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시범경기의 열기가 뜨겁습니다. 다양한 실험을 보여주는 팀들도 있고, 고질적인 문제가 해결이 덜 된 팀도 있습니다. 아 물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팀도 있습니다. 어제 열린 4곳의 시범경기를 되돌아 보겠습니다.



NC 다이노스 vs LG 트윈스

 NC의 기세가 무섭습니다. 2군 MVP감이라던 이재학은 그렇게 인상적인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LG 입장에서는 초반부터 상대투수를 더 흔들 수 있었고, 쉽게 승리를 가져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도루 실패와 더플플레이를 각각 두 번씩 기록하며 LG가 공격의 흐름을 이어나가지 못하자 NC가 기세를 빼앗아 옵니다.

<패기넘치는 막내구단 NC를 기대합니다>


 NC의 공격의 핵심은 여전히 2차 드래프트와 FA 계약 선수들입니다. 특히 2회말 첫 득점을 하는 상황에서 이호준의 주루플레이(2루타-우익수 플라이에 3루로 진루, 중견수 플라이에 득점 성공)는 그가 단순히 성격 좋은 선배가 아니라 헌신하는 클럽하우스 리더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이현곤은 좋은 선구안과 타격감으로 정말 2007년의 영광을 재현할 기세입니다. 모창민도 좋은 타격감각을 이어나가는 중입니다. 차화준 대신 2루수로 선발 출전한 박민우가 4안타를 기록했습니다. 김종호만 기대만큼 잘해준다면 좋은 테이블세터진을 선보일 수도 있겠지만 아직 김종호는 영점 조준이 덜 된 모습.

 아 이건 개인적인 감정이 반영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신정락의 투구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위기를 자초하기도 했습니다만 그의 속구 구위가 상당해 보입니다. 최근 수 년간 모교가 배출한 가장 기대되는 유망주에 대한 애정일까요. 좋은 모습 기대하겠습니다.



롯데 자이언츠 vs 넥센 히어로즈

 '6억원 핵잠수함' 김병현은 아직 그 어뢰를 정확히 조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한 스터프로 삼진을 잡고 범타를 유도하며 위기를 틀어막았습니다. 반면 '젊은 잠수함' 이재곤 선수는 아직 구위도 완전하지 않은 느낌입니다. 싱커가 조금만 각이 작고 가운데로 몰리면 영락없이 배팅볼이 되었습니다. 홍성민은 효율적인 투구로 비교적 긴 이닝도 막을 수 있음을 보여주면서 자신이 최상의 보상선수 픽이었음을 증명하려 하고 있습니다.

 선수들의 실책이 뼈아픕니다. 이미 주전 유격수를 다투는 박기혁, 문규현이 실책을 기록한 가운데 한 경기에서 1루수 박종윤, 2루수 조성환, 3루수 황재균이 모두 실책을 범한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약해진 타격에 수비가 '더' 약해지기까지 한다면 중위권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주루사 또한 상당히 안타깝습니다. 특히 전준우 선수의 3루수 실책으로 인한 출루 이후의 모션은 분명히 아웃을 선언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었습니다. 1루로 출루 후에는 확실히 오른쪽으로 틀며 우익선상 밖으로 귀루를 하든지, 과감하게 2루로 추가 진루를 해야만 합니다.



삼성 라이온즈 vs 두산 베어스

 삼성은 연신 불펜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1무 2패를 기록했습니다. 상당히 어울리지 않는 모습인데요. 권혁 선수의 구속이 점점 떨어지면서 그 위력이 줄어든 것은 꾸준히 나타나고 있는 현상입니다. 어떻게 극복할지 궁금합니다.

 사실 두산의 라인업을 보면서 계속 의문이 들었습니다. 도대체 홍성흔을 왜 영입한 것인지, 지난 시즌 팀내 최다 홈런을 기록한 전도유망한 3루수 윤석민의 앞날은 어찌될지 궁금합니다. 분명히 홍성흔과 김동주는 현역 생활의 황혼기를 맞이한 선수들입니다. 물론 수비가 강한 오재원이 1루로 활용될 수도 있고, 허경민과 고영민 등 다재다능한 2루수들이 있으니 내야진의 구성은 다양한 방향으로 이루어질 수 있겠지만, 31억 짜리 클럽하우스 리더는 수비를 맡을 수 없어서 상당히 걸림돌이 되겠죠.

<'그'가 왜 내야수인가? 그는 타자일뿐 야수일 수는 없다.>


 변진수의 성장은 기대가 됩니다. 아 그리고 박건우 선수의 발은, 빠르다는 명성은 익히 들었습니다만 정말 엄청납니다.



기아 타이거스 vs SK 와이번스

 기아의 낌새가 심상치 않습니다. 상상 속의 중심타선이라던 L-C-K(이범호-최희섭-김상현)라인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나지완을 포함한 L-C-N-K(이범호-최희섭-나지완-김상현)으로 재탄생하더니 이제는 그 순서마저 자유롭게 변형 중입니다. 투수진 또한 상당히 안정적으로 보입니다. 가장 큰 수확은 뭐니뭐니 해도 무사만루를 무실점으로 막아낸 마무리 투수 앤서니 르루입니다. 퀵모션과 좋은 구위가 마무리 투수에 어울린다는 평가에도 그간 연습경기에서 부족한 모습을 보이더니, 이제는 비상하려고 합니다.

 SK는 전력의 상당한 부분인 최정과 정근우가 빠진 채로, 아직은 조금씩 어긋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박진만답지 않은 실책이 2실점으로 이어졌고, 임경완은 SK행 이후 완전히 감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이만수 감독이 박진만 선수의 실책 이후 경기장에서 대놓고 헛웃음을 보인 것에 대하여 상당히 반발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대스타 출신 감독일수록 선수들의 실수를 엄하게 평가할 부분은 평가하고, 따뜻하게 받아들일 것은 포용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진 출처 : NC 다이노스 홈페이지 월페이퍼

두산 베어스 홈페이지 선수단 소개

Posted by 마산야수

 네, 오래간만에 야구장에 다녀왔습니다. 딱히 시범경기부터 보러 다니겠다는 결심은 없었지만, 오늘 회사도 쉬는 날이고, 갑자기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지난 시즌에 잠실에 다녀오고 올시즌은 야구장이 당연히 처음이고, 마산구장을 찾은 건, 2009년 이후 처음이니까 4년 만이네요. 사실 지난 시즌부터 NC 다이노스의 홈 구장으로 쓰이면서 리모델링이 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잘 되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우선 신세계백화점에서 내려서 옆 골목으로 들어가면 저멀리 조명탑이 보이는데요. 사실 저건 축구장 조명탑입니다. 그래도 저 방향을 따라 쭉가면


 이렇게 NC 다이노스 팬들을 환영하는 마산공설운동장이 보입니다.


 아침부터 계획은 했지만 미적거리다가 이미 경기시작 시간은 약간 지나버렸고, 그래서 지나가다가 야구용품점에 들러서 NC 모자를 하나 질러버렸습니다.



 들어가보니 이미 1회초 공격은 끝난 상황이었습니다. 1번타자 정수성이 2루타를 치고 서건창과 이택근의 연속 땅볼에 홈으로 들어와 1대 0으로 넥센이 앞서고 있었습니다. 저는 딱히 홈 원정팀 응원을 떠나 3루측에 앉았습니다. 원정팀 불펜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고, 경기 중에는 김상수, 이보근 등이 몸을 푸는 것도 볼 수 있었습니다.





 초반은 조금 지루했습니다. 나이트와 찰리 쉬렉은 모두 공이 괜찮아 보였고 타자들은 쉽게 그들을 공략하지 못했습니다. 나이트는 140대 초중반의 직구에 싱커와 슬라이더가 좋아보였고, 찰리 쉬렉은 전광판에 147km까지 찍힌 직구의 구위와 직접 투수 앞 땅볼을 처리하기까지 하면서 위기를 막았습니다. 두 투수가 모두 4이닝 씩을 막았습니다.

 

<역투하는 브랜든 나이트(위)와 찰리 쉬렉(아래)>


인생은 이호준처럼

 역대 한국 프로야구 31개의 우승트로피 중 10개를 보유한 김응룡 감독은 '투수는 선동열, 타자는 이승엽, 야구는 이종범'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죠. 그런데 언젠가부터 팬들은 그 뒤에 한 마디를 덧붙였습니다. '인생은 이호준'

 미모의 아내와 토끼 같은 자식들을 거느린 행복한 가장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해태에서 투수로 데뷔한 후 성적이 신통치 않자 타자로 전향한 후 FA 시즌을 앞두기만 하면 준수한 성적을 거둬 좋은 FA 계약들을 이끌어냈기 때문입니다. 지난 시즌이 끝나자 역시 3년 20억원의 좋은 조건의 FA 계약을 통해 NC 다이노스로 이적했습니다. 팀에서 그에게 바라는 것은 우승 경험이 많은 베테랑이자, 이미 신생팀을 경험(2000년대 초반 SK 와이번스)해본 선수로서 팀의 중심을 잡아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4번 타자 자리 또한 그의 차지였습니다.

 넥센 김민성이 5회초 솔로 홈런을 치고 한 점 달아났지만 곧바로 5회말 김태군이 2루타로 한 점을 따라붙어 2:1로 맞은 6회말에서, 김종호와 차화준이 볼넷과 중전안타로 출루하고 박상혁의 진루타로 NC는 1사 2루 3루의 찬스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4번 타자 이호준.


 

 이호준은 팀이 자신에게 원하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깔끔한 좌전 안타로 역전을 이끌어냈습니다. 하지만 주루플레이에서 안타깝게도 2루까지 내닫던 중 태그 아웃되고 말았습니다. 그렇지만 정말 그의 역할을 다한 장면이었습니다.



타격왕 어떻게 한 거야?

 2007년 타격왕 이현곤은 정말 미스테리인 것 같습니다. 그 해 반짝 활약으로 0.338의 타율로 양준혁을 제치고 타격왕을 차지했지만, 그의 통산 타율은 2할7푼2리에 그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FA 계약으로 NC 다이노스로 옮겨올 수 있었습니다. 1루수, 유격수, 3루수를 소화할 수 있는 활용도와, 어쨌거나 타격왕을 차지하기도 했던 선수라는 점 덕분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오늘 이현곤은 오늘 3타수 3안타를 기록하며 주전 유격수 자리와 베테랑 타자로서의 입지를 확보했습니다. 특히 7회말 4:2로 한 점 달아나는 타점을 올렸습니다. 3안타가 좌전안타, 중전안타, 우전안타로 타구의 방향들이 넓게 퍼지는 것도 좋은 컨디션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부분입니다. 2013년 이현곤을 기대해보아도 좋을 것 같았습니다.



아직은 미숙한 '아홉번째 심장'

 8회말 3점을 더 얻으며 승부를 결정지은 NC 다이노스였지만 여전히 문제점이 많아보였습니다. 우선 수비가 여전히 불안했습니다. 2루수 차화준이 실책으로는 기록되지 않았지만 2회초 유한준의 타구를 제대로 포구하지 못한 것부터, 깔끔하게 승리를 결정지어야 했던 9회초 교체된 2루수 이상호의 실책과 폭투 등으로 한 점을 내주고 경기를 끝낸 것까지 1군 프로리그에서는 약간 부족하다고 느꼈던 장면이 많았습니다. 어제 경기에서도 3개의 실책과 더 많은 보이지 않는 실책을 기록하는 등 프로팀의 기본인 수비에서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사실 타격은 약간 부족하더라도 오늘 경기처럼 몇 안 되는 찬스를 베테랑들을 중심으로 살려내면 되지만 수비가 되지 않으면 경기 자체를 제대로 진행할 수가 없습니다. 두산 시절에도 최고의 내야진을 구성했던 김경문 감독의 역량에 기대를 걸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오늘 경기에서 주루사가 2번이나 보인 것도 아쉬웠습니다. 주루사는 공격의 흐름을 끊는 가장 안 좋은 케이스입니다. 오늘은 김태군과 이호준이 적시타를 기록한 이후에 주루사를 기록했는데, 추가 점수를 올릴 수 있었던 기회들을 날려버린 것입니다. 몇 안 되는 찬스를 살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주루사를 줄여야 할 것입니다.

 또한 오늘 경기에 출전했던 23명의 선수(타자 17명, 투수 6명) 중에서 좋은 활약을 보인 선수들이 대부분 2차 드래프트와 FA 계약을 통해 영입한 선수들이라는 점도 아쉬웠습니다. 각각 3타점, 2타점, 1타점 씩을 올린 김태군, 이호준, 이현곤 등과 중간 투수로 나온 고창성 등이 바로 그들입니다. 특히 고창성은 역전에 성공한 직후인 7회초를 연속 삼구삼진 포함 공 9개로 깔끔하게 막아냈습니다. 구속도 130km대 후반까지 나왔고, 두산 시절 갑자기 문제가 되었던 제구도 매우 안정적이었습니다. 다시 한 번 그의 비상을 기대해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분명 NC는 2차 드래프트 8명, FA 계약 2명의 총 10명의 선수만으로 야구를 할 수는 없습니다. 2군에서 차근차근 성장해온 선수들이 그 기량을 뽐낼 수 있길 바랍니다. (나성범이 돌아와서 제 갈증을 해결해줄까요?)

 하지만 모든 2차 드래프트 선수들이 활약하지는 못했습니다. 아쉬운 것은 불펜에서 큰 형님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던 이승호와 송신영이 여전히 그리 좋지 않은 공을 던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눈에 드러나는 성적으로는 0.1이닝 씩을 맡으며 자책점이 없었지만, 1사1루 상황에서 고창성이 내려간 이후 후속타자들에게 안타, 볼넷을 내주며 주자를 홈으로 보내버렸습니다. 제구도 불안했고 구위도 너무 떨어져 보였습니다. 이른바 A-C-E 트리오로 불리는 아담 윌크, 찰리 쉬렉, 에릭 하커를 중심으로 선발진은 어찌어찌 구성한다고 하더라도 계투진에서 송신영과 이승호의 역할은 큽니다. 이제는 20인 명단에서 제외된 아픔보다는 미래에 대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역투하는 이승호와 송신영,

그러나 아직 구단이 그들에게 기대하는 것에 못 미치는 모습이었습니.

 


새로운 분위기의 마산구장

 네, 정말 내야석들이 꽉찰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야구장을 찾았습니다. 내야가 5530석인데 어제와 오늘 모두 5000명 이상이 방문했습니다. 외야는 안전 문제로 통제되어 있었지만, 시즌 중에는 외야까지 팬들로 가득한 구장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처럼 창원시민들의 야구에 대한 열정은 뜨겁습니다. 특히 한때 용접을 해가며 철문을 뚫고, 외야에서 고기를 굽고 소주를 마시던 그 유명한 '마산아재'들이 아닌, 가족 단위로 오신 많은 분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서울에서는 젊은 친구들끼리, 연인 관계끼리 야구장을 찾은 것만 많이 보다가 이렇게 훈훈한 광경을 보니 기분이 더 좋았습니다.

 그런데 조금 아쉽게도 여전히 롯데 유니폼, 바람막이 등을 입고 이곳을 찾은 팬들도 많았습니다. 물론 야구를 좋아해 야구장을 찾는 것이고 어느 구단의 팬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열성적인 경남지역 야구팬들을 진정한 NC 다이노스의 홈팬으로 완전히 품지는 못한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인지 구단에서도 다른 구단 유니폼을 가져 오면 NC 다이노스 유니폼을 지급하는 행사를 안내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경기 중, 터져나오는 박수소리와 아쉬움의 탄성, 시범경기 기간이라 엠프와 응원단이 없음에도 들려오는 열성적인 응원은 제 걱정이 한낱 기우에 그칠 것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열성적인 팬들이, 지자체의 정치논리로 인한 말도 안 되는 구장 입지 때문에 경기를 찾아오지 못하게 되는 일이 없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혼자 야구장을 간 것은 처음이었지만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자주 마산구장을 찾게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오늘처럼 짜릿한 역전승을 자주 보여주는, 패기 넘치는 '막내' NC 다이노스의 모습을 기대합니다!

Posted by 마산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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