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약체 대표팀?"

  WBC가 당장 토요일부터 네덜란드와의 1라운드로 시작됩니다. 사실 류현진, 김광현, 봉중근의 대한민국 국가대표 좌완 트리오의 부재부터, 5번에 걸쳐 7명이나 교체된 오락가락 라인업까지, 이른바 '최약체 대표팀'을 향한 시선 속에 불안이 가득합니다.

 

최고의 중심타선 "Big 3", 그러나 공존 가능?

  그러나 위안이 되는 것은 2000년대 최고의 타자들로 꼽히는 이승엽, 이대호, 김태균이 포진한 타선!

이승엽은 더 말할 필요가 없는 대한민국 역대 최고의 홈런타자,

이대호는 2010년 전무후무한 타격부문 7관왕을 비롯한 두번의 트리플크라운(타율, 홈런, 타점)의 주인공,

김태균은 고졸 신인 20홈런부터 시작해 지난 시즌 꿈의 4할에 도전했던 컨택과 파워를 겸비한 강타자.

  2000년대 후반 대한민국 국가대표 야구의 영광은 이들과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2006년 WBC에는 이승엽, 김태균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이승엽, 이대호가, 2009년 WBC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는 김태균, 이대호가 함께였지만 이들이 한 대표팀에 모두 모인 것은 처음입니다.

  그런데 이들의 공존이 꼭 반갑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의 포지션이 모두 1루수라는 점인데요. 이승엽은 좌투좌타로 1루 수비만 가능하고, 김태균도 1루수로만 활약해왔습니다. 이대호는 3루수비를 맡은 경험이 있긴 하지만...다들 아시다피시 수비요정이라는 별명만 남았습니다. 결국 1루수와 지명타자를 모두 활용한다고 하더라도 이 Big3 중 한 명은 벤치를 지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들의 운용법은 어떻게 될까요?

 

플래툰 시스템

  우선 플래툰 시스템이 운영될 것 같습니다. 선발예고제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입니다. 4번 이대호, 5번 김현수를 고정해두고 3번 자리에 김태균과 이승엽을 적극활용하겠다는 거죠. 물론 일반적인 플래툰 시스템이라면 상대선발이 좌완이면 김태균이, 우완이면 이승엽이 나갈 것입니다. 그런데 두 선수의 지난 시즌 성적을 살펴보면?

  김태균 우완 상대시(사이드암, 언더스로 제외) 0.375 / 좌완 상대시 0.323

  이승엽 우완 상대시(사이드암, 언더스로 제외) 0.286 / 좌완 상대시 0.316

이처럼 두 선수 모두 일반적인 플래툰 시스템에서 얻고자 하는 것과 반대의 강점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운용의 묘가 필요한 "Big 3"

  그렇다면 도대체 이들 Big 3는 어떻게 운용되어야 할까요?

  우선 이대호의 4번 타자 기용은 좋은 선택으로 보입니다. 지난 시즌 일본에서 활약하며 완전히 날개를 펼친 이대호이고, 또 타율이 여전히 너무 낮지만 Big 3 중 유일하게 홈런을 가동시키며, 타격감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그렇다면 대표팀의 3번 타자의 역할을 명확히 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시즌 둘 다 약간은 아쉬운 성적을 거두었지만, 최고의 테이블세터진으로 평가받는 정근우, 이용규가 앞에 있다면 3번 타자는 찬스를 이어줄 때 이어주고, 해결할 때는 해결할 수도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 자리에 더욱 적격인 것은 김태균으로 보입니다.

  김태균의 지난 시즌 출루율은 0.474, 정말 엄청납니다. 홈런이 약간 부족했다는 지적이 많고(16개), 그나마도 이른바 대전탁구장으로 불리는 한밭구장에서 기록한 것이 대부분(13개)라는 측면이 지적받기도 하지만 사실 김태균은 원래 전형적인 홈런타자라기보다는 컨택을 겸비한 중장거리 타자임에도 파워가 좋아 잘 맞으면 넘어가는 스타일의 타자입니다. 이는 김태균의 KBO 통산 타율 0.316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물론 통산 204홈런의 타자로서 장타력을 겸비하고 있음은 물론이고 지난 시즌의 홈런 부족은 사실 매우 약해진 팀 타력으로 인해 큰 스윙보다는 출루에 많이 치중한 결과라고 많은 분들은 지적합니다. 그러나 대표팀에서는? 대부분의 상대팀들이 국제대회에서도 위력을 보인, 그리고 지난 시즌 일본에서도 성공적인 시작을 한 이대호를 모를 리가 없고 그가 4번에 있는 한 김태균은 조금 더 장타를 노리면서 여차하면 출루에 치중해 찬스를 마련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승엽의 존재가치는 매우 높습니다. 대표팀 최고참급으로서 다양한 국제대회의 노하우를 전수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이런 덕아웃 멘토로서 이승엽을 명단에 포함시키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는 대한민국 최고의 홈런타자이며 수많은 빅매치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클러치히터입니다. 베이징올림픽 일본전에서의 역전 투런 홈런은 정말 잊을 수가 없죠. 그런 그가 대타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상대팀 벤치의 계산은 더욱 복잡해질 것입니다.

  덧붙여 플래툰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은 코칭스태프들이 결정할 사항이지만, 두 선수의 성적을 고려할 때도 그것이 유의미한지 의문이 남습니다. 물론 단기전에, 낯선 투수들을 상대하다보면 야구계의 일반적인 흐름(좌투수에게는 우타자를, 우투수에게는 좌타자를)으로 접근할 수 있겠지만 이승엽, 김태균 두 선수가 올 시즌 오랜만에 한국야구에 복귀한 선수들임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들은 '어느 정도 낯선' 투수들을 상대로 '어느 정도 유의미한' 차이의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사실 이렇게 글을 쓰면서도 선수들의 컨디션 자체가 좀처럼 올라오지 않아 걱정입니다. NC와의 마지막 연습경기에서 좀 살아나나 싶었던 타선이 대만 군인 올스타팀을 상대로 3안타를 기록했네요. 이런 상황에서는 운용법을 고민할 것도 없이 컨디션 올라오는 선수들로 타선을 짜야하는 것이 아닐련지... 아무쪼록 토요일부터는 화끈한 불방망이를 선보이시길! 대한민국 대표팀의 WBC 선전을 바랍니다.

 

 

사진출처 : KBO 홈페이지

Posted by 마산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