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기아 대 한화 경기가 하도 말이 많길래 간만에 하이라이트를 챙겨 봤다. 이건 명확히 '안티 베이스볼'이다.



1. 
 솔직히 하이라이트로만 봤을 때 김병현의 공이 그렇게까지 나쁜지 잘 모르겠다. 제구는 좀 그렇다만 어쨌거나 사이드에서 나오는 140의 직구는 그리 쉬운 공은 아니니까.

 

그런데 벌써 7점의 리드를 안고 투구 수는 20개 조금 넘은 상황에서 3회 초에 등판을 했는데 스트라이크 존으로 그 140짜리 직구조차 집어넣지 못한다. 싱커인지 체인지업인지 구분도 무의미해 보이는 그 떨어지는 변화구가 자꾸 너무 빨리, 너무 몸쪽에서 떨어졌다. 물론 몸쪽 잘 제구된 직구로 피에로부터 땅볼을 이끌어 낸 것이 더블플레이로 이어지지 않은 것은 아쉬웠지만, 조금 더 과감하게 승부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어렵게 어렵게 승부하기로 작정했던 거라면 경기 운영 상의 미스일 것이고, 경기 초반에 한 가운데로 힘 있는 직구를 집어넣을 제구도 안 된다면 투수로서 결격이고, 이미 힘이 부친 것이라면 그런 투수를 선발이랍시고 마운드에서 핵 실험을 저지른 감독(아 무등산의 폭격기여! 알고보니 B-29였나보다. 챔피언스필드에서는 핵실험이 진행되었다.)의 만행이다.



2.
 마무리 투수의 핵심은 역시 낮은 피출루율로 역전의 가능성 자체를 막는 것이겠지만, 일발장타를 막기 위한 피장타율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최근에 KBO 경기를 거의 끊다시피 한 내가 본 경기는 손승락이 칸투에게 투런 맞고 실신하자 이용찬이 9회말 선두타자 박병호에게 비거리 130m는 되어 보이는 대형 홈런 맞아서 넥센팬들 희망고문했던 6/8(일) 넥센 대 두산 경기. 그리고 한화 윤규진도 기아 어센시오도 홈런을 맞은 어제 경기였다.

 야구의 꽃은 홈런이고 타격전이야말로 팬들을 경기장으로 불러 모은다고? 아니다. 야구의 참맛은 이른바 '계산이 서는' 쫄깃한 경기에 있다. 리그에 완봉은 전무하고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훌륭했던 봉중근, 손승락 같은 마무리들도 난타당하는 요즘의 리그가 재미있나?

 그리고 마무리의 가치에 대해서 '수호신'으로 칭하는 한일 양국과, 불펜 투수들 중 가장 구위가 좋은 투수 정도로 평가하는 미국의 입장이 갈리긴 한다. 물론 투수들 중 짱짱맨은 긴 이닝을 안정적으로 막아주는 1, 2선발 원투펀치이다. 하지만 여전히 마무리는 경기 후반을 운영하기 위한 불펜진의 기둥이고 실제로 선발투수들에 비해 마무리투수의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세이버 매트릭스에 대해서도 리드하던 경기 막판에 역전을 허용하며 받는 충격과 이후 경기에서 이어지는 악영향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있다. 결국 선발도 마무리도 전부 무너지는 현재의 KBO는 투병타신이라는 게 맞는 말이다.



3.
 작년 WBC에서 네덜란드 감독은 3년간 한국야구를 경험한 사도스키에게 전력분석을 요청했고 실제 작성된 소위 '사도스키 리포트'가 화제가 되었다. 실제로 호흡을 맞추었거나 상대했던 리그의 다양한 선수들에 대한 가감없는 평가가 많이 회자되곤 하는데 나는 '모든 경기가 포스트시즌처럼 총력적으로 진행된다'는 리그 전반에 대한 평가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어제 경기에서 한화와 기아는 활용가능한 모든 불펜 투수들을 등판시켰다. 정확히는 그걸로도 모자라서 선발투수들을 마무리로 등판시키까지 했다. 기아 선발진의 희망 김진우는 결국 마지막 아웃가운트를 잡지 못했고, 한화는 승리를 지키기 위해 지난 주 유일한 승리 경기의 승리투수 안영명을 올렸다.

 80년대 이상윤-선동열 등 에이스급 투수들의 마구잡이 땜빵에 익숙한 김응룡 감독과 실제 그 운영의 핵심이었던 선동열 감독의 맞대결이어서 그런지 정말 투수 운용도 구시대적이었다.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리그가 반 이상 남았지만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7-8위 팀들간의 대결에서 이렇게까지 총력전이 나온 이유를 모르겠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8회에 마무리 투수들이 등판하는 것이 매우 자연스러운 한국야구의 현실이 안타깝다. (정말 10구단 체제가 굴러가면 리그 수준이 폭망할지도 모르겠다. 차라리 출장 외국인 선수 수만 제한하고 육성에는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다.)



4.
 다들 역대급 타격전에 열광하고 있는데 어제 사실 매우 진귀한 기록이 탄생했다. 바로 기아의 한 경기 5개의 3루타였다. 어쩌다가 매일매일 OOO의 사이클링히트(히트포더사이클이 정확한 표현이라고 지적하는 10선비 잼) 아쉽게 무산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볼 수 있게 된 걸까.


 어제 경기에서 3루타를 비롯한 장타가 많이 나오게 된 결정적 원인은 연속해서 실패한 외야수비 시프트 때문이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장타력이 부족한 신종길이 나오니까 외야수비를 당겼다가 중견수 키 넘어가서 3루타, 잡아당기기 좋아하는 김주찬이 나오니까 수비를 좌측으로 당겼다가 우중간으로 빠져서 3루타 등등.
수비 시프트, 특히 외야 수비시프트는 상대 타자에 대한 믿음에 가까운 분석이 뒷받침 되어야만 하는 일종의 '도박'이다. 그리고 그러한 도박을 펼치는 이유는 이 아웃카운트 하나가 경기의 흐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리라는 '계산'이 섰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무리 돌이켜 보아도 어제 경기가 외야 플라이 하나 잡아낸다고 결정적인 흐름을 잡을 수 있는 경기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미 3회말까지 서로 15점을 주고 받은 타격전. 차라리 정석대로 경기를 풀어나가면서 남은 긴 이닝에서 타선의 폭발을 바라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나?
물론 수비시프트는 메이져리그에서도 매우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선진 야구 문물'이다. (그리고 ML 불펜 코치로도 활약하셨던 모 구단의 모 감독께서 매우 사랑하신다.) 그러나 이러한 시프트에는 누적된 데이터가 필요하다. 그래, 백 번 양보해서 1년 162경기를 치르는 메이저리그보다 128경기에 불과하지만 단일 리그인 KBO의 상대 전력 분석이 더 빠삭하다고 치자. (메이저리그 전력분석요원들은 상대팀이 하도 많아서 귀찮아서 태업하신단다)

 우리가 절대 무시하지 말아야 할 것은 상대의 타격성향에 맞는 수비시프트를 백날 걸어봤자 기본적으로 투수의 제구가 흔들리면 무의미하단 사실이다. 당겨치라고 외야도 당겨놓고 투수는 몸쪽 제구 흔들려서 바깥쪽으로 보여주려던 공이 몰려 밀어친 안타를 맞으면 아무 소용이 없단 것이다. 이런 사실을 종합해 보면 우리나라에서 수비시프트의 활용을 논할 팀은 삼성 뿐이다. 괜히 선진야구랍시고 막 따라가지 말자. 뱁새가 황새 따라가려다간 가랑이만 찢어진다.





 어쨌거나 어제의 야구는 야구의 본질적 재미를 파괴한 명백한 '안티 베이스볼'이었다. 이용철 해설위원이 6/5(목) 경기에서 정수빈의 슈퍼플레이(http://tvpot.daum.net/mypot/View.do?clipid=59238654&ownerid=HwE6yvh6SI50) 후 '이런 플레이를 볼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코멘트를 남겼다. 팬들은 선수들의 멋진 플레이를 보며 환호하고 싶다. 투수들이 배팅볼 투수들마냥 얻어터지는 핵실험을 보고 싶은 것이 아니라.

Posted by 마산야수

 어제 잠실, 목동, 대구, 대전의 네 구장에서 경기가 시작되며 2013 시즌의 후반기가 시작되었습니다. 후반기를 시작하며 다시 전문가들은 각자 가을잔치에 초대받을 네 팀을 예상했고, 충격적이게도 롯데는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비록 전반기 막판 힘이 떨어지며 4위 자리를 두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던 기아와 두산에 밀려 6위로 전반기를 마쳤지만, 2위까지 넘보기도 했고 여전히 3위의 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하고 있는 롯데에게는 가혹한 평가일 수 있었습니다.

 



평균자책점 3위에 어울리지 않는 불안한 불펜

 그러나 삼성, LG와 함께 3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하고 있는 기록에 비해서, 체감할 수 있는 이번 시즌 롯데의 마운드는 그다지 위력적이지 않습니다. 이는 불펜진의 붕괴와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지난 시즌 김성배-이명우-최대성-정대현-김사율로 이어지던 리그 최고 수준의 불펜은 부상과 부진으로 망가졌습니다. 최대성은 시즌 아웃 되었고 김사율의 부진은 깊어지고만 있습니다. 김성배가 겨우 마무리를 지키고 있고 FA 보상선수로 영입한 김승회가 마당쇠 노릇을 하고는 있지만 무엇보다도 아픈 것은 정대현은 끝 없는 부진입니다.

WBC에서도 건재함을 알렸기 때문에 이번 시즌 정대현이 이렇게 무너지리라는 생각은 할 수 없었다.

(3월 22일 시범경기 NC vs. 롯데 @마산구장)



2000년대 이후 최고의 불펜 투수

 2000년대 이후 최고의 마무리 투수를 뽑으라면 당연히 오승환이겠습니다만, 최고의 불펜 투수를 뽑으라면 주저없이 정대현을 뽑을 것입니다. 통산 1.98의 평균자책점, 한 시즌 최다 피홈런이 4개인 낮은 피장타율, 국가대표로서도 충분했던 임팩트(시드니 올림픽 미국전 선발등판, 베이징 올림픽 결승전 마무리)는 메이저리그까지 넘보았던 뛰어난 실력을 다 보여주기에는 되려 부족해 보입니다.

정대현의 통산 성적을 살펴보면 이번 시즌이 얼마나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지 알 수 있다. (사진출처 : 네이버 스포츠 데이터 센터)


 FA 계약으로 롯데에 합류한 첫 시즌이었던 작년에도 비록 시즌 중반에야 합류했지만 철벽 셋업맨, 포스트시즌에서는 마무리까지 맡으며 이번 시즌 주전 마무리 투수로 낙점받은 그였습니다. 그러나 개막 2연전의 두번째 경기부터 블론세이브를 기록하며 불안한 시작을 보였습니다. 그 경기에서 해설자가 말했습니다. '정대현 선수가 저렇게 연거푸 안타를 허용하는 것은 처음 본다'고. 어쩌면 그것은 가혹한 FA 2년차의 전주곡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전반기가 끝나갈 무렵부터 김시진 감독은 자꾸 정대현을 마운드에 올렸습니다. 결국은 이름값을 해내리라는 믿음, 그리고 마땅히 믿을만한 불펜투수가 없는 현실 등이 만들어낸 잦은 등판에서 정대현은 자꾸 맞아나갔습니다. 그의 전매특허인 끝이 떠오르는 커브의 각이 한눈에 보아도 예리하지 못했고 전반기 성적은 4.55의 평균자책점, 3할 3푼의 피안타율, 그리고 블론세이브 4개. 도저히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었습니다.



유먼의 2년 연속 10승보다도 반가운 '여왕갈매기'의 귀환

 그리고 후반기의 시작. 장소만 사직구장에서 한밭구장으로 바뀌었을 뿐, 시즌 개막전의 상대팀이었고 그에게 첫 블론세이브를 안긴 팀이었던 한화와의 경기에서 다시 정대현이 등판했습니다. 3점 차로 앞서나가다가 7회말 적시타와 밀어내기 사구로 2점 허용하며 5:4의 아슬아슬한 리드에 1사 만루의 대 위기. 롯데팬들은 아마 모두 불안에 떨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대현은 조정원과 이학준에게 연속해서 변화구로 삼진을 잡아내며 리드를 지켰고 그 한 점의 리드가 롯데에게 3연패를 끊는 후반기 첫 승을 안겨주었습니다. 바깥쪽 제구는 정확했고 공끝은 예리했습니다. 고작 한 경기에 지나지 않았지만 올스타전 휴식기 동안 체력을 회복하며 돌아온 정대현을 기대해봐도 좋은 홀드였습니다.


 지난 시즌에도 롯데 자이언츠는 정대현이 불펜에 합류하며 더욱 탄탄해진 마운드를 통해 준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4강 청부사 '여왕갈매기'가 돌아왔습니다. 롯데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부디 좋은 컨디션과 체력을 유지하며 시즌 막판 승부처까지 정대현-김성배의 잠수함 원투 펀치가 롯데의 뒷문을 든든히 지키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마산야수

 어제 목동구장에서는 1경기차로 각각 1, 2위를 차지하고 있던 넥센과 삼성 간의 경기가 있었습니다. 선두 자리를 놓고 벌인 한판답게 치열한 경기였습니다. 투수들의 제구난조와 막강한 두 팀의 타선이 겹치며 화끈한 난타전 끝에 넥센이 승리하며 삼성과의 거리를 2경기로 벌렸습니다. 승부욕 넘치는 혈전은 재미있게 보았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보기 싫은 장면이 나왔습니다. 바로 7회말 심창민이 이택근에게 던진 사구에서 비롯된 벤치클리어링이었습니다.



손가락부터 꾸~욱 누르시고 천천히 읽으셔도 좋습니다^^

 

 

 

<넥센의 입장> 3연전 사이에 홈런 선두와 팀의 3번 타자를 동시에 잃을 뻔 했다

 이전 포스팅에서도 언급했었지만, 삼성과의 이번 주중 시리즈 첫 경기에서 이성열이 심창민의 공에 팔꿈치를 맞으며 출전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성열은 최정과 함께 홈런 13개를 기록하며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는 타자입니다. 그리고 오늘 이택근이 또 위험한 방향으로 날아오는 공에 옆구리를 맞았습니다. 더운 날씨의 그라운드, 2점을 따라가며 동점을 만든 상황에서 찬물을 확 끼얹는 사구, 이틀전 홈런 1위의 주축 타자를 맞췄던 상대팀 투수, 또 다시 위험한 부위로 날아온 공. 이택근은 참지 못했고 1루로 출루하지 않고 마운드로 향했습니다. 충분히 그럴 수도 있습니다.


<삼성의 입장> 수준 낮은 심리전, 어린 필승조 투수의 보호가 필요했다

 5대 5로 팽팽히 맞서던 경기, 7회초 2점을 얻으며 리드를 잡는가 했는데 바로 7회말에 2점을 잃으며 동점을 허용한 시점. 그러나 1사 1루였기 때문에 잘 막아내면 아직 두 번의 공격 기회가 남아있었습니다. 때문에 류중일 감독은 필승조 심창민을 등판시켰습니다. 아직 제구가 제대로 잡히지 않았을 수도 있는 갑작스러운 구원등판 이후의 2구째. 그리고 이택근 뒤에는 박병호가 버티고 있습니다. 고의로 사구를 던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이택근은 과도한 반응을 보이며 마운드로 향했습니다. 과민반응을 보인 이유는 하나였을 겁니다.

 심리전. 불펜 왕국 삼성에서 어린 나이에 필승조 자리를 꿰찬 심창민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어린 선수일 뿐입니다. 상대팀 베테랑 타자의 반응을 보고도 무심하게 자신의 투구를 이어가기는 어렵습니다. 이렇게 얕은 수작을 건다는 느낌을 받자 진갑용은 어린 후배의 기를 살려주고 싶었을 것입니다. 마운드로 향하는 이택근을 강하게 막아섰습니다. 이로 인해 시작된 벤치클리어링. 이승엽 또한 기싸움에서 팀이 밀리기를 바라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평상시의 좋은 성격으로 유명한 그도, 많이 과격해졌습니다. 베테랑들은 팀 전체의 분위기를 이끌 연륜이 있으며, 좋은 쪽으로 이 연륜을 발휘해야할 의무가 있는 것입니다.



순간적인 분을 참지 못한 이택근에게 아쉽게 대처한 진갑용

 일반적으로 투수와 타자 간의 다툼, 또는 벤치클리어링 이후에 당사자들 중 타자보다는 투수가 더 불리하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 들여지고 있습니다. 타자는 타격이라는 투수와의 승부를 끝내고 자신의 주루플레이에 다시 집중하면 되지만, 투수는 다시 또 다른 타자와의 승부를 시작해야 합니다. 베테랑 포수 진갑용이 이를 모를리 없습니다. 마운드로 이택근이 향하긴 했지만 그 자체로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나지는 않았을 수도 있는 상황. 그러나 진갑용이 뛰어가며 이택근의 목덜미를 낚아채면서 두 선수 사이의 신경전이 시작되었고, 이것이 벤치클리어링을 불러 일으킨 것입니다.

 그렇기에 진갑용의 대처에 조금은 더 아쉬움이 남습니다. 포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투수를 안정시켜 자신의 투구를 100% 보여줄 수 있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입니다.그가 이택근은 적극적으로 말리되 더 큰 사태를 유발하지 않았다면 심창민의 심리가 그렇게 갑자기 불안해지지는 않았을 수도 있었습니다. 그것이 정말 심리전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결국 정신적인 부분에서 흔들린 심창민은 몸쪽 승부를 구사하지 못하며 바깥쪽 일변도의 승부로 일관하다가 1피안타 3사사구에 3실점을 기록하고 말았습니다.



벤치클리어링은 승부의 수단이어서는 안 된다

 두 팀 모두 억울한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절대 선두 다툼 상대에게 승부를 넘겨주고 싶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두 팀의 의도가 어찌되었든 휴일에 야구장을 찾은, 그리고 TV로 경기를 시청하고 있을 많은 팬들, 특히 어린 팬들을 생각한다면 치열한 승부의 과정에서 나온 상대방의 실수를 조금은 포용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아무리 경쟁이 불붙고, 경기가 치열해져도, 벤치클리어링이 정당화될 수는 없습니다.



관중을, 그리고 동료를 위하는 배려가 필요하다

 그렇게 1, 2위 팀 간의 치열한 경기를 보고도 뒷맛이 개운치 않던 와중에 LG-두산 간의 경기를 보며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2회말 2사 1루 3루의 찬스에서 나온 딜레이드 더블 스틸(1루주자가 도루를 시도하며 포수의 2루 송구를 유발하고 그 와중에 3루주자가 홈으로 도루를 시도하는 것)에서 김재호의 재빠른 홈 송구로 3루주자 이병규가 홈에서 태그아웃되는 상황. 슬라이딩을 시도한 이병규의 발에 최재훈의 다리가 가격당했습니다. 최재훈 입장에서는 초반 리드를 지키기 위한 블로킹에 최선을 다한 것이고, 이병규는 이를 뚫고 득점을 올리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그리고 고통스러워 하는 최재훈을 향해 이병규가 등을 두드리며 물었습니다.

 "괜찮아?" 그리고 이병규가 덕아웃으로 향하는 니퍼트에게도 미안하다는 뜻을 밝히자 니퍼트도 알겠다는 뜻을 전했고 두 선수는 서로의 어깨를 툭 치며 서로의 덕아웃으로 향했습니다.

*사진출처 : 중계방송 캡쳐


 정말 상대팀의 팬이라도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는 행동이었습니다. 연고지 라이벌이라고 해도 결국 함께 그라운드를 누비는 동업자입니다. 어린 후배의 부상을 걱정하는 베테랑 선수의 마음에는 계산이 없습니다.

 스포츠의 진짜 매력은 이런 것일지도 모릅니다. 규칙의 테두리 안에서 치열한 승부를 펼치되 플레이가 끝나면 함께 경기를 뛰고 있는 상대팀 선수도 동료로 받아들일 수 있는 쿨함. 넥센과 삼성 간의 혈전에서 볼 수 없어 아쉬웠던 점을 잠실 라이벌, LG와 두산 간의 경기에서 보았습니다.

Posted by 마산야수

 어제 삼성과의 경기에서 넥센은 나이트의 호투와 박병호의 결승 투런 홈런에 힘입어 올 시즌 처음으로 30승을 달성하는 팀이 되었습니다. 5월의 슬럼프를 딛고 다시 돌아왔음에도 그간 승운이 따르지 않던 나이트가 오랜만에 승수를 추가한 것도 반가웠지만, 무엇보다도 30일 만에 터진 '브룸박'의 홈런포가 가장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팀을 30승 고지에 선착시킨 박병호(넥센 히어로즈 홈페이지)




타격왕은 포드를 타지만 홈런왕은 캐딜락을 탄다

 1940년대 미국 메이저리그의 강타자 랠프 카이너는 말했습니다. '타격왕은 포드를 몰지만 홈런왕은 캐딜락을 몬다.' 물론 야구는 팀 스포츠이고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1번부터 9번까지 이대호로만 채운다고 능사는 아닐 것입니다. (도대체 수비는 어떡하려고?) 그럼에도 언제나 야구의 꽃은 시원한 홈런이고, 스포트라이트는 홈런을 때려내는 강타자에게 쏟아지기 마련입니다.

 2012 시즌의 박병호가 그랬습니다. 전반기 막판까지도 4할 타율을 달성해내며 독보적인 타율, 출루율 1위를 차지한 김태균보다 0.290의 뛰어나진 않지만 준수한 정확도에 30홈런-100타점을 달성하며 홈런왕을 차지한 박병호가 1루수 골든글러브를 차지한 것은 물론이고, 시즌 MVP의 영광까지 안았던 것입니다. 그런 박병호는 5월 초까지 명불허전의 파워를 보여주었습니다. 시즌 개막 후 한달이 갓 지난 5월 5일까지 9홈런의 무시무시한 페이스였습니다.

 하지만 이후 주춤하며 최정의 독주, 팀 동료 이성열의 추격을 바라만 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그가 어제 투런 홈런을 때려내며 두 자리수 홈런을 기록했고, 이는 앞으로의 홈런왕 경쟁에 불을 당길 것으로 보입니다.




불 붙은 홈런왕 경쟁

 이번 시즌에 박병호보다 앞서 두 자리수 홈런을 기록한 선수는 최정, 이성열입니다. 나란히 13홈런을 때려내고 있으며 홈런 페이스가 눈에 띄게 떨어졌다는 느낌을 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성열은 최근 5경기에서만 2개의 아치를 쏘아올리며 좋은 기세를 이어나가는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경기 8회초 2사 후 나선 이성열이 심창민의 초구에 왼팔꿈치 안쪽을 맞으며 그라운드에 쓰러졌습니다. 이성열은 그라운드에서 뒹굴며 통증을 호소했고 곧바로 대주자 유재신으로 교체되었습니다. 다행히 경기 직후 병원에서 뼈에는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합니다만, 타격은 매우 섬세한 메커니즘으로 이루어지는 연속 동장이기에 사구의 후유증에 대한 우려를 지울 수 없습니다.

 이렇게 이성열의 홈런 페이스에 이상이 생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박병호까지 가세한 홈런왕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역시 홈런을 신고한 강정호를 포함해서 8홈런을 기록 중인 3명의 선수들(강정호, 최희섭, 이호준)에 이미 홈런왕 경험이 있고 7홈런으로 그 뒤를 추격하고 있는 최형우까지 잠재적인 홈런왕 후보들입니다.

 과연 이번 시즌 홈런왕의 자리에는 누가 오르게 될까요? 넥센의 행복한 집안 싸움을 보게 될지, 2년 연속 20-20에 빛나는 최고의 3루수 최정이 홈런왕으로 또 한 번 진화할지, 또는 다른 선수들의 약진을 보게 될지. 날씨가 점점 더워지며 체력 관리에 어려움이 많아지는 6월의 뜨거운 그라운드 위로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사족

<KBO 역대 개인 통산 홈런 순위>
1위 양준혁 351개

2위 이승엽 349개

3위 장종훈 340개

4위 심정수 328개

5위 박경완 313개


그리고 한 시즌의 홈런왕이 문제가 아닌, 통산 5번의 홈런왕 타이틀에 한일 통산 500홈런의 사나이,

영원한 홈런왕 이승엽 선수의 KBO 통산 홈런왕 등극 또한 기다리고 있습니다^^

Posted by 마산야수

고연전에서 펄펄 날던 투수, 강력한 신인왕 후보가 되다

 새내기였던 2011년 9월,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고연전(a.k.a. 연고전 or 정기전)을 보러 잠실에 입성했습니다. 고연전은 야구, 농구, 아이스하키, 럭비, 축구의 다섯 종목에서 승부를 겨루지만, 야구팬인 저는 다른 종목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습니다. 특히 전력상으로도 많이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 야구였기에 부푼 가슴으로 잠실에 온 고려대생들의 꿈을 짓밟은 것은 단 한 명의 에이스였습니다.

 이미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신생구단 NC 다이노스 입단이 결정되어 있었던 그는 선발투수가 아니었습니다. 2회에 볼넷으로 위기를 자초한 선발 투수를 구원하며 등판한 그는 폭투 하나를 기록하며 승계주자에게 홈을 허락했지만 그것으로 끝이었습니다. 7.2이닝 무실점 6탈삼진을 기록하며 그는 자신의 마지막 연고전에서 우뚝 섰습니다.



 네, 야구매니아이자 고려대 새내기였던 저에게 아픈 기억을 주었던 그 선수는 바로 나성범이었습니다. 그렇게 투수로서 아픔을 주더니 이제는 타자로서 또 저를 울립니다. 어제 경기에서 그는 고의사구까지 하나 포함해서 볼넷 3개에 3타수 1안타를 기록했고, 그 1안타는 10회 초 경기를 결정지은 2타점 결승타였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성범이 부상에서 회복해 1군 무대에 데뷔하자마자 개인 통산 1호, 2호 안타를 한 경기에서 홈런으로 터뜨린 것을 보며 감탄하기도 했지만, 아직 이른 시점에서 언론이 너무 띄운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어제 경기를 보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7회초 무사 1, 2루 찬스에서 견제사를 기록하며 위축될 수도 있었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았습니다. 10회 초 무사 1, 3루의 찬스에서 초구부터 깔끔하게 밀어쳐 좌중간을 완전히 가르며 승부를 결정지었습니다.

Posted by 마산야수

 깜짝 놀랄 사건이 터졌습니다. 팀의 시리즈 스윕 패배를 막기 위해 등판한 'Monster' 류현진 선수의 패색이 짙어가던 즈음, 갑자기 들려온 트레이드 소식에 정말 놀랐습니다. 바로 SK 와이번스에서 투수 송은범과 신승현을 내주고, KIA 타이거즈에서 외야수 김상현과 투수 진해수를 내놓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시즌 초부터 후끈 달아오른 트레이드 시장

 2012 시즌이 종료된 이후 이제까지 중소 트레이드 소식이 끊이지 않고 들려왔습니다. 이렇게 전력 강화의 수단으로 트레이드가 활성화되기 시작하는 국면에 드디어 '빅딜'이 등장했습니다. 2009년 홈런왕(36개), 타점왕(127개), 장타율(0.636) 1위, 그리고 정규시즌 MVP에 빛나는 '김상사' 김상현과 지역 내 야구명문인 인천 동산고 출신으로 11년간 SK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활약해왔고 선발, 중계, 마무리 어느 보직에서든 제 몫을 해줄 수 있는 '풍류공' 송은범이 포함되었으니 이 정도면 엄청난 대형 트레이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간 이 정도 빅네임들의 트레이드는 선수협 등 구단의 눈밖에 날 괘씸죄가 적용되거나(대표적으로 최동원, 양준혁), 전성기가 이후 선수 생활 연장을 위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번 트레이드는 그런 케이스에 해당하지도 않으며, 즉시전력감의 선수들이 시즌 초반부터 치열한 순위 다툼을 위해 영입된 면이 큽니다.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선택과 집중

 물론 이 트레이드는 양팀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 위한 좋은 선택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SK의 경우, 이번 시즌 초반 타선의 붕괴가 너무 심합니다. 비록 팀 홈런은 19개로 두산과 공동 2위이지만(1위 넥센 28개) 8개를 때려내고 있는 최정에 너무 의존하고 있습니다. 최정은 또한 팀 전체 타점(93점)의 정확히 1/3인 31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최정 혼자 타선을 떠받치는 동안 다른 선수들이 제몫을 하지 못하며 팀 타율은 0.242로 꼴찌, 팀 장타율(0.354)과 타점(93점) 6위로 쳐져 있습니다. 김상현은 비록 이번 시즌 김주찬의 가세와 신종길의 잠재력 폭발로 입지가 줄어들었고, 극도의 부진을 겪기도 했지만 최근 타격감이 살아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주전 자리가 확보되자 잠재력을 폭발시킨 전례가 있습니다. 코너 외야수와 1루수가 가능하고 4번타자 자리를 맡아줄 김상현의 가세는 최정에게 집중되고 있는 견제도 분산시켜주며 무시할 수 없는 전력 상승 효과를 불러올 것입니다.

 비록 송은범, 김상현에 대한 집중 조명으로 관심받고 있지 못하지만 좌완 파이어볼러 진해수 도한 SK 불펜에 가세하게 됩니다. 특히 지난 시즌 박희수-정우람으로 이어지는 막강한 좌완 계투진이 정우람의 군입대로 약해졌고, 박희수가 마무리로 고정됨에 따라 프로 경험이 적인 김준만이 좌완 필승조를 구성하는 상황에서 불펜에서 잔뼈가 굻은 진해수의 가세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번 트레이드로 CK포는 타이거즈 V10의 추억으로 남게 되었다. (3월 19일 NC와의 시범경기 중, 마산구장)


 기아 또한 시즌 초반 1위를 질주하고 있음에도 존재하는 위험 요소를 줄이기 위한 좋은 선택을 했습니다. 선발진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고 팀 타율은 0.292(2위)에 이르는 현재, 기아의 문제점은 명확하게 불펜입니다. 비록 지난 두 시즌 동안 100이닝 이상 던지지 못했지만, 현 상황에서 150km에 가까운 패스트볼과 예리한 슬라이더, 뛰어난 제구력을 지니고 있으며 전천후로 활용가능한 송은범의 가세는 천군만마와 같이 든든합니다. 특히 에이스 윤석민이 돌아옴에 따라 5선발 역할을 맡던 임준섭을 좌완 필승조로 돌리고, 송은범이 기존 유동훈과 박지훈의 우완 필승조에 가세한다면 충분히 우승을 노려볼 만한 전력이 완성됩니다. 송은범은 마무리 경험도 있어(통산 16세이브) 앤서니의 체력 분배를 위한 더블 스토퍼로 활용될 수도 있고, 2009년 김광현의 빈 자리를 메꾸는 선발 에이스로 활약하며 12승 3패를 거둔 전력이 있는만큼 아예 불펜의 과부하를 덜기 위한 6선발로 활용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한 즉시전력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2005~2006년 2년 동안 20승을 거둔 전력이 있는 사이드암 신승현의 가세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아직 풍류공에게는 기아의 유니폼이 어색하다. (사진출처 : KIA 타이거즈 홈페이지)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황혼녘에야 날개를 편다

 트레이드 소식이 알려진 직후부터 어느 정도 잉여전력이라고 할 수 있는 선수들로 송은범이라는 최고의 전천후 투수를 얻었다는 점에서 기아의 승리라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트레이드는 그렇게 쉽게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김상현은 별로 소득이 없다고 평가 받던 트레이드(LG 김상현, 박기남 <-> KIA 강철민)를 통해 기아에 합류한 이후 정규시즌 MVP에 오른 경력이 있습니다. 또한 SK의 불펜도 완전하다고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송은범을 내준 것을 보면 뭔가 건강상의 문제라도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이 트레이드에 대한 온전한 평가는 적어도 이번 시즌이 끝난 후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어쩌면 더 긴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트레이드의 배경에 대한 약간의 궁금증은 존재합니다. 송은범이라는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우타 거포가 필요하다는 SK는 왜 지난 시즌 종료 후 FA를 선언한 이호준을 잡지 않을 것일까요? 그리고 분명 당장은 외야진이 포화 상태인 기아이지만 항상 순위싸움에서 발목을 잡던 주전들의 부상 시에 그 자리를 성공적으로 대체할 백업은 충분한가요? 또 이번 시즌이 끝나면 군 입대 예정인 나지완이 떠나고 우타 거포는 이범호만이 남았을 때도 기아는 정말 김상현의 공백을 아쉬워하지 않을까요? 이번 시즌이 끝나면 FA 자격을 취득하는 송은범이 LG로 트레이드 되고 시즌이 끝나자 FA를 선언해 한화로 이적한 송신영의 전철을 밟지 않는다는 보장은 있나요? 이미 김주찬을 영입하며 50억이라는 지출을 부담한 기아가 또 자금을 풀어낼까요? 

 여전히 의문이 남기도 하는 트레이드이지만, 이번 트레이드를 통해 소속팀을 옮긴 선수들이 큰 활약을 하며 야구인생에 새로운 전기를 열어나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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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훈한 전설들의 만남에 끼어든 정치인

 어제 도쿄돔에서 펼쳐진 요미우리와 히로시마 간의 프로야구 경기에 앞서 의미있는 시구-시타가 있었습니다. 바로 지난해 은퇴를 결정한 '고질라' 마쓰이 히데키와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종신 명예감독 나가시마 시게오의 시구-시타였습니다. 마쓰이는 요미우리에서 10년간 0.304, 332홈런, 889타점을 기록하며 최고의 선수로 활약하고 MLB까지 진출했고, 일본내에서도 장차 요미우리의 감독이 될 것이라는 평이 많습니다. 나가시마는 타율 1위 6회, 홈런 1위 2회, 타점 1위 5회, 최다안타 10회에 감독으로서도 요미우리를 두 번 우승시킨 일본 프로야구 최고의 전설 중 한 명입니다. 두 야구인은 시구-시타 이후 국민영예상을 수상했습니다. 물론 이날 도쿄돔을 찾은 많은 야구팬들도 두 전설의 등장에 환호했습니다.


 그런데 이 훈훈한 광경에 썩 적절하지 못한 '덤'이 있었습니다. 바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였습니다. 최근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으로 한국과 중국 등 이웃 국가들의 곱지않은 시선을 받고 있던 그가 시구-시타에 심판으로 참가하고 국민영예상을 수여한 것입니다. 그런데 등번호를 살펴보니 무언가 이상합니다. 마쓰이는 일본프로야구에 데뷔해서부터 MLB에서까지 사용하던 등번호 55번을 썼고, 나가시마 시게오도 현역 시절부터 사용한 등번호이자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영구결번인 3번을 썼습니다. 그런데 아베 총리의 넘버는 96였습니다. 아베 총리는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등번호 96번은 자신이 일본의 96대 총리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국민들의 인식이 불충분한 헌법 96조 개헌과도 연관된 메시지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일본 헌법 96가 도대체 뭐길래?

 그렇다면 일본 헌법 96조는 도대체 무엇이고 그것의 개정이 왜 문제가 되는 것일까요? 일본의 헌법 96조는 개헌 발의 요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헌법 개정 의안이 제출될 수 있는 조건을 상원의원과 하원의원에 해당하는 중의원과 참의원 2/3의 찬성으로 명시한 현행 조항을 1/2로 바꾸려는 것입니다.

 이렇게 요건을 바꾸어 실제로 개헌하려는 내용은 무엇일까요. 바로 이른바 '평화헌법'입니다. 평화헌법은 2차세계대전에서 패한 일본이 1946년 11월에 공포한 헌법 9조의 별칭으로, 주된 내용은 일본의 군대 보유나 타국과의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때문에 일본은 사실상의 군대임에도 불구하고 자위대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평화헌법을 개정해 대대적인 군비확충을 시도하려는 것입니다. 이미 그 선행작업으로서 개헌 발의가 되면 진행되는 국민투표의 통과 기준을 2/3에서 1/2로 낮춘 일본의 극우 정권입니다. 이제 본격적인 개헌을 위한 정치적 의도를 야구장에서까지 드러내고 있는 것입니다.



스포츠는 정치의 꼭두각시가 아니다

 스포츠가 정치에 이용된 예는 많습니다. 전세계적 인기 종목인 축구는 정치인들이 국민들의 분노를 무마시키는 데 즐겨 사용한 도구입니다. 독재자 무솔리니가 1934년 이탈리아 월드컵을 유치해 심판 매수와 협박 등 갖은 수단을 동원해가며 이탈리아를 우승시켜 파시스트 정권을 홍보하려 했던 것은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축구가 인기가 많은 남미에서도 군부가 월드컵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했고, 실제로 펠레는 조국에서 군부가 국민을 탄압하고 있고 이를 덮기 위한 수단으로 월드컵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 월드컵 대표팀 제의를 거부했습니다.

 한국 야구에서도 이런 사례는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한국프로야구의 태동 자체가 당시 국민들의 관심을 정치에서 멀어지게 하려는 정권의 3S 정책의 일환이었던 것은 모두가 아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프로야구 초창기 최고의 강팀이었고, 경기 중에도 승기를 잡으면 팬들이 '목포의 눈물'을 부르며 애환을 달래던 해태 타이거즈의 패배를 원하는 세력이 있었다고 김응룡 현 한화 감독이 밝히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런 나쁜 사례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레오 프랑코 치하의 스페인에서 핍박받던 바스크 지방 사람들은 축구를 저항의 수단으로 삼았습니다. 당시에는 억압에 저항하는 문구를 어렵지 않게 축구장에서 찾아볼 수 있었고 축구선수들은 억압된 정치범들의 사면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코트디부아르의 축구영웅 디디에 드록바는 조국의 내전을 수습하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민초들의 삶을 감싸안는 것은 스포츠의 또 하나의 역할입니다.

Drogba und der Kapitän der ägyptischen Mannschaft, Hassan

코트디부아르의 영웅 드록바는 내전 수습, 생필품 지원, 에이즈 퇴치 홍보대사 등 조국을 위해 '그라운드 밖'에서도 열심히 뛰었다.


 스포츠는 인생과 같습니다. 부진과 시련이 있고, 이를 극복하는 영웅적인 스토리가 있습니다. 서민들의 삶의 애환을 달래주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마산야수는 그런 스포츠가 지배권력의 정치적인 홍보 수단이 되는 것을 강력하게 반대합니다.

Posted by 마산야수

 개막전에 사직을 다녀온 후, 한 달이 지난 지난 주 토요일에 다시 사직구장을 찾았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함께였습니다. 넥센에게 스윕을 당하고 온 삼성의 침체된 분위기를 기대했지만, 전날 경기에서 1회초에만 타선일순하며 7실점했고 10:3의 참패를 당했기 때문에 전력을 다해서 이기기를 기대하며 사직을 찾았습니다.

 



 경기장에 한 시간 정도 일찍 입장해서 친구들과 수다도 떨고 선수들이 몸푸는 모습도 지켜보았습니다. 이날의 시구자는 방송인 박은지 씨였는데 사실 그리 잘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사직에는 관중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어제 어린이날조차 사직은 만원관중을 기록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3루쪽은 빈 자리가 너무 많았습니다. 그나마 1루쪽에서 홈팬들이 열렬한 응원을 펼쳤습니다.


 이날 경기가 그나마 삼성과의 주말 시리즈 중 괜찮은 경기였다고 생각합니다. 1회초에 빗맞은 타구 두 개가 행운의 안타로 연결되며 3실점했지만 어느 정도 따라가는 모습도 보여주었고 8회말에 오승환을 끌어내서 9회말 선두타자 조성환의 2루타까지 나오며 오승환이 29개의 공을 던지게 하며 다음날 경기에서 후반 접전으로 갈 경우 조금이라도 변수가 될 부분을 만들어냈기 때문입니다. 물론 어느 정도 추격하는 분위기다 싶으면 터져나온 실책, 피홈런으로 경기를 내준 것은 매우 안타까웠습니다. 그러나 더욱 좋지 않았던 것은 이렇게 지더라도 추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는 그 다음날 경기에서 또 초반 대량 실점하며(2회초 4실점) 6대1로 패했다는 사실입니다.



최악의 투타 부조화

 이번 시리즈는 정말 투타의 부조화가 극에 달했던 졸전의 연속이었습니다. 선발진의 거듭된 초반 대량 실점(금요일-1회초 7실점, 토요일 1회초 3실점, 일요일 2회초 4실점)으로 경기의 흐름을 내주고 시작했고, 어느 정도 추격이 될 만한 시점에서는 쳐줘야 할 선수들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이번 시리즈의 선발투수들을 살펴보면 고원준(0.2이닝 7실점 2자책), 김승회(4이닝 4실점 3자책), 송승준(4.2이닝 4실점)이었습니다. 5이닝 이상 투구한 선수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고원준처럼 야수들의 어이없는 실책으로 피해를 보기도 했지만 이것은 분명히 선발진의 붕괴라고밖에 할 수 없습니다.

 타선에서는 중심을 잡아줘야 할 타자들의 부진이 뼈아팠습니다. 1차전에서는 크게 패하면서도 3번 손아섭이 4타수 3안타 1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했고, 4번타자 김대우가 3타수 1안타 1타점 1볼넷으로 제몫을 했지만, 2차전에서는 두 선수 모두 4타수 무안타, 3차전에서는 손아섭이 3타수 1안타 1볼넷, 김대우가 4타수 무안타로 결국 아쉬움 속에 주말 시리즈를 마무리했습니다. 특히 어느 정도 해볼만 했던 2차전에서 손아섭, 김대우 앞에 주자들이 있는 상황이 많았던 것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더욱 큽니다. 그리고 전준우가 3연전 동안 일곱 번 타석에 서서 6타수 무안타에 삼진 2개만 기록하며 희생플라이로 1타점 올린 것이 전부였던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나마 강민호가 2차전에서만 멀티히트에 1타점을 올렸고 3차전에서도 1안타 1득점한 것이 위안이 되는 상황입니다.

 그 와중에서 수비는 여전히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문규현의 수비는 심각한 상황이고, 정훈도 추격의 맥을 끊어버리는 실책을 기록했습니다. 다행히 3차전에서 9경기 만에 무실책 경기를 기록하긴 했습니다만 프로팀이 8경기 동안 15개의 실책을 기록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놀랍습니다.




사직 충전소?

 그렇게 우리팀의 주축 선수들이 부진하는 동안 삼성은 넥센에게 당한 스윕의 기억을 완전히 지워버리며 중심 선수들의 기세가 살아났습니다. 3경기 모두 홈런을 때려낸 조동찬은 이번 시즌 5홈런으로 롯데의 팀 홈런과 같은 개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롯데와의 3연전 전까지 시즌 0.186의 타율로 허덕이던 김상수는 2홈런 포함 11타수 6안타로 완전히 살아났습니다. 로드리게스는 한국 무대에서의 첫 승을 신고했고, 배영수는 다승 공동 선두(4승)으로 발돋움했습니다. 참 부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조동찬은  현재 5홈런으로 김롯데(1982년생, 부산출생)와 더불어 홈런 공동 5위에 올라있다. (사진출처 : 삼성라이온즈 홈페이지)




충격 요법이 필요한 시점

 물론 모든 경기에서 승리할 수는 없습니다. 선발투수가 일찍 무너지는 날도 있고, 중심타선이 제몫을 못하는 날도 있고, 야수들이 실책을 하는 날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악재들이 겹쳐서, 주말 시리즈 내내 나타난 것은 정말 최악입니다. 결국은 충격요법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지난달 26일 LG와의 경기에서 2루수로 교체 출전해 9회말 동점을 허용하는 실책성 수비를 보인 데 이어, 금요일 삼성과의 경기에서도 초반 대량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문규현이 2군으로 내려갔습니다. 반면 콜업된 신본기가 2차전에서 타점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문규현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전혀 타격감을 잡지 못하고 있는 데다가 안일한 수비로 지탄을 받고 있는 전준우, 박종윤 등이 2군을 다녀올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중심선수들을 2군으로 보내는 것은 시즌을 포기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지난해까지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2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던 롯데가 시즌을 포기하고 리빌딩을 감행하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활약을 해주어야만 하는 선수들이 제 모습을 찾아야만 합니다.

 단 한 선수에게 면죄부를 쥐어주고 싶습니다. 바로 4번타자를 맡고 있는 김대우입니다. 1차전까지만 해도 안타와 타점을 기록했지만 이후 8타수 무안타를 기록하며 부진에 빠진 김대우이지만 사실 그를 제외하고 롯데에서 4번을 맡을 선수는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없습니다. 지난 시즌 6경기에서 7타석에 선 이후 프로 1군 무대에 실상 첫 시즌을 보내고 있는 그에게는 잠재력이 있습니다. 가르시아, 이대호, 홍성흔이 차례로 빠져나간 롯데는 결국 새로운 4번타자를 키워내야만 합니다. 김대우는 어쩌면 이번 시즌 롯데의 마지막 희망일지도 모릅니다.




사자에게 탈탈 털리고 나니 호랑이가?!

 졸전을 거듭하고 나니 또다른 강팀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는 기아 타이거즈입니다. 타율 0.292의 무시무시한 방망이를 앞세워 압도적인 힘의 야구를 펼치고 있는 기아에게마저 시리즈를 내준다면 롯데의 순위표는 현재보다 더욱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미 롯데의 뒤에는 NC와 한화만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Posted by 마산야수

 시즌 세번째 승리를 향한 세번째 도전입니다. 류현진 선수가 한국시각으로 오늘 오전 11시부터 펼쳐지는 콜로라도와의 선발 투수로 등판할 예정입니다. 지난 경기에서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최고의 호투(7이닝 3피안타 3볼넷 8탈삼진 1실점)를 보여주고도 승수를 늘리지 못해 아쉬웠는데 그 상승세를 이어나갈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콜로라도 로키스

 ML을 잘 모르는 이들도 콜로라도를 들으면 한 가지는 떠올립니다. 바로 '투수들의 무덤' 쿠어스필드입니다. 쿠어스필드는 해발 1600m가 넘는 고지대에 있어 타구의 반발력이 높고 타구에 대한 저항은 약해서 큰 타구가 많이 나옵니다. (국내의 청주구장도 '한국의 쿠어스필드'라는 별칭이 있긴 하지만 이것은 순전히 구장의 크기가 매우 작아서 홈런이 많이 나오는 것입니다.) 자연스럽게 콜로라도는 막강한 투수력으로 승부하기보다는 강력한 타격을 중심으로 승부하는 팀이었습니다.

Coors Field

'투수들의 무덤'이자 콜로라도 로키스의 홈 구장인 쿠어스 필드(Coors Field)



불타는 산악인들의 방망이

 이번 시즌 콜로라도의 방망이는 특히 뜨겁습니다. 팀타율은 0.279로 내셔널리그 팀타율 1위이고, 경기당 평균 득점도 5.5점이나 됩니다. 그나마 어제 LA 다저스와의 1차전 이전의 여섯 게임에서 득점권 타율이 2할2푼7리까지 떨어져 조금 타선이 식는가했더니 어제 경기에서만 홈런 세 개를 기록하며 12점을 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극강의 배팅은 홈 구장인 쿠어스필드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닙니다. 어제 경기만 해도 다저스의 홈 구장인 다저스타디움에서 펼쳐졌습니다.



연속 좌완 선발, 테드 릴리의 전철을 밟지 않길

 다저스의 마운드는 선발 테드 릴리부터 무너졌습니다. 지난 경기에서 5이닝 7탈삼진 1실점으로 베테랑의 관록투를 선보인 테드 릴리는  어제 경기에서는 3이닝 동안 홈런 두 방 포함한 8안타, 2볼넷으로 5실점(4자책점)을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같은 좌완 선발인 류현진 선수가 연속해서 등판하기 때문에 약간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테드 릴리도 구속은 매우 빠르지 않지만 패스트볼,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중심으로 투구하는 좌완 투수입니다. 물론 릴리는 어제 경기에서 최고 구속이 시속 90마일(약 144km)이 넘지 않았을 정도로 류현진보다도 '평범한' 패스트볼을 던지긴 했지만, 류현진도 사실 메이저리그에서 좌완 파이어볼러로 분류되지는 않습니다. 결국 '좌완 기교파 투수' 류현진이 콜로라도의 강타선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패스트볼의 커맨드를 더욱 가다듬는 길 뿐입니다.

현지에서도 류현진 선수가 로키스의 강타선을 막아낼 수 있을지 관심이 많습니다.

(사진출처 : LA Dodgers 공식 홈페이지 캡쳐)



돌아오는 강타자들

 이번 시즌의 유일한 패전을 기록한 메이저리그 데뷔전(6이닝 3실점 1자책)에서도, 최고의 피칭을 선보이고도 승리를 기록하지 못한 바로 지난 등판(7이닝 1실점)에서도, 류현진 선수의 팬이라면 득점 지원이 적었던 다저스의 타선을 원망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 경기에는 WBC 결승전에서 부상을 입어 시즌을 아직 시작하지 못한 강타자 헨리 라미레즈가 복귀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시즌 마이애미에서 LA로 트레이드된 그는, 비록 0.257의 저조한 타율을 기록했지만 24홈런과 92타점으로 여전한 펀치력을 과시했습니다.

 그런데 강타자가 돌아오는 것이 다저스만의 뉴스가 아닙니다. 콜로라도 타선의 핵이자 현역 최고의 유격수로 꼽히는 트로이 툴로위츠키가 돌아올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2007년 0.291 24홈런 99타점으로 화려하게 데뷔해, 2011년에는 유격수로는 ML 통산 여섯번째로 3할-30홈런-100타점을 기록했고 유격수 수비율 또한 1위를 기록하며 공수가 완벽히 조화된 유격수라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지난 시즌은 5월 말에 부상으로 시즌 아웃되어 팬들의 아쉬움을 샀지만, 이번 시즌 3할8리의 타율에 6홈런 22타점으로 완벽히 돌아왔습니다. 그가 있는 로키스의 타선은 더욱 막강합니다.



류현진의 든든한 지원군?

 헨리 라미레즈 외에 또 든든한 지원군이 이날 다저스타디움에 나타날 계획입니다. 바로 미국 활동을 재개한 월드스타 싸이입니다. 스프링캠프에서 팀의 간판스타인 클레이튼 커쇼,  캠프와 함께 '강남스타일'에 맞춰 말춤을 추는 영상이 공개되자 싸이가 '로스앤젤레스로 가면 꼭 응원하러 가겠다'고 했던 약속이 실현되는 것입니다. 평상시에도 많은 교민들이 류현진 선수를 응원하고 있지만, 오늘은 조금 더 특별한 응원을 받게 될 류현진이 과연 3승 사냥에 성공할 수 있을지? 좋을 결과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잊지 말길, "Ryu Can Do It!"

Posted by 마산야수

극도의 승점 인플레, 순위표가 이상하다??


 WBC에서 4강과 준우승을 넘어 우승을 꿈꾸었지만 '위대한 3월'은 없었던, 약간은 아쉬움 속에서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가 개막한 지 벌써 한 달이 다 되었습니다. 선수들이 실책과 볼넷을 남발하며 프로야구 전반의 수준 하락에 대한 논란도 있었지만, 전문가들의 분석대로 예년보다 추운 날씨로 인한 부분이 컸던 것으로 보이고 실제로 기온이 오르며 선수들의 기량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팀당 20~21경기를 치른 현재 시점에서 순위표를 살펴보면 매우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출처 : 네이버 스포츠


 바로 이른바 '가을야구'로 불리는 포스트시즌 진출이 가능한 4강팀들의 승률입니다. 두산과 기아가 6할8푼4리로 공동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삼성과 넥센이 6할5푼의 승률로 공동 3위를 기록하며 바짝 뒤쫓고 있습니다. 시즌 종료 시점이라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할 5위 LG의 승률이 무려 0.571입니다. 흔히들 5할 승률을 4강 진출 마지노선으로 이야기하는데, 올 시즌은 크게 벗어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얼마나 기형적인 구조인지 살펴보려면 예년 시즌 최종 성적표와 비교해보면 됩니다.


출처 : 네이버 스포츠


 바로 지난 시즌인 2012 시즌 최종 순위표입니다.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이며 2위와 8.5게임 차나 벌리며 우승한 삼성의 승률이 6할1푼1리입니다. 4강 마지노선은 5할1푼2리입니다.


출처 : 위키백과에서 자료 발췌해 직접 표로 작성


 5할 미만의 승률로 4강에 진출한 사례도 힘들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바로 2009년의 롯데입니다. 당시 치열한 순위 다툼을 벌인 기아와 SK 두 팀이 6할 이상 승률을 기록하며 다른 팀들의 평균 승률이 내려갔고, 4강 마지노선도 5할 아래로 내려간 것입니다. 이렇게 최근 몇 시즌과 비교를 해보니 예년 같으면 2~3위권인 5할7푼대 승률의 LG가 5위를 기록 중인 이번 시즌의 순위표가 매우 비정상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화와 NC, 승점 자판기가 되나?


 사실 이런 승점 인플레이션의 가장 큰 원인은 각각 0.200, 0.150의 저조한 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한화와 NC입니다. 한화가 개막 이후 13경기 동안 승률 0.000을 기록하며 롯데의 개막 이후 최다연패 기록(12연패)를 갱신했고, 신생팀 NC보다도 부진했지만 이후 한화와 NC간의 단두대매치에서 한화가 시리즈 스윕을 거두며 상황이 역전되었습니다. 

 그러나 상황의 역전이라고 하기에는 두 팀의 상황이 '도찐개찐'인 상황. 두 팀은 어쩌면 1982년 삼미, 1986년 빙그레, 1999년 쌍방울, 2002년 롯데만이 기록한 2할대 이하 승률로 시즌을 마칠지도 모릅니다. (참고로 단일 시즌 최저 승률은 82년 삼미가 기록한 0.188입니다.)

 심지어는 스포츠 기자들이 '승리를 못하면 손해'인 한화와 NC 상대 전적은 제외하고 순위를 거론하는 등 아주 두 팀을 무시하는 기사까지 쓰고 있습니다. 물론 이른바 '양학(양민학살)'으로 불리는 하위팀 상대시 높은 승률은 종목을 막론하고(야구든 축구든) 호성적을 위한 필수요소입니다. 그러나 프로팀들끼리 이루어지는 리그에서, 특정팀을 제쳐두고 리그를 논하는 것은 해당 팀의 팬들에게 엄청난 결례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인터넷 사이트 캡쳐 후 내용에 해당하는 기사 제목을 적색 사각형으로 표시-

출처 : 좌-네이버 스포츠 야구 메인(4월 16일), 우-다음 스포츠 야구 메인(4월 29일)






반등의 구멍은 없나?


 그렇다면 정말 한화와 NC에게 반등의 찬스는 없는 것일까요? 우선 두 팀의 복귀 예정인 선수를 살펴보면 한화가 강동우(39), 박정진(36) 등이 있고 NC는 나성범(23), 모창민(27) 등이 있습니다.

 선발과 불펜 가릴 것 없이 마운드가 무너진 한화에서 그나마 불펜의 핵심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마무리 송창식 앞에 베테랑 박정진이 온다면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김태균(타율 0.365, 3홈런, 14타점)과 이대수(타율 0.313, 11득점, 9타점)만이 제몫을 하고 있는 타선에 1번 타자를 맡아줄 좌타자이자 2009년부터 작년까지 4년간 팀타선을 이끈(4년간 평균 0.280, 15도루, 63득점, 7홈런, 36타점) 강동우가 돌아오면 강동우가 1번, 김태균이 4번, 이대수가 3번 혹은 하위타선에 배치됨으로써 타선의 짜임새가 좋아질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불안 요소라면 박정진과 강동우 모두 30대 후반의 노장으로 부상에서 회복되어도 전성기와 같은 기량을 펼칠 수 있을지가 의문이라는 점입니다.

 NC에는 시즌 전 구상 단계에서 3번과 5번을 맡으며 야수로서도 내외야에서 자리를 굳건히 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나성범과 모창민이 돌아온다면 전력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특히 4번자리를 지키고 있는 베테랑 이호준이 0.225의 저조한 타율에도 4홈런(리그 공동 6위), 20타점(3위)을 기록하며 찬스에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상황에서 나성범과 모창민이 더 많은 찬스를 만들어낸다면 시너지 효과를 내며 팀 타선 전반의 상승곡선을 그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기대를 모았던 외국인 선발 3인방 ACE 트리오(아담-찰리-에릭)가 부진하고, 불펜에서도 송신영이 제외되며 무게감이 더 부족해진 상황에서 마운드에 추가 전력이 거의 없다는 것이 매우 아쉽습니다.

 그러나 주축 선수들의 복귀보다도 두 팀의 반등에 더 중요한 요소는 패배의식을 떨쳐버리고 당당하게 승리에 도전하는 투지입니다. 한화의 경우 팀 타선이 전반적으로 주눅들어 경기당 득점이 2.8점에 머물러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에는 조금 나아졌지만 개막 직후부터 NC는 야수들의 실책 퍼레이드로 어이없이 승기를 내주는 일이 잦았고, 선수들의 수비가 소극적이기까지 했습니다. 결국 야구는 점수를 적게 주고 많이 내면 이기는 스포츠입니다. 기본에 충실하며 약점을 보완하려는 노력과 더불어 '우리는 승리할 수 있다'는 자기 주문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물론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나마 두 팀은 오늘부터 시작되는 주중 시리즈에서 대진이 나쁘지 않습니다. NC는 역사적인 1군 무대 첫 승 당시의 상대인 LG와 3연전을 치릅니다. 한화는 개막 2연전에서 끝내기 승리를 빼앗아 갔지만 이후 부진에 빠져있는 롯데를 상대합니다. 두 팀이 나름대로 반등의 발판을 마련하는 한 주가 되기를 바랍니다.



P.S. 한화와 NC에만 주목하느라 잊을 뻔 했는데, 6할 이상 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4강팀들끼리 오늘부터 주중 시리즈를 치릅니다. 엄청난 승률에 걸맞는 멋진 경기력을 기대하겠습니다.^^

Posted by 마산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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