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한화의 극적인 연패 탈출에 대해 노래하고 있습니다. 물론 감동적입니다. 한국시리즈에서 승리한 것만 같다는 김응룡 감독에게 팬들은 '울지마'를 연호했습니다. 심지어 정말로 울어버린 팬들의 모습도 보입니다. 항상 당당하던 주장 김태균은 인터뷰에서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첫 승의 상대가 한화 다음가는 약팀으로 꼽히는 NC였다고, 그 승리의 가치를 폄하하거나 한화에 대하여 여전히 부정적인 전망만을 내놓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시즌의 90%가 남아있습니다. 더 높이 날아오르는 독수리의 모습을 기대합니다.



'갑드'의 후계자, 주전 포수로 도약하다

 많은 이들의 눈은 한밭구장으로 향했지만 마산야수의 시선은 삼성과 SK의 경기가 펼쳐진 포항으로 향했습니다. 이번 시즌, 삼성의 안방마님 자리가 심상치 않습니다. 어제까지 11경기를 치른 상황에서, 지난 시즌 급성장하며 '갑드래곤' 진갑용의 후계자로 지목된 이지영이 전 경기에 출장(선발 9, 교체 2)해 곧바로 안방마님 자리의 승계에 들어간 것입니다. 물론 진갑용 또한 개막전을 포함한 2경기에 선발로 나섰고 총 8경기에 출전하고 있지만 대타로 활용되는 경우가 잦습니다. 지난 시즌까지는 베테랑 포수들의 공을 진갑용이 받고, 이지영이 젊은 투수들과 호흡을 맞추며 진갑용이 선발 출장한 경기에 이정식과 함께 백업포수로 출전하는 구도였다면 이제 완전히 이지영이 주전으로 나서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시즌 공격형 포수로 주목받은 이지영은 이제 진갑용의 자리를 물려받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출처 : 삼성라이온즈 홈페이지)



젊은 공격형 포수, 그러나 아직 수비에서는 부족

 지난 시즌 이지영은 3할 4리의 타율을 기록하며 공격형 포수로 주목받았습니다. 초구부터 너무 적극적인 타격을 한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한국시리즈라는 큰 무대에서도 좋은 타격감을 이어나가며 팀 우승까지 이끌어 확실한 눈도장을 받았습니다. 이번 시즌도 0.286의 좋은 타격 성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의 도루저지율이 너무 부실합니다. 지난 시즌에도 0.275(40번 시도, 11번 저지)의 약간은 부실한 도루저지율을 기록했기에 이번 시즌은 3할대 도루저지율을 목표로 열심히 훈련했다는 이지영입니다. 그러나 어제 경기까지 12번의 도루 시도에 단 2번 주자를 잡아내며 1할6푼7리의 도루저지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는 현재 50이닝 이상 뛴 9명의 포수들 중 8위(1위 조인성 0.556, 9위 용덕한 0.083)에 해당하는 성적입니다.

 특히 SK와 상대한 어제 경기에서는 4번의 도루시도를 모두 허용해 SK의 공격이 활발해지는 것을 전혀 막지 못했습니다. 주목할 점은 네 번의 시도 중 세 번이 주자 1루, 3루 상황에서 나왔고 이지영은 이 세 번 중에 단 한 번도, 2루로 공을 뿌리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물론 주자 1루, 3루 상황은 포수가 2루로 송구하는 틈을 타 3루주자가 홈으로 들어오는 딜레이드 더블 스틸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포수는 더욱 주자의 리드폭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견제를 시도해야 하고, 과감하게 2루로 공을 뿌리거나 때로는 포수의 낮은 2루 송구를 투수가 커트하며 움직임이 큰 3루주자를 노리는 등 확실한 선택을 해야 하지만 이지영은 모두 쉽게 2루 베이스를 내주고 말았습니다.

 가장 아쉬웠던 장면은 3루주자가 아주 느린 조인성이었음에도 정근우가 향하고 있는 2루로 공을 뿌려보지도 못한 3회의 첫 도루허용이었습니다. 느린 3루주자를 두고도 2루로 공을 뿌리지 못한 이 상황은, 아주 빠른 주자인 정근우를 3루에 두고 1루주자 이명기가 과감하게 두번이나 도루를 시도해 모두 성공(5회, 6회)시킬 수 있었던 원인이 되었을 것입니다. 이지영은 유사한 세 번의 상황에서 모두 도루를 허용하며 약점을 드러내는 동시에 본인의 자신감에도 타격을 입었을 것입니다.


삼성과 SK의 어제 경기(4/16) 도루 상황 요약



공격은 관중을 부르지만, 수비는 승리를 부른다

 오늘 경기에서 나온 네 번의 도루는 모두 1루주자를 득점권으로 옮기는 2루 도루였습니다. 이렇게 득점권까지 4명의 주자 중 3명이 후속타로 득점에 성공했습니다. 이처럼 한 베이스를 쉽게 내주는 것은 곧 점수를 쉽게 내준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강팀은 쉽게 점수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3회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최강팀인 삼성 라이온즈의 주전 포수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아직 이지영이 가야할 길이 멀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86년생으로 포수치고는 상당히 젊은 나이에 주전 기회를 잡았습니다. 삼성 입장에서도 국가대표 출신이자 역대급 명포수인 진갑용이 불혹에 접어들고, 이제는 당장 다음 시즌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지영의 성장이 간절합니다. 이지영은 이번 시즌이 끝난 뒤 어쩌면 한국프로야구 FA 사상 최고액을 기록할 수도 있는 젊은 공격형 포수가 시장에 나온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공격 뿐만 아니라 수비에서 더 발전된 모습을 보일 때,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명문구단인 삼성 라이온즈에서, 주전 포수로서 우승을 이끌 수 있을 것입니다.

Posted by 마산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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