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도의 승점 인플레, 순위표가 이상하다??


 WBC에서 4강과 준우승을 넘어 우승을 꿈꾸었지만 '위대한 3월'은 없었던, 약간은 아쉬움 속에서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가 개막한 지 벌써 한 달이 다 되었습니다. 선수들이 실책과 볼넷을 남발하며 프로야구 전반의 수준 하락에 대한 논란도 있었지만, 전문가들의 분석대로 예년보다 추운 날씨로 인한 부분이 컸던 것으로 보이고 실제로 기온이 오르며 선수들의 기량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팀당 20~21경기를 치른 현재 시점에서 순위표를 살펴보면 매우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출처 : 네이버 스포츠


 바로 이른바 '가을야구'로 불리는 포스트시즌 진출이 가능한 4강팀들의 승률입니다. 두산과 기아가 6할8푼4리로 공동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삼성과 넥센이 6할5푼의 승률로 공동 3위를 기록하며 바짝 뒤쫓고 있습니다. 시즌 종료 시점이라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할 5위 LG의 승률이 무려 0.571입니다. 흔히들 5할 승률을 4강 진출 마지노선으로 이야기하는데, 올 시즌은 크게 벗어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얼마나 기형적인 구조인지 살펴보려면 예년 시즌 최종 성적표와 비교해보면 됩니다.


출처 : 네이버 스포츠


 바로 지난 시즌인 2012 시즌 최종 순위표입니다.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이며 2위와 8.5게임 차나 벌리며 우승한 삼성의 승률이 6할1푼1리입니다. 4강 마지노선은 5할1푼2리입니다.


출처 : 위키백과에서 자료 발췌해 직접 표로 작성


 5할 미만의 승률로 4강에 진출한 사례도 힘들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바로 2009년의 롯데입니다. 당시 치열한 순위 다툼을 벌인 기아와 SK 두 팀이 6할 이상 승률을 기록하며 다른 팀들의 평균 승률이 내려갔고, 4강 마지노선도 5할 아래로 내려간 것입니다. 이렇게 최근 몇 시즌과 비교를 해보니 예년 같으면 2~3위권인 5할7푼대 승률의 LG가 5위를 기록 중인 이번 시즌의 순위표가 매우 비정상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화와 NC, 승점 자판기가 되나?


 사실 이런 승점 인플레이션의 가장 큰 원인은 각각 0.200, 0.150의 저조한 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한화와 NC입니다. 한화가 개막 이후 13경기 동안 승률 0.000을 기록하며 롯데의 개막 이후 최다연패 기록(12연패)를 갱신했고, 신생팀 NC보다도 부진했지만 이후 한화와 NC간의 단두대매치에서 한화가 시리즈 스윕을 거두며 상황이 역전되었습니다. 

 그러나 상황의 역전이라고 하기에는 두 팀의 상황이 '도찐개찐'인 상황. 두 팀은 어쩌면 1982년 삼미, 1986년 빙그레, 1999년 쌍방울, 2002년 롯데만이 기록한 2할대 이하 승률로 시즌을 마칠지도 모릅니다. (참고로 단일 시즌 최저 승률은 82년 삼미가 기록한 0.188입니다.)

 심지어는 스포츠 기자들이 '승리를 못하면 손해'인 한화와 NC 상대 전적은 제외하고 순위를 거론하는 등 아주 두 팀을 무시하는 기사까지 쓰고 있습니다. 물론 이른바 '양학(양민학살)'으로 불리는 하위팀 상대시 높은 승률은 종목을 막론하고(야구든 축구든) 호성적을 위한 필수요소입니다. 그러나 프로팀들끼리 이루어지는 리그에서, 특정팀을 제쳐두고 리그를 논하는 것은 해당 팀의 팬들에게 엄청난 결례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인터넷 사이트 캡쳐 후 내용에 해당하는 기사 제목을 적색 사각형으로 표시-

출처 : 좌-네이버 스포츠 야구 메인(4월 16일), 우-다음 스포츠 야구 메인(4월 29일)






반등의 구멍은 없나?


 그렇다면 정말 한화와 NC에게 반등의 찬스는 없는 것일까요? 우선 두 팀의 복귀 예정인 선수를 살펴보면 한화가 강동우(39), 박정진(36) 등이 있고 NC는 나성범(23), 모창민(27) 등이 있습니다.

 선발과 불펜 가릴 것 없이 마운드가 무너진 한화에서 그나마 불펜의 핵심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마무리 송창식 앞에 베테랑 박정진이 온다면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김태균(타율 0.365, 3홈런, 14타점)과 이대수(타율 0.313, 11득점, 9타점)만이 제몫을 하고 있는 타선에 1번 타자를 맡아줄 좌타자이자 2009년부터 작년까지 4년간 팀타선을 이끈(4년간 평균 0.280, 15도루, 63득점, 7홈런, 36타점) 강동우가 돌아오면 강동우가 1번, 김태균이 4번, 이대수가 3번 혹은 하위타선에 배치됨으로써 타선의 짜임새가 좋아질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불안 요소라면 박정진과 강동우 모두 30대 후반의 노장으로 부상에서 회복되어도 전성기와 같은 기량을 펼칠 수 있을지가 의문이라는 점입니다.

 NC에는 시즌 전 구상 단계에서 3번과 5번을 맡으며 야수로서도 내외야에서 자리를 굳건히 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나성범과 모창민이 돌아온다면 전력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특히 4번자리를 지키고 있는 베테랑 이호준이 0.225의 저조한 타율에도 4홈런(리그 공동 6위), 20타점(3위)을 기록하며 찬스에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상황에서 나성범과 모창민이 더 많은 찬스를 만들어낸다면 시너지 효과를 내며 팀 타선 전반의 상승곡선을 그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기대를 모았던 외국인 선발 3인방 ACE 트리오(아담-찰리-에릭)가 부진하고, 불펜에서도 송신영이 제외되며 무게감이 더 부족해진 상황에서 마운드에 추가 전력이 거의 없다는 것이 매우 아쉽습니다.

 그러나 주축 선수들의 복귀보다도 두 팀의 반등에 더 중요한 요소는 패배의식을 떨쳐버리고 당당하게 승리에 도전하는 투지입니다. 한화의 경우 팀 타선이 전반적으로 주눅들어 경기당 득점이 2.8점에 머물러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에는 조금 나아졌지만 개막 직후부터 NC는 야수들의 실책 퍼레이드로 어이없이 승기를 내주는 일이 잦았고, 선수들의 수비가 소극적이기까지 했습니다. 결국 야구는 점수를 적게 주고 많이 내면 이기는 스포츠입니다. 기본에 충실하며 약점을 보완하려는 노력과 더불어 '우리는 승리할 수 있다'는 자기 주문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물론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나마 두 팀은 오늘부터 시작되는 주중 시리즈에서 대진이 나쁘지 않습니다. NC는 역사적인 1군 무대 첫 승 당시의 상대인 LG와 3연전을 치릅니다. 한화는 개막 2연전에서 끝내기 승리를 빼앗아 갔지만 이후 부진에 빠져있는 롯데를 상대합니다. 두 팀이 나름대로 반등의 발판을 마련하는 한 주가 되기를 바랍니다.



P.S. 한화와 NC에만 주목하느라 잊을 뻔 했는데, 6할 이상 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4강팀들끼리 오늘부터 주중 시리즈를 치릅니다. 엄청난 승률에 걸맞는 멋진 경기력을 기대하겠습니다.^^

Posted by 마산야수

패기의 막내와 위기의 도전자

 패기의 막내는, 약간은 예상대로 쉽게 역사적인 첫 승을 신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역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려 했으나 롯데에게 3연전 스윕을 당했고, 개막 2연전을 패배해 위기설이 있었던 디펜딩 챔피언 삼성에게는 어쩌면 재도약의 발판이 되어버렸다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그러고보니 막내구단이 가장 오래된 구단들-프로야구 탄생부터 모기업과 연고지, 팀명이 변하지 않은 유이한 두 팀-을 상대했군요.) 그러나 막내는 아직도 조금씩 발전하고 있습니다.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해서 승리는 신고하지 못했으나 ACE 트리오(아담, 찰리, 에릭)은 안정적인 투구내용을 선보이며 한국야구에 적응하고 있고, 홈런을 쳐내기도 했습니다. 비록 '수호신' 오승환의 250세이브 금자탑의 희생양이 되기도 했지만 끝까지 추격을 멈추지 않는 끊기 또한 칭찬 받을 만했습니다.

 

오승환의 250번째 세이브의 희생양이 되었지만 NC는 무시할 수 없는 뒷심을 보여주었다. (사진출처 : 삼성라이온즈 홈페이지)


 한편 11년째 4강 진출 도전자의 자리에 있는 LG는, 한 명의 젊은 타자에게만 눈길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팀의 미래가 될 것이라는 기대의 눈빛과, 또 경기를 '지배'하는 실책을 범할지 모른다는 우려의 눈빛. 오지환은 지난 4일 목요일, 목동에서 펼쳐진 넥센과의 경기에서 박병호의 타구를 처리하던 중 실책을 기록했고 이 실책은 경기의 승패를 결정지었습니다. 그리고 일요일, 잠실 라이벌 두산과의 경기에서도 결승점이 되는 실책을 범했습니다. 오지환은 지난주 다섯 경기에서만 4개의 실책(2013 시즌 총 5개)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기세라면 지난해의 25개 이상의 실책을 범할지도 모릅니다. 4강에 도전하는 LG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마운드와 수비의 안정화입니다. 타선은 이미 지난해 충분한 화력을 과시했습니다. 그리고 유격수 자리는 안정된 수비의 핵심이 될 자리입니다. 1회말 2루타성 타구에 두산의 중계 플레이가 매끄럽지 못하자 곧장 3루까지 진루한 장면이나, 2회말 3루주자로 나가있던 중 1루수 앞 짧은 땅볼에도 과감하고 영리한 슬라이딩으로 홈에서 득점을 만들어낸 장면에서 보듯이 그는 타격과 주루 센스가 뛰어난 선수입니다. 야구계에서는 끊임없이, 그 재능을 더욱 펼칠 수 있는 적절한 포지션을 찾을 것을 충고하고 있습니다.

 5연패의 막내구단을 홈으로 불러 치르는 일전은 절대 마음 편한 경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큰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다른 팀들은 모두 승리를 거두는데 우리 팀만 진다면 그만큼 승수를 까먹는 것과 다를 것 없으니 말입니다. 게다가 상대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는 태도로 달려들 것입니다. 마침 상대팀의 수장은 잠실 라이벌 두산베어스를 이끌며 한국시리즈 진출 등 성과를 냈던 김경문 감독입니다.



좌완 대비 공략법은 끝났다. 원래 잘쳤던 우완 상대로는?

 LG는 전통적으로 왼손타자들이 많았고 야구계의 일반적인 흐름대로 이 좌타라인은 좌완투수들에게 약했습니다. 때문에 前 한화 류현진(現 LA 다저스), SK 김광현, 롯데 장원준(現 경찰청) 등 각 팀을 대표하는 왼손 에이스급 투수들은 모두 LG를 상대롤 쏠쏠한 재미를 보아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시즌들어 LG는 정주현, 문선재 등 네임밸류는 떨어져도 가능성있는 우타자들을 전진배치시키며 적극적을 좌완 공략에 나서고 있습니다. 개막 2연전에서 SK의 두 좌완 용병을 공략했고, 넥센을 상대해서도 벤 헤켄 공략에는 실패했지만 강윤구를 두드렸습니다. 두산전에서도 비록 막판에 역전당하긴 했지만 올슨을 공략하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NC의 선발은 우선 오늘 경기에 우완인 찰리 쉬렉이 예고되어 있고, 그 다음은 아마 우완인 에릭 해커와 좌완인 노성호가 차례로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원래 잘 공략해왔던 우완 선발들을 상대로 어떤 공격을 보여줄지 궁금합니다.



셋이 뭉쳐 ACE, 그러나 마운드 위에서는 홀로 막아내야만 한다

 에이스의 역할은 역시 연승을 이어나가고 연패를 끊으며 팀의 분위기를 맡아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사실 신생구단 NC에는 에이스라고 부를만한 투수는 보이지 않습니다. 선발진은 철저히 세 명의 외국인 투수 중심인데 이들은 공통적으로 140km대 중반의 그리 빠르지는 않지만 묵직한 직구와 다양한 변화구의 제구가 가능한 유형의 투수들입니다. 따라서 상대 타선을 홀로 완전히 압도할 에이스는 없는 듯 보입니다.

 그러나 지금 NC의 분위기는 어서 첫 승이 필요하다는 느낌입니다. 외국인 선발진들이 역투하는데 타선의 도움이 없어 계속 패전만 거듭하면 언젠가 그 기세가 완전히 꺾여버릴지도 모릅니다. 또한 어서 1군에서도 승리하는 법을 터득하며 자신감을 얻을 필요가 있습니다. 비록 많은 관중들과 야간 경기라는 새로운 환경 속에서 실책을 연발하며 자멸하기도 했지만 재능이 있고, 2군 리그를 압도했던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해볼만하다는 자신감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담은 이미 지난 주말에 출전해 나서지 않지만 남은 에이스 듀오 찰리-에릭이 LG타선을 잘 막아야만 합니다.



타율 꼴등 NC, 공룡의 발톱을 보여줘

 지난 주 주간 타율 꼴찌(2할2푼4리).NC의 타자들은 1군무대의 투수들의 공을 공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3번과 5번을 맡는 나성범 선수와 모창민 선수의 빈 자리가 크기도 하지만 몇몇 타자들만 피해가면 NC 타선은 스스로의 힘으로 점수를 내는 것이 어려워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세 개의 주간 홈런 또한 있습니다. 좌타자가 많은 타선이 선발 정착에 나서는 사이드암 우규민을 어떻게 공략할 수 있을 지도 관심을 끕니다.

'경기를 지배하는 자' 오지환. 팬들은 그가 글러브가 아닌 발과 배트로만 경기를 지배하기를 바란다. (사진출처 : LG트윈스 홈페이지)



경쟁적인 실책 남발, 맞대결에서는 없을까.

 두 팀은 시즌 초인 현재, 실책으로 흐름을 끊고 경기를 넘겨주는 모습을 많이 보여준 팀입니다. LG는 유격수 오지환이 두드러지는 구도이고 NC는 내야진 전체가 멘붕 상태에 빠지기 직전이었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맞대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실책을 줄여야만 합니다. 또한 실책 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실책도 줄여야 합니다. 기록된 실책만이 경기의 흐름을 넘겨주지는 않습니다. 결국은 실수를 줄이는 팀에게 기회는 올 것입니다.

Posted by 마산야수

 역사적인 한국프로야구의 아홉번째 심장, NC 다이노스의 1군 무대 데뷔전에 직관을 가볼까 생각도 했습니다만... 표가 없었습니다. 역시 야구의 열기가 대단합니다. 기세는 좋았지만 역사적인 첫 대결에서 부산아재들이 4:0 승리로 먼저 웃었습니다. 라이벌 구도에 대해서는 부정하더니 경기는 정말 안정적으로, 확실하게 가려고 하는 것이 보였습니다. 희생번트 시도, 김사율-이명우-김성배로 이어진 계투진까지. 남은 2경기의 결과도 궁금해집니다.



덜 풀린 날씨, 경기를 어렵게 만들다

 한국 프로야구사에 길이 남을 날이자, 창원시민들에게도 축제와 같은 날이었지만 사실 날씨는 이 중요한 날에 썩 적절하지는 않았습니다. 아침에 저도 출근을 하면서 느꼈습니다. 아 이거 기온이 갑자기 떨어져서 오늘 다이노스 홈 개막전에 선수들 몸이 덜 풀릴 수도 있겠다고요. 퇴근 시간 즈음부터는 강풍까지 더해졌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선수들이 뜬공 처리에 애를 먹더군요. 외야수들도 그랬고, 용덕한이 포수 파울 플라이를 놓치는 장면도 그랬습니다. 양팀 선발투수들도 제구가 완벽하지는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시범경기 때보다 갑자기 더 떨어진 기온 때문인 것 같습니다. 혹시나 이날 마산에 실제로 방문하지도 않고 뜬공처리를 트집잡으며 경기력 논쟁을 시작하시려는 분들이 있으시다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막무가내로 비판부터 하지말고 그날 상황이나 알아보고 비판하시라고.



외국인 선수의 흐름

 한때 외국인 선수하면 장타자들을 떠올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우즈, 호세, 서튼, 데이비스, 브리또, 브룸바, 가르시아 등 화끈한 장타력을 지닌 타자들로 승부의 흐름을 단번에 바꾸려는 의도였습니다. 그러나 최근 경향을 보면 정반대입니다. 사상 최초의 9구단 체제의 19명의 용병(기존 8개 구단 2명, 다이노스 3명) 모두가 투수입니다. 그리고 이 19명의 투수 중 8명이 좌완입니다. 팀들은 좌완 선발투수들을 원하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 오늘 그 중 두 명의 투수가 마산에서 맞붙었습니다.

쉐인 유먼은 에이스로서 지난 시즌 롯데의 마운드를 이끌었다.


 쉐인 유먼은 지난 시즌 거인군단의 에이스로 활약했습니다. 13승 7패에 ERA이 2.55였으니 더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공을 끝까지 숨기는 독특한 투구폼과 직구-체인지업의 조화로 타자들을 농락했습니다. 그러나 시범경기에서 부진하며 많은 이들이 이번 시즌의 활약을 장담하지는 못하고 있었습니다. 아담 윌크는 파이어볼러는 아니지만 140대 초중반의 직구에 다양한 변화구를 제구할 수 있는 투수입니다. 시범경기에서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예상과는 달리 경기는 팽팽한 투수전으로 진행되었습니다. 6회말까지 어느 팀도 점수를 내지 못했습니다. 두 선수 모두 팀의 에이스로서 자존심을 지켰고, 올 시즌의 활약을 기대하게 만드는 투구였습니다.

 쉐인 유먼의 묵직한 직구와 구속에서 차이를 둔 체인지업의 조화는 아직 1군 경험이 적은 선수들이 대부분인 NC 타선을 잘 막아냈습니다. 6회말 대주자 이상호가 도루를 시도했고 송구 실책으로 3루까지 진루해 2사 3루 상황에서 베테랑이자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중 유먼에게서 홈런을 뽑아내기도 했던 4번 타자 이호준을 상대했던 것이 가장 큰 위기였는데 역시 체인지업으로 잘 막아냈습니다. 아담은 어느 정도 분석이 끝났다는 분위기였습니다. 제구가 잘 된 공을 쉽게 쳐내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타자들이 도루 타이밍을 잡을 때 확신이 넘쳤고 과감하게 뛰었습니다. 세트 포지션으로 들어가기 전에 왼쪽 다리를 한 번 살짝 들었다가 내리고, 1루 견제 동장이 까다로워 보였지만 롯데 전력분석팀이 아담의 세밀한 습관을 포착한 듯 합니다.



박종윤

 개막 이후 꾸준히 롯데 팬들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그 이름, 바로 박종윤입니다. 개막전에서는 두 번의 만루찬스를 날리고 마지막 만루찬스에서야 팀에 끝내기 희생플라이를 선사하더니, 오늘 경기에서는 2회초 장성호와 황재균의 연속 안타로 맞은 무사 1루 2루 찬스에서 희생번트에 실패해 3루수 뜬공으로 1루 주자 황재균까지 횡사시키는 사고를 쳤고 팬들은 '역시 박종윤은 안돼.'라는 생각을 잠시나 품었을 것입니다(제가 그랬거든요^^;;). 그런데 5회초에 깔끔하게 밀어치는 좌전안타로 시즌 첫 안타를 신고하더니, 7회에는 무사 3루의 찬스에서 '제발 희생플라이라도 성공시켜라'는 팬들의 기대를 펜스 우중간을 넘어가는 홈런으로 초과 달성해버렸습니다. 그리고 8회에도 중전안타를 치며 타격감을 이어나갔습니다.

박종윤 선수의 호쾌한 골프 스윙이 시즌 내내 이어지기를 기원합니다.


 사실 박종윤은 풀타임 주전 자리를 처음 잡은 지난 시즌에도 초반에는 이대호의 공백을 훌륭히 메웠다는 평가를 받으며 출발했지만 기본적인 컨택 능력에서 한계를 드러내며 박한 평가 속에서 시즌을 마쳤던 경험이 있습니다. 올해 선구안을 더욱 발전시키고 스트라이크존을 조금 더 좁게 잡으며 노림수를 가진다면, 낮은 공을 잘 쳐내는 그의 특징을 살리며 더욱 좋은 선수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야구는 힘이 아니라 밸런스로 하는 것

 이날 경기를 보며 새삼 느꼈습니다. 야구는 힘이 아니라 밸런스로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박종윤에게 홈런을 허용한 이성민의 고개는 투구를 하는 중에 거의 1루 쪽을 향할 정도로 젖혀졌습니다. 1군 데뷔전이어서 더욱 그랬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힘이 잔뜩 들어간 채 제구는 안 되는 공이었습니다. 그렇게 던진 공치고는 신기할 정도로 낮게, 그리고 몸쪽으로 잘 제구된 공을 박종윤이 매우 깔끔하게 쳐냈습니다. 임팩트가 좋긴 했지만 파워 배팅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간결한 배팅이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오늘 경기의 결승 홈런으로 연결되었습니다.

 대전에서 펼쳐진 한화와 기아와의 경기에서도 비슷한 것을 느꼈습니다. 기아의 선발투수 양현종이 106번째 공을 던졌고 147km로 그 경기 자신의 최고 구속을 기록했습니다. 그러자 양상문 해설위원이 '힘을 빼고 던져야 더 빠른 공이 나오는데 아무리 힘을 빼려고 해도 그게 쉽지가 않다. 그런데 100구가 넘게 던지다보면 자연스레 힘이 빠지고 좋은 공을 던지게 될 수도 있다'는 내용의 말을 했습니다.



조금 더 완성된 경기력을 기대하며

 아무리 축제로만 기억하려고 해도 어쨌든 냉혹한 승부가 존재하는 프로들 간의 경기였습니다. 양팀 합쳐 4개나 나온 실책과 보이지 않는 더 많은 실책을 보면서 얼른 선수들의 경기력이 안정되기를 바랐습니다. 특히 롯데 입장에서는 파울플라이 처리에 실패하고, 2번의 도루 저지 과정에서 도루를 모두 허용하며 송구마저 2루 베이스를 넘어가 버렸으며, 포수로서 가장 기본인 투구의 포구가 원만하지 못했던 용덕한이 아쉬웠습니다. 특히 투수들의 결정구를 몇 번 받았다가 떨어뜨리는 장면은, 심판의 판정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하며 투수들의 심리적인 불안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또한 9회초는 정말 놀라울 정도로 어수선한 공수를 주고 받았습니다. NC 내야의 베테랑 이현곤이 안일한 타구처리에 이은 무리한 송구로 선두타자 전준우를 2루까지 보내더니 문규현이 희생번트에 실패해(이날 경기 롯데의 네번째 희생번트 시도이자 세번째 실패...) 전준우가 아웃되어 1사 1루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위기를 넘기는가 싶더니 다이노스의 투수 이태양은 바로 손아섭을 맞추어 1사 1루 2루 위기를 자초합니다. 여기서 강민호의 2루수 앞 땅볼을 5-6-3 더블플레이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악송구가 발생하자, 그 와중에 2루 주자 문규현이 홈으로 쇄도했지만 태그 아웃되어 버린 것입니다. 시즌 초반이니 호흡이 잘 안 맞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타선이 원래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NC나, 최근 꾸준히 약해진 롯데나, 세밀한 야구로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작전 수행과 수비가 필수입니다.





타 구장 경기 짧은 리


SK 대 두산

 지난 시즌 부진했던 이종욱, 정수빈이 살아나고 허경민이 가세해 오재원의 1루수 전환은 성공적으로 보입니다. 클린업트리오는 김동성(김현수-김동주-홍성흔)이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으니 발 빠른 타자들이 안타치고 볼넷 골라 출루해서 주루플레이도 흔들어주기만 하면 무시무시할 수밖에 없습니다.


LG 대 넥센

 올 시즌 첫 '엘넥라시코'는 이성열의 스리런 홈런으로 기억되겠습니다. LG의 좌완 에이스 주키치의 공을 밀어서 넘겼다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기존의 LPG(이택근-박병호-강정호)에 유한준, 이성열까지 제몫을 해준다면 무시무시한 장타들을 보게 될 것 같습니다. 장기영의 바운드볼 안타는 진기명기. 손승락의 깔끔하지 못한 마무리는 아쉬움.


한화 대 기아

 김응룡 감독 : "말년에 한화라니, 말년에 한화라니!!!"

 도저히 게임을 운영하기 위한 계산이 안 서는 한화의 마운드입니다. 세 경기 동안 사사구가 26개입니다. 그 중에는 밀어내기도 많습니다. 타선은 그나마 김태완-김태균이 중심을 잡고 이대수-오선진이 테이블세터로 분전하고 있지만 마운드가 이래서는 승리할 수 없습니다. 김주찬의 50억원도 싸게 샀다는 평가를 들으려고 하나 봅니다. '르루랄라' 앤서니의 9회가 깔끔하지 못했다는 점이 불안합니다.


사진출처 : 롯데 자이언츠 공식 홈페이지

Posted by 마산야수

 이미 8개구단이 두 경기씩 개막 2연전을 치루며 2013 한구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한 팀만은 형님들의 경기를 약간의 긴장감과 함께 집중해서 바라만 보았습니다. 바로 '아홉번째 심장' NC 다이노스입니다. 한국 프로야구 최초의 아홉번째 구단이 오늘 드디어 1군 데뷔전을 갖습니다. 그것도 그렇게 자신들의 창단을 반대했던, 이른바 '낙동강 더비'의 지역 라이벌을 형성할, 그리고 한때 마산 야구팬들이 그렇게 사랑했던 롯데 자이언츠를 상대로!

3월 22일 금요일에 펼쳐진 롯데 대 NC 시볌경기에 몰린 관중들 

 

 

개막 3연전 너희는 꼭 잡겠다.

 NC는 지난 주말 개막 2연전을 치르지 않은 만큼 이번 3연전에 ACE 트리오(아담 윌크-찰리 쉬렉-에릭 하커)를 차례대로 투입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세 외국인 투수들은 영입된 직후부터 매우 좋은 투수들이라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시범경기를 거치며 야수들의 실책 때문에 무너지기도 했고, 매우 압도적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선수들은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꾸준히 자신들의 몫을 해줄 능력이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특히 야수들의 도움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롯데 또한 이번 3연전에 지난 시즌의 원투펀치 유먼-송승준을 모두 내보내겠다는 계획입니다. 지난 시즌 13승 7패 ERA 2.55에 빛나는 쉐인 유먼을 홈 개막 2연전에 투입하지 않은 것은 분명 컨디션 문제도 있었겠지만 지역 라이벌이 될 지도 모를 상대를 확실히 처리하며 기세를 올리겠다는 의도가 표현된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송승준-옥스프링으로 나선 개막 2연전도 모두 짜릿한 끝내기 승리를 거두며 기세까지 올렸습니다. 비록 개막전에서 송승준이 부진했지만 그는 이번 3연전의 마지막 경기에 다시 나설 계획입니다. 그렇다면 수요일 경기에는 고원준 정도가 나서게 될 것입니다. 이재곤도 가능성이 없진 않고 김승회는 개막전에서처럼 롱릴리프로 남겨둘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산아재, 그들은 모두 어디로 갔나?

 마산아재, 야구팬들이라면 그들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겁니다. 아재는 아저씨의 경상도 사투리입니다. 그냥 동네 아저씨부터 친척 중에서 당숙들도 아재라고 부릅니다. 요즘에는 많이 변했습니다만 흔히들 롯데팬들을 꼴리건이라고 부르며 그들의 열정 넘치는 응원에 놀라기도 했지만 사실 마산아재들은 그 롯데팬들 중에서도 말하자면 정예부대와 같은 이들이었습니다.

 야구장 안에서 소주를 마시는 건 약과였죠. 지난 주말 사직에서 직관할 때도 생수통에 소주를 담아와서 사이좋게 나눠마시는 부산아재들 옆에서 경기를 봤습니다. 다만 그걸 대놓고 경기장 안에서 팔고, 안주로는 경기장 내에서 버너로 불을 피워 구어낸 삼겹살이 옆에 있고, 그 소주병들이 경기가 끝나면 이곳저곳에 널부러져 있던 장면이 다를 뿐입니다. 소주로 끝나지 않고 양주병을 까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약주 한잔 거하게 하시고는 호투하는 상대팀 투수(쌍방울 레이더스의 성영재)를 새총으로 저격해버리거나, 경기 직후 버스를 뒤집어버리고 감독에게 청문회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야구장 내에서 오물과 빈병 투척 등 난동을 일으키다가 마침 운동장 밖의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경찰이 발사한 최루가스가 야구장 안으로 바람을 타고 들어오자 야구장을 통째로 아수라장을 만들어 양팀 선수들을 창고로 피신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빙그레전 1988년 5월 25일)

 그러나 역시 백미는 용접기 사건이죠. 당시 마산구장의 수용 인원이 18,000명 정도였을 겁니다. 1년에 10번 남짓한 마산구장 경기에 마산아재들이 출동하지 않을리가 없고 표는 당연히 매진되었죠. 그러자 마산야구장 인근의 마산 수출자유지역(현재의 자유무역지역), 창원 국가산업단지(제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회사가 있는 곳이죠.)에서 용접공들이 출동해 운동장을 철문을 뚫어버린 사건입니다. 그렇게 입장한 관중들은 좌석이 없자 중계석 지붕 위에 앉아 응원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리고 2004년에 있었던 선수단 감금 사건도 있습니다. 7월 8일 두산과의 더블헤더 경기에서 무기력하게 두 경기 모두 패하자 인의 장막을 만들어 선수단 출입구를 완전히 봉쇄해 30여 분 뒤 경찰이 출동하기 전까지 선수단이 경기장을 빠져나가지 못했던 것입니다.

 물론 이런 충격적인 사건들이 앞으로 다시 발생해서는 안 됩니다. 성숙해진 경기 관람 문화는 더 이상 이런 추태를 옹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미친듯이 롯데를 응원하던 그때가 그립기도 합니다. 팍팍한 현실 속에서 경기장에서나마 열정을 불태우던 그 많은 마산아재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요. 그저 소시민들로 돌아갔을 뿐인가요.

 

 

다이노스, 마산아재들 앞에서 단디 하자!

 분명 롯데 자이언츠는 한국 최고의 인기구단이지만, 롯데는 영남권에서 그리 인식이 좋지 않은 기업입니다. 유통 등에 치중한 사업은 고용창출도 적을 뿐더러 사실 지역경제를 위해 한 게 뭐냐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자이언츠 구단 또한 시즌이 끝나기만 하면 짠돌이 모드로 연봉 협상에 임해 선수들과 팬들의 가슴에 열불이 나게 만듭니다. 특히 마산의 팬들은 차츰차츰 줄어든 마산구장 홈경기에 불만도 많았습니다. 제가 초등학생 때는 한 시즌에 12경기였는데 어느새 6경기로 줄어있더군요.

 그러나 이곳 팬들은 어려서 최동원을 보며 자랐고 염종석, 주형광, 박정태에 열광했고 어른이 되어서는 손민한, 이대호에 미쳐 있던, 정말로 야구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들입니다. 이제 자이언츠에 대한 반감은 다이노스에 대한 열렬한 응원이 되었습니다. 제가 시범경기 NC 대 롯데에서 보았던 NC 팬들의 '여기 부산아이다. 마산이다 XX들아!'라는 외침이 절대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입니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정치논리의 개입으로 홈 구장 입지 문제가 있기도 했습니다만, 어쨌거나 이제 새로운 홈팀을 맞는 마산아재들입니다. 여성팬들과 가족단위 관중들이 많아졌습니다만, 다이노스 선수들이 절대 마산아재들이 지켜보고 있음을 잊지 않길 바랍니다.

 

 

 

사족(진지하니까 궁서체로)

박완수 통합창원시장이 다이노스의 홈 개막전에 참석한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홍준표 도지사가 참석하니 어쩔 수 없이 오는 것이겠지만

말도 되지 않습니다. 지역민들의 축제에서 그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야구장은 국가의 소유이되, 야구를 사랑하는 팬들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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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와 같은 점수였습니다. 6:5의 짜릿한 역전승, 이틀간 사직의 9회말은 매우 뜨거웠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기분 좋기만한 승리는 아니었습니다. 문제점도 분명히 드러났고, 하지만 기대를 품게 하는 모습도 있었습니다. 

손아섭의 초반 페이스가 무시무시하다. 올해는 정말 타격왕을 차지할 수도.

 

 

무난했던 옥춘이의 복귀전

 옥스프링은 무난하게 한국 프로야구 복귀전을 치루었습니다. 그의 구위는 30대 후반 치고는 묵직했고 변화구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정말 '나쁘지 않다'는 평가가 두렵습니다. 롯데에게 필요한 용병은 강력한 에이스가 되어줄 투수나, 또는 화끈한 장타력을 뽐낼 슬러거가 아니었을까요.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켜주지만 임팩트 면에서는 후한 점수를 주기 힘든 선발투수는 롯데에 이미 많이 있습니다. 옥스프링 영입 직후 팬들의 평가가 좋지 못했던 것은 정말 우승에 도전하려는 팀의 선택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롯데의 누적된 전력누수가 심해 우승에 도전하기는 힘든 선수단이고, 쓸만한 대체 용병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압니다. 그렇기에 옥스프링이 조금 더 강력한 존재감을 뽐내며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키기를 기원합니다.

 


불안한 불펜 에이스

 흔히 불펜에서 가장 잘 던지는 투수를 마무리로 고정시킨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사실 불펜이 강하다고 평가되는 팀은 보통 깔끔하게 마지막 한 이닝을 막아주는 마무리 투수와 그에 못지 않은 셋업맨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 시즌 SK의 박희수와 삼성의 안지만이 훌륭한 전천후 불펜 투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위기 상황에는 언제든 투입될 수 있으므로 빨라도 8회에야 투입되는 붙박이 마무리 투수보다도 더 활용도가 높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지난 시즌 막판 롯데의 불펜 또한 이런 구성이었습니다. 비록 기세가 중간에 꺾이기는 했으나 34세이브로 구단 최다 세이브 기록을 세운 김사율이 마무리 자리를 지키고 경기의 승패를 가를 수 있는 위기 상황에서는 정대현이 나섰습니다. 정현욱이 FA로 빠져나가고, 권혁의 페이스는 떨어지고, 안지만은 부상으로 시즌을 시작한 삼성의 불펜보다 롯데의 불펜이 강할 것이라고 평가받았던 이유도 바로 정대현의 존재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번 시즌, 김시진 감독은 정대현을 마무리 투수로 쓰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시즌 34세이브의 마무리 투수가 불펜에서 시작하게 된 것이죠. 그러나 어제 경기는 아직 정대현의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 명확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정대현하면 떠오르는 구종은 역시 가라앉는 싱커와 언더투수 특유의 떠오르는 커브볼인데요, 커브볼의 움직임이 작은 게 눈에 드러날 정도였습니다. 몸에 맞는 공을 기록하는 등 제구도 안정적이지 못했습니다. WBC 대표팀에서 돌아온 이후에 팔이 저린 등 통증이 있어서 시범경기에도 나서지 못했는데, 어제 경기 이후 우려가 깊어집니다.

 

 

새로운 득점 공식, 눈야구와 발야구

 로이스터 감독의 부임 이후 롯데의 팀 컬러는 확실했습니다. 화끈한 타격과 역시 화끈한 불펜이었습니다. 그러나 강타자들의 잇단 이탈과 뜻하지 않은 불펜의 안정화 때문에 소총부대와 이들이 낸 적은 점수를 지켜줄 양떼 야구가 지난 시즌의 컬러였습니다. 이번 시즌에는 거기에 눈야구와 발야구까지 보탤 기세입니다. 개막전도 그랬고, 어제 경기도 찬스는 볼넷을 골라내며 만들어졌습니다. 또 이미 찬스가 왔더라도 좋지 않은 공은 볼넷을 골라내며 찬스를 이어나갔습니다. 역시 장성호의 선구안이 빛났고, 9회말 끝내기 안타의 찬스도 연속 볼넷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물론 한화 마운드의 컨트롤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이니 쉽게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한때 초구만 오면 때려내던 롯데의 타선의 모습은 차차 지워나가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2회 황재균과 박종윤의 더블 스틸 등 발야구도 활발해져가는 모습입니다. 6회말에도 박기혁과 전준우가 도루를 성공시켯습니다. 개막전 9회말에도 전준우가 과감하게 2루를 훔치며 찬스를 만들어냈죠. 장타력이 줄어들었으니 볼넷을 골라내며 도루를 성공시켜 찬스를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한 것은 당연합니다. 앞으로 거인군단의 변신을 기대합니다.

 

9회초, 비록 이후에 동점을 허용했지만 강영식의 번트수비는

한 점 덜 주는 야구의 핵심인 안정적 수비를 기대하게 만든다.

 

 

이기는 법을 체득할 때

 물론 아쉬운 부분이 많았지만 어쨌든 기분 좋은 개막 2연전입니다. 9회초 강영식의 번트타구 수비 상황에서 보듯이 한 점을 덜 주는 야구를 하겠다는 김시진 감독의 시도도 어느 정도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선수들은 9회말에도 경기를 끝낼 수 있는 집중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손아섭의 방망이는 눈부십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상대가 자멸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역전승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자신감과 기세는 이어나가되, 차근차근 발전하는 롯데 자이언츠가 되기를 바랍니다.

 

 

사진 출처 : 롯데자이언츠 공식 홈페이지

Posted by 마산야수

2년 만에 다시 찾은 사직

 네, 시즌이 돌아왔습니다. 오래 기다렸습니다.

 저도 토요일은 쉬는 날이고, 친구도 만날 겸 금요일 밤에 부산으로 갔습니다. 서면에서 밤새 술을 진탕 먹고 찜질방에서 11시가 되어서야 일어나서는 PC방 가서 롤 두판 정도 하고 느긋하게 사직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너무 느긋해서였을까요. 2시 10분에야 먹을거리들을 싸들고 구장에 입장하는 바람에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배우 조진웅 씨의 시구를 놓쳐버리고 말았습니다.

 2011년 7월에 학교 선배와 선배 친구 분과 셋이서 부산 여행을 왔던 길에 LG와의 경기를 보고 거의 2년 만에 온 사직이었지만 언제나처럼 붐볐고, 활기가 넘쳤습니다. 그리고 제 기억이 맞다면 그 경기도 끝내기로 승리한 경기였습니다. 아마도 이인구가 임찬규를 상대로 때린 끝내기 안타였을 겁니다.


송승준, 유이한 국내파 개막전 선발의 의미

 외국인 선발이 대세인 최근 한국 프로야구입니다. 8개 구단 중 6곳이 개막전 선발로 외국인 용병을 내세웠습니다. 물론 용병 선수들은 팀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는 실력을 지니고 있고,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들이 외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국내파 선발이 2명 뿐인 것은 매우 아쉬웠습니다. 그렇기에 배영수와 송승준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바랐습니다. 특히 배영수가 05년 개막전 완봉승을 재현하며 지난 시즌의 부활을 이번 시즌에도 경쾌하게 이어나가는 모습을 상상했습니다. 하지만 송승준과 배영수는 모두 일찍 무너져버렸습니다.


 송승준은 투구수가 너무 많았습니다. 3회가 끝날 때 63개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스트라이크와 볼의 비율의 1.8 : 1 정도로 그리 나쁘지 않았지만 맞추어 잡는 투구가 거의 없었습니다. 4회초 정현석과 이대수의 타구들이 담장을 넘어가지 않은 것이 천만 다행입니다. 반면 한화 선발 바티스타는 무시무시한 구위를 앞세워 5회까지 잘 막아냈습니다.


부진을 예상했던 타격, 그러나 너무 심하다

 6회말 3점을 보태며 4:4 동점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4회말 무사만루 찬스에서 박종윤의 2루수 더블플레이로 1점, 6회말 연속된 만루찬스에서 밀어내기 볼넷, 사구, 볼넷으로 3점을 뽑는 등 상대 투수진이 자멸했고 롯데의 타격은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다만 손아섭이 미친듯한 타격감을 보여주어서 다행입니다. 새로운 4번 타자 강민호의 페이스는 그저그래 보입니다.

새로운 4번 타자 강민호, 그가 터져야 산다.


외부 수혈, 개막전부터 빛을 발하다

 부진한 타선에서도 장성호는 클래스를 입증했습니다. 공이 좋지 않으면 볼넷을 골라내며 찬스를 연결해주었고 가장 중요했던 9회말 1사 만루에서 동점 좌전적시타를 때려냈습니다. 스나이퍼는 여전했습니다. 그가 없었다면 오늘의 승리는 없었을 것입니다.

'장스나'의 롯데 데뷔 타석

 

9회말 장성호의 짜릿한 동점 적시타

 

 또 한 명의 새 얼굴, 김승회는 기대했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습니다. 송승준이 일찍 무너지자 그가 올라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는데 정말로 등판해서는 점수를 내주지 않으며 이닝을 처리해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박종윤

 오늘 그는 천당과 지옥 사이를 오갔습니다. 만루찬스만 3번이나 그의 앞에 차려져 있었습니다. 그것도 무려 무사만루가 두 번이었고 나머지 한 번도 1사 만루였습니다. 3번의 찬스에서 그는 더블플레이, 포수 파울플라이,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기록했습니다. 물론 마지막 희생플라이는 역대 최초의 개막전 끝내기 희생플라이로 충분한 가치가 있었지만 앞선 두 번의 타격은 정말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는 10년의 백업 생활 끝에야 이대호의 이적으로 주전 자리를 잡은 경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한다면 주전 자리가 그에게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팬들 사이에서 박종윤의 이름이 많이 나왔습니다. 주로 육두문자와 함께였죠. 이미 지난 시즌 후반부터 박종윤의 컨택에 대하여 팬들의 우려와 비판이 많습니다. 앞으로 박종윤에 대한 호평이 많이 들려오길 기대합니다.


한화의 불펜진, 김응룡의 복귀승을 날려버리다.

 한화가 불펜이 그리 강한 팀은 물론 아니었지만, 오늘 경기는 충격적이었습니다. 한화 마운드는 두 자리수 사사구로 승리를 헌납했습니다. '불펜 에이스' 송창식이 6회말 밀어내기 볼넷을 거듭 허용한 이후 나머지 이닝에서는 지난 시즌처럼 위력적인 모습을 다시 보여주었지만 윤근영, 임기영 등에 대한 우려는 지울 수가 없습니다. 윤근영은 박정진을 제외하고는 활용가능한 거의 유일한 좌완 불펜이고 임기영 또한 많은 기대를 받는 신인입니다.

 풀타임 마무리를 선언한 '안부장' 안승민 선수도 무너졌습니다. 시작은 전준우의 타구가 3루 베이스에 맞고 튀어올라 선두타자가 출루한 작은 불운이었지만, 결국 도루로 득점권 진출을 허용했고 과감한 손아섭 고의볼넷 작전에도 강민호에게 볼넷 허용, 장성호에게 좌전 적시타, 박종윤에게 끝내기 희생플라이를 허용하며 대역전극의 희생양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개막전이 중요하다고 해도 길고 긴 시즌의 한 경기일 뿐입니다. 22세의 젊은 마무리 투수가 위축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한국프로야구의 발전을 기원하는 팬의 입장에서, 절대 한화의 불펜이 완전히 붕괴되어 또 다시 특정 팀이 초반부터 추락해 프로야구 전체 판의 긴장감이 떨어지는 일이 없길 바랍니다. 사실 은근히 코끼리 감독님의 능력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응룡 감독의 선택은 과감했습니다. 강동우-하주석의 부상으로 우려되었던 테이블 세터진을 이대수-이여상으로 짰고, 3번타자로 내세우겠다던 김태균을 4번타자로 내세웠습니다. 투수교체의 템포도 예전만큼 날카롭고 재빨랐습니다. 교체한 투수들의 역량이 뒷받침되어야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이 투수 교체라는 것을 오늘 새삼 느꼈습니다. 그리고 손아섭을 과감히 고의사구로 거른 선택 또한 김 감독다운 한 수였다고 생각합니다. 노장의 경험이 칭송받는 것은 이를 수행하는 한화 선수들의 역량에 달려있을 것입니다.

군중 속의 고독-사직을 찾아온 한화이글스 원정응원단

(6회말 밀어내기로 동점 허용한 직후)

개막전 매진에 실패한 롯데??

 놀랍게도 롯데의 홈 개막전 경기가 매진되지 않았습니다. 사실 저도 매진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갑작스럽게 친구와 결정한 직관이었습니다. 운도 조금 따라서 3루석 1층 맨 앞줄에서 경기를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경기장이 많이 빈 것도 아니었고 2만 7천 석 중에서 1000석 정도가 비었다고 들었습니다. 별 것 아닐 수도 있지만, 6년 연속 홈 개막전 매진이었던 대한민국 최고의 인기구단 롯데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사건입니다. 부산 지역 경제의 침체, 3년째 같은 개막전 라인업(대 한화전), WBC 이후 작아진 관심, 간판급 선수들의 잇단 이탈 등 많은 요소가 복합된 문제일 것입니다. 팬으로서, 항상 빈 자리가 없는 사직구장을 보고 싶습니다.







사족-나머지 개막전 경기 관전평


삼성 vs 두산

 '영원한 에이스'는 05년과 같은 위력적인 개막전 투구를 보여주지 못했고, 두산은 사상 최초의 개막전 만루홈런 2개(오재원, 김현수)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니퍼트가 그리 안정적으로 보이지는 않았다는 점이 불안할 것입니다.


기아 vs 넥센

 나지완 선수의 독무대라고 생각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크보 얼짱' 김주찬 효과를 톡톡히 누린 경기였다고 봅니다. 3타점 2도루, 50억이라는 금액이 너무나도 크지만 그는 자신의 몸값을 해낼 기세입니다. 비록 경기에서는 패했지만 주전 2년차 서건창의 활약은 서퍼모어 징크스는 없다는 선언과도 같았습니다.


LG 대 SK

 '정성병자' 정성훈이 만루홈런으로 팀에 승리를 안겼습니다. 레이예스는 대단한 좌완 파이어볼러입니다. 리즈의 슬라이더가 1회말처럼 제구가 된다면 최고의 투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속구 투수가 변화구 제구까지 되면 당연히 좋은 투수겠죠.

Posted by 마산야수

 정말 오랜만의 포스팅입니다. 회사는 바빴고, 저는 야근을 밥먹듯이 했고, 할아버지께서 편찮으셨습니다. 일주일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야근하고 그 다음날 주간에 쉬어도 좋다는 과장님의 말씀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제가 달려간 곳은 바로 야구장이었습니다.

 

 19일 화요일, 마산야구장에서 펼쳐진 NC 대 기아의 시범경기에도 직관을 갔습니다. 결과는 다들 아시듯이 7대5였고, 초반에 실책으로 분위기를 넘겨주고 시작한 에릭 해커 선수가 점수를 많이 내주어 7점 차이까지 벌어졌지만, 경기 막판 역전의 가능성까지도 보여준 다이노스의 모습에 감탄했었습니다. 사진도 여러장 찍었는데 이날 자리가 굉장히 좋았습니다. 무려 내야 맨 앞줄 테이블석!!! 야구장에서 이런 자리에 앉아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정말 선수들 구종이며 투구폼이 잘 보입니다. 좀 옆에는 양팀의 전력분석요원들, 기록요원들이 앉아있었습니다. 이것이 시범경기의 매력이 아닐까요.

 

 

 

 

 기아의 임준섭 선수의 활약이 기대됩니다. 몸쪽, 바깥쪽 승부를 과감하게 펼치며 구위도 괜찮아 보입니다. 시범경기에서 활약하며 양현종을 제치고 좌완 선발 진입이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3루쪽이어서 기아 선수들이 대기 타석에 서있는 모습이 매우 잘 보였습니다. 김주찬, 나지완, 차일목 선수입니다. 특히 김주찬 선수는 중견수로 출전해서 멋진 슬라이딩 캐치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2008~2009년에 김주찬 선수 중견수로만 출전하면 조마조마하던 기억이 나는데, 겨우 수비 조금 안정적으로 정착되니 타팀에 가버렸다는 느낌을...아쉬워서 하는 말입니다.

 

 

 그리고 2009년 타이거즈 V10의 주역, CK포 최희섭, 김상현 선수입니다. 정말 올해는 꼭 함께 부활하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기아의 마무리 '르루랄라' 앤서니 르루 선수입니다. 투구폼도 간결하고 인정받은 구위를 지니고 있으므로 좋은 마무리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직관하고도 바빠서 포스팅하지 못했던 서러움에 너무 쓸데없이 지난 경기 사진을 많이 올렸습니다.

 하지만 화요일에는 경기 시작 후에 입장하고도 정말 좋은 자리에 앉을 수 있었지만 어제 경기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언제나처럼 경기 시작할 때 쯤에야 야구장에 도착했습니다. 무료인 시범경기니까요. 그런데 제 눈 앞에 있는 건 수많은 사람들!

 

 이 때 시각이 1시 15분 즈음이었습니다. 다행히 요금 계산이 없이 인원 수와 원하는 좌석 정도만 말하면 바로 입장하니 인원에 비해서는 시간이 적게 걸렸습니다. 한 10분 정도 줄을 서서 뒤늦게 티켓을 구했습니다.

 

 경기장에 들어서니 이미 2회 말이었고 여러 가지로 놀라웠습니다. 롯데 선발은 홍성민이었던 것입니다. 데뷔 첫 해 불펜으로만 뛰었던 선수라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던 선발 등판에 놀랐고, 또 이미 무사 1루 2루의 위기 상황이라서 놀랐습니다.

 

 그런데 홍성민 선수가 견제라도 하면 NC 팬들은 1루석에서 '쫌!'을 외치고 3루석에서는 롯데 팬들이 '셧업보이'를 외치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이전까지 마산 구장에서 롯데 투수가 견제를 할 때 타팀팬들의 야유를 들을 수가 없었으니까요.

 

 

 

 제가 입장하자마자 보았던 2회말의 위기에서 NC는 2점을 선취했고 7회초에야 롯데가 1점을 따라갔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노성호의 투구폼은 정말 류현진과 똑같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사진을 찍지 못해 아쉬울 따름입니다. 그리고 고창성의 공도 괜찮아보였습니다. 고창성이 등판하자마자 강민호를 상대하며 초구에 몸에 맞는 공을 던지자 다시 1루와 3루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지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NC 팬들은, 여기 마산이지 부산이 아니라며, 이제는 정말로 새로운 홈팀을 맞이한 홈팬들의 자부심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이날 제가 얻은 최고의 소득은 실제로 정대현 투수의 투구를 처음으로 본 것이었습니다. 그동안은 한 번도 직관에서 정대현 선수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의 투구폼은 거듭된 무릎 부상으로 많이 단순해졌지만, 포스는 여전했습니다.

 

 

 

 사실 더 큰 소득이 하나 있었습니다. 이날은 이전과는 다르게 엠프와 응원단이 동원되었습니다. 응원단, 네 응원단장 분도 열정적이셨지만 저의 눈에는 당연히! 매우 당연히! 치어리더분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평소에 치어리더에게는 관심이 없어서인지 김연정이 누구인지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주로 오른쪽에서 두번째에 계시던 그 분이 맞는 것 같긴 한데, 하여튼 경기 중간중간에 '김연정 화이팅!'이라는 외침이 들려 많은 사람들이 폭소하기도 했습니다. 

 

 

 

 

 롯데의 경기력이 실망스럽습니다. 물론 실험의 성격이 강한 선발 등판이었지만 홍성민은 버티지 못했고, 찬스에서는 병살타가 나왔으며, 잘 맞은 안타도 몇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1루석에서 혼자 롯데 선수들 응원가를 흥얼거리다가 친구에게 타박만 당했습니다. 사실 이런 상태로는 경남 라이벌 자체가 성립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NC는 어떻게 이길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현재 타격감이 올라와있는 선수들이 많은 타선이기 때문에 몇 번의 찬스를 잘 살려내기만 해도 점수를 얻을 수 있었고, 불펜에서 튼튼하게 막아주었습니다. 아직 생소한 투수들이 많은 불펜진이기 때문에 잘 버티고는 있지만, 상대팀의 면밀한 분석 이후에도 버틸 수 있을지가 관건이겠습니다.

Posted by 마산야수

 2013 시범경기의 열기가 뜨겁습니다. 다양한 실험을 보여주는 팀들도 있고, 고질적인 문제가 해결이 덜 된 팀도 있습니다. 아 물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팀도 있습니다. 어제 열린 4곳의 시범경기를 되돌아 보겠습니다.



NC 다이노스 vs LG 트윈스

 NC의 기세가 무섭습니다. 2군 MVP감이라던 이재학은 그렇게 인상적인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LG 입장에서는 초반부터 상대투수를 더 흔들 수 있었고, 쉽게 승리를 가져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도루 실패와 더플플레이를 각각 두 번씩 기록하며 LG가 공격의 흐름을 이어나가지 못하자 NC가 기세를 빼앗아 옵니다.

<패기넘치는 막내구단 NC를 기대합니다>


 NC의 공격의 핵심은 여전히 2차 드래프트와 FA 계약 선수들입니다. 특히 2회말 첫 득점을 하는 상황에서 이호준의 주루플레이(2루타-우익수 플라이에 3루로 진루, 중견수 플라이에 득점 성공)는 그가 단순히 성격 좋은 선배가 아니라 헌신하는 클럽하우스 리더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이현곤은 좋은 선구안과 타격감으로 정말 2007년의 영광을 재현할 기세입니다. 모창민도 좋은 타격감각을 이어나가는 중입니다. 차화준 대신 2루수로 선발 출전한 박민우가 4안타를 기록했습니다. 김종호만 기대만큼 잘해준다면 좋은 테이블세터진을 선보일 수도 있겠지만 아직 김종호는 영점 조준이 덜 된 모습.

 아 이건 개인적인 감정이 반영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신정락의 투구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위기를 자초하기도 했습니다만 그의 속구 구위가 상당해 보입니다. 최근 수 년간 모교가 배출한 가장 기대되는 유망주에 대한 애정일까요. 좋은 모습 기대하겠습니다.



롯데 자이언츠 vs 넥센 히어로즈

 '6억원 핵잠수함' 김병현은 아직 그 어뢰를 정확히 조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한 스터프로 삼진을 잡고 범타를 유도하며 위기를 틀어막았습니다. 반면 '젊은 잠수함' 이재곤 선수는 아직 구위도 완전하지 않은 느낌입니다. 싱커가 조금만 각이 작고 가운데로 몰리면 영락없이 배팅볼이 되었습니다. 홍성민은 효율적인 투구로 비교적 긴 이닝도 막을 수 있음을 보여주면서 자신이 최상의 보상선수 픽이었음을 증명하려 하고 있습니다.

 선수들의 실책이 뼈아픕니다. 이미 주전 유격수를 다투는 박기혁, 문규현이 실책을 기록한 가운데 한 경기에서 1루수 박종윤, 2루수 조성환, 3루수 황재균이 모두 실책을 범한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약해진 타격에 수비가 '더' 약해지기까지 한다면 중위권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주루사 또한 상당히 안타깝습니다. 특히 전준우 선수의 3루수 실책으로 인한 출루 이후의 모션은 분명히 아웃을 선언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었습니다. 1루로 출루 후에는 확실히 오른쪽으로 틀며 우익선상 밖으로 귀루를 하든지, 과감하게 2루로 추가 진루를 해야만 합니다.



삼성 라이온즈 vs 두산 베어스

 삼성은 연신 불펜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1무 2패를 기록했습니다. 상당히 어울리지 않는 모습인데요. 권혁 선수의 구속이 점점 떨어지면서 그 위력이 줄어든 것은 꾸준히 나타나고 있는 현상입니다. 어떻게 극복할지 궁금합니다.

 사실 두산의 라인업을 보면서 계속 의문이 들었습니다. 도대체 홍성흔을 왜 영입한 것인지, 지난 시즌 팀내 최다 홈런을 기록한 전도유망한 3루수 윤석민의 앞날은 어찌될지 궁금합니다. 분명히 홍성흔과 김동주는 현역 생활의 황혼기를 맞이한 선수들입니다. 물론 수비가 강한 오재원이 1루로 활용될 수도 있고, 허경민과 고영민 등 다재다능한 2루수들이 있으니 내야진의 구성은 다양한 방향으로 이루어질 수 있겠지만, 31억 짜리 클럽하우스 리더는 수비를 맡을 수 없어서 상당히 걸림돌이 되겠죠.

<'그'가 왜 내야수인가? 그는 타자일뿐 야수일 수는 없다.>


 변진수의 성장은 기대가 됩니다. 아 그리고 박건우 선수의 발은, 빠르다는 명성은 익히 들었습니다만 정말 엄청납니다.



기아 타이거스 vs SK 와이번스

 기아의 낌새가 심상치 않습니다. 상상 속의 중심타선이라던 L-C-K(이범호-최희섭-김상현)라인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나지완을 포함한 L-C-N-K(이범호-최희섭-나지완-김상현)으로 재탄생하더니 이제는 그 순서마저 자유롭게 변형 중입니다. 투수진 또한 상당히 안정적으로 보입니다. 가장 큰 수확은 뭐니뭐니 해도 무사만루를 무실점으로 막아낸 마무리 투수 앤서니 르루입니다. 퀵모션과 좋은 구위가 마무리 투수에 어울린다는 평가에도 그간 연습경기에서 부족한 모습을 보이더니, 이제는 비상하려고 합니다.

 SK는 전력의 상당한 부분인 최정과 정근우가 빠진 채로, 아직은 조금씩 어긋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박진만답지 않은 실책이 2실점으로 이어졌고, 임경완은 SK행 이후 완전히 감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이만수 감독이 박진만 선수의 실책 이후 경기장에서 대놓고 헛웃음을 보인 것에 대하여 상당히 반발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대스타 출신 감독일수록 선수들의 실수를 엄하게 평가할 부분은 평가하고, 따뜻하게 받아들일 것은 포용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진 출처 : NC 다이노스 홈페이지 월페이퍼

두산 베어스 홈페이지 선수단 소개

Posted by 마산야수

 네, 오래간만에 야구장에 다녀왔습니다. 딱히 시범경기부터 보러 다니겠다는 결심은 없었지만, 오늘 회사도 쉬는 날이고, 갑자기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지난 시즌에 잠실에 다녀오고 올시즌은 야구장이 당연히 처음이고, 마산구장을 찾은 건, 2009년 이후 처음이니까 4년 만이네요. 사실 지난 시즌부터 NC 다이노스의 홈 구장으로 쓰이면서 리모델링이 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잘 되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우선 신세계백화점에서 내려서 옆 골목으로 들어가면 저멀리 조명탑이 보이는데요. 사실 저건 축구장 조명탑입니다. 그래도 저 방향을 따라 쭉가면


 이렇게 NC 다이노스 팬들을 환영하는 마산공설운동장이 보입니다.


 아침부터 계획은 했지만 미적거리다가 이미 경기시작 시간은 약간 지나버렸고, 그래서 지나가다가 야구용품점에 들러서 NC 모자를 하나 질러버렸습니다.



 들어가보니 이미 1회초 공격은 끝난 상황이었습니다. 1번타자 정수성이 2루타를 치고 서건창과 이택근의 연속 땅볼에 홈으로 들어와 1대 0으로 넥센이 앞서고 있었습니다. 저는 딱히 홈 원정팀 응원을 떠나 3루측에 앉았습니다. 원정팀 불펜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고, 경기 중에는 김상수, 이보근 등이 몸을 푸는 것도 볼 수 있었습니다.





 초반은 조금 지루했습니다. 나이트와 찰리 쉬렉은 모두 공이 괜찮아 보였고 타자들은 쉽게 그들을 공략하지 못했습니다. 나이트는 140대 초중반의 직구에 싱커와 슬라이더가 좋아보였고, 찰리 쉬렉은 전광판에 147km까지 찍힌 직구의 구위와 직접 투수 앞 땅볼을 처리하기까지 하면서 위기를 막았습니다. 두 투수가 모두 4이닝 씩을 막았습니다.

 

<역투하는 브랜든 나이트(위)와 찰리 쉬렉(아래)>


인생은 이호준처럼

 역대 한국 프로야구 31개의 우승트로피 중 10개를 보유한 김응룡 감독은 '투수는 선동열, 타자는 이승엽, 야구는 이종범'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죠. 그런데 언젠가부터 팬들은 그 뒤에 한 마디를 덧붙였습니다. '인생은 이호준'

 미모의 아내와 토끼 같은 자식들을 거느린 행복한 가장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해태에서 투수로 데뷔한 후 성적이 신통치 않자 타자로 전향한 후 FA 시즌을 앞두기만 하면 준수한 성적을 거둬 좋은 FA 계약들을 이끌어냈기 때문입니다. 지난 시즌이 끝나자 역시 3년 20억원의 좋은 조건의 FA 계약을 통해 NC 다이노스로 이적했습니다. 팀에서 그에게 바라는 것은 우승 경험이 많은 베테랑이자, 이미 신생팀을 경험(2000년대 초반 SK 와이번스)해본 선수로서 팀의 중심을 잡아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4번 타자 자리 또한 그의 차지였습니다.

 넥센 김민성이 5회초 솔로 홈런을 치고 한 점 달아났지만 곧바로 5회말 김태군이 2루타로 한 점을 따라붙어 2:1로 맞은 6회말에서, 김종호와 차화준이 볼넷과 중전안타로 출루하고 박상혁의 진루타로 NC는 1사 2루 3루의 찬스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4번 타자 이호준.


 

 이호준은 팀이 자신에게 원하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깔끔한 좌전 안타로 역전을 이끌어냈습니다. 하지만 주루플레이에서 안타깝게도 2루까지 내닫던 중 태그 아웃되고 말았습니다. 그렇지만 정말 그의 역할을 다한 장면이었습니다.



타격왕 어떻게 한 거야?

 2007년 타격왕 이현곤은 정말 미스테리인 것 같습니다. 그 해 반짝 활약으로 0.338의 타율로 양준혁을 제치고 타격왕을 차지했지만, 그의 통산 타율은 2할7푼2리에 그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FA 계약으로 NC 다이노스로 옮겨올 수 있었습니다. 1루수, 유격수, 3루수를 소화할 수 있는 활용도와, 어쨌거나 타격왕을 차지하기도 했던 선수라는 점 덕분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오늘 이현곤은 오늘 3타수 3안타를 기록하며 주전 유격수 자리와 베테랑 타자로서의 입지를 확보했습니다. 특히 7회말 4:2로 한 점 달아나는 타점을 올렸습니다. 3안타가 좌전안타, 중전안타, 우전안타로 타구의 방향들이 넓게 퍼지는 것도 좋은 컨디션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부분입니다. 2013년 이현곤을 기대해보아도 좋을 것 같았습니다.



아직은 미숙한 '아홉번째 심장'

 8회말 3점을 더 얻으며 승부를 결정지은 NC 다이노스였지만 여전히 문제점이 많아보였습니다. 우선 수비가 여전히 불안했습니다. 2루수 차화준이 실책으로는 기록되지 않았지만 2회초 유한준의 타구를 제대로 포구하지 못한 것부터, 깔끔하게 승리를 결정지어야 했던 9회초 교체된 2루수 이상호의 실책과 폭투 등으로 한 점을 내주고 경기를 끝낸 것까지 1군 프로리그에서는 약간 부족하다고 느꼈던 장면이 많았습니다. 어제 경기에서도 3개의 실책과 더 많은 보이지 않는 실책을 기록하는 등 프로팀의 기본인 수비에서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사실 타격은 약간 부족하더라도 오늘 경기처럼 몇 안 되는 찬스를 베테랑들을 중심으로 살려내면 되지만 수비가 되지 않으면 경기 자체를 제대로 진행할 수가 없습니다. 두산 시절에도 최고의 내야진을 구성했던 김경문 감독의 역량에 기대를 걸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오늘 경기에서 주루사가 2번이나 보인 것도 아쉬웠습니다. 주루사는 공격의 흐름을 끊는 가장 안 좋은 케이스입니다. 오늘은 김태군과 이호준이 적시타를 기록한 이후에 주루사를 기록했는데, 추가 점수를 올릴 수 있었던 기회들을 날려버린 것입니다. 몇 안 되는 찬스를 살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주루사를 줄여야 할 것입니다.

 또한 오늘 경기에 출전했던 23명의 선수(타자 17명, 투수 6명) 중에서 좋은 활약을 보인 선수들이 대부분 2차 드래프트와 FA 계약을 통해 영입한 선수들이라는 점도 아쉬웠습니다. 각각 3타점, 2타점, 1타점 씩을 올린 김태군, 이호준, 이현곤 등과 중간 투수로 나온 고창성 등이 바로 그들입니다. 특히 고창성은 역전에 성공한 직후인 7회초를 연속 삼구삼진 포함 공 9개로 깔끔하게 막아냈습니다. 구속도 130km대 후반까지 나왔고, 두산 시절 갑자기 문제가 되었던 제구도 매우 안정적이었습니다. 다시 한 번 그의 비상을 기대해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분명 NC는 2차 드래프트 8명, FA 계약 2명의 총 10명의 선수만으로 야구를 할 수는 없습니다. 2군에서 차근차근 성장해온 선수들이 그 기량을 뽐낼 수 있길 바랍니다. (나성범이 돌아와서 제 갈증을 해결해줄까요?)

 하지만 모든 2차 드래프트 선수들이 활약하지는 못했습니다. 아쉬운 것은 불펜에서 큰 형님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던 이승호와 송신영이 여전히 그리 좋지 않은 공을 던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눈에 드러나는 성적으로는 0.1이닝 씩을 맡으며 자책점이 없었지만, 1사1루 상황에서 고창성이 내려간 이후 후속타자들에게 안타, 볼넷을 내주며 주자를 홈으로 보내버렸습니다. 제구도 불안했고 구위도 너무 떨어져 보였습니다. 이른바 A-C-E 트리오로 불리는 아담 윌크, 찰리 쉬렉, 에릭 하커를 중심으로 선발진은 어찌어찌 구성한다고 하더라도 계투진에서 송신영과 이승호의 역할은 큽니다. 이제는 20인 명단에서 제외된 아픔보다는 미래에 대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역투하는 이승호와 송신영,

그러나 아직 구단이 그들에게 기대하는 것에 못 미치는 모습이었습니.

 


새로운 분위기의 마산구장

 네, 정말 내야석들이 꽉찰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야구장을 찾았습니다. 내야가 5530석인데 어제와 오늘 모두 5000명 이상이 방문했습니다. 외야는 안전 문제로 통제되어 있었지만, 시즌 중에는 외야까지 팬들로 가득한 구장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처럼 창원시민들의 야구에 대한 열정은 뜨겁습니다. 특히 한때 용접을 해가며 철문을 뚫고, 외야에서 고기를 굽고 소주를 마시던 그 유명한 '마산아재'들이 아닌, 가족 단위로 오신 많은 분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서울에서는 젊은 친구들끼리, 연인 관계끼리 야구장을 찾은 것만 많이 보다가 이렇게 훈훈한 광경을 보니 기분이 더 좋았습니다.

 그런데 조금 아쉽게도 여전히 롯데 유니폼, 바람막이 등을 입고 이곳을 찾은 팬들도 많았습니다. 물론 야구를 좋아해 야구장을 찾는 것이고 어느 구단의 팬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열성적인 경남지역 야구팬들을 진정한 NC 다이노스의 홈팬으로 완전히 품지는 못한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인지 구단에서도 다른 구단 유니폼을 가져 오면 NC 다이노스 유니폼을 지급하는 행사를 안내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경기 중, 터져나오는 박수소리와 아쉬움의 탄성, 시범경기 기간이라 엠프와 응원단이 없음에도 들려오는 열성적인 응원은 제 걱정이 한낱 기우에 그칠 것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열성적인 팬들이, 지자체의 정치논리로 인한 말도 안 되는 구장 입지 때문에 경기를 찾아오지 못하게 되는 일이 없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혼자 야구장을 간 것은 처음이었지만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자주 마산구장을 찾게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오늘처럼 짜릿한 역전승을 자주 보여주는, 패기 넘치는 '막내' NC 다이노스의 모습을 기대합니다!

Posted by 마산야수

 모두가 호주전 대승을 염원하고만 있던 4일 월요일,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들이 가고시마 전지훈련을 끝마치고 귀국했습니다. 국내팀들과 일본 프로팀들이 대거 모여 이른바 오키나와 리그가 열린 오키나와와는 달리 큐슈 지역에는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 뿐이었던 데다가, 가뜩이나 우천으로 많은 경기가 취소되어 실전 예행 연습이 부족했다는 우려가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김시진 감독은 '주요 보직에 대한 확신이 있다'며 '남은 기간 재확인을 해보겠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과연 그의 구상은 어떤 것일까요?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2013년 이제 갈매기는 더 높은 곳으로 날아오를 수 있을까?

 

내구성 하나만큼은 최고라던 롯데 선발진은 어디로?

 2008년 로이스터 감독이 부임한 이후 롯데의 팀 컬러는 2011년까지 비교적 뚜렷했습니다. 리그를 압도할 만한 선발 에이스는 없지만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켜줄 만한 1~3선발진과 화끈한 타격이었죠. 그리고 불안한 불펜은 옵션이었죠. 그러나 2012년 이른바 양떼야구로 일컬어지는 불펜 중심의 야구가 드디어 롯데에서도 성공했습니다. 부활한 최대성과 최고의 2차 드래프트 영입 '꿀성배' 김성배, 그리고 그토록 염원하던 특급 마무리이자 '궁내 체고의 싱카볼 투수' 정대현, 구단 최다세이브 기록을 새로 쓴 김사율을 중심으로 쉽게 역전을 혀용하지 않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선발진은 실망스러웠습니다. 각각 4년, 2년 간 두자리 승수를 거둬온 송승준과 사도스키가 불운과 부진으로 10승 달성에 실패했습니다. 물론 15승 좌완 장원준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미션은 '유먼진' 유먼이 초과 달성했고, 이용훈이 다시 부활하며 붕괴는 겨우 막았지만, 불펜이 매우 강력해졌기 때문에 이전의 꾸준한 선발진의 부재가 더욱 아쉬웠던 한 시즌이었습니다.

 

원투 펀치는 확정적

 2013년 롯데 자이언츠의 원투펀치는 확정적입니다. 지난 시즌 나이트와 함께 최고의 용병투수로 꼽힌 유먼(13승 7패, ERA 2.55)이 에이스의 자리를 지켜주고, 5년 연속 두자리수 승수에는 실패(7승 11패)했지만 방어율을 3점대 초반(3.31)으로 크게 낮춘 송승준이 뒤를 받쳐야 합니다. 다행히 유먼의 페이스는 괜찮아 보이며, 송승준도 WBC 호주전에서 보니 컨디션이 나빠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송승준은 페이스를 빨리 올린 만큼 체력적인 부담이 걱정되기도 하지만, 지난 5년간 매년 153.1이닝 이상을 소화했고 리그 내 우완투수 중 가장 많은 이닝(연평균 165이닝)을 소화한 그의 체력을 믿어볼만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리치몬드입니다. 사실 마이너에서의 성적조차 신통치 않아 우려가 많았지만 어쨌든 198cm의 큰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묵직한 직구에 기대를 하기도 했었는데, 스프링캠프에 합류하자마자 부상으로 낙마했고 수술을 받아 최소한 두 달의 회복 기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사실상 퇴출로 가닥이 잡혀가는 분위기이지만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시즌이라 40인 로스터에 초청선수들까지 등판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수준급 용병을 수급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리치몬드의 빠른 회복과, 괜찮은 투수의 메이저리그 로스터 탈락을 동시에 기다리며 저울질하고 있는 롯데 프런트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을 것입니다.

 

선발후보 풍년, 그런데 3선발은 없다?

 하지만 여전히 토종 선발 후보들은 많은 롯데 자이언츠입니다. 이용훈, 이정민, 고원준, 이재곤, 진명호, 김승회 등이 있는데요. 그런데 이들은 대부분 풀타임 선발 경험이 없거나 매우 적고, 또는 부상과 슬럼프, 야구 외적인 문제로 회복을 필요로 하고 있어서 항상 꼬리표처럼 '모두 5선발 감이지 3선발을 맡을 선수가 없다.'는 코멘트가 붙습니다. 하지만 4월까지는 새로운 용병을 찾기 쉽지 않으므로 이들로 무조건 버텨야만 합니다.

 이들 중에서는 고원준과 이재곤의 페이스가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고원준은 지바롯데 2군과의 경기에서 5이닝 1실점을 기록했습니다. 야구 외적으로 한눈을 판다는 점에 대해 꾸준히 비판받았음에도 결국 지난해 말 사고가 터졌기 때문에 올해는 다시 야구에 집중해야 할 시기라고 봅니다. 젊은 혈기 때문에 성장기를 놓쳐버리기에는 그의 잠재력이 너무 아깝습니다. 또한 '손가락 장난'에 너무 치중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는 140km 후반에 이르는 묵직한 속구를 던질 수 있습니다. 아직 어깨도 싱싱한 편이고요. 그런데 그는 구속을 다양한 변종 투구를 통해 타자를 쉽게 맞춰잡으려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였습니다. 아직 젊은 그는 묵직한 속구와 슬라이더, 슬로우 커브로 타자들을 상대할 수 있습니다. 벌써부터 쉽게 타자를 상대하려고 하면 그의 성장이 멈춰 버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리그 최고의 우완 에이스로 손꼽히는 윤석민도 소위 '손가락 장난'에 능하다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의 묵직한 속구와 고속 슬라이더 사이에 종종 나타나는 손가락 장난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이재곤 또한 부활을 꿈꾸고 있습니다. 2010년 8승(3패, ERA 4.14)을 거두며 혜성처럼 등장했던 그는 지난 2년 간 속구 구속 증가와 커브 장착이 실패하면서 극도의 슬럼프를 겪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두산과의 경기에서 4이닝 4피안타 1실점을 기록하며, 자신의 주무기 싱커를 더욱 예리하게 다듬는 데 집중한 결과물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지난 시즌 리그 최고의 스윙맨이자 5선발이라고 평가받는 김승회, 커리어 하이를 찍었음에도 부상으로 결국 10승 달성에 실패해 다시 한 번 두자리 승수에 도전하는 '퍼펙트맨' 이용훈, 깜짝 호투로 SK를 잡아내던 이정민, 롯데 투수진의 최고 유망주 진명호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김승회는 지바 롯데 2군과의 연습경기에서 부진했고, 이용훈은 발목 염좌로 스프링캠프에서 초반 이탈했으며, 진명호와 이정민은 약점이 뚜렷합니다.

 

9구단 체제 속에서도 4, 5선발은 여전히 필요

 물론 9구단 체제로 이루어지는 특이한 일정 체계 상 이번 시즌은 1~3선발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입니다. 그러나 변칙적인 기용을 위해서라도 4, 5선발과 스윙맨을 겸할 선수들이 필요합니다. 여전히 롯데 선발진은 희망을 품게 하는 동시에, 많은 우려를 받고 있습니다. 이제 시범경기에서 그들의 능력을 보여주어야 할 때입니다.

 

여전히 불안하지만, '그'가 돌아온다

 조정훈, 2009년 다승왕이자 롯데에게 10년만의 포스트시즌에서의 승리를 안겨준 투수. 그가 팔꿈치 부상 이후 공익 복무까지 마치고 올 시즌 복귀할 예정입니다.

물론 무리해서 복귀하기보다는 6월 이후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정민태 투수코치는 조정훈 선수의 컨디션이 최대한 천천히, 완벽하게 올라오게 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다시 한 번 그의 명품 포크볼을 감상할 수 있을까요? 그가 다시 1군에서 저렇게 환하게 웃으며 포수와 하이파이브를 할 수 있는 날이 돌아온다면 정말 훌륭한 1~3선발과 좋은 4, 5선발 겸 스윙맨들을 보유한 롯데의 건실한 선발진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Posted by 마산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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