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삼성과의 경기에서 넥센은 나이트의 호투와 박병호의 결승 투런 홈런에 힘입어 올 시즌 처음으로 30승을 달성하는 팀이 되었습니다. 5월의 슬럼프를 딛고 다시 돌아왔음에도 그간 승운이 따르지 않던 나이트가 오랜만에 승수를 추가한 것도 반가웠지만, 무엇보다도 30일 만에 터진 '브룸박'의 홈런포가 가장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팀을 30승 고지에 선착시킨 박병호(넥센 히어로즈 홈페이지)
타격왕은 포드를 타지만 홈런왕은 캐딜락을 탄다
1940년대 미국 메이저리그의 강타자 랠프 카이너는 말했습니다. '타격왕은 포드를 몰지만 홈런왕은 캐딜락을 몬다.' 물론 야구는 팀 스포츠이고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1번부터 9번까지 이대호로만 채운다고 능사는 아닐 것입니다. (도대체 수비는 어떡하려고?) 그럼에도 언제나 야구의 꽃은 시원한 홈런이고, 스포트라이트는 홈런을 때려내는 강타자에게 쏟아지기 마련입니다.
2012 시즌의 박병호가 그랬습니다. 전반기 막판까지도 4할 타율을 달성해내며 독보적인 타율, 출루율 1위를 차지한 김태균보다 0.290의 뛰어나진 않지만 준수한 정확도에 30홈런-100타점을 달성하며 홈런왕을 차지한 박병호가 1루수 골든글러브를 차지한 것은 물론이고, 시즌 MVP의 영광까지 안았던 것입니다. 그런 박병호는 5월 초까지 명불허전의 파워를 보여주었습니다. 시즌 개막 후 한달이 갓 지난 5월 5일까지 9홈런의 무시무시한 페이스였습니다.
하지만 이후 주춤하며 최정의 독주, 팀 동료 이성열의 추격을 바라만 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그가 어제 투런 홈런을 때려내며 두 자리수 홈런을 기록했고, 이는 앞으로의 홈런왕 경쟁에 불을 당길 것으로 보입니다.
불 붙은 홈런왕 경쟁
이번 시즌에 박병호보다 앞서 두 자리수 홈런을 기록한 선수는 최정, 이성열입니다. 나란히 13홈런을 때려내고 있으며 홈런 페이스가 눈에 띄게 떨어졌다는 느낌을 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성열은 최근 5경기에서만 2개의 아치를 쏘아올리며 좋은 기세를 이어나가는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경기 8회초 2사 후 나선 이성열이 심창민의 초구에 왼팔꿈치 안쪽을 맞으며 그라운드에 쓰러졌습니다. 이성열은 그라운드에서 뒹굴며 통증을 호소했고 곧바로 대주자 유재신으로 교체되었습니다. 다행히 경기 직후 병원에서 뼈에는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합니다만, 타격은 매우 섬세한 메커니즘으로 이루어지는 연속 동장이기에 사구의 후유증에 대한 우려를 지울 수 없습니다.
이렇게 이성열의 홈런 페이스에 이상이 생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박병호까지 가세한 홈런왕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역시 홈런을 신고한 강정호를 포함해서 8홈런을 기록 중인 3명의 선수들(강정호, 최희섭, 이호준)에 이미 홈런왕 경험이 있고 7홈런으로 그 뒤를 추격하고 있는 최형우까지 잠재적인 홈런왕 후보들입니다.
과연 이번 시즌 홈런왕의 자리에는 누가 오르게 될까요? 넥센의 행복한 집안 싸움을 보게 될지, 2년 연속 20-20에 빛나는 최고의 3루수 최정이 홈런왕으로 또 한 번 진화할지, 또는 다른 선수들의 약진을 보게 될지. 날씨가 점점 더워지며 체력 관리에 어려움이 많아지는 6월의 뜨거운 그라운드 위로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사족
<KBO 역대 개인 통산 홈런 순위>
1위 양준혁 351개
2위 이승엽 349개
3위 장종훈 340개
4위 심정수 328개
5위 박경완 313개
그리고 한 시즌의 홈런왕이 문제가 아닌, 통산 5번의 홈런왕 타이틀에 한일 통산 500홈런의 사나이,
영원한 홈런왕 이승엽 선수의 KBO 통산 홈런왕 등극 또한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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