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잠실, 목동, 대구, 대전의 네 구장에서 경기가 시작되며 2013 시즌의 후반기가 시작되었습니다. 후반기를 시작하며 다시 전문가들은 각자 가을잔치에 초대받을 네 팀을 예상했고, 충격적이게도 롯데는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비록 전반기 막판 힘이 떨어지며 4위 자리를 두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던 기아와 두산에 밀려 6위로 전반기를 마쳤지만, 2위까지 넘보기도 했고 여전히 3위의 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하고 있는 롯데에게는 가혹한 평가일 수 있었습니다.

 



평균자책점 3위에 어울리지 않는 불안한 불펜

 그러나 삼성, LG와 함께 3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하고 있는 기록에 비해서, 체감할 수 있는 이번 시즌 롯데의 마운드는 그다지 위력적이지 않습니다. 이는 불펜진의 붕괴와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지난 시즌 김성배-이명우-최대성-정대현-김사율로 이어지던 리그 최고 수준의 불펜은 부상과 부진으로 망가졌습니다. 최대성은 시즌 아웃 되었고 김사율의 부진은 깊어지고만 있습니다. 김성배가 겨우 마무리를 지키고 있고 FA 보상선수로 영입한 김승회가 마당쇠 노릇을 하고는 있지만 무엇보다도 아픈 것은 정대현은 끝 없는 부진입니다.

WBC에서도 건재함을 알렸기 때문에 이번 시즌 정대현이 이렇게 무너지리라는 생각은 할 수 없었다.

(3월 22일 시범경기 NC vs. 롯데 @마산구장)



2000년대 이후 최고의 불펜 투수

 2000년대 이후 최고의 마무리 투수를 뽑으라면 당연히 오승환이겠습니다만, 최고의 불펜 투수를 뽑으라면 주저없이 정대현을 뽑을 것입니다. 통산 1.98의 평균자책점, 한 시즌 최다 피홈런이 4개인 낮은 피장타율, 국가대표로서도 충분했던 임팩트(시드니 올림픽 미국전 선발등판, 베이징 올림픽 결승전 마무리)는 메이저리그까지 넘보았던 뛰어난 실력을 다 보여주기에는 되려 부족해 보입니다.

정대현의 통산 성적을 살펴보면 이번 시즌이 얼마나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지 알 수 있다. (사진출처 : 네이버 스포츠 데이터 센터)


 FA 계약으로 롯데에 합류한 첫 시즌이었던 작년에도 비록 시즌 중반에야 합류했지만 철벽 셋업맨, 포스트시즌에서는 마무리까지 맡으며 이번 시즌 주전 마무리 투수로 낙점받은 그였습니다. 그러나 개막 2연전의 두번째 경기부터 블론세이브를 기록하며 불안한 시작을 보였습니다. 그 경기에서 해설자가 말했습니다. '정대현 선수가 저렇게 연거푸 안타를 허용하는 것은 처음 본다'고. 어쩌면 그것은 가혹한 FA 2년차의 전주곡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전반기가 끝나갈 무렵부터 김시진 감독은 자꾸 정대현을 마운드에 올렸습니다. 결국은 이름값을 해내리라는 믿음, 그리고 마땅히 믿을만한 불펜투수가 없는 현실 등이 만들어낸 잦은 등판에서 정대현은 자꾸 맞아나갔습니다. 그의 전매특허인 끝이 떠오르는 커브의 각이 한눈에 보아도 예리하지 못했고 전반기 성적은 4.55의 평균자책점, 3할 3푼의 피안타율, 그리고 블론세이브 4개. 도저히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었습니다.



유먼의 2년 연속 10승보다도 반가운 '여왕갈매기'의 귀환

 그리고 후반기의 시작. 장소만 사직구장에서 한밭구장으로 바뀌었을 뿐, 시즌 개막전의 상대팀이었고 그에게 첫 블론세이브를 안긴 팀이었던 한화와의 경기에서 다시 정대현이 등판했습니다. 3점 차로 앞서나가다가 7회말 적시타와 밀어내기 사구로 2점 허용하며 5:4의 아슬아슬한 리드에 1사 만루의 대 위기. 롯데팬들은 아마 모두 불안에 떨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대현은 조정원과 이학준에게 연속해서 변화구로 삼진을 잡아내며 리드를 지켰고 그 한 점의 리드가 롯데에게 3연패를 끊는 후반기 첫 승을 안겨주었습니다. 바깥쪽 제구는 정확했고 공끝은 예리했습니다. 고작 한 경기에 지나지 않았지만 올스타전 휴식기 동안 체력을 회복하며 돌아온 정대현을 기대해봐도 좋은 홀드였습니다.


 지난 시즌에도 롯데 자이언츠는 정대현이 불펜에 합류하며 더욱 탄탄해진 마운드를 통해 준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4강 청부사 '여왕갈매기'가 돌아왔습니다. 롯데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부디 좋은 컨디션과 체력을 유지하며 시즌 막판 승부처까지 정대현-김성배의 잠수함 원투 펀치가 롯데의 뒷문을 든든히 지키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마산야수

 개막전에 사직을 다녀온 후, 한 달이 지난 지난 주 토요일에 다시 사직구장을 찾았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함께였습니다. 넥센에게 스윕을 당하고 온 삼성의 침체된 분위기를 기대했지만, 전날 경기에서 1회초에만 타선일순하며 7실점했고 10:3의 참패를 당했기 때문에 전력을 다해서 이기기를 기대하며 사직을 찾았습니다.

 



 경기장에 한 시간 정도 일찍 입장해서 친구들과 수다도 떨고 선수들이 몸푸는 모습도 지켜보았습니다. 이날의 시구자는 방송인 박은지 씨였는데 사실 그리 잘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사직에는 관중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어제 어린이날조차 사직은 만원관중을 기록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3루쪽은 빈 자리가 너무 많았습니다. 그나마 1루쪽에서 홈팬들이 열렬한 응원을 펼쳤습니다.


 이날 경기가 그나마 삼성과의 주말 시리즈 중 괜찮은 경기였다고 생각합니다. 1회초에 빗맞은 타구 두 개가 행운의 안타로 연결되며 3실점했지만 어느 정도 따라가는 모습도 보여주었고 8회말에 오승환을 끌어내서 9회말 선두타자 조성환의 2루타까지 나오며 오승환이 29개의 공을 던지게 하며 다음날 경기에서 후반 접전으로 갈 경우 조금이라도 변수가 될 부분을 만들어냈기 때문입니다. 물론 어느 정도 추격하는 분위기다 싶으면 터져나온 실책, 피홈런으로 경기를 내준 것은 매우 안타까웠습니다. 그러나 더욱 좋지 않았던 것은 이렇게 지더라도 추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는 그 다음날 경기에서 또 초반 대량 실점하며(2회초 4실점) 6대1로 패했다는 사실입니다.



최악의 투타 부조화

 이번 시리즈는 정말 투타의 부조화가 극에 달했던 졸전의 연속이었습니다. 선발진의 거듭된 초반 대량 실점(금요일-1회초 7실점, 토요일 1회초 3실점, 일요일 2회초 4실점)으로 경기의 흐름을 내주고 시작했고, 어느 정도 추격이 될 만한 시점에서는 쳐줘야 할 선수들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이번 시리즈의 선발투수들을 살펴보면 고원준(0.2이닝 7실점 2자책), 김승회(4이닝 4실점 3자책), 송승준(4.2이닝 4실점)이었습니다. 5이닝 이상 투구한 선수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고원준처럼 야수들의 어이없는 실책으로 피해를 보기도 했지만 이것은 분명히 선발진의 붕괴라고밖에 할 수 없습니다.

 타선에서는 중심을 잡아줘야 할 타자들의 부진이 뼈아팠습니다. 1차전에서는 크게 패하면서도 3번 손아섭이 4타수 3안타 1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했고, 4번타자 김대우가 3타수 1안타 1타점 1볼넷으로 제몫을 했지만, 2차전에서는 두 선수 모두 4타수 무안타, 3차전에서는 손아섭이 3타수 1안타 1볼넷, 김대우가 4타수 무안타로 결국 아쉬움 속에 주말 시리즈를 마무리했습니다. 특히 어느 정도 해볼만 했던 2차전에서 손아섭, 김대우 앞에 주자들이 있는 상황이 많았던 것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더욱 큽니다. 그리고 전준우가 3연전 동안 일곱 번 타석에 서서 6타수 무안타에 삼진 2개만 기록하며 희생플라이로 1타점 올린 것이 전부였던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나마 강민호가 2차전에서만 멀티히트에 1타점을 올렸고 3차전에서도 1안타 1득점한 것이 위안이 되는 상황입니다.

 그 와중에서 수비는 여전히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문규현의 수비는 심각한 상황이고, 정훈도 추격의 맥을 끊어버리는 실책을 기록했습니다. 다행히 3차전에서 9경기 만에 무실책 경기를 기록하긴 했습니다만 프로팀이 8경기 동안 15개의 실책을 기록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놀랍습니다.




사직 충전소?

 그렇게 우리팀의 주축 선수들이 부진하는 동안 삼성은 넥센에게 당한 스윕의 기억을 완전히 지워버리며 중심 선수들의 기세가 살아났습니다. 3경기 모두 홈런을 때려낸 조동찬은 이번 시즌 5홈런으로 롯데의 팀 홈런과 같은 개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롯데와의 3연전 전까지 시즌 0.186의 타율로 허덕이던 김상수는 2홈런 포함 11타수 6안타로 완전히 살아났습니다. 로드리게스는 한국 무대에서의 첫 승을 신고했고, 배영수는 다승 공동 선두(4승)으로 발돋움했습니다. 참 부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조동찬은  현재 5홈런으로 김롯데(1982년생, 부산출생)와 더불어 홈런 공동 5위에 올라있다. (사진출처 : 삼성라이온즈 홈페이지)




충격 요법이 필요한 시점

 물론 모든 경기에서 승리할 수는 없습니다. 선발투수가 일찍 무너지는 날도 있고, 중심타선이 제몫을 못하는 날도 있고, 야수들이 실책을 하는 날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악재들이 겹쳐서, 주말 시리즈 내내 나타난 것은 정말 최악입니다. 결국은 충격요법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지난달 26일 LG와의 경기에서 2루수로 교체 출전해 9회말 동점을 허용하는 실책성 수비를 보인 데 이어, 금요일 삼성과의 경기에서도 초반 대량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문규현이 2군으로 내려갔습니다. 반면 콜업된 신본기가 2차전에서 타점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문규현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전혀 타격감을 잡지 못하고 있는 데다가 안일한 수비로 지탄을 받고 있는 전준우, 박종윤 등이 2군을 다녀올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중심선수들을 2군으로 보내는 것은 시즌을 포기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지난해까지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2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던 롯데가 시즌을 포기하고 리빌딩을 감행하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활약을 해주어야만 하는 선수들이 제 모습을 찾아야만 합니다.

 단 한 선수에게 면죄부를 쥐어주고 싶습니다. 바로 4번타자를 맡고 있는 김대우입니다. 1차전까지만 해도 안타와 타점을 기록했지만 이후 8타수 무안타를 기록하며 부진에 빠진 김대우이지만 사실 그를 제외하고 롯데에서 4번을 맡을 선수는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없습니다. 지난 시즌 6경기에서 7타석에 선 이후 프로 1군 무대에 실상 첫 시즌을 보내고 있는 그에게는 잠재력이 있습니다. 가르시아, 이대호, 홍성흔이 차례로 빠져나간 롯데는 결국 새로운 4번타자를 키워내야만 합니다. 김대우는 어쩌면 이번 시즌 롯데의 마지막 희망일지도 모릅니다.




사자에게 탈탈 털리고 나니 호랑이가?!

 졸전을 거듭하고 나니 또다른 강팀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는 기아 타이거즈입니다. 타율 0.292의 무시무시한 방망이를 앞세워 압도적인 힘의 야구를 펼치고 있는 기아에게마저 시리즈를 내준다면 롯데의 순위표는 현재보다 더욱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미 롯데의 뒤에는 NC와 한화만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Posted by 마산야수

 역사적인 한국프로야구의 아홉번째 심장, NC 다이노스의 1군 무대 데뷔전에 직관을 가볼까 생각도 했습니다만... 표가 없었습니다. 역시 야구의 열기가 대단합니다. 기세는 좋았지만 역사적인 첫 대결에서 부산아재들이 4:0 승리로 먼저 웃었습니다. 라이벌 구도에 대해서는 부정하더니 경기는 정말 안정적으로, 확실하게 가려고 하는 것이 보였습니다. 희생번트 시도, 김사율-이명우-김성배로 이어진 계투진까지. 남은 2경기의 결과도 궁금해집니다.



덜 풀린 날씨, 경기를 어렵게 만들다

 한국 프로야구사에 길이 남을 날이자, 창원시민들에게도 축제와 같은 날이었지만 사실 날씨는 이 중요한 날에 썩 적절하지는 않았습니다. 아침에 저도 출근을 하면서 느꼈습니다. 아 이거 기온이 갑자기 떨어져서 오늘 다이노스 홈 개막전에 선수들 몸이 덜 풀릴 수도 있겠다고요. 퇴근 시간 즈음부터는 강풍까지 더해졌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선수들이 뜬공 처리에 애를 먹더군요. 외야수들도 그랬고, 용덕한이 포수 파울 플라이를 놓치는 장면도 그랬습니다. 양팀 선발투수들도 제구가 완벽하지는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시범경기 때보다 갑자기 더 떨어진 기온 때문인 것 같습니다. 혹시나 이날 마산에 실제로 방문하지도 않고 뜬공처리를 트집잡으며 경기력 논쟁을 시작하시려는 분들이 있으시다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막무가내로 비판부터 하지말고 그날 상황이나 알아보고 비판하시라고.



외국인 선수의 흐름

 한때 외국인 선수하면 장타자들을 떠올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우즈, 호세, 서튼, 데이비스, 브리또, 브룸바, 가르시아 등 화끈한 장타력을 지닌 타자들로 승부의 흐름을 단번에 바꾸려는 의도였습니다. 그러나 최근 경향을 보면 정반대입니다. 사상 최초의 9구단 체제의 19명의 용병(기존 8개 구단 2명, 다이노스 3명) 모두가 투수입니다. 그리고 이 19명의 투수 중 8명이 좌완입니다. 팀들은 좌완 선발투수들을 원하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 오늘 그 중 두 명의 투수가 마산에서 맞붙었습니다.

쉐인 유먼은 에이스로서 지난 시즌 롯데의 마운드를 이끌었다.


 쉐인 유먼은 지난 시즌 거인군단의 에이스로 활약했습니다. 13승 7패에 ERA이 2.55였으니 더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공을 끝까지 숨기는 독특한 투구폼과 직구-체인지업의 조화로 타자들을 농락했습니다. 그러나 시범경기에서 부진하며 많은 이들이 이번 시즌의 활약을 장담하지는 못하고 있었습니다. 아담 윌크는 파이어볼러는 아니지만 140대 초중반의 직구에 다양한 변화구를 제구할 수 있는 투수입니다. 시범경기에서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예상과는 달리 경기는 팽팽한 투수전으로 진행되었습니다. 6회말까지 어느 팀도 점수를 내지 못했습니다. 두 선수 모두 팀의 에이스로서 자존심을 지켰고, 올 시즌의 활약을 기대하게 만드는 투구였습니다.

 쉐인 유먼의 묵직한 직구와 구속에서 차이를 둔 체인지업의 조화는 아직 1군 경험이 적은 선수들이 대부분인 NC 타선을 잘 막아냈습니다. 6회말 대주자 이상호가 도루를 시도했고 송구 실책으로 3루까지 진루해 2사 3루 상황에서 베테랑이자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중 유먼에게서 홈런을 뽑아내기도 했던 4번 타자 이호준을 상대했던 것이 가장 큰 위기였는데 역시 체인지업으로 잘 막아냈습니다. 아담은 어느 정도 분석이 끝났다는 분위기였습니다. 제구가 잘 된 공을 쉽게 쳐내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타자들이 도루 타이밍을 잡을 때 확신이 넘쳤고 과감하게 뛰었습니다. 세트 포지션으로 들어가기 전에 왼쪽 다리를 한 번 살짝 들었다가 내리고, 1루 견제 동장이 까다로워 보였지만 롯데 전력분석팀이 아담의 세밀한 습관을 포착한 듯 합니다.



박종윤

 개막 이후 꾸준히 롯데 팬들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그 이름, 바로 박종윤입니다. 개막전에서는 두 번의 만루찬스를 날리고 마지막 만루찬스에서야 팀에 끝내기 희생플라이를 선사하더니, 오늘 경기에서는 2회초 장성호와 황재균의 연속 안타로 맞은 무사 1루 2루 찬스에서 희생번트에 실패해 3루수 뜬공으로 1루 주자 황재균까지 횡사시키는 사고를 쳤고 팬들은 '역시 박종윤은 안돼.'라는 생각을 잠시나 품었을 것입니다(제가 그랬거든요^^;;). 그런데 5회초에 깔끔하게 밀어치는 좌전안타로 시즌 첫 안타를 신고하더니, 7회에는 무사 3루의 찬스에서 '제발 희생플라이라도 성공시켜라'는 팬들의 기대를 펜스 우중간을 넘어가는 홈런으로 초과 달성해버렸습니다. 그리고 8회에도 중전안타를 치며 타격감을 이어나갔습니다.

박종윤 선수의 호쾌한 골프 스윙이 시즌 내내 이어지기를 기원합니다.


 사실 박종윤은 풀타임 주전 자리를 처음 잡은 지난 시즌에도 초반에는 이대호의 공백을 훌륭히 메웠다는 평가를 받으며 출발했지만 기본적인 컨택 능력에서 한계를 드러내며 박한 평가 속에서 시즌을 마쳤던 경험이 있습니다. 올해 선구안을 더욱 발전시키고 스트라이크존을 조금 더 좁게 잡으며 노림수를 가진다면, 낮은 공을 잘 쳐내는 그의 특징을 살리며 더욱 좋은 선수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야구는 힘이 아니라 밸런스로 하는 것

 이날 경기를 보며 새삼 느꼈습니다. 야구는 힘이 아니라 밸런스로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박종윤에게 홈런을 허용한 이성민의 고개는 투구를 하는 중에 거의 1루 쪽을 향할 정도로 젖혀졌습니다. 1군 데뷔전이어서 더욱 그랬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힘이 잔뜩 들어간 채 제구는 안 되는 공이었습니다. 그렇게 던진 공치고는 신기할 정도로 낮게, 그리고 몸쪽으로 잘 제구된 공을 박종윤이 매우 깔끔하게 쳐냈습니다. 임팩트가 좋긴 했지만 파워 배팅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간결한 배팅이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오늘 경기의 결승 홈런으로 연결되었습니다.

 대전에서 펼쳐진 한화와 기아와의 경기에서도 비슷한 것을 느꼈습니다. 기아의 선발투수 양현종이 106번째 공을 던졌고 147km로 그 경기 자신의 최고 구속을 기록했습니다. 그러자 양상문 해설위원이 '힘을 빼고 던져야 더 빠른 공이 나오는데 아무리 힘을 빼려고 해도 그게 쉽지가 않다. 그런데 100구가 넘게 던지다보면 자연스레 힘이 빠지고 좋은 공을 던지게 될 수도 있다'는 내용의 말을 했습니다.



조금 더 완성된 경기력을 기대하며

 아무리 축제로만 기억하려고 해도 어쨌든 냉혹한 승부가 존재하는 프로들 간의 경기였습니다. 양팀 합쳐 4개나 나온 실책과 보이지 않는 더 많은 실책을 보면서 얼른 선수들의 경기력이 안정되기를 바랐습니다. 특히 롯데 입장에서는 파울플라이 처리에 실패하고, 2번의 도루 저지 과정에서 도루를 모두 허용하며 송구마저 2루 베이스를 넘어가 버렸으며, 포수로서 가장 기본인 투구의 포구가 원만하지 못했던 용덕한이 아쉬웠습니다. 특히 투수들의 결정구를 몇 번 받았다가 떨어뜨리는 장면은, 심판의 판정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하며 투수들의 심리적인 불안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또한 9회초는 정말 놀라울 정도로 어수선한 공수를 주고 받았습니다. NC 내야의 베테랑 이현곤이 안일한 타구처리에 이은 무리한 송구로 선두타자 전준우를 2루까지 보내더니 문규현이 희생번트에 실패해(이날 경기 롯데의 네번째 희생번트 시도이자 세번째 실패...) 전준우가 아웃되어 1사 1루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위기를 넘기는가 싶더니 다이노스의 투수 이태양은 바로 손아섭을 맞추어 1사 1루 2루 위기를 자초합니다. 여기서 강민호의 2루수 앞 땅볼을 5-6-3 더블플레이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악송구가 발생하자, 그 와중에 2루 주자 문규현이 홈으로 쇄도했지만 태그 아웃되어 버린 것입니다. 시즌 초반이니 호흡이 잘 안 맞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타선이 원래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NC나, 최근 꾸준히 약해진 롯데나, 세밀한 야구로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작전 수행과 수비가 필수입니다.





타 구장 경기 짧은 리


SK 대 두산

 지난 시즌 부진했던 이종욱, 정수빈이 살아나고 허경민이 가세해 오재원의 1루수 전환은 성공적으로 보입니다. 클린업트리오는 김동성(김현수-김동주-홍성흔)이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으니 발 빠른 타자들이 안타치고 볼넷 골라 출루해서 주루플레이도 흔들어주기만 하면 무시무시할 수밖에 없습니다.


LG 대 넥센

 올 시즌 첫 '엘넥라시코'는 이성열의 스리런 홈런으로 기억되겠습니다. LG의 좌완 에이스 주키치의 공을 밀어서 넘겼다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기존의 LPG(이택근-박병호-강정호)에 유한준, 이성열까지 제몫을 해준다면 무시무시한 장타들을 보게 될 것 같습니다. 장기영의 바운드볼 안타는 진기명기. 손승락의 깔끔하지 못한 마무리는 아쉬움.


한화 대 기아

 김응룡 감독 : "말년에 한화라니, 말년에 한화라니!!!"

 도저히 게임을 운영하기 위한 계산이 안 서는 한화의 마운드입니다. 세 경기 동안 사사구가 26개입니다. 그 중에는 밀어내기도 많습니다. 타선은 그나마 김태완-김태균이 중심을 잡고 이대수-오선진이 테이블세터로 분전하고 있지만 마운드가 이래서는 승리할 수 없습니다. 김주찬의 50억원도 싸게 샀다는 평가를 들으려고 하나 봅니다. '르루랄라' 앤서니의 9회가 깔끔하지 못했다는 점이 불안합니다.


사진출처 : 롯데 자이언츠 공식 홈페이지

Posted by 마산야수

 어제와 같은 점수였습니다. 6:5의 짜릿한 역전승, 이틀간 사직의 9회말은 매우 뜨거웠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기분 좋기만한 승리는 아니었습니다. 문제점도 분명히 드러났고, 하지만 기대를 품게 하는 모습도 있었습니다. 

손아섭의 초반 페이스가 무시무시하다. 올해는 정말 타격왕을 차지할 수도.

 

 

무난했던 옥춘이의 복귀전

 옥스프링은 무난하게 한국 프로야구 복귀전을 치루었습니다. 그의 구위는 30대 후반 치고는 묵직했고 변화구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정말 '나쁘지 않다'는 평가가 두렵습니다. 롯데에게 필요한 용병은 강력한 에이스가 되어줄 투수나, 또는 화끈한 장타력을 뽐낼 슬러거가 아니었을까요.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켜주지만 임팩트 면에서는 후한 점수를 주기 힘든 선발투수는 롯데에 이미 많이 있습니다. 옥스프링 영입 직후 팬들의 평가가 좋지 못했던 것은 정말 우승에 도전하려는 팀의 선택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롯데의 누적된 전력누수가 심해 우승에 도전하기는 힘든 선수단이고, 쓸만한 대체 용병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압니다. 그렇기에 옥스프링이 조금 더 강력한 존재감을 뽐내며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키기를 기원합니다.

 


불안한 불펜 에이스

 흔히 불펜에서 가장 잘 던지는 투수를 마무리로 고정시킨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사실 불펜이 강하다고 평가되는 팀은 보통 깔끔하게 마지막 한 이닝을 막아주는 마무리 투수와 그에 못지 않은 셋업맨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 시즌 SK의 박희수와 삼성의 안지만이 훌륭한 전천후 불펜 투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위기 상황에는 언제든 투입될 수 있으므로 빨라도 8회에야 투입되는 붙박이 마무리 투수보다도 더 활용도가 높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지난 시즌 막판 롯데의 불펜 또한 이런 구성이었습니다. 비록 기세가 중간에 꺾이기는 했으나 34세이브로 구단 최다 세이브 기록을 세운 김사율이 마무리 자리를 지키고 경기의 승패를 가를 수 있는 위기 상황에서는 정대현이 나섰습니다. 정현욱이 FA로 빠져나가고, 권혁의 페이스는 떨어지고, 안지만은 부상으로 시즌을 시작한 삼성의 불펜보다 롯데의 불펜이 강할 것이라고 평가받았던 이유도 바로 정대현의 존재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번 시즌, 김시진 감독은 정대현을 마무리 투수로 쓰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시즌 34세이브의 마무리 투수가 불펜에서 시작하게 된 것이죠. 그러나 어제 경기는 아직 정대현의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 명확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정대현하면 떠오르는 구종은 역시 가라앉는 싱커와 언더투수 특유의 떠오르는 커브볼인데요, 커브볼의 움직임이 작은 게 눈에 드러날 정도였습니다. 몸에 맞는 공을 기록하는 등 제구도 안정적이지 못했습니다. WBC 대표팀에서 돌아온 이후에 팔이 저린 등 통증이 있어서 시범경기에도 나서지 못했는데, 어제 경기 이후 우려가 깊어집니다.

 

 

새로운 득점 공식, 눈야구와 발야구

 로이스터 감독의 부임 이후 롯데의 팀 컬러는 확실했습니다. 화끈한 타격과 역시 화끈한 불펜이었습니다. 그러나 강타자들의 잇단 이탈과 뜻하지 않은 불펜의 안정화 때문에 소총부대와 이들이 낸 적은 점수를 지켜줄 양떼 야구가 지난 시즌의 컬러였습니다. 이번 시즌에는 거기에 눈야구와 발야구까지 보탤 기세입니다. 개막전도 그랬고, 어제 경기도 찬스는 볼넷을 골라내며 만들어졌습니다. 또 이미 찬스가 왔더라도 좋지 않은 공은 볼넷을 골라내며 찬스를 이어나갔습니다. 역시 장성호의 선구안이 빛났고, 9회말 끝내기 안타의 찬스도 연속 볼넷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물론 한화 마운드의 컨트롤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이니 쉽게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한때 초구만 오면 때려내던 롯데의 타선의 모습은 차차 지워나가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2회 황재균과 박종윤의 더블 스틸 등 발야구도 활발해져가는 모습입니다. 6회말에도 박기혁과 전준우가 도루를 성공시켯습니다. 개막전 9회말에도 전준우가 과감하게 2루를 훔치며 찬스를 만들어냈죠. 장타력이 줄어들었으니 볼넷을 골라내며 도루를 성공시켜 찬스를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한 것은 당연합니다. 앞으로 거인군단의 변신을 기대합니다.

 

9회초, 비록 이후에 동점을 허용했지만 강영식의 번트수비는

한 점 덜 주는 야구의 핵심인 안정적 수비를 기대하게 만든다.

 

 

이기는 법을 체득할 때

 물론 아쉬운 부분이 많았지만 어쨌든 기분 좋은 개막 2연전입니다. 9회초 강영식의 번트타구 수비 상황에서 보듯이 한 점을 덜 주는 야구를 하겠다는 김시진 감독의 시도도 어느 정도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선수들은 9회말에도 경기를 끝낼 수 있는 집중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손아섭의 방망이는 눈부십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상대가 자멸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역전승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자신감과 기세는 이어나가되, 차근차근 발전하는 롯데 자이언츠가 되기를 바랍니다.

 

 

사진 출처 : 롯데자이언츠 공식 홈페이지

Posted by 마산야수

2년 만에 다시 찾은 사직

 네, 시즌이 돌아왔습니다. 오래 기다렸습니다.

 저도 토요일은 쉬는 날이고, 친구도 만날 겸 금요일 밤에 부산으로 갔습니다. 서면에서 밤새 술을 진탕 먹고 찜질방에서 11시가 되어서야 일어나서는 PC방 가서 롤 두판 정도 하고 느긋하게 사직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너무 느긋해서였을까요. 2시 10분에야 먹을거리들을 싸들고 구장에 입장하는 바람에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배우 조진웅 씨의 시구를 놓쳐버리고 말았습니다.

 2011년 7월에 학교 선배와 선배 친구 분과 셋이서 부산 여행을 왔던 길에 LG와의 경기를 보고 거의 2년 만에 온 사직이었지만 언제나처럼 붐볐고, 활기가 넘쳤습니다. 그리고 제 기억이 맞다면 그 경기도 끝내기로 승리한 경기였습니다. 아마도 이인구가 임찬규를 상대로 때린 끝내기 안타였을 겁니다.


송승준, 유이한 국내파 개막전 선발의 의미

 외국인 선발이 대세인 최근 한국 프로야구입니다. 8개 구단 중 6곳이 개막전 선발로 외국인 용병을 내세웠습니다. 물론 용병 선수들은 팀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는 실력을 지니고 있고,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들이 외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국내파 선발이 2명 뿐인 것은 매우 아쉬웠습니다. 그렇기에 배영수와 송승준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바랐습니다. 특히 배영수가 05년 개막전 완봉승을 재현하며 지난 시즌의 부활을 이번 시즌에도 경쾌하게 이어나가는 모습을 상상했습니다. 하지만 송승준과 배영수는 모두 일찍 무너져버렸습니다.


 송승준은 투구수가 너무 많았습니다. 3회가 끝날 때 63개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스트라이크와 볼의 비율의 1.8 : 1 정도로 그리 나쁘지 않았지만 맞추어 잡는 투구가 거의 없었습니다. 4회초 정현석과 이대수의 타구들이 담장을 넘어가지 않은 것이 천만 다행입니다. 반면 한화 선발 바티스타는 무시무시한 구위를 앞세워 5회까지 잘 막아냈습니다.


부진을 예상했던 타격, 그러나 너무 심하다

 6회말 3점을 보태며 4:4 동점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4회말 무사만루 찬스에서 박종윤의 2루수 더블플레이로 1점, 6회말 연속된 만루찬스에서 밀어내기 볼넷, 사구, 볼넷으로 3점을 뽑는 등 상대 투수진이 자멸했고 롯데의 타격은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다만 손아섭이 미친듯한 타격감을 보여주어서 다행입니다. 새로운 4번 타자 강민호의 페이스는 그저그래 보입니다.

새로운 4번 타자 강민호, 그가 터져야 산다.


외부 수혈, 개막전부터 빛을 발하다

 부진한 타선에서도 장성호는 클래스를 입증했습니다. 공이 좋지 않으면 볼넷을 골라내며 찬스를 연결해주었고 가장 중요했던 9회말 1사 만루에서 동점 좌전적시타를 때려냈습니다. 스나이퍼는 여전했습니다. 그가 없었다면 오늘의 승리는 없었을 것입니다.

'장스나'의 롯데 데뷔 타석

 

9회말 장성호의 짜릿한 동점 적시타

 

 또 한 명의 새 얼굴, 김승회는 기대했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습니다. 송승준이 일찍 무너지자 그가 올라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는데 정말로 등판해서는 점수를 내주지 않으며 이닝을 처리해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박종윤

 오늘 그는 천당과 지옥 사이를 오갔습니다. 만루찬스만 3번이나 그의 앞에 차려져 있었습니다. 그것도 무려 무사만루가 두 번이었고 나머지 한 번도 1사 만루였습니다. 3번의 찬스에서 그는 더블플레이, 포수 파울플라이,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기록했습니다. 물론 마지막 희생플라이는 역대 최초의 개막전 끝내기 희생플라이로 충분한 가치가 있었지만 앞선 두 번의 타격은 정말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는 10년의 백업 생활 끝에야 이대호의 이적으로 주전 자리를 잡은 경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한다면 주전 자리가 그에게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팬들 사이에서 박종윤의 이름이 많이 나왔습니다. 주로 육두문자와 함께였죠. 이미 지난 시즌 후반부터 박종윤의 컨택에 대하여 팬들의 우려와 비판이 많습니다. 앞으로 박종윤에 대한 호평이 많이 들려오길 기대합니다.


한화의 불펜진, 김응룡의 복귀승을 날려버리다.

 한화가 불펜이 그리 강한 팀은 물론 아니었지만, 오늘 경기는 충격적이었습니다. 한화 마운드는 두 자리수 사사구로 승리를 헌납했습니다. '불펜 에이스' 송창식이 6회말 밀어내기 볼넷을 거듭 허용한 이후 나머지 이닝에서는 지난 시즌처럼 위력적인 모습을 다시 보여주었지만 윤근영, 임기영 등에 대한 우려는 지울 수가 없습니다. 윤근영은 박정진을 제외하고는 활용가능한 거의 유일한 좌완 불펜이고 임기영 또한 많은 기대를 받는 신인입니다.

 풀타임 마무리를 선언한 '안부장' 안승민 선수도 무너졌습니다. 시작은 전준우의 타구가 3루 베이스에 맞고 튀어올라 선두타자가 출루한 작은 불운이었지만, 결국 도루로 득점권 진출을 허용했고 과감한 손아섭 고의볼넷 작전에도 강민호에게 볼넷 허용, 장성호에게 좌전 적시타, 박종윤에게 끝내기 희생플라이를 허용하며 대역전극의 희생양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개막전이 중요하다고 해도 길고 긴 시즌의 한 경기일 뿐입니다. 22세의 젊은 마무리 투수가 위축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한국프로야구의 발전을 기원하는 팬의 입장에서, 절대 한화의 불펜이 완전히 붕괴되어 또 다시 특정 팀이 초반부터 추락해 프로야구 전체 판의 긴장감이 떨어지는 일이 없길 바랍니다. 사실 은근히 코끼리 감독님의 능력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응룡 감독의 선택은 과감했습니다. 강동우-하주석의 부상으로 우려되었던 테이블 세터진을 이대수-이여상으로 짰고, 3번타자로 내세우겠다던 김태균을 4번타자로 내세웠습니다. 투수교체의 템포도 예전만큼 날카롭고 재빨랐습니다. 교체한 투수들의 역량이 뒷받침되어야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이 투수 교체라는 것을 오늘 새삼 느꼈습니다. 그리고 손아섭을 과감히 고의사구로 거른 선택 또한 김 감독다운 한 수였다고 생각합니다. 노장의 경험이 칭송받는 것은 이를 수행하는 한화 선수들의 역량에 달려있을 것입니다.

군중 속의 고독-사직을 찾아온 한화이글스 원정응원단

(6회말 밀어내기로 동점 허용한 직후)

개막전 매진에 실패한 롯데??

 놀랍게도 롯데의 홈 개막전 경기가 매진되지 않았습니다. 사실 저도 매진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갑작스럽게 친구와 결정한 직관이었습니다. 운도 조금 따라서 3루석 1층 맨 앞줄에서 경기를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경기장이 많이 빈 것도 아니었고 2만 7천 석 중에서 1000석 정도가 비었다고 들었습니다. 별 것 아닐 수도 있지만, 6년 연속 홈 개막전 매진이었던 대한민국 최고의 인기구단 롯데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사건입니다. 부산 지역 경제의 침체, 3년째 같은 개막전 라인업(대 한화전), WBC 이후 작아진 관심, 간판급 선수들의 잇단 이탈 등 많은 요소가 복합된 문제일 것입니다. 팬으로서, 항상 빈 자리가 없는 사직구장을 보고 싶습니다.







사족-나머지 개막전 경기 관전평


삼성 vs 두산

 '영원한 에이스'는 05년과 같은 위력적인 개막전 투구를 보여주지 못했고, 두산은 사상 최초의 개막전 만루홈런 2개(오재원, 김현수)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니퍼트가 그리 안정적으로 보이지는 않았다는 점이 불안할 것입니다.


기아 vs 넥센

 나지완 선수의 독무대라고 생각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크보 얼짱' 김주찬 효과를 톡톡히 누린 경기였다고 봅니다. 3타점 2도루, 50억이라는 금액이 너무나도 크지만 그는 자신의 몸값을 해낼 기세입니다. 비록 경기에서는 패했지만 주전 2년차 서건창의 활약은 서퍼모어 징크스는 없다는 선언과도 같았습니다.


LG 대 SK

 '정성병자' 정성훈이 만루홈런으로 팀에 승리를 안겼습니다. 레이예스는 대단한 좌완 파이어볼러입니다. 리즈의 슬라이더가 1회말처럼 제구가 된다면 최고의 투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속구 투수가 변화구 제구까지 되면 당연히 좋은 투수겠죠.

Posted by 마산야수

 정말 오랜만의 포스팅입니다. 회사는 바빴고, 저는 야근을 밥먹듯이 했고, 할아버지께서 편찮으셨습니다. 일주일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야근하고 그 다음날 주간에 쉬어도 좋다는 과장님의 말씀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제가 달려간 곳은 바로 야구장이었습니다.

 

 19일 화요일, 마산야구장에서 펼쳐진 NC 대 기아의 시범경기에도 직관을 갔습니다. 결과는 다들 아시듯이 7대5였고, 초반에 실책으로 분위기를 넘겨주고 시작한 에릭 해커 선수가 점수를 많이 내주어 7점 차이까지 벌어졌지만, 경기 막판 역전의 가능성까지도 보여준 다이노스의 모습에 감탄했었습니다. 사진도 여러장 찍었는데 이날 자리가 굉장히 좋았습니다. 무려 내야 맨 앞줄 테이블석!!! 야구장에서 이런 자리에 앉아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정말 선수들 구종이며 투구폼이 잘 보입니다. 좀 옆에는 양팀의 전력분석요원들, 기록요원들이 앉아있었습니다. 이것이 시범경기의 매력이 아닐까요.

 

 

 

 

 기아의 임준섭 선수의 활약이 기대됩니다. 몸쪽, 바깥쪽 승부를 과감하게 펼치며 구위도 괜찮아 보입니다. 시범경기에서 활약하며 양현종을 제치고 좌완 선발 진입이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3루쪽이어서 기아 선수들이 대기 타석에 서있는 모습이 매우 잘 보였습니다. 김주찬, 나지완, 차일목 선수입니다. 특히 김주찬 선수는 중견수로 출전해서 멋진 슬라이딩 캐치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2008~2009년에 김주찬 선수 중견수로만 출전하면 조마조마하던 기억이 나는데, 겨우 수비 조금 안정적으로 정착되니 타팀에 가버렸다는 느낌을...아쉬워서 하는 말입니다.

 

 

 그리고 2009년 타이거즈 V10의 주역, CK포 최희섭, 김상현 선수입니다. 정말 올해는 꼭 함께 부활하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기아의 마무리 '르루랄라' 앤서니 르루 선수입니다. 투구폼도 간결하고 인정받은 구위를 지니고 있으므로 좋은 마무리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직관하고도 바빠서 포스팅하지 못했던 서러움에 너무 쓸데없이 지난 경기 사진을 많이 올렸습니다.

 하지만 화요일에는 경기 시작 후에 입장하고도 정말 좋은 자리에 앉을 수 있었지만 어제 경기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언제나처럼 경기 시작할 때 쯤에야 야구장에 도착했습니다. 무료인 시범경기니까요. 그런데 제 눈 앞에 있는 건 수많은 사람들!

 

 이 때 시각이 1시 15분 즈음이었습니다. 다행히 요금 계산이 없이 인원 수와 원하는 좌석 정도만 말하면 바로 입장하니 인원에 비해서는 시간이 적게 걸렸습니다. 한 10분 정도 줄을 서서 뒤늦게 티켓을 구했습니다.

 

 경기장에 들어서니 이미 2회 말이었고 여러 가지로 놀라웠습니다. 롯데 선발은 홍성민이었던 것입니다. 데뷔 첫 해 불펜으로만 뛰었던 선수라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던 선발 등판에 놀랐고, 또 이미 무사 1루 2루의 위기 상황이라서 놀랐습니다.

 

 그런데 홍성민 선수가 견제라도 하면 NC 팬들은 1루석에서 '쫌!'을 외치고 3루석에서는 롯데 팬들이 '셧업보이'를 외치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이전까지 마산 구장에서 롯데 투수가 견제를 할 때 타팀팬들의 야유를 들을 수가 없었으니까요.

 

 

 

 제가 입장하자마자 보았던 2회말의 위기에서 NC는 2점을 선취했고 7회초에야 롯데가 1점을 따라갔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노성호의 투구폼은 정말 류현진과 똑같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사진을 찍지 못해 아쉬울 따름입니다. 그리고 고창성의 공도 괜찮아보였습니다. 고창성이 등판하자마자 강민호를 상대하며 초구에 몸에 맞는 공을 던지자 다시 1루와 3루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지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NC 팬들은, 여기 마산이지 부산이 아니라며, 이제는 정말로 새로운 홈팀을 맞이한 홈팬들의 자부심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이날 제가 얻은 최고의 소득은 실제로 정대현 투수의 투구를 처음으로 본 것이었습니다. 그동안은 한 번도 직관에서 정대현 선수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의 투구폼은 거듭된 무릎 부상으로 많이 단순해졌지만, 포스는 여전했습니다.

 

 

 

 사실 더 큰 소득이 하나 있었습니다. 이날은 이전과는 다르게 엠프와 응원단이 동원되었습니다. 응원단, 네 응원단장 분도 열정적이셨지만 저의 눈에는 당연히! 매우 당연히! 치어리더분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평소에 치어리더에게는 관심이 없어서인지 김연정이 누구인지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주로 오른쪽에서 두번째에 계시던 그 분이 맞는 것 같긴 한데, 하여튼 경기 중간중간에 '김연정 화이팅!'이라는 외침이 들려 많은 사람들이 폭소하기도 했습니다. 

 

 

 

 

 롯데의 경기력이 실망스럽습니다. 물론 실험의 성격이 강한 선발 등판이었지만 홍성민은 버티지 못했고, 찬스에서는 병살타가 나왔으며, 잘 맞은 안타도 몇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1루석에서 혼자 롯데 선수들 응원가를 흥얼거리다가 친구에게 타박만 당했습니다. 사실 이런 상태로는 경남 라이벌 자체가 성립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NC는 어떻게 이길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현재 타격감이 올라와있는 선수들이 많은 타선이기 때문에 몇 번의 찬스를 잘 살려내기만 해도 점수를 얻을 수 있었고, 불펜에서 튼튼하게 막아주었습니다. 아직 생소한 투수들이 많은 불펜진이기 때문에 잘 버티고는 있지만, 상대팀의 면밀한 분석 이후에도 버틸 수 있을지가 관건이겠습니다.

Posted by 마산야수

 2013 시범경기의 열기가 뜨겁습니다. 다양한 실험을 보여주는 팀들도 있고, 고질적인 문제가 해결이 덜 된 팀도 있습니다. 아 물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팀도 있습니다. 어제 열린 4곳의 시범경기를 되돌아 보겠습니다.



NC 다이노스 vs LG 트윈스

 NC의 기세가 무섭습니다. 2군 MVP감이라던 이재학은 그렇게 인상적인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LG 입장에서는 초반부터 상대투수를 더 흔들 수 있었고, 쉽게 승리를 가져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도루 실패와 더플플레이를 각각 두 번씩 기록하며 LG가 공격의 흐름을 이어나가지 못하자 NC가 기세를 빼앗아 옵니다.

<패기넘치는 막내구단 NC를 기대합니다>


 NC의 공격의 핵심은 여전히 2차 드래프트와 FA 계약 선수들입니다. 특히 2회말 첫 득점을 하는 상황에서 이호준의 주루플레이(2루타-우익수 플라이에 3루로 진루, 중견수 플라이에 득점 성공)는 그가 단순히 성격 좋은 선배가 아니라 헌신하는 클럽하우스 리더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이현곤은 좋은 선구안과 타격감으로 정말 2007년의 영광을 재현할 기세입니다. 모창민도 좋은 타격감각을 이어나가는 중입니다. 차화준 대신 2루수로 선발 출전한 박민우가 4안타를 기록했습니다. 김종호만 기대만큼 잘해준다면 좋은 테이블세터진을 선보일 수도 있겠지만 아직 김종호는 영점 조준이 덜 된 모습.

 아 이건 개인적인 감정이 반영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신정락의 투구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위기를 자초하기도 했습니다만 그의 속구 구위가 상당해 보입니다. 최근 수 년간 모교가 배출한 가장 기대되는 유망주에 대한 애정일까요. 좋은 모습 기대하겠습니다.



롯데 자이언츠 vs 넥센 히어로즈

 '6억원 핵잠수함' 김병현은 아직 그 어뢰를 정확히 조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한 스터프로 삼진을 잡고 범타를 유도하며 위기를 틀어막았습니다. 반면 '젊은 잠수함' 이재곤 선수는 아직 구위도 완전하지 않은 느낌입니다. 싱커가 조금만 각이 작고 가운데로 몰리면 영락없이 배팅볼이 되었습니다. 홍성민은 효율적인 투구로 비교적 긴 이닝도 막을 수 있음을 보여주면서 자신이 최상의 보상선수 픽이었음을 증명하려 하고 있습니다.

 선수들의 실책이 뼈아픕니다. 이미 주전 유격수를 다투는 박기혁, 문규현이 실책을 기록한 가운데 한 경기에서 1루수 박종윤, 2루수 조성환, 3루수 황재균이 모두 실책을 범한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약해진 타격에 수비가 '더' 약해지기까지 한다면 중위권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주루사 또한 상당히 안타깝습니다. 특히 전준우 선수의 3루수 실책으로 인한 출루 이후의 모션은 분명히 아웃을 선언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었습니다. 1루로 출루 후에는 확실히 오른쪽으로 틀며 우익선상 밖으로 귀루를 하든지, 과감하게 2루로 추가 진루를 해야만 합니다.



삼성 라이온즈 vs 두산 베어스

 삼성은 연신 불펜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1무 2패를 기록했습니다. 상당히 어울리지 않는 모습인데요. 권혁 선수의 구속이 점점 떨어지면서 그 위력이 줄어든 것은 꾸준히 나타나고 있는 현상입니다. 어떻게 극복할지 궁금합니다.

 사실 두산의 라인업을 보면서 계속 의문이 들었습니다. 도대체 홍성흔을 왜 영입한 것인지, 지난 시즌 팀내 최다 홈런을 기록한 전도유망한 3루수 윤석민의 앞날은 어찌될지 궁금합니다. 분명히 홍성흔과 김동주는 현역 생활의 황혼기를 맞이한 선수들입니다. 물론 수비가 강한 오재원이 1루로 활용될 수도 있고, 허경민과 고영민 등 다재다능한 2루수들이 있으니 내야진의 구성은 다양한 방향으로 이루어질 수 있겠지만, 31억 짜리 클럽하우스 리더는 수비를 맡을 수 없어서 상당히 걸림돌이 되겠죠.

<'그'가 왜 내야수인가? 그는 타자일뿐 야수일 수는 없다.>


 변진수의 성장은 기대가 됩니다. 아 그리고 박건우 선수의 발은, 빠르다는 명성은 익히 들었습니다만 정말 엄청납니다.



기아 타이거스 vs SK 와이번스

 기아의 낌새가 심상치 않습니다. 상상 속의 중심타선이라던 L-C-K(이범호-최희섭-김상현)라인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나지완을 포함한 L-C-N-K(이범호-최희섭-나지완-김상현)으로 재탄생하더니 이제는 그 순서마저 자유롭게 변형 중입니다. 투수진 또한 상당히 안정적으로 보입니다. 가장 큰 수확은 뭐니뭐니 해도 무사만루를 무실점으로 막아낸 마무리 투수 앤서니 르루입니다. 퀵모션과 좋은 구위가 마무리 투수에 어울린다는 평가에도 그간 연습경기에서 부족한 모습을 보이더니, 이제는 비상하려고 합니다.

 SK는 전력의 상당한 부분인 최정과 정근우가 빠진 채로, 아직은 조금씩 어긋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박진만답지 않은 실책이 2실점으로 이어졌고, 임경완은 SK행 이후 완전히 감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이만수 감독이 박진만 선수의 실책 이후 경기장에서 대놓고 헛웃음을 보인 것에 대하여 상당히 반발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대스타 출신 감독일수록 선수들의 실수를 엄하게 평가할 부분은 평가하고, 따뜻하게 받아들일 것은 포용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진 출처 : NC 다이노스 홈페이지 월페이퍼

두산 베어스 홈페이지 선수단 소개

Posted by 마산야수

 '타이중 참사'라는 꼬리표를 달고 마무리된 3회 WBC 한국 대표팀의 명단이 처음 공개되었을 때 가장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웃거린 부분은 내야의 두 포지션에만 세 명의 선수(1루수 이승엽, 이대호, 김태균/유격수 강정호, 손시헌, 김상수)를 선발했고, 나머지 두 포지션에는 한 명의 선수만을(2루수 정근우, 3루수 최정) 선발했던 점이었습니다. 정근우와 최정 선수의 백업에 대한 의문에는 강정호는 3루 수비가 가능하며, 김상수는 2루 수비가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유격수는 내야 수비의 핵이며 가장 넓은 범위를 수비하며, 심지어 우리는 그들에게 약간 '타격은 부족해도 좋으니 수비 하나만이라도 안정적이길 바란다'는 면책권까지 쥐어주곤 합니다. 그래서 보통 가장 수비를 잘한다는 선수들이 유격수인 경우가 많고, 유격수 출신의 선수들이 다른 내야 포지션으로 이동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롯데의 황재균 선수가 유격수 출신이었으나 강정호 선수와의 경쟁 과정에서 3루수로 전환했고, 안치홍 선수도 유격수 출신입니다. 또한 역대 최고의 1루수로 손꼽히는 장종훈 선수도 유격수 출신으로 골든글러브를 두 번(88, 90)이나 수상했습니다.

 그러나 현대야구가 세밀해지고, 그 분업이 확실해지면서 더 이상 유격수가 무작정 다른 내야 포지션을 잘 맡을 수 있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워졌습니다. 예전만 해도 나이가 들면서 수비는 부족해지고, 여전히 방망이는 활용도가 높은 선수들에게 대체로 1루수비를 맡기곤 했지만 점점 그런 경향이 약해지는 것과도 상통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타고난 수비 재능과 훈련을 통해서 좋은 전환이 가능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피나는 훈련'이 전제된 결과입니다.

 

 

뼈기혁? 나 이래뵈도 국가대표 출신 내야수, 데릭 기혁이야

 2008년, 8년 만에 가을 야구를 하게 된 롯데 자이언츠에는 전과는 180도 달라진 유격수가 있었습니다. 바로 타율 0.291, 36타점, 47득점, 16도루로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박기혁 선수였습니다. 너무 말라서 살찌우는 훈련을 하기도 했다는 그에게 롯데팬들은 '뼈기혁'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습니다. 박기혁 선수는 박진만 선수를 대신해 2009년 2회 WBC 대표팀에서 주전 유격수로 활약하면서 수비 실력을 마음껏 뽐내기도 했습니다. 드디어 박기혁 선수의 전성시대가 오는 듯 했죠.

 그러나 이후 부상과 부진으로 병역 특례가 걸린 2010 광저우 아시아게임 대표팀에 승선하지 못했고, 공익근무요원으로 2010년 말 입대했습니다. 드디어 2년의 군 복무를 마치고, 2013년 복귀합니다. 시범경기에서도 2경기 동안 5타수 2안타로 타격감을 조율하며 팬들의 기대를 높이고 있습니다.

 

문리바? 문대호라 불러주오

 그런 주전 유격수 박기혁 선수가 군 복무를 하는 동안, 롯데의 주전 유격수는 문규현 선수였습니다. 아직도 문규현 하면 처음 떠오르는 별명은 문리바입니다. 바로 2007년 현대와의 경기 중 포수 플라이를 처리하려는 강민호 선수를 보지못하고 3루 수비를 하던 문규현 선수가 흡사 농구경기에서의 리바운드처럼 공을 쳐내버렸던 장면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난 2년간 문규현 선수는 많은 발전을 했습니다. 낮은 타율로 많은 질책을 받기도 했으나, 에이스 감별사라고 불릴 정도로 유독 리그 최고급의 투수들에게서 결정적인 안타를 쳐내기도 했고, 특히 2011년 7월에는 4할2푼3리, 10타점, 14득점을 기록하며 '문대호'라고 불리기까지 했습니다. 수비에서는 매우 뛰어나지는 않지만 무난하고 안정적인 수비를 해오면서 2년간 그의 몫을 묵묵히 해내왔습니다.

 

경쟁? 공존?

 2013년 롯데의 유격수 자리는 신-구 주전 유격수들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시범경기 이틀 째이던 10일 일요일, 문규현 선수의 2루수 가능성이 대두된 것입니다. 물론 시범경기 중에는 다양한 포지션 실험이 가능합니다. 박준서 선수의 외야수 겸업 실험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롯데 야수진에서 늘 지적되어 온 점은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너무 더디다는 것입니다. 만약 문규현 선수가 박기혁 선수보다 많이 어리고, 경험이 부족해서 꾸준히 1군 무대를 밟게 하며 미래를 준비하게 하려는 복안이라면 모를까, 문규현 선수는 박기혁 선수보다 딱 2살 어린 83년생입니다. 차세대 유격수를 바라보고 경험을 쌓게 하는 것도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그간 주전 2루수였던 조성환 선수가 당장 출전이 불가능하냐면, 그것도 아닙니다. 물론 많은 나이로 풀타임 활약은 어려울 것이고, 타격에서도 하락세가 보이는 조성환 선수입니다만 여전히 타격에서는 문규현 선수와 비교할 수준이 아니고, 문규현 선수의 2루 수비는 SK와의 시범경기에서 보았듯이 그리 안정적이지조차 못합니다. 그리고 2루에는 손용석, 정훈 등 꾸준히 롯데가 관리해온 내야수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비록 2군에서였지만 좋은 타자들로서 활약한 이들의 타격 잠재력은 문규현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문대호라고 불리던 시절도 있었지만, 문규현 선수가 주전으로 활약한 2년간 기록한 타율은 2할2푼6리입니다.

 

물론 실험은 가능, 그러나 유격수는 다른 내야 포지션 가능하다는 생각 그만!

 물론 시범경기 한 경기였을 뿐입니다. 또한 다양한 경쟁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선수들의 의지를 고취시킬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절대 유격수는 만능 내야수가 아닙니다. 빠른 대쉬로 번트 등 짧은 타구를 처리하고 더 긴 송구를 필요로 하는 3루수, 유격수보다 수비범위는 좁고 송구 거리도 짧지만 상당히 어려운 수비 및 송구 상황이 많은 2루수, 수비범위가 좁지만 빠른 라인드라이브가 많고 악송구들도 안정적으로 포구해야 하는 1루수는 이제 모두 전문적인 포지션이 되었습니다. 물론 포지션 전환은 가능합니다. 그러나 오직 꾸준한 훈련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이를 잊고, 분업화되고 안정적인 수비가 기본인 현대야구에서 유격수는 만능 내야수라는 구시대적 발상에 사로잡혀서는 안 될 것입니다.

 

사진 출처 : 롯데자이언츠 홈페이지

Posted by 마산야수

 "한국에는 봄-여름-가을-겨울의 사계절이 있습니다. 그러나 야구팬에게는 두 계절만이 있습니다. 시즌과 비(非)시즌."

-마산야수


 정말 멋진 말이지 않습니까? 작년 시즌 초에 친구들과 술을 먹으며 야구를 보다가 제가 내뱉은 말인데, 오랫동안 개막을 기다리신 야구팬 모두가 공감하는 말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네, 다시 돌아왔습니다. '위대한 3월'은 없었지만, 시즌은 돌아왔습니다.



 어제 SK와 롯데가 연습경기를 가졌고 오늘은 정식 시범경기로 다시 만났습니다. 내일도 만난다고 하죠? 오늘의 경기는 새로운 톱타자 황재균의 활약에 힙입어 2 : 1, 롯데의 승리였습니다.

출처 : 롯데자이언츠 홈페이지



5선발

 사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홍성흔이 두산과 FA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을 듣고 많이 아쉬웠습니다. 2001년 두산의 '우동수(우즈-김동주-심정수)', 2003년 삼성의 '이마양(이승엽-마해영-양준혁)' 등과 더불어 2000년대 최고의 클린업트리오로 기억될 2010년 '홍대갈(홍성흔-이대호-가르시아)'이 2010년 가르시아와의 재계약 포기와, 2011년 이대호의 FA 일본행에 이어 완전히 흔적도 없이 해체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1주일 후에는 다시 한 번 놀랐습니다. 바로 홍성흔의 보상선수가 지난 시즌 모두가 주목하지는 않았음에도 자신의 몫을 다했던 두산의 김승회였기 때문입니다.

 김승회의 2012년은 정말 알찼습니다. 6승 7패로 이목을 끌기에 불충분하지만, 120.1이닝을 소화하면서 ERA 4.04, 피안타율 0.249로 꾸준히 마운드를 지켜주었습니다. 이른바 '양떼야구'로 투수진이 강해졌다는 롯데였지만 선발진은 크게 약화되었기 때문에 김승회는 큰 힘이 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시범경기의 첫 선발투수는 그였습니다.

 1회초부터 1사 만루를 맞이하며 위기가 있었지만, 140km 초반의 직구를 예리하게 제구해 연속 삼진을 잡아내며 위기를 탈출하더니, 4.2이닝을 7피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막아냈습니다. 투구수는 69개로 충분히 효율적인 투구였습니다. 20인 보호선수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충격일 수도 있었겠지만, 그는 사직을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만들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백업 포수

 그리고 이렇게 김승회가 충분히 활약할 수 있었던 것은 두산에서부터 배터리를 결성한 경험이 있는 용덕한 덕분입니다. 그는 강민호의 백업포수로 지난 시즌 김명성과 트레이드되어 롯데 선수가 되었고, '준플의 사나이'답게 지난 시즌 두산과의 준PO에서 맹활약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시즌, 그는 그는 출전 경기에서 80% 승률을 기록하고 싶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는 수비형 포수입니다. 안정적인 투수 리드와 수비 실력, 도루 저지는 '믿고 쓰는 두산표 투수'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는 어제의 연습경기에서도 3루 도루를 저지한 데에 이어, 오늘 경기에서는 2회 박승욱을 견제사시키고 5회 최윤석과 김성현의 도루를 깔끔히 막으며 새 시즌에 대한 기대를 높였습니다. 특히 5회초 두번째로 기록한 김성현의 도루저지는 바깥쪽으로 많이 빠진 이명우의 슬라이더를 재빠른 송구 동작 전환에 이어 자연 태그가 가능한 정확한 송구로 만들어낸, 포수 수비의 정석이었습니다. 그는 지난해 3할6리의 나쁘지 않은 도루저지율을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2009년에는 4할7리의 무시무시한 도루저지율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두 번의 타석에서도 볼넷과 안타를 기록하며 좋은 감각을 과시했습니다. 물론 3회의 무사 1루 2루 상황에서 기록한 주루사는 아쉬웠지만 보내기 번트의 실패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순간이었습니다.


톱타자

 바로 이 번트 실패는 거인군단의 새 톱타자 황재균이 기록한 것인데요. 이 번트 실패가 아쉽기는 했지만 그는 공수에서 오늘의 MVP로 활약했습니다. 6회초 1사 만루 위기에서 빠른 판단으로 조인성의 타구를 더블플레이로 연결시키며 팀을 구하더니, 7회말에는 깔끔한 좌전 안타로 오늘의 결승타점을 올렸습니다.

 특히 이번 시즌과 다음 시즌은 그에게 중요한 시기가 될 것입니다. 바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WBC에서 백업 3루수 없이 최정만을 선발하며 문제점을 보여주었던 한국대표팀이기 때문에 그는 앞으로의 2시즌의 활약에 따라 충분히 대표팀에 승선할 수도 있습니다. 아직 미필인 황재균으로서는 더욱 의지를 불태울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 외

 박기혁은 역시 좋은 유격수입니만, 그의 수비는 너무 화려합니다. 이말은 안정감이 부족해 보인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아직도 2009년 WBC에서 박기혁과 고영민이 이룬 키스톤 콤비의 엄청난 수비에 열광하면서도 안절부절 못하던 기억이 납니다. 오늘도 그는 4회초 안치용의 중전 안타성 타구를 2루 베이스 뒤에서 잡아내며 넓은 수비범위를 뽐냈지만, 8회초에는 조동화의 타구에 러닝스로우를 시도하다가 실책을 범하고 말았습니다. 타구의 바운드를 맞추기 어렵자 한 박자 접고 포구를 했고, 주자가 발빠른 조동화였기 때문에 시도한 송구였지만 조금 더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좋은 타격감을 보여주며 2안타 1득점을 기록했습니다.

 좌타거포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김대우를 영상으로 확인하는 첫 기회였습니다. 그는 4번 타자로 나섰지만 아쉬운 타격을 했고, 특히 변화구에 대한 대처가 약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런 그보다도 더 시선이 갔던 것은, 주전 좌익수로 발돋움할 기회를 잡았지만 삼진만 네 개를 기록하며, 선구안과 변화구 대처 모두 절망적인 모습을 보였던 김문호입니다. 김주찬을 잃은 롯데는 그의 발전을 꼭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박준서의 우익수 출전은, 딱히 그 성공 여부를 논할 장면이 오늘은 없었지만, 아쉬웠던 실점 장면에서 그리 나쁘지 않은 홈 송구 장면은 관심있게 봤습니다. 시범경기에서는 언제나 파격적인 포지션 전환을 볼 수 있는데, 삼성과 LG의 경기에서는 최형우의 1루 수비를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쪼록 내야 전 포지션으로 활용이 가능한 그의 강점에 외야수비라는 무기가 안정적으로 장착되기를 바랍니다.



사족

 비록 팀 코리아는 2라운드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WBC에서 반가운 얼굴이 보였습니다. '최초의 사이영상 수상 너클볼러' R.A.디키로부터 안타를 쳐낸 '하얀 갈매기' 가르시아 선수는, 아직도 롯데팬들에게서 회자되고 있는 '검은 갈매기' 호세만큼이나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용병입니다.


KARIM GARCIA SERIE DEL CARIBE 2011



 '경성대 전지현' 김연정이 NC 다이노스로 옮겨갔습니다. 원래 프로농구 창원 LG에서도 활약하고 있었고, 최근 경남 FC에서도 활동할 것이라고 했지만, 프로야구 리그 안에서 지역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기 시작한 NC 다이노스로의 이직이라서 다양한 반응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롯데-NC 간의 라이벌 구도가 정규시즌에서도 팽팽한 실력 경쟁으로 이어져 좋은 볼거리가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Posted by 마산야수

선발진에 이어 타선에 대하여 분석해봅시다.

 

2010년 리그를 평정했던 '핵빠따'는 어디로?

 우선 지난 시즌에 또 다시 타선에서는 큰 출혈이 있었는데요. 리그내 최고의 호타준족 우타 외야수인 김주찬과 FA 사상 최고의 모범사례라고 꼽히는 홍성흔이 FA로 각각 기아, 두산으로 향했습니다. 그 결과 2010년까지 리그 최고의 타선(팀타율 2할8푼8리, 팀홈런 185개)을 자랑하던 롯데는 2년만에 가르시아, 이대호, 홍성흔, 김주찬이 차례로 빠지며 테이블세터와 '홍대갈'로 불리던 클린업트리오가 모두 빠져나갔습니다. 선발 투수진이 그렇게 안정적이지는 않지만, 불펜의 힘이 강해졌고, 선발 후보급의 선수들은 많으니 용병 타자를 영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들도 많을 정도였습니다.

 

Lee Dae Ho "정말 그의 빈 자리는 메울 수 없는 것일까."


'치고 올라오는' 선수가 없다

 가장 큰 문제점은 이렇게 핵심 선수들은 빠져나가는데 치고 올라오는 선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롯데가 가을 야구의 단골 손님이 되기 시작한 2008년부터 지난 시즌까지를 보면

 

포수 : 강민호 -> 강민호

1루수 : 박현승(은퇴)/김주찬 -> 이대호(FA 이적) -> 박종윤

2루수 : 조성환 -> 조성환

3루수 : 이대호/정보명 -> 황재균

유격수 : 박기혁(입대) -> 문규현

좌익수 : 정수근(은퇴) -> 김주찬

중견수 : 김주찬/이승화 -> 전준우

우익수 : 가르시아(방출) -> 손아섭

지명타자 : 홍성흔

 

 새롭게 두각을 나타낸 선수는 손아섭, 전준우 정도이고 외부에서 영입한 황재균이 3루를 지키고 있습니다. 나머지는 수비 위치의 이동 정도만 나타났습니다. 정훈, 손용석, 김문호 등 구단에서 육성하려는 야수들의 성장이 매우 더딥니다. 2루수로 충분히 출전할 수 있는 정훈, 손용석이 있음에도 지난 시즌 37살이었던 조성환이 2루를 지켰던 것이 현재의 상황을 보여주는 매우 단적인 예입니다.


'홍-대-갈'에서 '손-전-장'으로

 그 와중에 2012년 팀내에서 중심을 잡아주었던 홍성흔과 공격의 첨병 김주찬이 다시 빠져나갔고 그 보상선수로는 투수들만이 지목되었습니다. '결국 타선에 대한 보완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인가'하고 걱정을 하던 팬들의 눈을 의심하게 만든 기사가 지난해 11월 27일에 뜹니다. 바로 2000안타-200홈런-3000루타-1000타점에 빛나는 '스나이퍼' 장성호를 트레이드로 영입한 것입니다.

 물론 장성호가 기아에서 한화로 트레이드 된 후 3년 간 남긴 성적은 2할5푼2리에 21홈런 118타점으로 매우 실망스러운 수준입니다. 그러나 그는 올해 그동안 끊임없이 그를 괴롭힌 어깨 부상을 털고 다시 부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의 영입 자체로 지난 시즌 주전 1루수 박종윤과의 경쟁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예상했던 결과이지만 2013년 롯데의 클린업 트리오는 '손(아섭)-전(준우)-장(성호)'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손아섭은 최근 3년 간 3할을 기록했으며 2년 연속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부정할 수 없는 롯데의 주전 우익수입니다. 그가 3번 자리를 지키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한편 전준우와 장성호 쪽은 불안한데요. 전준우는 2010년 혜성처럼 나타나 2할8푼9리, 19홈런에 16도루까지 곁들이며 새로운 주전 중견수의 등장을 알렸고 2011년에는 득점왕 타이틀을 차지하기도 했지만, 지난 시즌 2할5푼3리, 7홈런으로 부진했습니다. 거기다 WBC 대표팀에도 승선했었기 때문에 체력적인 문제에 대한 걱정도 많습니다. 하지만 20홈런을 충분히 기록할 수 있는 파워가 있고, 톱타자와 3번, 5번 등을 전전하지 않고 붙박이 4번으로 고정된다면 다시 도약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큽니다. 그리고 장성호의 경우, 앞서 말했듯이 부상에서 회복해 온전히 스프링캠프를 소화한 점, 3할을 밥 먹듯이 쳤던 그의 경험과 기록을 볼 때 충분히 기대를 하게 만듭니다.


새로운 톱타자와 좌익수

 솔직히 이야기하면, 홍성흔을 FA로 잡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김주찬을 잡지 못했을 때의 아쉬움이 더욱 컸습니다. 김주찬은 최근 다섯 시즌에서 평균 3할, 72득점, 38도루를 기록한 최고의 테이블세터였습니다. 그리고 수비위치가 없는 지명타자인(2011시즌 초에 최악의 좌익수 수비를 선보였지만) 홍성흔에 비해 김주찬은 불안했던 수비에서도 성장을 거듭하며 주전 좌익수를 맡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그의 자리를 채우는 것이 매우 중요한 2013년 롯데 자이언츠입니다. 우선 톱타자 자리는 황재균이 나설 예정입니다. 신인인 조홍석과의 경쟁이 있었지만 황재균은 지난 시즌 2할7푼2리, 26도루를 기록한 검증된 자원입니다. 그가 만약 당시 히어로즈(現 넥센) 소속이던 2009년의 모습(0.284, 18홈런, 30도루)을 다시 보여준다면, 리그 최고의 톱타자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좌익수 자리에는 김문호와 김대우가 경쟁하는 듯하지만 수비 수준가 그렇게 뛰어나다고 볼 수는 없는 두 선수이고, 김대우가 야수경력이 더욱 짧은 점을 고려한다면 좌익수로 김문호가 나서고 김대우는 지명타자로 돌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실 김대우에 대한 기대가 매우 큰 것으로 보이는데 어디까지나 그의 '호타준족'은 2군에서 보여준 실력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 외에도...

 포수자리는 강민호가 굳건히 지킬 것으로 보입니다. FA를 앞두고 벌써 역대 최고 대우를 받을 것이라는 예측이 난무하는 등, 그는 모두가 인정하는 젊고, 파워풀하고, 경험 많은 포수입니다. 그러나 최악의 결과를 낸 3회 WBC에서 많은 비판을 받은 것처럼, 안정성 측면에서 여전히 약점을 보입니다. 단기전에서의 경험은 보충만이 살 길입니다. 그리고 단기전을 경험해보기 위해서는 4강에 진출해야만 할 것입니다.

 2루수는, 대단히 유감스럽게도, 조성환 선수의 이름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조성환 선수는 여전히 2할 8푼대의 컨택과 리더십을 기대할 수 있는 선수이고 저 또한 그의 팬이지만, 내야수 유망주들의 성장을 더디다는 뜻입니다. 올 시즌 그는 한국 나이로 38세입니다. 올 시즌은 다음 주전 2루수를 키워낼 마지막 시기라는 것입니다.

 유격수 자리에는 박기혁 선수가 돌아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가 마지막으로 뛴 2010년 6월 22일 마산구장에서의 경기를 라디오중계로 듣고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홈 슬라이딩에서 큰 부상을 입었는데 들것이 준비되어 있지 않아 업혀나오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마산에서 처음 야구를 보고 배운 사람으로서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어쨌든 부상에서 회복하고 공익 복무까지 마친 그가 돌아왔습니다. 2008년 0.291, 16도루를 기록하며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했고, 2회 WBC에서는 박진만을 대신해 주전 유격수로 활약하며 준우승에 기여했던 그가 문규현과의 포지션 경쟁에서 약간 앞서있다고 생각합니다. 안정적이지만 비교적 수비범위가 좁다는 평을 듣는 문규현에 비해서, 그는 화려해 약간은 불안하다는 평가까지 받지만 뛰어난 수비실력에 주자로서도 문규현보다 빠른 발의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 시즌, 10년간의 무명시절을 딛고 주전 1루수로 도약했던 박종윤은 2할5푼7리, 9홈런, 47타점으로 특히 컨택에서 안정적이지 못한 부분을 보였습니다. 그동안 롯데에 계속해서 부족했던 좌타자도 김대우, 장성호 등이 보강된 만큼 그는 더욱 힘든 경쟁을 통해 주전 1루수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시험받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수비실력 하나만큼은, 리그 최고 수준입니다. 아직도 준플레이오프에서 1차전에서 김현수의 끝내기 안타를 훔치던 장면을 잊을 수 없습니다.


정리해보면 아래의 표처럼 다양하게 라인업을 시도할 수 있겠습니다.

 

 3B 황재균

 3B 황재균

 3B 황재균

 LF 김문호

 2B 조성환

 SS 박기혁

 RF 손아섭

 RF 손아섭

 RF 손아섭

 CF 전준우

 CF 전준우

 CF 전준우

 1B 장성호

 DH 장성호

 1B 장성호

 C  강민호

 1B 박종윤

 2B 조성환

 DH 김대우

 C  강민호

 DH 김대우

 2B 조성환

 LF 김대우

 C  강민호

 SS 박기혁

 SS 박기혁

 LF 김문호


 분명 핵타선 롯데의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만, 좋은 타선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새로 부임하신 박흥식 타격코치의 지도 아래, 꾸준한 성원과 함께 좋은 타선이 만들어지는 2013 시즌의 롯데 자이언츠를 기대합니다!


Posted by 마산야수
이전버튼 1 2 이전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