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하루 늦은 리뷰를 할 필요가 있을까... 또 속에 천불나는 생각을 굳이 아침부터 할 필요가 있을까만...

 그냥 복기하고, 호주전 열심히 응원합시다. 어제는 직장에 큰 공사가 있어서 아침 여섯시에 출근해서 밤까지 일했네요.

경기 끝나자마자 자고 일어나서 하루종일 일하고, 그치만 오늘도 퇴근 후에 응원 열심히!!

 

라인업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했습니다. 플래툰시스템이 적용되어 정근우-이용규-김태균-이대호까지 그대로였고, 유일한 우타외야수 전준우는 6번 중견수로 기용되었습니다. 전준우가 중견수를 보고 이용규가 우익수를 보는 것을 생각을 못했더군요. 타순도 강정호 최정이 8-9번을 칠 것이라 예상하지는 못했지만, 분명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불안했던 수비, 완패의 전조였을까

 네, 결국 수비에서 사단이 터졌습니다. 1회말부터 수비가 흔들리더군요. 강정호의 수비실책, 영혼의 82년생 콤비 정근우, 이대호 사이의 실책까지... 단기전에서 수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운도 약간 따라주어서 1회말은 무사히 끝났습니다. 4번타자이자 일본 센트럴리그 2년 연속 홈런왕인 발렌티엔의 2루수 직선타가 더블플레이로 연결이 되어 무실점으로 1회말을 넘기게 되었습니다.

 

단기전의 황제들이 가득한 한국, 그런데?

 개인적으로 저는 포스트시즌 경기들을 보면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습니다. 한국 야구팀들(선수, 감독 및 코칭스태프 모두)은 정말 단기전의 황제들입니다. 사실 최근 2~3년 간 젊고 감독 경력은 짧은 감독들이 많아지면서 예전같지는 않습니다만 대타면 대타, 투수 교체면 교체, 작전이면 작전까지 정말 단기전을 할 줄 안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그런데 왜였을까요. 2회말 한가운데 몰린 체인지업 실투가 나왔고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앤드루 존스는 아직 죽지 않았더군요. 정말 넘어가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습니다. 그런데 무사 2루에서 대놓고 상대는 희생번트를 시도합니다. 우리나라 야구 페넌트레이스에서도 이런 상황에서는 몸쪽 높은 공으로 번트를 어렵게 하며, 여차하면 카운트 싸움으로 몰고 가고, 1루수와 3루수는 전진수비를 하며(물론 페이크 번트의 위험을 감수하고) 타자를 압박하는 장면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야구강국 한국의 멋진 모습이라고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더군요. 희생번트에, 희생플라이까지 너무 쉽게 그냥 주고 시작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페이크 번트의 위험도 있고, 2회에 한 점에 너무 집착하다가 더 크게 끌려가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타선이 이미 정상이 아니라는 것이 연습경기에서 수차례 언급되었고, 낯선 팀끼리의 국제 경기에서 선취점의 의미는 큽니다. 단기전의 황제들이 가득한 한국 국가대표팀답지 않았습니다. 감독경력 3년차의 감독 때문이었을까요? 저는 모르겠네요.

 

물 먹은 타선

 사실 굳이 더 이야기를 해서 기분 나쁠 필요도 없지만, 타선은 정말 어떻게 살아나야 할지 궁금합니다. 내야 땅볼이 15개가 나왔습니다. 그중 하나는 정근우의 3루수 앞 병살타였으니 총 27개의 아웃카운트 중 16개의 아웃카운트가 땅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상대 선발의 구위는 대단하지는 않았습니다만 공끝에 움직임은 일정 수준 이상이었습니다.

 어느 정도 각이 살아있는 변화구에 대한 대처보다도 3회초 강민호 선수의 강풍기 모드와, 4회초 정근우 선수답지 않은 타격을 보며 높은 직구에 대한 대처에 실망했습니다. 특히 볼 판정을 받을 높은 직구를 가볍게 찍어치며 안타를 만들어내곤 하던 정근우 선수가 더 아쉬웠습니다.

 

기초로 돌아가자

 5회말, '컨디션이 최고조라서 선발로 쓰기 아깝다던', '이대로 시즌이 시작해도 되겠다던' 노경은 투수가 등판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속구 컨트롤부터 불안합니다. 앤드루 존스를 포크볼로 삼진을 잡아내던 장면처럼 그의 변화구는 여전히 예리했지만, 가장 큰 장점인 묵직한 속구가 제구가 되지 않은 채, 2점을 헌납했습니다. 7회말 무사 2루에서 나온 패스트볼과 홈 대쉬하는 주자의 자연스러운 송구방해 등이 겹쳐 2점을 또 헌납했습니다. 경기는 5:0으로 끝났습니다.

 정말 기초로 돌아가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노경은을 제외하고 투수진의 컨디션이 그렇게 나빠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윤석민은 구위는 조금 약했지만 그의 팔색조 변화구들을 보여주었고 특히 오승환의 돌직구들은 정규시즌이라도 믿어도 좋을 정도였습니다. 결국 수비와 주루 등 세밀한 부분에서 뒤졌습니다.

 최정의 주루사는 우선 투수의 동작이 보크에 가까웠음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것은 실전이었고, 특히 쿠바를 상대로 한 연습경기에서 호투했던 상대 핵심 좌완 투수의 견제 동작에 대한 분석이 이루어지지 않았냐는 것입니다. 역시 단기전에 강하다는 한국 대표팀답지 않은 부분이었습니다.

 2루타를 맞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직후 패스트볼은, 그것도 완벽히 사인이 어긋난 것으로 보이는 패스트볼은 너무나 아쉽습니다.

 슬라이딩하면서 수비를 방해하는 것은 야구의 정석입니다. 앤드루 존스의 2루수비방해는 너무 명백했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1사 만루 상황에서 정대현 선수가 투수 앞 땅볼을 유도했을 때 강민호는 당연히 홈플레이트를 뒷발로 살짝 밟고 바로 발을 빼면서 1루 송구를 해야했습니다. (그러나 분명 네덜란드 주자들은 거친 탱크와 같았습니다.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정규시즌을 앞두고 어느 국가의 선수건 부상을 입기를 바라지는 않습니다.)

 한국 역대 최고의 3루수라는 최정은, 완전히 위축되어 보였습니다. 첫 실책은 불규칙 바운드로 공이 떠오르지 않았고 그럴 수도 있습니다. (물론 컨디션이 좋은 날처럼 공을 몸으로 한 번 막고 다시 송구를 했다면 좋았겠지만요.) 그런데 바로 다음 타구에 완전히 위축된 모습을 보인 것은 그답지 않습니다. 그는 국가대표 붙박이 3루수입니다.  "Just Be Yourself!"  최정 선수에게 외쳐주고 싶은 한 마디였습니다.

 그 외에도 4회말 김현수의 멋진 홈송구로 앤드루 존스를 홈에서 잡아낸 장면에서도 강민호의 블로킹은 위험했고, 8회말 3루 도루저지에서도 진갑용의 송구 자체는 썩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결과가 좋았지만 단기전에서는 정말 조금이라도 가슴 졸이지 않는 쪽으로 경기가 풀리길 바랍니다.

 그리고 7회말 한 점을 더 내주자 올린 차우찬 카드... 솔직히 경기를 포기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볼넷만 하나 더 내주고 정대현 투수를 다시 올렸다는 점에서 더욱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정말 좌완을 올려야만 했다면 박희수도 있었는데, 정말 이 경기 버리고 남은 두 경기에 최고 중간투수들을 올인하려는 생각이었는지(규정상 연속 세 경기 등판은 불가)는 류중일 감독만 알 것입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도, 포기할 수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 외에도 아쉬운 것은 많지만...

 상대 투수가 우완으로 교체되면 좌타 외야수를 꺼내드는 것은 예정된 일이었고 저도 지난 포스팅에서 언급을 했습니다만, 무사 1루 2루의 찬스에서 과감하게 이승엽 카드를 꺼냈다면 어땠을지, 상대를 더욱 압박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또 과감한 대주자 기용도 전무했고...

 실책들에 대해서는 중계방송에서도 언급되었듯이 경기 직전에 비가 내렸는데 그라운드에 방수포를 덮지 않았답니다. 놀랍습니다. 동일한 상황에서 1회초를 무사히 막은 네덜란드 수비는 뭐냐라는 질문에 대해서는...그냥 아쉽다는 말입니다.

 

필승 호주전. "Just Be Yourself!"

 이렇게 정말 아쉬운 게 많은, 어쩌면 국제대회 역대 최악의 졸전으로 꼽힐 수도 있는 경기이지만 이제는 호주전 응원에 전념할 때입니다. 상대 선발이 우완인 라이언 실로 예고되었고,비록 수비와 주루에서 아쉬운 장면이 있었지만 멀티히트를 기록한 최정이 전진배치된다니 이용규-정근우-이승엽-이대호-김현수-최정-강정호-강민호-이진영(혹은 손아섭) 정도가 되겠군요.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손아섭 기용도 좋아보입니다만 가뜩이나 수비에서 흔들렸던 류중일 감독이라, 국민 우익수를 접고 손아섭을 올리기는 쉽지 않겠다는 예상입니다.

 우리의 선발은 송승준 투수. 소속팀인 롯데 자이언츠에서처럼 강민호와의 찰떡궁합을 기대해봅니다. 경험 많은 타자가 적고 특히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에 약한 호주 타선을 상대로 그의 포크볼이 춤을 추길 기도합니다.

 우리는 분명 저력이 있습니다. 앞서 최정 선수에게 전하고픈 말이라고 했지만 대표팀 전체에게 다시 한 번 고하고 싶습니다. "Just Be Yourself!" 

 

 

 

롯데 팬으로서의 사족

 좌완 선발에 대비한 회심의 전준우 카드는 실패로 끝났습니다만 그의 스탠스가 조금 더 오픈된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지난 시즌 변화구 대처가 약해지며 타율이 급락한 것에 대한 처방이었을까요. 기대가 됩니다.

 강민호 선수가 건강하길 빕니다. 심각하지 않았다니 다행이지만 작은 상처가 앞으로 어떻게 더 크게 도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는 롯데의 안방마님이며, 롯데팬을 떠나서 어쩌면 한국 FA계약 최고액을 갱신할 수도 있는 젊고, 파워 있고, 경험도 쌓인 포수입니다.

 

 오늘도 일이 바빠 다쓰고 보니 경기 시작이 두 시간도 남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정말 응원에 집중할 때입니다. 대한민국 화이팅!!

 

 

 

사진출처 : 박동희 칼럼

Posted by 마산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