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놀랄 사건이 터졌습니다. 팀의 시리즈 스윕 패배를 막기 위해 등판한 'Monster' 류현진 선수의 패색이 짙어가던 즈음, 갑자기 들려온 트레이드 소식에 정말 놀랐습니다. 바로 SK 와이번스에서 투수 송은범과 신승현을 내주고, KIA 타이거즈에서 외야수 김상현과 투수 진해수를 내놓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시즌 초부터 후끈 달아오른 트레이드 시장
2012 시즌이 종료된 이후 이제까지 중소 트레이드 소식이 끊이지 않고 들려왔습니다. 이렇게 전력 강화의 수단으로 트레이드가 활성화되기 시작하는 국면에 드디어 '빅딜'이 등장했습니다. 2009년 홈런왕(36개), 타점왕(127개), 장타율(0.636) 1위, 그리고 정규시즌 MVP에 빛나는 '김상사' 김상현과 지역 내 야구명문인 인천 동산고 출신으로 11년간 SK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활약해왔고 선발, 중계, 마무리 어느 보직에서든 제 몫을 해줄 수 있는 '풍류공' 송은범이 포함되었으니 이 정도면 엄청난 대형 트레이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간 이 정도 빅네임들의 트레이드는 선수협 등 구단의 눈밖에 날 괘씸죄가 적용되거나(대표적으로 최동원, 양준혁), 전성기가 이후 선수 생활 연장을 위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번 트레이드는 그런 케이스에 해당하지도 않으며, 즉시전력감의 선수들이 시즌 초반부터 치열한 순위 다툼을 위해 영입된 면이 큽니다.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선택과 집중
물론 이 트레이드는 양팀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 위한 좋은 선택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SK의 경우, 이번 시즌 초반 타선의 붕괴가 너무 심합니다. 비록 팀 홈런은 19개로 두산과 공동 2위이지만(1위 넥센 28개) 8개를 때려내고 있는 최정에 너무 의존하고 있습니다. 최정은 또한 팀 전체 타점(93점)의 정확히 1/3인 31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최정 혼자 타선을 떠받치는 동안 다른 선수들이 제몫을 하지 못하며 팀 타율은 0.242로 꼴찌, 팀 장타율(0.354)과 타점(93점) 6위로 쳐져 있습니다. 김상현은 비록 이번 시즌 김주찬의 가세와 신종길의 잠재력 폭발로 입지가 줄어들었고, 극도의 부진을 겪기도 했지만 최근 타격감이 살아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주전 자리가 확보되자 잠재력을 폭발시킨 전례가 있습니다. 코너 외야수와 1루수가 가능하고 4번타자 자리를 맡아줄 김상현의 가세는 최정에게 집중되고 있는 견제도 분산시켜주며 무시할 수 없는 전력 상승 효과를 불러올 것입니다.
비록 송은범, 김상현에 대한 집중 조명으로 관심받고 있지 못하지만 좌완 파이어볼러 진해수 도한 SK 불펜에 가세하게 됩니다. 특히 지난 시즌 박희수-정우람으로 이어지는 막강한 좌완 계투진이 정우람의 군입대로 약해졌고, 박희수가 마무리로 고정됨에 따라 프로 경험이 적인 김준만이 좌완 필승조를 구성하는 상황에서 불펜에서 잔뼈가 굻은 진해수의 가세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번 트레이드로 CK포는 타이거즈 V10의 추억으로 남게 되었다. (3월 19일 NC와의 시범경기 중, 마산구장)
기아 또한 시즌 초반 1위를 질주하고 있음에도 존재하는 위험 요소를 줄이기 위한 좋은 선택을 했습니다. 선발진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고 팀 타율은 0.292(2위)에 이르는 현재, 기아의 문제점은 명확하게 불펜입니다. 비록 지난 두 시즌 동안 100이닝 이상 던지지 못했지만, 현 상황에서 150km에 가까운 패스트볼과 예리한 슬라이더, 뛰어난 제구력을 지니고 있으며 전천후로 활용가능한 송은범의 가세는 천군만마와 같이 든든합니다. 특히 에이스 윤석민이 돌아옴에 따라 5선발 역할을 맡던 임준섭을 좌완 필승조로 돌리고, 송은범이 기존 유동훈과 박지훈의 우완 필승조에 가세한다면 충분히 우승을 노려볼 만한 전력이 완성됩니다. 송은범은 마무리 경험도 있어(통산 16세이브) 앤서니의 체력 분배를 위한 더블 스토퍼로 활용될 수도 있고, 2009년 김광현의 빈 자리를 메꾸는 선발 에이스로 활약하며 12승 3패를 거둔 전력이 있는만큼 아예 불펜의 과부하를 덜기 위한 6선발로 활용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한 즉시전력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2005~2006년 2년 동안 20승을 거둔 전력이 있는 사이드암 신승현의 가세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아직 풍류공에게는 기아의 유니폼이 어색하다. (사진출처 : KIA 타이거즈 홈페이지)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황혼녘에야 날개를 편다
트레이드 소식이 알려진 직후부터 어느 정도 잉여전력이라고 할 수 있는 선수들로 송은범이라는 최고의 전천후 투수를 얻었다는 점에서 기아의 승리라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트레이드는 그렇게 쉽게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김상현은 별로 소득이 없다고 평가 받던 트레이드(LG 김상현, 박기남 <-> KIA 강철민)를 통해 기아에 합류한 이후 정규시즌 MVP에 오른 경력이 있습니다. 또한 SK의 불펜도 완전하다고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송은범을 내준 것을 보면 뭔가 건강상의 문제라도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이 트레이드에 대한 온전한 평가는 적어도 이번 시즌이 끝난 후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어쩌면 더 긴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트레이드의 배경에 대한 약간의 궁금증은 존재합니다. 송은범이라는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우타 거포가 필요하다는 SK는 왜 지난 시즌 종료 후 FA를 선언한 이호준을 잡지 않을 것일까요? 그리고 분명 당장은 외야진이 포화 상태인 기아이지만 항상 순위싸움에서 발목을 잡던 주전들의 부상 시에 그 자리를 성공적으로 대체할 백업은 충분한가요? 또 이번 시즌이 끝나면 군 입대 예정인 나지완이 떠나고 우타 거포는 이범호만이 남았을 때도 기아는 정말 김상현의 공백을 아쉬워하지 않을까요? 이번 시즌이 끝나면 FA 자격을 취득하는 송은범이 LG로 트레이드 되고 시즌이 끝나자 FA를 선언해 한화로 이적한 송신영의 전철을 밟지 않는다는 보장은 있나요? 이미 김주찬을 영입하며 50억이라는 지출을 부담한 기아가 또 자금을 풀어낼까요?
여전히 의문이 남기도 하는 트레이드이지만, 이번 트레이드를 통해 소속팀을 옮긴 선수들이 큰 활약을 하며 야구인생에 새로운 전기를 열어나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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