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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6.07 심리전? 기살리기? 벤치클리어링으로 얼룩진 선두권 다툼 4

 어제 목동구장에서는 1경기차로 각각 1, 2위를 차지하고 있던 넥센과 삼성 간의 경기가 있었습니다. 선두 자리를 놓고 벌인 한판답게 치열한 경기였습니다. 투수들의 제구난조와 막강한 두 팀의 타선이 겹치며 화끈한 난타전 끝에 넥센이 승리하며 삼성과의 거리를 2경기로 벌렸습니다. 승부욕 넘치는 혈전은 재미있게 보았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보기 싫은 장면이 나왔습니다. 바로 7회말 심창민이 이택근에게 던진 사구에서 비롯된 벤치클리어링이었습니다.



손가락부터 꾸~욱 누르시고 천천히 읽으셔도 좋습니다^^

 

 

 

<넥센의 입장> 3연전 사이에 홈런 선두와 팀의 3번 타자를 동시에 잃을 뻔 했다

 이전 포스팅에서도 언급했었지만, 삼성과의 이번 주중 시리즈 첫 경기에서 이성열이 심창민의 공에 팔꿈치를 맞으며 출전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성열은 최정과 함께 홈런 13개를 기록하며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는 타자입니다. 그리고 오늘 이택근이 또 위험한 방향으로 날아오는 공에 옆구리를 맞았습니다. 더운 날씨의 그라운드, 2점을 따라가며 동점을 만든 상황에서 찬물을 확 끼얹는 사구, 이틀전 홈런 1위의 주축 타자를 맞췄던 상대팀 투수, 또 다시 위험한 부위로 날아온 공. 이택근은 참지 못했고 1루로 출루하지 않고 마운드로 향했습니다. 충분히 그럴 수도 있습니다.


<삼성의 입장> 수준 낮은 심리전, 어린 필승조 투수의 보호가 필요했다

 5대 5로 팽팽히 맞서던 경기, 7회초 2점을 얻으며 리드를 잡는가 했는데 바로 7회말에 2점을 잃으며 동점을 허용한 시점. 그러나 1사 1루였기 때문에 잘 막아내면 아직 두 번의 공격 기회가 남아있었습니다. 때문에 류중일 감독은 필승조 심창민을 등판시켰습니다. 아직 제구가 제대로 잡히지 않았을 수도 있는 갑작스러운 구원등판 이후의 2구째. 그리고 이택근 뒤에는 박병호가 버티고 있습니다. 고의로 사구를 던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이택근은 과도한 반응을 보이며 마운드로 향했습니다. 과민반응을 보인 이유는 하나였을 겁니다.

 심리전. 불펜 왕국 삼성에서 어린 나이에 필승조 자리를 꿰찬 심창민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어린 선수일 뿐입니다. 상대팀 베테랑 타자의 반응을 보고도 무심하게 자신의 투구를 이어가기는 어렵습니다. 이렇게 얕은 수작을 건다는 느낌을 받자 진갑용은 어린 후배의 기를 살려주고 싶었을 것입니다. 마운드로 향하는 이택근을 강하게 막아섰습니다. 이로 인해 시작된 벤치클리어링. 이승엽 또한 기싸움에서 팀이 밀리기를 바라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평상시의 좋은 성격으로 유명한 그도, 많이 과격해졌습니다. 베테랑들은 팀 전체의 분위기를 이끌 연륜이 있으며, 좋은 쪽으로 이 연륜을 발휘해야할 의무가 있는 것입니다.



순간적인 분을 참지 못한 이택근에게 아쉽게 대처한 진갑용

 일반적으로 투수와 타자 간의 다툼, 또는 벤치클리어링 이후에 당사자들 중 타자보다는 투수가 더 불리하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 들여지고 있습니다. 타자는 타격이라는 투수와의 승부를 끝내고 자신의 주루플레이에 다시 집중하면 되지만, 투수는 다시 또 다른 타자와의 승부를 시작해야 합니다. 베테랑 포수 진갑용이 이를 모를리 없습니다. 마운드로 이택근이 향하긴 했지만 그 자체로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나지는 않았을 수도 있는 상황. 그러나 진갑용이 뛰어가며 이택근의 목덜미를 낚아채면서 두 선수 사이의 신경전이 시작되었고, 이것이 벤치클리어링을 불러 일으킨 것입니다.

 그렇기에 진갑용의 대처에 조금은 더 아쉬움이 남습니다. 포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투수를 안정시켜 자신의 투구를 100% 보여줄 수 있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입니다.그가 이택근은 적극적으로 말리되 더 큰 사태를 유발하지 않았다면 심창민의 심리가 그렇게 갑자기 불안해지지는 않았을 수도 있었습니다. 그것이 정말 심리전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결국 정신적인 부분에서 흔들린 심창민은 몸쪽 승부를 구사하지 못하며 바깥쪽 일변도의 승부로 일관하다가 1피안타 3사사구에 3실점을 기록하고 말았습니다.



벤치클리어링은 승부의 수단이어서는 안 된다

 두 팀 모두 억울한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절대 선두 다툼 상대에게 승부를 넘겨주고 싶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두 팀의 의도가 어찌되었든 휴일에 야구장을 찾은, 그리고 TV로 경기를 시청하고 있을 많은 팬들, 특히 어린 팬들을 생각한다면 치열한 승부의 과정에서 나온 상대방의 실수를 조금은 포용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아무리 경쟁이 불붙고, 경기가 치열해져도, 벤치클리어링이 정당화될 수는 없습니다.



관중을, 그리고 동료를 위하는 배려가 필요하다

 그렇게 1, 2위 팀 간의 치열한 경기를 보고도 뒷맛이 개운치 않던 와중에 LG-두산 간의 경기를 보며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2회말 2사 1루 3루의 찬스에서 나온 딜레이드 더블 스틸(1루주자가 도루를 시도하며 포수의 2루 송구를 유발하고 그 와중에 3루주자가 홈으로 도루를 시도하는 것)에서 김재호의 재빠른 홈 송구로 3루주자 이병규가 홈에서 태그아웃되는 상황. 슬라이딩을 시도한 이병규의 발에 최재훈의 다리가 가격당했습니다. 최재훈 입장에서는 초반 리드를 지키기 위한 블로킹에 최선을 다한 것이고, 이병규는 이를 뚫고 득점을 올리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그리고 고통스러워 하는 최재훈을 향해 이병규가 등을 두드리며 물었습니다.

 "괜찮아?" 그리고 이병규가 덕아웃으로 향하는 니퍼트에게도 미안하다는 뜻을 밝히자 니퍼트도 알겠다는 뜻을 전했고 두 선수는 서로의 어깨를 툭 치며 서로의 덕아웃으로 향했습니다.

*사진출처 : 중계방송 캡쳐


 정말 상대팀의 팬이라도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는 행동이었습니다. 연고지 라이벌이라고 해도 결국 함께 그라운드를 누비는 동업자입니다. 어린 후배의 부상을 걱정하는 베테랑 선수의 마음에는 계산이 없습니다.

 스포츠의 진짜 매력은 이런 것일지도 모릅니다. 규칙의 테두리 안에서 치열한 승부를 펼치되 플레이가 끝나면 함께 경기를 뛰고 있는 상대팀 선수도 동료로 받아들일 수 있는 쿨함. 넥센과 삼성 간의 혈전에서 볼 수 없어 아쉬웠던 점을 잠실 라이벌, LG와 두산 간의 경기에서 보았습니다.

Posted by 마산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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