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삼성과의 경기에서 넥센은 나이트의 호투와 박병호의 결승 투런 홈런에 힘입어 올 시즌 처음으로 30승을 달성하는 팀이 되었습니다. 5월의 슬럼프를 딛고 다시 돌아왔음에도 그간 승운이 따르지 않던 나이트가 오랜만에 승수를 추가한 것도 반가웠지만, 무엇보다도 30일 만에 터진 '브룸박'의 홈런포가 가장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팀을 30승 고지에 선착시킨 박병호(넥센 히어로즈 홈페이지)




타격왕은 포드를 타지만 홈런왕은 캐딜락을 탄다

 1940년대 미국 메이저리그의 강타자 랠프 카이너는 말했습니다. '타격왕은 포드를 몰지만 홈런왕은 캐딜락을 몬다.' 물론 야구는 팀 스포츠이고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1번부터 9번까지 이대호로만 채운다고 능사는 아닐 것입니다. (도대체 수비는 어떡하려고?) 그럼에도 언제나 야구의 꽃은 시원한 홈런이고, 스포트라이트는 홈런을 때려내는 강타자에게 쏟아지기 마련입니다.

 2012 시즌의 박병호가 그랬습니다. 전반기 막판까지도 4할 타율을 달성해내며 독보적인 타율, 출루율 1위를 차지한 김태균보다 0.290의 뛰어나진 않지만 준수한 정확도에 30홈런-100타점을 달성하며 홈런왕을 차지한 박병호가 1루수 골든글러브를 차지한 것은 물론이고, 시즌 MVP의 영광까지 안았던 것입니다. 그런 박병호는 5월 초까지 명불허전의 파워를 보여주었습니다. 시즌 개막 후 한달이 갓 지난 5월 5일까지 9홈런의 무시무시한 페이스였습니다.

 하지만 이후 주춤하며 최정의 독주, 팀 동료 이성열의 추격을 바라만 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그가 어제 투런 홈런을 때려내며 두 자리수 홈런을 기록했고, 이는 앞으로의 홈런왕 경쟁에 불을 당길 것으로 보입니다.




불 붙은 홈런왕 경쟁

 이번 시즌에 박병호보다 앞서 두 자리수 홈런을 기록한 선수는 최정, 이성열입니다. 나란히 13홈런을 때려내고 있으며 홈런 페이스가 눈에 띄게 떨어졌다는 느낌을 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성열은 최근 5경기에서만 2개의 아치를 쏘아올리며 좋은 기세를 이어나가는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경기 8회초 2사 후 나선 이성열이 심창민의 초구에 왼팔꿈치 안쪽을 맞으며 그라운드에 쓰러졌습니다. 이성열은 그라운드에서 뒹굴며 통증을 호소했고 곧바로 대주자 유재신으로 교체되었습니다. 다행히 경기 직후 병원에서 뼈에는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합니다만, 타격은 매우 섬세한 메커니즘으로 이루어지는 연속 동장이기에 사구의 후유증에 대한 우려를 지울 수 없습니다.

 이렇게 이성열의 홈런 페이스에 이상이 생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박병호까지 가세한 홈런왕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역시 홈런을 신고한 강정호를 포함해서 8홈런을 기록 중인 3명의 선수들(강정호, 최희섭, 이호준)에 이미 홈런왕 경험이 있고 7홈런으로 그 뒤를 추격하고 있는 최형우까지 잠재적인 홈런왕 후보들입니다.

 과연 이번 시즌 홈런왕의 자리에는 누가 오르게 될까요? 넥센의 행복한 집안 싸움을 보게 될지, 2년 연속 20-20에 빛나는 최고의 3루수 최정이 홈런왕으로 또 한 번 진화할지, 또는 다른 선수들의 약진을 보게 될지. 날씨가 점점 더워지며 체력 관리에 어려움이 많아지는 6월의 뜨거운 그라운드 위로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사족

<KBO 역대 개인 통산 홈런 순위>
1위 양준혁 351개

2위 이승엽 349개

3위 장종훈 340개

4위 심정수 328개

5위 박경완 313개


그리고 한 시즌의 홈런왕이 문제가 아닌, 통산 5번의 홈런왕 타이틀에 한일 통산 500홈런의 사나이,

영원한 홈런왕 이승엽 선수의 KBO 통산 홈런왕 등극 또한 기다리고 있습니다^^

Posted by 마산야수

 개막전에 사직을 다녀온 후, 한 달이 지난 지난 주 토요일에 다시 사직구장을 찾았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함께였습니다. 넥센에게 스윕을 당하고 온 삼성의 침체된 분위기를 기대했지만, 전날 경기에서 1회초에만 타선일순하며 7실점했고 10:3의 참패를 당했기 때문에 전력을 다해서 이기기를 기대하며 사직을 찾았습니다.

 



 경기장에 한 시간 정도 일찍 입장해서 친구들과 수다도 떨고 선수들이 몸푸는 모습도 지켜보았습니다. 이날의 시구자는 방송인 박은지 씨였는데 사실 그리 잘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사직에는 관중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어제 어린이날조차 사직은 만원관중을 기록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3루쪽은 빈 자리가 너무 많았습니다. 그나마 1루쪽에서 홈팬들이 열렬한 응원을 펼쳤습니다.


 이날 경기가 그나마 삼성과의 주말 시리즈 중 괜찮은 경기였다고 생각합니다. 1회초에 빗맞은 타구 두 개가 행운의 안타로 연결되며 3실점했지만 어느 정도 따라가는 모습도 보여주었고 8회말에 오승환을 끌어내서 9회말 선두타자 조성환의 2루타까지 나오며 오승환이 29개의 공을 던지게 하며 다음날 경기에서 후반 접전으로 갈 경우 조금이라도 변수가 될 부분을 만들어냈기 때문입니다. 물론 어느 정도 추격하는 분위기다 싶으면 터져나온 실책, 피홈런으로 경기를 내준 것은 매우 안타까웠습니다. 그러나 더욱 좋지 않았던 것은 이렇게 지더라도 추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는 그 다음날 경기에서 또 초반 대량 실점하며(2회초 4실점) 6대1로 패했다는 사실입니다.



최악의 투타 부조화

 이번 시리즈는 정말 투타의 부조화가 극에 달했던 졸전의 연속이었습니다. 선발진의 거듭된 초반 대량 실점(금요일-1회초 7실점, 토요일 1회초 3실점, 일요일 2회초 4실점)으로 경기의 흐름을 내주고 시작했고, 어느 정도 추격이 될 만한 시점에서는 쳐줘야 할 선수들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이번 시리즈의 선발투수들을 살펴보면 고원준(0.2이닝 7실점 2자책), 김승회(4이닝 4실점 3자책), 송승준(4.2이닝 4실점)이었습니다. 5이닝 이상 투구한 선수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고원준처럼 야수들의 어이없는 실책으로 피해를 보기도 했지만 이것은 분명히 선발진의 붕괴라고밖에 할 수 없습니다.

 타선에서는 중심을 잡아줘야 할 타자들의 부진이 뼈아팠습니다. 1차전에서는 크게 패하면서도 3번 손아섭이 4타수 3안타 1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했고, 4번타자 김대우가 3타수 1안타 1타점 1볼넷으로 제몫을 했지만, 2차전에서는 두 선수 모두 4타수 무안타, 3차전에서는 손아섭이 3타수 1안타 1볼넷, 김대우가 4타수 무안타로 결국 아쉬움 속에 주말 시리즈를 마무리했습니다. 특히 어느 정도 해볼만 했던 2차전에서 손아섭, 김대우 앞에 주자들이 있는 상황이 많았던 것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더욱 큽니다. 그리고 전준우가 3연전 동안 일곱 번 타석에 서서 6타수 무안타에 삼진 2개만 기록하며 희생플라이로 1타점 올린 것이 전부였던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나마 강민호가 2차전에서만 멀티히트에 1타점을 올렸고 3차전에서도 1안타 1득점한 것이 위안이 되는 상황입니다.

 그 와중에서 수비는 여전히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문규현의 수비는 심각한 상황이고, 정훈도 추격의 맥을 끊어버리는 실책을 기록했습니다. 다행히 3차전에서 9경기 만에 무실책 경기를 기록하긴 했습니다만 프로팀이 8경기 동안 15개의 실책을 기록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놀랍습니다.




사직 충전소?

 그렇게 우리팀의 주축 선수들이 부진하는 동안 삼성은 넥센에게 당한 스윕의 기억을 완전히 지워버리며 중심 선수들의 기세가 살아났습니다. 3경기 모두 홈런을 때려낸 조동찬은 이번 시즌 5홈런으로 롯데의 팀 홈런과 같은 개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롯데와의 3연전 전까지 시즌 0.186의 타율로 허덕이던 김상수는 2홈런 포함 11타수 6안타로 완전히 살아났습니다. 로드리게스는 한국 무대에서의 첫 승을 신고했고, 배영수는 다승 공동 선두(4승)으로 발돋움했습니다. 참 부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조동찬은  현재 5홈런으로 김롯데(1982년생, 부산출생)와 더불어 홈런 공동 5위에 올라있다. (사진출처 : 삼성라이온즈 홈페이지)




충격 요법이 필요한 시점

 물론 모든 경기에서 승리할 수는 없습니다. 선발투수가 일찍 무너지는 날도 있고, 중심타선이 제몫을 못하는 날도 있고, 야수들이 실책을 하는 날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악재들이 겹쳐서, 주말 시리즈 내내 나타난 것은 정말 최악입니다. 결국은 충격요법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지난달 26일 LG와의 경기에서 2루수로 교체 출전해 9회말 동점을 허용하는 실책성 수비를 보인 데 이어, 금요일 삼성과의 경기에서도 초반 대량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문규현이 2군으로 내려갔습니다. 반면 콜업된 신본기가 2차전에서 타점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문규현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전혀 타격감을 잡지 못하고 있는 데다가 안일한 수비로 지탄을 받고 있는 전준우, 박종윤 등이 2군을 다녀올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중심선수들을 2군으로 보내는 것은 시즌을 포기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지난해까지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2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던 롯데가 시즌을 포기하고 리빌딩을 감행하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활약을 해주어야만 하는 선수들이 제 모습을 찾아야만 합니다.

 단 한 선수에게 면죄부를 쥐어주고 싶습니다. 바로 4번타자를 맡고 있는 김대우입니다. 1차전까지만 해도 안타와 타점을 기록했지만 이후 8타수 무안타를 기록하며 부진에 빠진 김대우이지만 사실 그를 제외하고 롯데에서 4번을 맡을 선수는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없습니다. 지난 시즌 6경기에서 7타석에 선 이후 프로 1군 무대에 실상 첫 시즌을 보내고 있는 그에게는 잠재력이 있습니다. 가르시아, 이대호, 홍성흔이 차례로 빠져나간 롯데는 결국 새로운 4번타자를 키워내야만 합니다. 김대우는 어쩌면 이번 시즌 롯데의 마지막 희망일지도 모릅니다.




사자에게 탈탈 털리고 나니 호랑이가?!

 졸전을 거듭하고 나니 또다른 강팀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는 기아 타이거즈입니다. 타율 0.292의 무시무시한 방망이를 앞세워 압도적인 힘의 야구를 펼치고 있는 기아에게마저 시리즈를 내준다면 롯데의 순위표는 현재보다 더욱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미 롯데의 뒤에는 NC와 한화만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Posted by 마산야수

에이스

 국제대회 2회 출전, 3경기 18.1이닝 2승 ERA 1.96

 분명 호성적인데 어느 선수인지 쉽게 감이 오지 않으실 겁니다.

 베이징올림픽, 전승 우승 신화의 길목이었던 아마야구 최강 쿠바와의 일전 6.1이닝 3실점 QS 승리투수. 많은 이들이 그의 국제대회에서의 성적을 기억해주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분명 꼬여버릴 수 있는 상황에서 제몫을 해주는 선수입니다.

 네 그는 바로 '송삼봉' 송승준입니다.

 그는 프로야구 최고의 인기구단 롯데 자이언츠의 에이스입니다. 08년도 입단 이후 손민한, 사도스키, 유먼 등 에이스로 불린 다른 선수들과 함께였지만 그는 풀타임으로 출전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그러니까 최근 5년간 매년 150이닝 이상을 던졌고 동일기간 우완투수중 투구이닝(824.1이닝), 다승(59승) 1위의 투수입니다. 물론 평균자책점이 약간 높아 꾸준히 로테이션만 지키면서 롯데 타선의 힘으로 승수만 쌓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지만 지난 시즌에는 오히려 엄청난 불운으로 5년 연속 두자리수 승리에는 실패(7승)했지만 방어율은 3.31로 크게 낮추기까지 했습니다.

 그런 그가 호주전에 나섰습니다. 상대가 엄청난 강팀은 아니지만, 만약 패배한다면 모든 것이 끝인 상황이었습니다. 그는 비록 사사구 3개를 내주며 매우 효율적인 피칭을 하지는 못했지만, 4이닝을 삼진 5개를 곁들여 잘 막아냈습니다. 상대가 익숙하지 못할 것이라 예상했던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포크, 커브)는 헛스윙을 잘 유도했고 투심에는 힘이 있었습니다. 사실 정규 시즌에는 많이 던지지 않던 투심을 많이 던져서 조금 놀랐습니다.

좋은 성적에도 끝내 콜업되지 못하며 마이너리그에서 먹었던 눈물 젖은 빵들이,

한국 최고의 인기구단 롯데 자이언츠의 에이스 송승준의 성장 동력이 되었을 것입니다.

 

 아마 분수령은 1회말이었을 겁니다. 1회초 든든한 3득점을 올리고 맞은 첫 수비에서 1사이후 볼넷으로 주자가 한 명 나간 후에 보크 판정이 나왔습니다. 솔직히 전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분명히 완벽한 정지동작 이후에 나온 주자 기만으로 볼 수 없었고 연속동작이었습니다. 그리고 더욱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송승준은 사실 정지 이후에 왼쪽 어깨를 한 번 털고 투구를 하거나, 고개를 몇번씩 주억거리다가 벼락같이 1루에 견제구를 뿌리는 등 변칙 동작이 좀 많은 투수입니다. 그런 그가 마음편안히 시작한 1회말 갑자기 흔들릴까봐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저의 기우였습니다. 송승준은 언제나처럼 마운드 위에서 충분히 공격적이었고 선발투수로서 그의 몫을 다했습니다.

 

형님

 36. 그의 등번호이자 지난 시즌 8년만에 친정으로 귀국했을 당시의 그의 나이였습니다. 데뷔후 언제나 엘리트 코스만을 밟아온 그는, 지난 시즌 그의 유니폼 등판에 붙어있는 나이가 무색하게 활약했고 한국시리즈 MVP에 오르며 많디 많은 그의 개인 타이틀 경력에 또 한 줄을 추가했습니다.

 그는 다시 대표팀에 승선했습니다. 소속팀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며 2009년 2회 WBC참가를 고사했던 그가 당당히 팀을 우승으로 이끌고 복귀했음에도 여론은 그렇게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특히 그와 대조되는 젊은 홈런타자이자 지난 시즌 MVP에 빛나는 박병호 선수를 제외했기 때문에, 기세와 실력보다 네임 밸류만 따지냐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언제나처럼 모든 비판을 스스로 잠재웠습니다. 이번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모든 중심은 이대호선수가 잡아줄 것이라며 자신은 묵묵히 뒤를 받치겠다고 인터뷰를 해놓고, 스스로 물먹을 타선에 불을 붙였습니다. 초반득점에 성공하지 못하면 다시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갈 수 있는 상황, 그는 대한민국의 첫 장타로 첫 타점을 올렸습니다.

 사실 타격도 타격이지만 저는 7회말 그의 1루 강습타구 처리에 더욱 감명을 받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그의 방망이 실력에 묻힌 그의 수비실력을 잊고 있지만 그는 최고의 1루수입니다.(그래서 지난 시즌 이승엽 선수가 지명타자로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것에 약간은 묘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그는 1루수로서 센트럴리그 연속이닝 무실책 기록(1225이닝, 2위-오사다하루 991이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30대 후반임에도 여전히 가장 헌신적이며, 가장 견고한 1루수였습니다.

 

아우들

 형님이 이렇게 앞서 리더십을 발휘하는데 아우들이 가만히 바라만 본다면 아무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표팀 아우들은 그렇게 형님의 리더십이 퇴색되게 놔두지 않았습니다. 지난 경기, 승패를 떠나 한국야구의 팬으로서 최고의 3루수 최정이 잔뜩 움츠러든 모습이 너무 보기 싫었습니다. 그러나 하루를 쉬고 난 후 그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넓은 수비범위와 정확하고 힘있는 송구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입니다.

 '볼넷만 골라내라고 세운 4번 타자가 아니다!' 네덜란드전 이후 '조선의 4번타자' 이대호 선수에게 쏟아진 비판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형님을 따라 불방망이를 휘두르기 시작했습니다. 3타석 연속 안타를 치며 타점도 신고했습니다. 다만 1루수 자리를 형님에게 내주지는 않을지. 사실 수비 실력으로는 롯데팬인 저로서도 도저히 이승엽과 이대호를 비교할 수 없으니까요.

 베이징올림픽에서 극도로 부진하던 이승엽 선수가 어떡하면 그렇게 잘 맞출 수가 있냐 물었던, 당시의 신인급에서 이제는 한국야구의 간판으로 성장한 김현수 선수 또한 대단했습니다. 찬스에서는 타점을 올려주었고 깊은 수비위치에도 얕은 외야플라이들을 근성으로 처리해주었습니다.

 

철벽 불펜

 박희수의 공은 정말 엄청났습니다. 우타자 기준으로 바깥쪽 속구의 컨트롤은 완벽하지 않았지만, 몸쪽으로 속구를 붙인 후 나오는 바깥쪽 가라앉는 체인지업은 언터쳐블이었습니다. 노경은은 그동안 컨디션이 좋았다는 뉴스들이 언론 플레이가 아니었음을 증명했고, 정대현과 오승환은 왜 그들이 2000년대 한국 야구 최고의 불펜, 마무리 투수인지 증명했습니다.

 

여전히 남은 과제

 모든 것이 끝난 것이 아닙니다. 이제 겨우 다시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을 뿐입니다. 우리는 열광적인 홈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은 타이완과의 1라운드 최종전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런 위급한 상황에서, 여전히 과제들은 보입니다.

 앞서 지적했던 강민호, 정근우 선수... 여전히 높은 쪽 속구에 전혀 대처가 안 되고 있습니다. 컨디션에 따라 변화구에 대한 감을 끌어올리기 어려운 것을 이해할 수 있지만 속구를 노려치는 것까지 전혀 불가능한 상태로서는 주전 포수와 2루수로서 아쉬운 모습입니다. 그리고 이 두 선수와 함께 이번 대회 타율 0.000을 보여주고 있는 강정호 선수까지... 이들만 부활한다면 더 이상 타선으로 걱정할 일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다시 일전, 대만전

 숨가쁘게 다시 일전입니다. 홈팀 대만과의 결전에 선발로 나올 투수는 좌완 트리오(류현진, 김광현, 봉중근)을 대신해 대표팀의 왼손을 맡을 장원준 선수입니다. 경찰청 복무로 1년간 콤비를 맞추지 못한 '절친' 강민호 선수와의 찰떡궁합 배터리를 보여주기를 바랍니다. 상대 선발은 소프트뱅크에 소속된 양 야오쉰. 오늘 저녁 6시 반, 타이중 구장에서, 다시 일전이 시작됩니다.

Posted by 마산야수

 네, 하루 늦은 리뷰를 할 필요가 있을까... 또 속에 천불나는 생각을 굳이 아침부터 할 필요가 있을까만...

 그냥 복기하고, 호주전 열심히 응원합시다. 어제는 직장에 큰 공사가 있어서 아침 여섯시에 출근해서 밤까지 일했네요.

경기 끝나자마자 자고 일어나서 하루종일 일하고, 그치만 오늘도 퇴근 후에 응원 열심히!!

 

라인업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했습니다. 플래툰시스템이 적용되어 정근우-이용규-김태균-이대호까지 그대로였고, 유일한 우타외야수 전준우는 6번 중견수로 기용되었습니다. 전준우가 중견수를 보고 이용규가 우익수를 보는 것을 생각을 못했더군요. 타순도 강정호 최정이 8-9번을 칠 것이라 예상하지는 못했지만, 분명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불안했던 수비, 완패의 전조였을까

 네, 결국 수비에서 사단이 터졌습니다. 1회말부터 수비가 흔들리더군요. 강정호의 수비실책, 영혼의 82년생 콤비 정근우, 이대호 사이의 실책까지... 단기전에서 수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운도 약간 따라주어서 1회말은 무사히 끝났습니다. 4번타자이자 일본 센트럴리그 2년 연속 홈런왕인 발렌티엔의 2루수 직선타가 더블플레이로 연결이 되어 무실점으로 1회말을 넘기게 되었습니다.

 

단기전의 황제들이 가득한 한국, 그런데?

 개인적으로 저는 포스트시즌 경기들을 보면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습니다. 한국 야구팀들(선수, 감독 및 코칭스태프 모두)은 정말 단기전의 황제들입니다. 사실 최근 2~3년 간 젊고 감독 경력은 짧은 감독들이 많아지면서 예전같지는 않습니다만 대타면 대타, 투수 교체면 교체, 작전이면 작전까지 정말 단기전을 할 줄 안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그런데 왜였을까요. 2회말 한가운데 몰린 체인지업 실투가 나왔고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앤드루 존스는 아직 죽지 않았더군요. 정말 넘어가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습니다. 그런데 무사 2루에서 대놓고 상대는 희생번트를 시도합니다. 우리나라 야구 페넌트레이스에서도 이런 상황에서는 몸쪽 높은 공으로 번트를 어렵게 하며, 여차하면 카운트 싸움으로 몰고 가고, 1루수와 3루수는 전진수비를 하며(물론 페이크 번트의 위험을 감수하고) 타자를 압박하는 장면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야구강국 한국의 멋진 모습이라고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더군요. 희생번트에, 희생플라이까지 너무 쉽게 그냥 주고 시작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페이크 번트의 위험도 있고, 2회에 한 점에 너무 집착하다가 더 크게 끌려가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타선이 이미 정상이 아니라는 것이 연습경기에서 수차례 언급되었고, 낯선 팀끼리의 국제 경기에서 선취점의 의미는 큽니다. 단기전의 황제들이 가득한 한국 국가대표팀답지 않았습니다. 감독경력 3년차의 감독 때문이었을까요? 저는 모르겠네요.

 

물 먹은 타선

 사실 굳이 더 이야기를 해서 기분 나쁠 필요도 없지만, 타선은 정말 어떻게 살아나야 할지 궁금합니다. 내야 땅볼이 15개가 나왔습니다. 그중 하나는 정근우의 3루수 앞 병살타였으니 총 27개의 아웃카운트 중 16개의 아웃카운트가 땅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상대 선발의 구위는 대단하지는 않았습니다만 공끝에 움직임은 일정 수준 이상이었습니다.

 어느 정도 각이 살아있는 변화구에 대한 대처보다도 3회초 강민호 선수의 강풍기 모드와, 4회초 정근우 선수답지 않은 타격을 보며 높은 직구에 대한 대처에 실망했습니다. 특히 볼 판정을 받을 높은 직구를 가볍게 찍어치며 안타를 만들어내곤 하던 정근우 선수가 더 아쉬웠습니다.

 

기초로 돌아가자

 5회말, '컨디션이 최고조라서 선발로 쓰기 아깝다던', '이대로 시즌이 시작해도 되겠다던' 노경은 투수가 등판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속구 컨트롤부터 불안합니다. 앤드루 존스를 포크볼로 삼진을 잡아내던 장면처럼 그의 변화구는 여전히 예리했지만, 가장 큰 장점인 묵직한 속구가 제구가 되지 않은 채, 2점을 헌납했습니다. 7회말 무사 2루에서 나온 패스트볼과 홈 대쉬하는 주자의 자연스러운 송구방해 등이 겹쳐 2점을 또 헌납했습니다. 경기는 5:0으로 끝났습니다.

 정말 기초로 돌아가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노경은을 제외하고 투수진의 컨디션이 그렇게 나빠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윤석민은 구위는 조금 약했지만 그의 팔색조 변화구들을 보여주었고 특히 오승환의 돌직구들은 정규시즌이라도 믿어도 좋을 정도였습니다. 결국 수비와 주루 등 세밀한 부분에서 뒤졌습니다.

 최정의 주루사는 우선 투수의 동작이 보크에 가까웠음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것은 실전이었고, 특히 쿠바를 상대로 한 연습경기에서 호투했던 상대 핵심 좌완 투수의 견제 동작에 대한 분석이 이루어지지 않았냐는 것입니다. 역시 단기전에 강하다는 한국 대표팀답지 않은 부분이었습니다.

 2루타를 맞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직후 패스트볼은, 그것도 완벽히 사인이 어긋난 것으로 보이는 패스트볼은 너무나 아쉽습니다.

 슬라이딩하면서 수비를 방해하는 것은 야구의 정석입니다. 앤드루 존스의 2루수비방해는 너무 명백했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1사 만루 상황에서 정대현 선수가 투수 앞 땅볼을 유도했을 때 강민호는 당연히 홈플레이트를 뒷발로 살짝 밟고 바로 발을 빼면서 1루 송구를 해야했습니다. (그러나 분명 네덜란드 주자들은 거친 탱크와 같았습니다.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정규시즌을 앞두고 어느 국가의 선수건 부상을 입기를 바라지는 않습니다.)

 한국 역대 최고의 3루수라는 최정은, 완전히 위축되어 보였습니다. 첫 실책은 불규칙 바운드로 공이 떠오르지 않았고 그럴 수도 있습니다. (물론 컨디션이 좋은 날처럼 공을 몸으로 한 번 막고 다시 송구를 했다면 좋았겠지만요.) 그런데 바로 다음 타구에 완전히 위축된 모습을 보인 것은 그답지 않습니다. 그는 국가대표 붙박이 3루수입니다.  "Just Be Yourself!"  최정 선수에게 외쳐주고 싶은 한 마디였습니다.

 그 외에도 4회말 김현수의 멋진 홈송구로 앤드루 존스를 홈에서 잡아낸 장면에서도 강민호의 블로킹은 위험했고, 8회말 3루 도루저지에서도 진갑용의 송구 자체는 썩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결과가 좋았지만 단기전에서는 정말 조금이라도 가슴 졸이지 않는 쪽으로 경기가 풀리길 바랍니다.

 그리고 7회말 한 점을 더 내주자 올린 차우찬 카드... 솔직히 경기를 포기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볼넷만 하나 더 내주고 정대현 투수를 다시 올렸다는 점에서 더욱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정말 좌완을 올려야만 했다면 박희수도 있었는데, 정말 이 경기 버리고 남은 두 경기에 최고 중간투수들을 올인하려는 생각이었는지(규정상 연속 세 경기 등판은 불가)는 류중일 감독만 알 것입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도, 포기할 수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 외에도 아쉬운 것은 많지만...

 상대 투수가 우완으로 교체되면 좌타 외야수를 꺼내드는 것은 예정된 일이었고 저도 지난 포스팅에서 언급을 했습니다만, 무사 1루 2루의 찬스에서 과감하게 이승엽 카드를 꺼냈다면 어땠을지, 상대를 더욱 압박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또 과감한 대주자 기용도 전무했고...

 실책들에 대해서는 중계방송에서도 언급되었듯이 경기 직전에 비가 내렸는데 그라운드에 방수포를 덮지 않았답니다. 놀랍습니다. 동일한 상황에서 1회초를 무사히 막은 네덜란드 수비는 뭐냐라는 질문에 대해서는...그냥 아쉽다는 말입니다.

 

필승 호주전. "Just Be Yourself!"

 이렇게 정말 아쉬운 게 많은, 어쩌면 국제대회 역대 최악의 졸전으로 꼽힐 수도 있는 경기이지만 이제는 호주전 응원에 전념할 때입니다. 상대 선발이 우완인 라이언 실로 예고되었고,비록 수비와 주루에서 아쉬운 장면이 있었지만 멀티히트를 기록한 최정이 전진배치된다니 이용규-정근우-이승엽-이대호-김현수-최정-강정호-강민호-이진영(혹은 손아섭) 정도가 되겠군요.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손아섭 기용도 좋아보입니다만 가뜩이나 수비에서 흔들렸던 류중일 감독이라, 국민 우익수를 접고 손아섭을 올리기는 쉽지 않겠다는 예상입니다.

 우리의 선발은 송승준 투수. 소속팀인 롯데 자이언츠에서처럼 강민호와의 찰떡궁합을 기대해봅니다. 경험 많은 타자가 적고 특히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에 약한 호주 타선을 상대로 그의 포크볼이 춤을 추길 기도합니다.

 우리는 분명 저력이 있습니다. 앞서 최정 선수에게 전하고픈 말이라고 했지만 대표팀 전체에게 다시 한 번 고하고 싶습니다. "Just Be Yourself!" 

 

 

 

롯데 팬으로서의 사족

 좌완 선발에 대비한 회심의 전준우 카드는 실패로 끝났습니다만 그의 스탠스가 조금 더 오픈된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지난 시즌 변화구 대처가 약해지며 타율이 급락한 것에 대한 처방이었을까요. 기대가 됩니다.

 강민호 선수가 건강하길 빕니다. 심각하지 않았다니 다행이지만 작은 상처가 앞으로 어떻게 더 크게 도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는 롯데의 안방마님이며, 롯데팬을 떠나서 어쩌면 한국 FA계약 최고액을 갱신할 수도 있는 젊고, 파워 있고, 경험도 쌓인 포수입니다.

 

 오늘도 일이 바빠 다쓰고 보니 경기 시작이 두 시간도 남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정말 응원에 집중할 때입니다. 대한민국 화이팅!!

 

 

 

사진출처 : 박동희 칼럼

Posted by 마산야수

"역대 최약체 대표팀?"

  WBC가 당장 토요일부터 네덜란드와의 1라운드로 시작됩니다. 사실 류현진, 김광현, 봉중근의 대한민국 국가대표 좌완 트리오의 부재부터, 5번에 걸쳐 7명이나 교체된 오락가락 라인업까지, 이른바 '최약체 대표팀'을 향한 시선 속에 불안이 가득합니다.

 

최고의 중심타선 "Big 3", 그러나 공존 가능?

  그러나 위안이 되는 것은 2000년대 최고의 타자들로 꼽히는 이승엽, 이대호, 김태균이 포진한 타선!

이승엽은 더 말할 필요가 없는 대한민국 역대 최고의 홈런타자,

이대호는 2010년 전무후무한 타격부문 7관왕을 비롯한 두번의 트리플크라운(타율, 홈런, 타점)의 주인공,

김태균은 고졸 신인 20홈런부터 시작해 지난 시즌 꿈의 4할에 도전했던 컨택과 파워를 겸비한 강타자.

  2000년대 후반 대한민국 국가대표 야구의 영광은 이들과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2006년 WBC에는 이승엽, 김태균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이승엽, 이대호가, 2009년 WBC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는 김태균, 이대호가 함께였지만 이들이 한 대표팀에 모두 모인 것은 처음입니다.

  그런데 이들의 공존이 꼭 반갑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의 포지션이 모두 1루수라는 점인데요. 이승엽은 좌투좌타로 1루 수비만 가능하고, 김태균도 1루수로만 활약해왔습니다. 이대호는 3루수비를 맡은 경험이 있긴 하지만...다들 아시다피시 수비요정이라는 별명만 남았습니다. 결국 1루수와 지명타자를 모두 활용한다고 하더라도 이 Big3 중 한 명은 벤치를 지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들의 운용법은 어떻게 될까요?

 

플래툰 시스템

  우선 플래툰 시스템이 운영될 것 같습니다. 선발예고제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입니다. 4번 이대호, 5번 김현수를 고정해두고 3번 자리에 김태균과 이승엽을 적극활용하겠다는 거죠. 물론 일반적인 플래툰 시스템이라면 상대선발이 좌완이면 김태균이, 우완이면 이승엽이 나갈 것입니다. 그런데 두 선수의 지난 시즌 성적을 살펴보면?

  김태균 우완 상대시(사이드암, 언더스로 제외) 0.375 / 좌완 상대시 0.323

  이승엽 우완 상대시(사이드암, 언더스로 제외) 0.286 / 좌완 상대시 0.316

이처럼 두 선수 모두 일반적인 플래툰 시스템에서 얻고자 하는 것과 반대의 강점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운용의 묘가 필요한 "Big 3"

  그렇다면 도대체 이들 Big 3는 어떻게 운용되어야 할까요?

  우선 이대호의 4번 타자 기용은 좋은 선택으로 보입니다. 지난 시즌 일본에서 활약하며 완전히 날개를 펼친 이대호이고, 또 타율이 여전히 너무 낮지만 Big 3 중 유일하게 홈런을 가동시키며, 타격감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그렇다면 대표팀의 3번 타자의 역할을 명확히 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시즌 둘 다 약간은 아쉬운 성적을 거두었지만, 최고의 테이블세터진으로 평가받는 정근우, 이용규가 앞에 있다면 3번 타자는 찬스를 이어줄 때 이어주고, 해결할 때는 해결할 수도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 자리에 더욱 적격인 것은 김태균으로 보입니다.

  김태균의 지난 시즌 출루율은 0.474, 정말 엄청납니다. 홈런이 약간 부족했다는 지적이 많고(16개), 그나마도 이른바 대전탁구장으로 불리는 한밭구장에서 기록한 것이 대부분(13개)라는 측면이 지적받기도 하지만 사실 김태균은 원래 전형적인 홈런타자라기보다는 컨택을 겸비한 중장거리 타자임에도 파워가 좋아 잘 맞으면 넘어가는 스타일의 타자입니다. 이는 김태균의 KBO 통산 타율 0.316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물론 통산 204홈런의 타자로서 장타력을 겸비하고 있음은 물론이고 지난 시즌의 홈런 부족은 사실 매우 약해진 팀 타력으로 인해 큰 스윙보다는 출루에 많이 치중한 결과라고 많은 분들은 지적합니다. 그러나 대표팀에서는? 대부분의 상대팀들이 국제대회에서도 위력을 보인, 그리고 지난 시즌 일본에서도 성공적인 시작을 한 이대호를 모를 리가 없고 그가 4번에 있는 한 김태균은 조금 더 장타를 노리면서 여차하면 출루에 치중해 찬스를 마련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승엽의 존재가치는 매우 높습니다. 대표팀 최고참급으로서 다양한 국제대회의 노하우를 전수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이런 덕아웃 멘토로서 이승엽을 명단에 포함시키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는 대한민국 최고의 홈런타자이며 수많은 빅매치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클러치히터입니다. 베이징올림픽 일본전에서의 역전 투런 홈런은 정말 잊을 수가 없죠. 그런 그가 대타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상대팀 벤치의 계산은 더욱 복잡해질 것입니다.

  덧붙여 플래툰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은 코칭스태프들이 결정할 사항이지만, 두 선수의 성적을 고려할 때도 그것이 유의미한지 의문이 남습니다. 물론 단기전에, 낯선 투수들을 상대하다보면 야구계의 일반적인 흐름(좌투수에게는 우타자를, 우투수에게는 좌타자를)으로 접근할 수 있겠지만 이승엽, 김태균 두 선수가 올 시즌 오랜만에 한국야구에 복귀한 선수들임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들은 '어느 정도 낯선' 투수들을 상대로 '어느 정도 유의미한' 차이의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사실 이렇게 글을 쓰면서도 선수들의 컨디션 자체가 좀처럼 올라오지 않아 걱정입니다. NC와의 마지막 연습경기에서 좀 살아나나 싶었던 타선이 대만 군인 올스타팀을 상대로 3안타를 기록했네요. 이런 상황에서는 운용법을 고민할 것도 없이 컨디션 올라오는 선수들로 타선을 짜야하는 것이 아닐련지... 아무쪼록 토요일부터는 화끈한 불방망이를 선보이시길! 대한민국 대표팀의 WBC 선전을 바랍니다.

 

 

사진출처 : KBO 홈페이지

Posted by 마산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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