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한국프로야구의 아홉번째 심장, NC 다이노스의 1군 무대 데뷔전에 직관을 가볼까 생각도 했습니다만... 표가 없었습니다. 역시 야구의 열기가 대단합니다. 기세는 좋았지만 역사적인 첫 대결에서 부산아재들이 4:0 승리로 먼저 웃었습니다. 라이벌 구도에 대해서는 부정하더니 경기는 정말 안정적으로, 확실하게 가려고 하는 것이 보였습니다. 희생번트 시도, 김사율-이명우-김성배로 이어진 계투진까지. 남은 2경기의 결과도 궁금해집니다.



덜 풀린 날씨, 경기를 어렵게 만들다

 한국 프로야구사에 길이 남을 날이자, 창원시민들에게도 축제와 같은 날이었지만 사실 날씨는 이 중요한 날에 썩 적절하지는 않았습니다. 아침에 저도 출근을 하면서 느꼈습니다. 아 이거 기온이 갑자기 떨어져서 오늘 다이노스 홈 개막전에 선수들 몸이 덜 풀릴 수도 있겠다고요. 퇴근 시간 즈음부터는 강풍까지 더해졌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선수들이 뜬공 처리에 애를 먹더군요. 외야수들도 그랬고, 용덕한이 포수 파울 플라이를 놓치는 장면도 그랬습니다. 양팀 선발투수들도 제구가 완벽하지는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시범경기 때보다 갑자기 더 떨어진 기온 때문인 것 같습니다. 혹시나 이날 마산에 실제로 방문하지도 않고 뜬공처리를 트집잡으며 경기력 논쟁을 시작하시려는 분들이 있으시다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막무가내로 비판부터 하지말고 그날 상황이나 알아보고 비판하시라고.



외국인 선수의 흐름

 한때 외국인 선수하면 장타자들을 떠올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우즈, 호세, 서튼, 데이비스, 브리또, 브룸바, 가르시아 등 화끈한 장타력을 지닌 타자들로 승부의 흐름을 단번에 바꾸려는 의도였습니다. 그러나 최근 경향을 보면 정반대입니다. 사상 최초의 9구단 체제의 19명의 용병(기존 8개 구단 2명, 다이노스 3명) 모두가 투수입니다. 그리고 이 19명의 투수 중 8명이 좌완입니다. 팀들은 좌완 선발투수들을 원하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 오늘 그 중 두 명의 투수가 마산에서 맞붙었습니다.

쉐인 유먼은 에이스로서 지난 시즌 롯데의 마운드를 이끌었다.


 쉐인 유먼은 지난 시즌 거인군단의 에이스로 활약했습니다. 13승 7패에 ERA이 2.55였으니 더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공을 끝까지 숨기는 독특한 투구폼과 직구-체인지업의 조화로 타자들을 농락했습니다. 그러나 시범경기에서 부진하며 많은 이들이 이번 시즌의 활약을 장담하지는 못하고 있었습니다. 아담 윌크는 파이어볼러는 아니지만 140대 초중반의 직구에 다양한 변화구를 제구할 수 있는 투수입니다. 시범경기에서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예상과는 달리 경기는 팽팽한 투수전으로 진행되었습니다. 6회말까지 어느 팀도 점수를 내지 못했습니다. 두 선수 모두 팀의 에이스로서 자존심을 지켰고, 올 시즌의 활약을 기대하게 만드는 투구였습니다.

 쉐인 유먼의 묵직한 직구와 구속에서 차이를 둔 체인지업의 조화는 아직 1군 경험이 적은 선수들이 대부분인 NC 타선을 잘 막아냈습니다. 6회말 대주자 이상호가 도루를 시도했고 송구 실책으로 3루까지 진루해 2사 3루 상황에서 베테랑이자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중 유먼에게서 홈런을 뽑아내기도 했던 4번 타자 이호준을 상대했던 것이 가장 큰 위기였는데 역시 체인지업으로 잘 막아냈습니다. 아담은 어느 정도 분석이 끝났다는 분위기였습니다. 제구가 잘 된 공을 쉽게 쳐내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타자들이 도루 타이밍을 잡을 때 확신이 넘쳤고 과감하게 뛰었습니다. 세트 포지션으로 들어가기 전에 왼쪽 다리를 한 번 살짝 들었다가 내리고, 1루 견제 동장이 까다로워 보였지만 롯데 전력분석팀이 아담의 세밀한 습관을 포착한 듯 합니다.



박종윤

 개막 이후 꾸준히 롯데 팬들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그 이름, 바로 박종윤입니다. 개막전에서는 두 번의 만루찬스를 날리고 마지막 만루찬스에서야 팀에 끝내기 희생플라이를 선사하더니, 오늘 경기에서는 2회초 장성호와 황재균의 연속 안타로 맞은 무사 1루 2루 찬스에서 희생번트에 실패해 3루수 뜬공으로 1루 주자 황재균까지 횡사시키는 사고를 쳤고 팬들은 '역시 박종윤은 안돼.'라는 생각을 잠시나 품었을 것입니다(제가 그랬거든요^^;;). 그런데 5회초에 깔끔하게 밀어치는 좌전안타로 시즌 첫 안타를 신고하더니, 7회에는 무사 3루의 찬스에서 '제발 희생플라이라도 성공시켜라'는 팬들의 기대를 펜스 우중간을 넘어가는 홈런으로 초과 달성해버렸습니다. 그리고 8회에도 중전안타를 치며 타격감을 이어나갔습니다.

박종윤 선수의 호쾌한 골프 스윙이 시즌 내내 이어지기를 기원합니다.


 사실 박종윤은 풀타임 주전 자리를 처음 잡은 지난 시즌에도 초반에는 이대호의 공백을 훌륭히 메웠다는 평가를 받으며 출발했지만 기본적인 컨택 능력에서 한계를 드러내며 박한 평가 속에서 시즌을 마쳤던 경험이 있습니다. 올해 선구안을 더욱 발전시키고 스트라이크존을 조금 더 좁게 잡으며 노림수를 가진다면, 낮은 공을 잘 쳐내는 그의 특징을 살리며 더욱 좋은 선수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야구는 힘이 아니라 밸런스로 하는 것

 이날 경기를 보며 새삼 느꼈습니다. 야구는 힘이 아니라 밸런스로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박종윤에게 홈런을 허용한 이성민의 고개는 투구를 하는 중에 거의 1루 쪽을 향할 정도로 젖혀졌습니다. 1군 데뷔전이어서 더욱 그랬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힘이 잔뜩 들어간 채 제구는 안 되는 공이었습니다. 그렇게 던진 공치고는 신기할 정도로 낮게, 그리고 몸쪽으로 잘 제구된 공을 박종윤이 매우 깔끔하게 쳐냈습니다. 임팩트가 좋긴 했지만 파워 배팅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간결한 배팅이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오늘 경기의 결승 홈런으로 연결되었습니다.

 대전에서 펼쳐진 한화와 기아와의 경기에서도 비슷한 것을 느꼈습니다. 기아의 선발투수 양현종이 106번째 공을 던졌고 147km로 그 경기 자신의 최고 구속을 기록했습니다. 그러자 양상문 해설위원이 '힘을 빼고 던져야 더 빠른 공이 나오는데 아무리 힘을 빼려고 해도 그게 쉽지가 않다. 그런데 100구가 넘게 던지다보면 자연스레 힘이 빠지고 좋은 공을 던지게 될 수도 있다'는 내용의 말을 했습니다.



조금 더 완성된 경기력을 기대하며

 아무리 축제로만 기억하려고 해도 어쨌든 냉혹한 승부가 존재하는 프로들 간의 경기였습니다. 양팀 합쳐 4개나 나온 실책과 보이지 않는 더 많은 실책을 보면서 얼른 선수들의 경기력이 안정되기를 바랐습니다. 특히 롯데 입장에서는 파울플라이 처리에 실패하고, 2번의 도루 저지 과정에서 도루를 모두 허용하며 송구마저 2루 베이스를 넘어가 버렸으며, 포수로서 가장 기본인 투구의 포구가 원만하지 못했던 용덕한이 아쉬웠습니다. 특히 투수들의 결정구를 몇 번 받았다가 떨어뜨리는 장면은, 심판의 판정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하며 투수들의 심리적인 불안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또한 9회초는 정말 놀라울 정도로 어수선한 공수를 주고 받았습니다. NC 내야의 베테랑 이현곤이 안일한 타구처리에 이은 무리한 송구로 선두타자 전준우를 2루까지 보내더니 문규현이 희생번트에 실패해(이날 경기 롯데의 네번째 희생번트 시도이자 세번째 실패...) 전준우가 아웃되어 1사 1루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위기를 넘기는가 싶더니 다이노스의 투수 이태양은 바로 손아섭을 맞추어 1사 1루 2루 위기를 자초합니다. 여기서 강민호의 2루수 앞 땅볼을 5-6-3 더블플레이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악송구가 발생하자, 그 와중에 2루 주자 문규현이 홈으로 쇄도했지만 태그 아웃되어 버린 것입니다. 시즌 초반이니 호흡이 잘 안 맞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타선이 원래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NC나, 최근 꾸준히 약해진 롯데나, 세밀한 야구로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작전 수행과 수비가 필수입니다.





타 구장 경기 짧은 리


SK 대 두산

 지난 시즌 부진했던 이종욱, 정수빈이 살아나고 허경민이 가세해 오재원의 1루수 전환은 성공적으로 보입니다. 클린업트리오는 김동성(김현수-김동주-홍성흔)이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으니 발 빠른 타자들이 안타치고 볼넷 골라 출루해서 주루플레이도 흔들어주기만 하면 무시무시할 수밖에 없습니다.


LG 대 넥센

 올 시즌 첫 '엘넥라시코'는 이성열의 스리런 홈런으로 기억되겠습니다. LG의 좌완 에이스 주키치의 공을 밀어서 넘겼다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기존의 LPG(이택근-박병호-강정호)에 유한준, 이성열까지 제몫을 해준다면 무시무시한 장타들을 보게 될 것 같습니다. 장기영의 바운드볼 안타는 진기명기. 손승락의 깔끔하지 못한 마무리는 아쉬움.


한화 대 기아

 김응룡 감독 : "말년에 한화라니, 말년에 한화라니!!!"

 도저히 게임을 운영하기 위한 계산이 안 서는 한화의 마운드입니다. 세 경기 동안 사사구가 26개입니다. 그 중에는 밀어내기도 많습니다. 타선은 그나마 김태완-김태균이 중심을 잡고 이대수-오선진이 테이블세터로 분전하고 있지만 마운드가 이래서는 승리할 수 없습니다. 김주찬의 50억원도 싸게 샀다는 평가를 들으려고 하나 봅니다. '르루랄라' 앤서니의 9회가 깔끔하지 못했다는 점이 불안합니다.


사진출처 : 롯데 자이언츠 공식 홈페이지

Posted by 마산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