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도의 승점 인플레, 순위표가 이상하다??
WBC에서 4강과 준우승을 넘어 우승을 꿈꾸었지만 '위대한 3월'은 없었던, 약간은 아쉬움 속에서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가 개막한 지 벌써 한 달이 다 되었습니다. 선수들이 실책과 볼넷을 남발하며 프로야구 전반의 수준 하락에 대한 논란도 있었지만, 전문가들의 분석대로 예년보다 추운 날씨로 인한 부분이 컸던 것으로 보이고 실제로 기온이 오르며 선수들의 기량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팀당 20~21경기를 치른 현재 시점에서 순위표를 살펴보면 매우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출처 : 네이버 스포츠
바로 이른바 '가을야구'로 불리는 포스트시즌 진출이 가능한 4강팀들의 승률입니다. 두산과 기아가 6할8푼4리로 공동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삼성과 넥센이 6할5푼의 승률로 공동 3위를 기록하며 바짝 뒤쫓고 있습니다. 시즌 종료 시점이라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할 5위 LG의 승률이 무려 0.571입니다. 흔히들 5할 승률을 4강 진출 마지노선으로 이야기하는데, 올 시즌은 크게 벗어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얼마나 기형적인 구조인지 살펴보려면 예년 시즌 최종 성적표와 비교해보면 됩니다.
출처 : 네이버 스포츠
바로 지난 시즌인 2012 시즌 최종 순위표입니다.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이며 2위와 8.5게임 차나 벌리며 우승한 삼성의 승률이 6할1푼1리입니다. 4강 마지노선은 5할1푼2리입니다.
출처 : 위키백과에서 자료 발췌해 직접 표로 작성
5할 미만의 승률로 4강에 진출한 사례도 힘들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바로 2009년의 롯데입니다. 당시 치열한 순위 다툼을 벌인 기아와 SK 두 팀이 6할 이상 승률을 기록하며 다른 팀들의 평균 승률이 내려갔고, 4강 마지노선도 5할 아래로 내려간 것입니다. 이렇게 최근 몇 시즌과 비교를 해보니 예년 같으면 2~3위권인 5할7푼대 승률의 LG가 5위를 기록 중인 이번 시즌의 순위표가 매우 비정상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화와 NC, 승점 자판기가 되나?
사실 이런 승점 인플레이션의 가장 큰 원인은 각각 0.200, 0.150의 저조한 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한화와 NC입니다. 한화가 개막 이후 13경기 동안 승률 0.000을 기록하며 롯데의 개막 이후 최다연패 기록(12연패)를 갱신했고, 신생팀 NC보다도 부진했지만 이후 한화와 NC간의 단두대매치에서 한화가 시리즈 스윕을 거두며 상황이 역전되었습니다.
그러나 상황의 역전이라고 하기에는 두 팀의 상황이 '도찐개찐'인 상황. 두 팀은 어쩌면 1982년 삼미, 1986년 빙그레, 1999년 쌍방울, 2002년 롯데만이 기록한 2할대 이하 승률로 시즌을 마칠지도 모릅니다. (참고로 단일 시즌 최저 승률은 82년 삼미가 기록한 0.188입니다.)
심지어는 스포츠 기자들이 '승리를 못하면 손해'인 한화와 NC 상대 전적은 제외하고 순위를 거론하는 등 아주 두 팀을 무시하는 기사까지 쓰고 있습니다. 물론 이른바 '양학(양민학살)'으로 불리는 하위팀 상대시 높은 승률은 종목을 막론하고(야구든 축구든) 호성적을 위한 필수요소입니다. 그러나 프로팀들끼리 이루어지는 리그에서, 특정팀을 제쳐두고 리그를 논하는 것은 해당 팀의 팬들에게 엄청난 결례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인터넷 사이트 캡쳐 후 내용에 해당하는 기사 제목을 적색 사각형으로 표시-
출처 : 좌-네이버 스포츠 야구 메인(4월 16일), 우-다음 스포츠 야구 메인(4월 29일)
반등의 구멍은 없나?
그렇다면 정말 한화와 NC에게 반등의 찬스는 없는 것일까요? 우선 두 팀의 복귀 예정인 선수를 살펴보면 한화가 강동우(39), 박정진(36) 등이 있고 NC는 나성범(23), 모창민(27) 등이 있습니다.
선발과 불펜 가릴 것 없이 마운드가 무너진 한화에서 그나마 불펜의 핵심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마무리 송창식 앞에 베테랑 박정진이 온다면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김태균(타율 0.365, 3홈런, 14타점)과 이대수(타율 0.313, 11득점, 9타점)만이 제몫을 하고 있는 타선에 1번 타자를 맡아줄 좌타자이자 2009년부터 작년까지 4년간 팀타선을 이끈(4년간 평균 0.280, 15도루, 63득점, 7홈런, 36타점) 강동우가 돌아오면 강동우가 1번, 김태균이 4번, 이대수가 3번 혹은 하위타선에 배치됨으로써 타선의 짜임새가 좋아질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불안 요소라면 박정진과 강동우 모두 30대 후반의 노장으로 부상에서 회복되어도 전성기와 같은 기량을 펼칠 수 있을지가 의문이라는 점입니다.
NC에는 시즌 전 구상 단계에서 3번과 5번을 맡으며 야수로서도 내외야에서 자리를 굳건히 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나성범과 모창민이 돌아온다면 전력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특히 4번자리를 지키고 있는 베테랑 이호준이 0.225의 저조한 타율에도 4홈런(리그 공동 6위), 20타점(3위)을 기록하며 찬스에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상황에서 나성범과 모창민이 더 많은 찬스를 만들어낸다면 시너지 효과를 내며 팀 타선 전반의 상승곡선을 그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기대를 모았던 외국인 선발 3인방 ACE 트리오(아담-찰리-에릭)가 부진하고, 불펜에서도 송신영이 제외되며 무게감이 더 부족해진 상황에서 마운드에 추가 전력이 거의 없다는 것이 매우 아쉽습니다.
그러나 주축 선수들의 복귀보다도 두 팀의 반등에 더 중요한 요소는 패배의식을 떨쳐버리고 당당하게 승리에 도전하는 투지입니다. 한화의 경우 팀 타선이 전반적으로 주눅들어 경기당 득점이 2.8점에 머물러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에는 조금 나아졌지만 개막 직후부터 NC는 야수들의 실책 퍼레이드로 어이없이 승기를 내주는 일이 잦았고, 선수들의 수비가 소극적이기까지 했습니다. 결국 야구는 점수를 적게 주고 많이 내면 이기는 스포츠입니다. 기본에 충실하며 약점을 보완하려는 노력과 더불어 '우리는 승리할 수 있다'는 자기 주문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물론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나마 두 팀은 오늘부터 시작되는 주중 시리즈에서 대진이 나쁘지 않습니다. NC는 역사적인 1군 무대 첫 승 당시의 상대인 LG와 3연전을 치릅니다. 한화는 개막 2연전에서 끝내기 승리를 빼앗아 갔지만 이후 부진에 빠져있는 롯데를 상대합니다. 두 팀이 나름대로 반등의 발판을 마련하는 한 주가 되기를 바랍니다.
P.S. 한화와 NC에만 주목하느라 잊을 뻔 했는데, 6할 이상 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4강팀들끼리 오늘부터 주중 시리즈를 치릅니다. 엄청난 승률에 걸맞는 멋진 경기력을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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