무리 어느 보직에서든 제 몫을 해줄 수 있는 '풍류공' 송은범이 포함되었으니 이 정도면 엄청난 대형 트레이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간 이 정도 빅네임들의 트레이드는 선수협 등 구단의 눈밖에 날 괘씸죄가 적용되거나(대표적으로 최동원, 양준혁), 전성기가 이후 선수 생활 연장을 위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번 트레이드는 그런 케이스에 해당하지도 않으며, 즉시전력감의 선수들이 시즌 초반부터 치열한 순위 다툼을 위해 영입된 면이 큽니다.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선택과 집중

 물론 이 트레이드는 양팀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 위한 좋은 선택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SK의 경우, 이번 시즌 초반 타선의 붕괴가 너무 심합니다. 비록 팀 홈런은 19개로 두산과 공동 2위이지만(1위 넥센 28개) 8개를 때려내고 있는 최정에 너무 의존하고 있습니다. 최정은 또한 팀 전체 타점(93점)의 정확히 1/3인 31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최정 혼자 타선을 떠받치는 동안 다른 선수들이 제몫을 하지 못하며 팀 타율은 0.242로 꼴찌, 팀 장타율(0.354)과 타점(93점) 6위로 쳐져 있습니다. 김상현은 비록 이번 시즌 김주찬의 가세와 신종길의 잠재력 폭발로 입지가 줄어들었고, 극도의 부진을 겪기도 했지만 최근 타격감이 살아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주전 자리가 확보되자 잠재력을 폭발시킨 전례가 있습니다. 코너 외야수와 1루수가 가능하고 4번타자 자리를 맡아줄 김상현의 가세는 최정에게 집중되고 있는 견제도 분산시켜주며 무시할 수 없는 전력 상승 효과를 불러올 것입니다.

 비록 송은범, 김상현에 대한 집중 조명으로 관심받고 있지 못하지만 좌완 파이어볼러 진해수 도한 SK 불펜에 가세하게 됩니다. 특히 지난 시즌 박희수-정우람으로 이어지는 막강한 좌완 계투진이 정우람의 군입대로 약해졌고, 박희수가 마무리로 고정됨에 따라 프로 경험이 적인 김준만이 좌완 필승조를 구성하는 상황에서 불펜에서 잔뼈가 굻은 진해수의 가세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번 트레이드로 CK포는 타이거즈 V10의 추억으로 남게 되었다. (3월 19일 NC와의 시범경기 중, 마산구장)


 기아 또한 시즌 초반 1위를 질주하고 있음에도 존재하는 위험 요소를 줄이기 위한 좋은 선택을 했습니다. 선발진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고 팀 타율은 0.292(2위)에 이르는 현재, 기아의 문제점은 명확하게 불펜입니다. 비록 지난 두 시즌 동안 100이닝 이상 던지지 못했지만, 현 상황에서 150km에 가까운 패스트볼과 예리한 슬라이더, 뛰어난 제구력을 지니고 있으며 전천후로 활용가능한 송은범의 가세는 천군만마와 같이 든든합니다. 특히 에이스 윤석민이 돌아옴에 따라 5선발 역할을 맡던 임준섭을 좌완 필승조로 돌리고, 송은범이 기존 유동훈과 박지훈의 우완 필승조에 가세한다면 충분히 우승을 노려볼 만한 전력이 완성됩니다. 송은범은 마무리 경험도 있어(통산 16세이브) 앤서니의 체력 분배를 위한 더블 스토퍼로 활용될 수도 있고, 2009년 김광현의 빈 자리를 메꾸는 선발 에이스로 활약하며 12승 3패를 거둔 전력이 있는만큼 아예 불펜의 과부하를 덜기 위한 6선발로 활용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한 즉시전력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2005~2006년 2년 동안 20승을 거둔 전력이 있는 사이드암 신승현의 가세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아직 풍류공에게는 기아의 유니폼이 어색하다. (사진출처 : KIA 타이거즈 홈페이지)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황혼녘에야 날개를 편다

 트레이드 소식이 알려진 직후부터 어느 정도 잉여전력이라고 할 수 있는 선수들로 송은범이라는 최고의 전천후 투수를 얻었다는 점에서 기아의 승리라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트레이드는 그렇게 쉽게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김상현은 별로 소득이 없다고 평가 받던 트레이드(LG 김상현, 박기남 <-> KIA 강철민)를 통해 기아에 합류한 이후 정규시즌 MVP에 오른 경력이 있습니다. 또한 SK의 불펜도 완전하다고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송은범을 내준 것을 보면 뭔가 건강상의 문제라도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이 트레이드에 대한 온전한 평가는 적어도 이번 시즌이 끝난 후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어쩌면 더 긴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트레이드의 배경에 대한 약간의 궁금증은 존재합니다. 송은범이라는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우타 거포가 필요하다는 SK는 왜 지난 시즌 종료 후 FA를 선언한 이호준을 잡지 않을 것일까요? 그리고 분명 당장은 외야진이 포화 상태인 기아이지만 항상 순위싸움에서 발목을 잡던 주전들의 부상 시에 그 자리를 성공적으로 대체할 백업은 충분한가요? 또 이번 시즌이 끝나면 군 입대 예정인 나지완이 떠나고 우타 거포는 이범호만이 남았을 때도 기아는 정말 김상현의 공백을 아쉬워하지 않을까요? 이번 시즌이 끝나면 FA 자격을 취득하는 송은범이 LG로 트레이드 되고 시즌이 끝나자 FA를 선언해 한화로 이적한 송신영의 전철을 밟지 않는다는 보장은 있나요? 이미 김주찬을 영입하며 50억이라는 지출을 부담한 기아가 또 자금을 풀어낼까요? 

 여전히 의문이 남기도 하는 트레이드이지만, 이번 트레이드를 통해 소속팀을 옮긴 선수들이 큰 활약을 하며 야구인생에 새로운 전기를 열어나가길 바랍니다.

Posted by 마산야수

 한 게임 씩 사이좋게 나눠가진 채, 위닝시리즈의 주인을 결정할 '미리보는 한국시리즈' 기아와 삼성의 시즌 첫 3연전의 마지막 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경기는 중반까지도 팽팽했습니다. 사실상 루키나 다름없는 2년차 임준섭과 프로 14년차 베테랑 배영수의 투수전은 정말 멋있었습니다.

 

 손가락부터 꾸욱 누르시고 글을 읽으셔도 좋습니다^^

3월 19일 NC와의 시범경기에서 호투한 임준섭, 개인적으로 이 경기부터 임준섭에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임준섭은 최고구속이 140대 초반에 그치지만 안정적인 제구와 위력적인 변화구를 앞세워 7이닝 무실점을 기록했습니다. 비록 삼진은 하나밖에 없었지만 위기관리 능력도 충분했고 땅볼유도 또한 매우 적절했습니다. '영원한 에이스' 배영수도 그에 못지 않았습니다. 6.1이닝 1실점으로 그간 승리를 챙겨왔음에도(시즌 3승 1패), 경기 내용은 그리 좋지 못해 우려하던 팬들에게 아직 자신이 건재함을 과시했습니다. 특히 2회말 선두타자 최희섭에게 시속 149km의 패스트볼로 루킹삼진을 잡아내던 모습이 매우 좋아보였습니다.

 그렇게 두 선발투수의 호투 뒤에 팽팽한 불펜 싸움의 순서가 찾아왔습니다. 먼저 기회를 잡은 쪽은 기아였습니다. 7회말 홍재호의 안타 이후 신종길의 볼넷으로 2사 1, 2루의 찬스를 잡은 것입니다. 차우찬에 이어 안지만이 올라왔지만 그는 지난 시즌이 끝나고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이후 컨디션이 완벽히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그가 이범호에게 과감한 몸쪽승부를 시도하지 못하고 바깥쪽 승부로 일관하다가 볼넷을 내주며 2사 만루를 만들자 분위기는 더욱 기아쪽으로 넘어가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안지만은 4번타자 나지완과의 승부에서 과감한 몸쪽 패스트볼 승부에 이은 회심의 아웃코스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내며 위기를 넘겼습니다.



기회 뒤에는 위기가 찾아온다

 야구계에는 '위기 뒤에는 기회가 오고, 기회 뒤에는 위기가 온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오늘 경기 역시 그러했습니다. 팀의 두번재 투수로 올라온 유동훈이 선두타자 배영섭에게 안타를 허용했고, 희생번트로 만든 1사 2루의 동점 찬스에서 진해수가 등판했지만 이승엽, 최형우, 진갑용에게 연속 3안타와 박한이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완벽히 무너져 버렸습니다. 박지훈을 뒤늦게 등판시켰지만 유격수 홍재호의 실책 이후 이지영의 희생플라이까지 나오며 결국 점수는 4대1까지 벌어져 버립니다. 그리고 8회말부터는 삼성의 승리공식 대로 안지만-오승환이 삼성의 승리를 지켰습니다. 안지만이 승리투수, 오승환은 시즌 다섯번째 세이브를 기록했습니다.

또 무너져버린 기아의 좌완 필승조, 진해수



잘나가는 기아에도 구멍은 있다

 결국 기아는 삼성과의 3연전에서 위닝시리즈를 내주었습니다. 이번 주말시리즈 이전까지 12승 1무 4패로 0.750의 엄청난 승률을 자랑하며 독주하던 기아에 제동이 걸린 것입니다. NC와의 시리즈를 스윕하며 두산이 공동 1위로 올라섰고, 삼성은 반 게임차까지 따라 붙었습니다.

 사실 기아가 독주하고 있는 중에도 우려되는 부분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김주찬의 공백, 여전히 강하다고 보기 어려운 불펜 등 문제점은 있었습니다. 신종길의 대활약과 2이닝 구원도 문제없는 마무리 앤서니의 활약으로 어느 정도 공백을 매꾸는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확실한 필승조가 없는 불펜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벌써 다섯번째 블론세이브를 기록하며 팀 최저 세이브(26개), 최다 블론세이브(18개)를 기록했던 지난 시즌의 악몽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허약한 필승조, 결국 윤석민이 돌아와야 한다

 구별하기 매우 어렵습니다만 굳이 기아의 필승조를 따져보자면, 박준표-진해수-유동훈-최향남-앤서니 정도입니다. 대졸 신인인 박준표는 우선 경험이 부족하고, 유동훈은 기복이 심하며, 진해수는 만성적인 제구 불안의 좌완 파이어볼러입니다. 그나마 무게를 잡아주던 최향남은 27일 경기에서 난타당한 후 팔꿈치 이상으로 2군으로 내려갔고, 박준표 또한 신인의 한계를 드러내며 2군으로 갔습니다. 1군으로 한승혁과 박지훈이 콜업되었지만 박지훈은 지난 시즌 막판부터 갑자기 찾아온 제구난을 완전히 극복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한승혁은 묵직한 직구 이외에는 별다른 변화구가 없는 선수입니다.

 결국 해답은 윤석민이 돌아오는 길 뿐입니다. 왜 선발 에이스인 윤석민의 복귀가 불펜 안정에 필수적인지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9구단 체제로 인해 변칙 일정이 많은 이번 시즌에 소사-서재응-김진우-양현종의 선발진이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굴러가는 기아로서는 윤석민이 돌아와야 서재응의 불펜 투입, 임준섭의 좌완 필승조 전환 등 불펜 안정화를 위한 대책을 시행할 수 있습니다.


 특히 기아의 경우 임준섭을 활용해 좌완 불펜을 강화할 필요성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박준표, 유동훈 등 잠수함(사이드암, 언더핸드) 투수들이 필승조에 포함되어 있는 구성 때문에 좌타라인을 상대할 스페셜리스트가 꼭 필요한 것입니다. 지금 기아에 좌완 불펜은 진해수 뿐입니다. 어제 경기에서도 이승엽-최형우-(진갑용)-박한이로 이어지는 삼성의 좌타라인을 상대하기 위해 진해수가 등판했다가 난타당한 것입니다. 진해수는 기아팬들 사이에서도 '진해수소폭탄'이라고 조롱당할 정도로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5선발 겸 스윙맨으로 활약하고 있는 임준섭을 좌완 필승조로 돌린다면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수 있을지 모릅니다. 실제로 어제 경기까지 이번 시즈 6번 등판한 임준섭은 이미 3번의 불펜 등판을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6월 복귀 예정인 심동섭, 복귀가 곧 이루어질 것 같지만 통증이 남아 미루어지고 있는 한기주가 돌아온다면 기아의 불펜이 어느 정도 복구는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기아는 막강한 선발진에 비해 늘 불펜이 문제점으로 지적받는 팀입니다. 삼성에서 막강 불펜 구축으로 명성을 높였던 SUN, 선동열 감독도 눈에 띌 만한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시즌 정말로 기아가 우승을 노린다면, 잊어서는 안 됩니다. 타이거즈의 10번째 우승을 이루었던 2009년, 기아에는 0.53의 ERA에 22세이브를 거둔 유동훈을 필두로 곽정철, 손영민 등의 든든한 불펜진이 있었다는 사실을.

'그라운드볼 마스터' 유동훈, 과연 그는 2009년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사진출처 : 직접 촬영, 기아타이거즈 홈페이지

Posted by 마산야수

 정말 오랜만의 포스팅입니다. 회사는 바빴고, 저는 야근을 밥먹듯이 했고, 할아버지께서 편찮으셨습니다. 일주일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야근하고 그 다음날 주간에 쉬어도 좋다는 과장님의 말씀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제가 달려간 곳은 바로 야구장이었습니다.

 

 19일 화요일, 마산야구장에서 펼쳐진 NC 대 기아의 시범경기에도 직관을 갔습니다. 결과는 다들 아시듯이 7대5였고, 초반에 실책으로 분위기를 넘겨주고 시작한 에릭 해커 선수가 점수를 많이 내주어 7점 차이까지 벌어졌지만, 경기 막판 역전의 가능성까지도 보여준 다이노스의 모습에 감탄했었습니다. 사진도 여러장 찍었는데 이날 자리가 굉장히 좋았습니다. 무려 내야 맨 앞줄 테이블석!!! 야구장에서 이런 자리에 앉아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정말 선수들 구종이며 투구폼이 잘 보입니다. 좀 옆에는 양팀의 전력분석요원들, 기록요원들이 앉아있었습니다. 이것이 시범경기의 매력이 아닐까요.

 

 

 

 

 기아의 임준섭 선수의 활약이 기대됩니다. 몸쪽, 바깥쪽 승부를 과감하게 펼치며 구위도 괜찮아 보입니다. 시범경기에서 활약하며 양현종을 제치고 좌완 선발 진입이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3루쪽이어서 기아 선수들이 대기 타석에 서있는 모습이 매우 잘 보였습니다. 김주찬, 나지완, 차일목 선수입니다. 특히 김주찬 선수는 중견수로 출전해서 멋진 슬라이딩 캐치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2008~2009년에 김주찬 선수 중견수로만 출전하면 조마조마하던 기억이 나는데, 겨우 수비 조금 안정적으로 정착되니 타팀에 가버렸다는 느낌을...아쉬워서 하는 말입니다.

 

 

 그리고 2009년 타이거즈 V10의 주역, CK포 최희섭, 김상현 선수입니다. 정말 올해는 꼭 함께 부활하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기아의 마무리 '르루랄라' 앤서니 르루 선수입니다. 투구폼도 간결하고 인정받은 구위를 지니고 있으므로 좋은 마무리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직관하고도 바빠서 포스팅하지 못했던 서러움에 너무 쓸데없이 지난 경기 사진을 많이 올렸습니다.

 하지만 화요일에는 경기 시작 후에 입장하고도 정말 좋은 자리에 앉을 수 있었지만 어제 경기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언제나처럼 경기 시작할 때 쯤에야 야구장에 도착했습니다. 무료인 시범경기니까요. 그런데 제 눈 앞에 있는 건 수많은 사람들!

 

 이 때 시각이 1시 15분 즈음이었습니다. 다행히 요금 계산이 없이 인원 수와 원하는 좌석 정도만 말하면 바로 입장하니 인원에 비해서는 시간이 적게 걸렸습니다. 한 10분 정도 줄을 서서 뒤늦게 티켓을 구했습니다.

 

 경기장에 들어서니 이미 2회 말이었고 여러 가지로 놀라웠습니다. 롯데 선발은 홍성민이었던 것입니다. 데뷔 첫 해 불펜으로만 뛰었던 선수라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던 선발 등판에 놀랐고, 또 이미 무사 1루 2루의 위기 상황이라서 놀랐습니다.

 

 그런데 홍성민 선수가 견제라도 하면 NC 팬들은 1루석에서 '쫌!'을 외치고 3루석에서는 롯데 팬들이 '셧업보이'를 외치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이전까지 마산 구장에서 롯데 투수가 견제를 할 때 타팀팬들의 야유를 들을 수가 없었으니까요.

 

 

 

 제가 입장하자마자 보았던 2회말의 위기에서 NC는 2점을 선취했고 7회초에야 롯데가 1점을 따라갔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노성호의 투구폼은 정말 류현진과 똑같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사진을 찍지 못해 아쉬울 따름입니다. 그리고 고창성의 공도 괜찮아보였습니다. 고창성이 등판하자마자 강민호를 상대하며 초구에 몸에 맞는 공을 던지자 다시 1루와 3루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지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NC 팬들은, 여기 마산이지 부산이 아니라며, 이제는 정말로 새로운 홈팀을 맞이한 홈팬들의 자부심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이날 제가 얻은 최고의 소득은 실제로 정대현 투수의 투구를 처음으로 본 것이었습니다. 그동안은 한 번도 직관에서 정대현 선수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의 투구폼은 거듭된 무릎 부상으로 많이 단순해졌지만, 포스는 여전했습니다.

 

 

 

 사실 더 큰 소득이 하나 있었습니다. 이날은 이전과는 다르게 엠프와 응원단이 동원되었습니다. 응원단, 네 응원단장 분도 열정적이셨지만 저의 눈에는 당연히! 매우 당연히! 치어리더분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평소에 치어리더에게는 관심이 없어서인지 김연정이 누구인지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주로 오른쪽에서 두번째에 계시던 그 분이 맞는 것 같긴 한데, 하여튼 경기 중간중간에 '김연정 화이팅!'이라는 외침이 들려 많은 사람들이 폭소하기도 했습니다. 

 

 

 

 

 롯데의 경기력이 실망스럽습니다. 물론 실험의 성격이 강한 선발 등판이었지만 홍성민은 버티지 못했고, 찬스에서는 병살타가 나왔으며, 잘 맞은 안타도 몇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1루석에서 혼자 롯데 선수들 응원가를 흥얼거리다가 친구에게 타박만 당했습니다. 사실 이런 상태로는 경남 라이벌 자체가 성립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NC는 어떻게 이길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현재 타격감이 올라와있는 선수들이 많은 타선이기 때문에 몇 번의 찬스를 잘 살려내기만 해도 점수를 얻을 수 있었고, 불펜에서 튼튼하게 막아주었습니다. 아직 생소한 투수들이 많은 불펜진이기 때문에 잘 버티고는 있지만, 상대팀의 면밀한 분석 이후에도 버틸 수 있을지가 관건이겠습니다.

Posted by 마산야수

 2013 시범경기의 열기가 뜨겁습니다. 다양한 실험을 보여주는 팀들도 있고, 고질적인 문제가 해결이 덜 된 팀도 있습니다. 아 물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팀도 있습니다. 어제 열린 4곳의 시범경기를 되돌아 보겠습니다.



NC 다이노스 vs LG 트윈스

 NC의 기세가 무섭습니다. 2군 MVP감이라던 이재학은 그렇게 인상적인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LG 입장에서는 초반부터 상대투수를 더 흔들 수 있었고, 쉽게 승리를 가져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도루 실패와 더플플레이를 각각 두 번씩 기록하며 LG가 공격의 흐름을 이어나가지 못하자 NC가 기세를 빼앗아 옵니다.

<패기넘치는 막내구단 NC를 기대합니다>


 NC의 공격의 핵심은 여전히 2차 드래프트와 FA 계약 선수들입니다. 특히 2회말 첫 득점을 하는 상황에서 이호준의 주루플레이(2루타-우익수 플라이에 3루로 진루, 중견수 플라이에 득점 성공)는 그가 단순히 성격 좋은 선배가 아니라 헌신하는 클럽하우스 리더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이현곤은 좋은 선구안과 타격감으로 정말 2007년의 영광을 재현할 기세입니다. 모창민도 좋은 타격감각을 이어나가는 중입니다. 차화준 대신 2루수로 선발 출전한 박민우가 4안타를 기록했습니다. 김종호만 기대만큼 잘해준다면 좋은 테이블세터진을 선보일 수도 있겠지만 아직 김종호는 영점 조준이 덜 된 모습.

 아 이건 개인적인 감정이 반영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신정락의 투구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위기를 자초하기도 했습니다만 그의 속구 구위가 상당해 보입니다. 최근 수 년간 모교가 배출한 가장 기대되는 유망주에 대한 애정일까요. 좋은 모습 기대하겠습니다.



롯데 자이언츠 vs 넥센 히어로즈

 '6억원 핵잠수함' 김병현은 아직 그 어뢰를 정확히 조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한 스터프로 삼진을 잡고 범타를 유도하며 위기를 틀어막았습니다. 반면 '젊은 잠수함' 이재곤 선수는 아직 구위도 완전하지 않은 느낌입니다. 싱커가 조금만 각이 작고 가운데로 몰리면 영락없이 배팅볼이 되었습니다. 홍성민은 효율적인 투구로 비교적 긴 이닝도 막을 수 있음을 보여주면서 자신이 최상의 보상선수 픽이었음을 증명하려 하고 있습니다.

 선수들의 실책이 뼈아픕니다. 이미 주전 유격수를 다투는 박기혁, 문규현이 실책을 기록한 가운데 한 경기에서 1루수 박종윤, 2루수 조성환, 3루수 황재균이 모두 실책을 범한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약해진 타격에 수비가 '더' 약해지기까지 한다면 중위권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주루사 또한 상당히 안타깝습니다. 특히 전준우 선수의 3루수 실책으로 인한 출루 이후의 모션은 분명히 아웃을 선언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었습니다. 1루로 출루 후에는 확실히 오른쪽으로 틀며 우익선상 밖으로 귀루를 하든지, 과감하게 2루로 추가 진루를 해야만 합니다.



삼성 라이온즈 vs 두산 베어스

 삼성은 연신 불펜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1무 2패를 기록했습니다. 상당히 어울리지 않는 모습인데요. 권혁 선수의 구속이 점점 떨어지면서 그 위력이 줄어든 것은 꾸준히 나타나고 있는 현상입니다. 어떻게 극복할지 궁금합니다.

 사실 두산의 라인업을 보면서 계속 의문이 들었습니다. 도대체 홍성흔을 왜 영입한 것인지, 지난 시즌 팀내 최다 홈런을 기록한 전도유망한 3루수 윤석민의 앞날은 어찌될지 궁금합니다. 분명히 홍성흔과 김동주는 현역 생활의 황혼기를 맞이한 선수들입니다. 물론 수비가 강한 오재원이 1루로 활용될 수도 있고, 허경민과 고영민 등 다재다능한 2루수들이 있으니 내야진의 구성은 다양한 방향으로 이루어질 수 있겠지만, 31억 짜리 클럽하우스 리더는 수비를 맡을 수 없어서 상당히 걸림돌이 되겠죠.

<'그'가 왜 내야수인가? 그는 타자일뿐 야수일 수는 없다.>


 변진수의 성장은 기대가 됩니다. 아 그리고 박건우 선수의 발은, 빠르다는 명성은 익히 들었습니다만 정말 엄청납니다.



기아 타이거스 vs SK 와이번스

 기아의 낌새가 심상치 않습니다. 상상 속의 중심타선이라던 L-C-K(이범호-최희섭-김상현)라인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나지완을 포함한 L-C-N-K(이범호-최희섭-나지완-김상현)으로 재탄생하더니 이제는 그 순서마저 자유롭게 변형 중입니다. 투수진 또한 상당히 안정적으로 보입니다. 가장 큰 수확은 뭐니뭐니 해도 무사만루를 무실점으로 막아낸 마무리 투수 앤서니 르루입니다. 퀵모션과 좋은 구위가 마무리 투수에 어울린다는 평가에도 그간 연습경기에서 부족한 모습을 보이더니, 이제는 비상하려고 합니다.

 SK는 전력의 상당한 부분인 최정과 정근우가 빠진 채로, 아직은 조금씩 어긋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박진만답지 않은 실책이 2실점으로 이어졌고, 임경완은 SK행 이후 완전히 감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이만수 감독이 박진만 선수의 실책 이후 경기장에서 대놓고 헛웃음을 보인 것에 대하여 상당히 반발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대스타 출신 감독일수록 선수들의 실수를 엄하게 평가할 부분은 평가하고, 따뜻하게 받아들일 것은 포용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진 출처 : NC 다이노스 홈페이지 월페이퍼

두산 베어스 홈페이지 선수단 소개

Posted by 마산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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