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호주전 대승을 염원하고만 있던 4일 월요일,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들이 가고시마 전지훈련을 끝마치고 귀국했습니다. 국내팀들과 일본 프로팀들이 대거 모여 이른바 오키나와 리그가 열린 오키나와와는 달리 큐슈 지역에는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 뿐이었던 데다가, 가뜩이나 우천으로 많은 경기가 취소되어 실전 예행 연습이 부족했다는 우려가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김시진 감독은 '주요 보직에 대한 확신이 있다'며 '남은 기간 재확인을 해보겠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과연 그의 구상은 어떤 것일까요?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2013년 이제 갈매기는 더 높은 곳으로 날아오를 수 있을까?

 

내구성 하나만큼은 최고라던 롯데 선발진은 어디로?

 2008년 로이스터 감독이 부임한 이후 롯데의 팀 컬러는 2011년까지 비교적 뚜렷했습니다. 리그를 압도할 만한 선발 에이스는 없지만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켜줄 만한 1~3선발진과 화끈한 타격이었죠. 그리고 불안한 불펜은 옵션이었죠. 그러나 2012년 이른바 양떼야구로 일컬어지는 불펜 중심의 야구가 드디어 롯데에서도 성공했습니다. 부활한 최대성과 최고의 2차 드래프트 영입 '꿀성배' 김성배, 그리고 그토록 염원하던 특급 마무리이자 '궁내 체고의 싱카볼 투수' 정대현, 구단 최다세이브 기록을 새로 쓴 김사율을 중심으로 쉽게 역전을 혀용하지 않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선발진은 실망스러웠습니다. 각각 4년, 2년 간 두자리 승수를 거둬온 송승준과 사도스키가 불운과 부진으로 10승 달성에 실패했습니다. 물론 15승 좌완 장원준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미션은 '유먼진' 유먼이 초과 달성했고, 이용훈이 다시 부활하며 붕괴는 겨우 막았지만, 불펜이 매우 강력해졌기 때문에 이전의 꾸준한 선발진의 부재가 더욱 아쉬웠던 한 시즌이었습니다.

 

원투 펀치는 확정적

 2013년 롯데 자이언츠의 원투펀치는 확정적입니다. 지난 시즌 나이트와 함께 최고의 용병투수로 꼽힌 유먼(13승 7패, ERA 2.55)이 에이스의 자리를 지켜주고, 5년 연속 두자리수 승수에는 실패(7승 11패)했지만 방어율을 3점대 초반(3.31)으로 크게 낮춘 송승준이 뒤를 받쳐야 합니다. 다행히 유먼의 페이스는 괜찮아 보이며, 송승준도 WBC 호주전에서 보니 컨디션이 나빠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송승준은 페이스를 빨리 올린 만큼 체력적인 부담이 걱정되기도 하지만, 지난 5년간 매년 153.1이닝 이상을 소화했고 리그 내 우완투수 중 가장 많은 이닝(연평균 165이닝)을 소화한 그의 체력을 믿어볼만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리치몬드입니다. 사실 마이너에서의 성적조차 신통치 않아 우려가 많았지만 어쨌든 198cm의 큰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묵직한 직구에 기대를 하기도 했었는데, 스프링캠프에 합류하자마자 부상으로 낙마했고 수술을 받아 최소한 두 달의 회복 기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사실상 퇴출로 가닥이 잡혀가는 분위기이지만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시즌이라 40인 로스터에 초청선수들까지 등판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수준급 용병을 수급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리치몬드의 빠른 회복과, 괜찮은 투수의 메이저리그 로스터 탈락을 동시에 기다리며 저울질하고 있는 롯데 프런트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을 것입니다.

 

선발후보 풍년, 그런데 3선발은 없다?

 하지만 여전히 토종 선발 후보들은 많은 롯데 자이언츠입니다. 이용훈, 이정민, 고원준, 이재곤, 진명호, 김승회 등이 있는데요. 그런데 이들은 대부분 풀타임 선발 경험이 없거나 매우 적고, 또는 부상과 슬럼프, 야구 외적인 문제로 회복을 필요로 하고 있어서 항상 꼬리표처럼 '모두 5선발 감이지 3선발을 맡을 선수가 없다.'는 코멘트가 붙습니다. 하지만 4월까지는 새로운 용병을 찾기 쉽지 않으므로 이들로 무조건 버텨야만 합니다.

 이들 중에서는 고원준과 이재곤의 페이스가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고원준은 지바롯데 2군과의 경기에서 5이닝 1실점을 기록했습니다. 야구 외적으로 한눈을 판다는 점에 대해 꾸준히 비판받았음에도 결국 지난해 말 사고가 터졌기 때문에 올해는 다시 야구에 집중해야 할 시기라고 봅니다. 젊은 혈기 때문에 성장기를 놓쳐버리기에는 그의 잠재력이 너무 아깝습니다. 또한 '손가락 장난'에 너무 치중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는 140km 후반에 이르는 묵직한 속구를 던질 수 있습니다. 아직 어깨도 싱싱한 편이고요. 그런데 그는 구속을 다양한 변종 투구를 통해 타자를 쉽게 맞춰잡으려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였습니다. 아직 젊은 그는 묵직한 속구와 슬라이더, 슬로우 커브로 타자들을 상대할 수 있습니다. 벌써부터 쉽게 타자를 상대하려고 하면 그의 성장이 멈춰 버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리그 최고의 우완 에이스로 손꼽히는 윤석민도 소위 '손가락 장난'에 능하다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의 묵직한 속구와 고속 슬라이더 사이에 종종 나타나는 손가락 장난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이재곤 또한 부활을 꿈꾸고 있습니다. 2010년 8승(3패, ERA 4.14)을 거두며 혜성처럼 등장했던 그는 지난 2년 간 속구 구속 증가와 커브 장착이 실패하면서 극도의 슬럼프를 겪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두산과의 경기에서 4이닝 4피안타 1실점을 기록하며, 자신의 주무기 싱커를 더욱 예리하게 다듬는 데 집중한 결과물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지난 시즌 리그 최고의 스윙맨이자 5선발이라고 평가받는 김승회, 커리어 하이를 찍었음에도 부상으로 결국 10승 달성에 실패해 다시 한 번 두자리 승수에 도전하는 '퍼펙트맨' 이용훈, 깜짝 호투로 SK를 잡아내던 이정민, 롯데 투수진의 최고 유망주 진명호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김승회는 지바 롯데 2군과의 연습경기에서 부진했고, 이용훈은 발목 염좌로 스프링캠프에서 초반 이탈했으며, 진명호와 이정민은 약점이 뚜렷합니다.

 

9구단 체제 속에서도 4, 5선발은 여전히 필요

 물론 9구단 체제로 이루어지는 특이한 일정 체계 상 이번 시즌은 1~3선발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입니다. 그러나 변칙적인 기용을 위해서라도 4, 5선발과 스윙맨을 겸할 선수들이 필요합니다. 여전히 롯데 선발진은 희망을 품게 하는 동시에, 많은 우려를 받고 있습니다. 이제 시범경기에서 그들의 능력을 보여주어야 할 때입니다.

 

여전히 불안하지만, '그'가 돌아온다

 조정훈, 2009년 다승왕이자 롯데에게 10년만의 포스트시즌에서의 승리를 안겨준 투수. 그가 팔꿈치 부상 이후 공익 복무까지 마치고 올 시즌 복귀할 예정입니다.

물론 무리해서 복귀하기보다는 6월 이후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정민태 투수코치는 조정훈 선수의 컨디션이 최대한 천천히, 완벽하게 올라오게 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다시 한 번 그의 명품 포크볼을 감상할 수 있을까요? 그가 다시 1군에서 저렇게 환하게 웃으며 포수와 하이파이브를 할 수 있는 날이 돌아온다면 정말 훌륭한 1~3선발과 좋은 4, 5선발 겸 스윙맨들을 보유한 롯데의 건실한 선발진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Posted by 마산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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