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군단, 첫 승을 꿈꾸다

 어제 잠실구장에서는 NC와 LG의 첫 맞대결이 있었습니다. 앞서 상대한 롯데와 삼성에 비해서는 아무래도 전력이 떨어지는 상대이기 때문에 NC팬들은 내심 역사적인 1군 첫 승리를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그 기대는 1회가 시작됨과 동시에 산산조각 났습니다. 최근 공격력 강화를 위해 좌익수로 출장하기 시작한 조평호 선수가 오지환의 큰 타구를 더듬으며 3루를 허용하더니 이진영의 타구가 유격수와 좌익수 모두 처리하지 못하며 텍사스 안타, 박용택을 유격수 실책으로 출루시키는 등 연속해서 출루를 허용하며 선취점을 내준 것이었습니다. 다행히 흐름을 끊는 박용택의 도루자가 나오면서 2실점으로 끝났지만 이것은 처절한 NC의 잠실 데뷔전의 서막이었을 뿐입니다.

1회부터 오지환이 2루타를 기록, 상대 실책을 틈타 3루까지 진루했다. (사진출처 : LG트윈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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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야 흙 교체, 강풍, 넓은 경기장...

 중계방송에서도 언급이 되었지만 잠실구장은 최근 마운드와 내야의 흙을 교체했습니다. 무려 메이저리그에서 사용하는 것과 같은 것으로 직접 공수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흙이 아무리 좋아도 아직 다져지지 않은 것이 TV 화면으로도 충분히 보일 정도였습니다. 스파이크 자국이 여기저기 보이는 내야에서 야수들이 기록한 실책만 양팀 각각 2개였습니다. 물론 기록되지 않은 실책은 더욱 많았습니다. 경험 많은 정성훈이나 이현곤도 타구 처리를 어려워 하는데 NC의 젊은 선수들에게는 얼마나 당황스러웠을지 짐작이 됩니다. 그리고 선수들의 유니폼이 쉼없이 펄럭일 정도로 바람도 강했습니다. 거기다 경기장은 국내 최대 규모인 잠실구장입니다. 잠실구장은 2루타성 타구를 외야수가 한 번만 더듬으면 3루타가 될 수 있기에 외야수들이 더 안정적 플레이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NC 선수들은 어쩌면 지금 눈앞의 1승보다는 자신감을 잃지 않고 경험을 축적해나가는 과정이 더욱 중요한 시기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런 환경에서 경기가 펼쳐진 만큼 선수들의 아쉬운 플레이에 질타를 보내기보다는 선수들이 주눅들지 않기를 바랍니다. 내야의 흙은 시간이 지나면 안정될 것이고, 강한 바람이 부는 날에 큰 구장에서도 외야수들이 안정적으로 플레이를 펼치기 위해서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정석으로 돌아갈 때

 하지만 여전히 아쉬움은 남습니다. 실패를 통해 경험을 쌓아나갈 수도 있지만 거듭된 실패는 완전히 자신감을 꺾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이제는 첫 승을 신고하며 당당하게 1군 무대에서 이길 수도 있는 구단임을 보여주어야 할 때입니다. 이미 개막전부터 키스톤 콤비를 이루어 온 젊은 두 내야수, 노진혁과 박민우의 플레이는 많이 위축되어 있습니다. 이제 2루수 자리에는 차화준이 나서고 있습니다. 어제 실책을 하나 저지르긴 했지만 차화준은 그나마 1군 경력이 있는 선수입니다. 그러나 노진혁은 여전히 실책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경기마다 불안한 송구가 나오고 있고 이 송구들이 심심찮게 실책으로 연결됩니다. 물론 노진혁은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선수입니다. 그러나 선수 개인을 위해서도, 팀을 위해서도 수비를 안정시킬 수 있는 이현곤을 유격수로 기용하고 3루에는 김동건 등 다른 선수를 기용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역시 이런 점에서 모상기 선수의 부재가 많이 아쉽습니다. 또 실책이 2개나 나온 좌익수 자리는 NC의 미래 나성범 선수가 뛸 수 있는 포지션입니다. 100% 전력으로 시즌을 치르는 구단은 물론 없지만, 안 그래도 전력이 불안한 신생팀에게 3번, 5번타자이자 수비력도 갖춘 선수들이 없이 시즌 초반을 치르고 있다는 것은 최악의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유격수 포지션에서 아쉬운 수비를 보여주고 있는 노진혁 (사진출처 : NC다이노스 홈페이지)

 

 수비 못지 않게 공격에서도 역시 미숙한 플레이가 많이 나오고 있는 NC입니다. 제가 꼽은 어제의 가장 아쉬운 장면은 4회 역전과 재역전을 거치며 2점 차 승부에서 6회초 연속 볼넷과 김태군의 좌전 안타로 한 점 따라가며 무사 1루, 2루의 찬스에서 김종호가 기록한 삼진이었습니다. 물론 적극적인 승부를 하다가 삼진을 기록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은 벤치에서도 희생번트 사인이 나왔고 선수도 번트를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왜 타격 준비 자세부터 번트를 준비하고 있지 않았는지 의문입니다. 누가봐도 희생번트가 나올 상황이었고, 상대가 2루주자를 3루에서 잡겠다는 이른바 '100% 작전'으로 대처하려는 모습이 보인다면 페이크 번트 앤드 슬래쉬로 전환하며 내야의 빈 공간을 노리는 플레이를 하는 것이 정석입니다. 기습 번트에 매우 능하다고 알려진 것도 아닌 김종호가, 역전할 수도 있는 승부처에서 번트와 타격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가 삼진되면서 LG의 승리는 굳어졌습니다.

 또 7회 1사 1루와 2루 찬스에서 나온 권희동의 주루사도 아쉽습니다. 이날 NC의 발야구는 무서웠습니다. '공룡대장' 이호준 선수까지 포함해 5명의 선수가 도루를 성공시켰고 도루자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공격적인 주루플레이로 한 베이스를 더 가는 것만큼 허무하게 주루사를 당하지 않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내야수의 수비위치 쪽으로 향하는 라인드라이브성 타구에는 일단 주자들이 베이스로 돌아가는 동작이 나와야 합니다. 두세 발자국 스킷을 더함으로써 짧은 안타에도 홈에서 득점을 올리는 것보다도 허무하게 공격 찬스를 끝내버리지 않는 것이 어쩌면 더 중요했을 것입니다.

 

 

아홉번째 심장, 주눅들지 말자!

 NC는 이로써 6연패를 달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희망이 없지 않습니다. 내야수들의 도움이 부족한 와중에도 외국인 선수들은 이닝 소화능력과 좋은 구위 등을 보여주고 있고, 타선도 어느 정도 점수를 내는 법을 깨달아 가고 있어 보입니다. 4회초 잠시 역전에 성공했을 때는 정말 놀라웠습니다. 한 번 승리만 거두고 자신감을 얻는다면 패기의 막내는 정말 큰 일을 칠지도 모른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들의 뒤에는 열성적인 팬들이 있습니다. 오늘 다시 한번 힘차게 뛰는 아홉번째 심장을 보고 싶습니다.

Posted by 마산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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