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연전에서 펄펄 날던 투수, 강력한 신인왕 후보가 되다
새내기였던 2011년 9월,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고연전(a.k.a. 연고전 or 정기전)을 보러 잠실에 입성했습니다. 고연전은 야구, 농구, 아이스하키, 럭비, 축구의 다섯 종목에서 승부를 겨루지만, 야구팬인 저는 다른 종목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습니다. 특히 전력상으로도 많이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 야구였기에 부푼 가슴으로 잠실에 온 고려대생들의 꿈을 짓밟은 것은 단 한 명의 에이스였습니다.
이미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신생구단 NC 다이노스 입단이 결정되어 있었던 그는 선발투수가 아니었습니다. 2회에 볼넷으로 위기를 자초한 선발 투수를 구원하며 등판한 그는 폭투 하나를 기록하며 승계주자에게 홈을 허락했지만 그것으로 끝이었습니다. 7.2이닝 무실점 6탈삼진을 기록하며 그는 자신의 마지막 연고전에서 우뚝 섰습니다.
네, 야구매니아이자 고려대 새내기였던 저에게 아픈 기억을 주었던 그 선수는 바로 나성범이었습니다. 그렇게 투수로서 아픔을 주더니 이제는 타자로서 또 저를 울립니다. 어제 경기에서 그는 고의사구까지 하나 포함해서 볼넷 3개에 3타수 1안타를 기록했고, 그 1안타는 10회 초 경기를 결정지은 2타점 결승타였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성범이 부상에서 회복해 1군 무대에 데뷔하자마자 개인 통산 1호, 2호 안타를 한 경기에서 홈런으로 터뜨린 것을 보며 감탄하기도 했지만, 아직 이른 시점에서 언론이 너무 띄운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어제 경기를 보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7회초 무사 1, 2루 찬스에서 견제사를 기록하며 위축될 수도 있었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았습니다. 10회 초 무사 1, 3루의 찬스에서 초구부터 깔끔하게 밀어쳐 좌중간을 완전히 가르며 승부를 결정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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