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8개구단이 두 경기씩 개막 2연전을 치루며 2013 한구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한 팀만은 형님들의 경기를 약간의 긴장감과 함께 집중해서 바라만 보았습니다. 바로 '아홉번째 심장' NC 다이노스입니다. 한국 프로야구 최초의 아홉번째 구단이 오늘 드디어 1군 데뷔전을 갖습니다. 그것도 그렇게 자신들의 창단을 반대했던, 이른바 '낙동강 더비'의 지역 라이벌을 형성할, 그리고 한때 마산 야구팬들이 그렇게 사랑했던 롯데 자이언츠를 상대로!

3월 22일 금요일에 펼쳐진 롯데 대 NC 시볌경기에 몰린 관중들 

 

 

개막 3연전 너희는 꼭 잡겠다.

 NC는 지난 주말 개막 2연전을 치르지 않은 만큼 이번 3연전에 ACE 트리오(아담 윌크-찰리 쉬렉-에릭 하커)를 차례대로 투입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세 외국인 투수들은 영입된 직후부터 매우 좋은 투수들이라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시범경기를 거치며 야수들의 실책 때문에 무너지기도 했고, 매우 압도적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선수들은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꾸준히 자신들의 몫을 해줄 능력이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특히 야수들의 도움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롯데 또한 이번 3연전에 지난 시즌의 원투펀치 유먼-송승준을 모두 내보내겠다는 계획입니다. 지난 시즌 13승 7패 ERA 2.55에 빛나는 쉐인 유먼을 홈 개막 2연전에 투입하지 않은 것은 분명 컨디션 문제도 있었겠지만 지역 라이벌이 될 지도 모를 상대를 확실히 처리하며 기세를 올리겠다는 의도가 표현된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송승준-옥스프링으로 나선 개막 2연전도 모두 짜릿한 끝내기 승리를 거두며 기세까지 올렸습니다. 비록 개막전에서 송승준이 부진했지만 그는 이번 3연전의 마지막 경기에 다시 나설 계획입니다. 그렇다면 수요일 경기에는 고원준 정도가 나서게 될 것입니다. 이재곤도 가능성이 없진 않고 김승회는 개막전에서처럼 롱릴리프로 남겨둘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산아재, 그들은 모두 어디로 갔나?

 마산아재, 야구팬들이라면 그들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겁니다. 아재는 아저씨의 경상도 사투리입니다. 그냥 동네 아저씨부터 친척 중에서 당숙들도 아재라고 부릅니다. 요즘에는 많이 변했습니다만 흔히들 롯데팬들을 꼴리건이라고 부르며 그들의 열정 넘치는 응원에 놀라기도 했지만 사실 마산아재들은 그 롯데팬들 중에서도 말하자면 정예부대와 같은 이들이었습니다.

 야구장 안에서 소주를 마시는 건 약과였죠. 지난 주말 사직에서 직관할 때도 생수통에 소주를 담아와서 사이좋게 나눠마시는 부산아재들 옆에서 경기를 봤습니다. 다만 그걸 대놓고 경기장 안에서 팔고, 안주로는 경기장 내에서 버너로 불을 피워 구어낸 삼겹살이 옆에 있고, 그 소주병들이 경기가 끝나면 이곳저곳에 널부러져 있던 장면이 다를 뿐입니다. 소주로 끝나지 않고 양주병을 까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약주 한잔 거하게 하시고는 호투하는 상대팀 투수(쌍방울 레이더스의 성영재)를 새총으로 저격해버리거나, 경기 직후 버스를 뒤집어버리고 감독에게 청문회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야구장 내에서 오물과 빈병 투척 등 난동을 일으키다가 마침 운동장 밖의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경찰이 발사한 최루가스가 야구장 안으로 바람을 타고 들어오자 야구장을 통째로 아수라장을 만들어 양팀 선수들을 창고로 피신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빙그레전 1988년 5월 25일)

 그러나 역시 백미는 용접기 사건이죠. 당시 마산구장의 수용 인원이 18,000명 정도였을 겁니다. 1년에 10번 남짓한 마산구장 경기에 마산아재들이 출동하지 않을리가 없고 표는 당연히 매진되었죠. 그러자 마산야구장 인근의 마산 수출자유지역(현재의 자유무역지역), 창원 국가산업단지(제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회사가 있는 곳이죠.)에서 용접공들이 출동해 운동장을 철문을 뚫어버린 사건입니다. 그렇게 입장한 관중들은 좌석이 없자 중계석 지붕 위에 앉아 응원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리고 2004년에 있었던 선수단 감금 사건도 있습니다. 7월 8일 두산과의 더블헤더 경기에서 무기력하게 두 경기 모두 패하자 인의 장막을 만들어 선수단 출입구를 완전히 봉쇄해 30여 분 뒤 경찰이 출동하기 전까지 선수단이 경기장을 빠져나가지 못했던 것입니다.

 물론 이런 충격적인 사건들이 앞으로 다시 발생해서는 안 됩니다. 성숙해진 경기 관람 문화는 더 이상 이런 추태를 옹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미친듯이 롯데를 응원하던 그때가 그립기도 합니다. 팍팍한 현실 속에서 경기장에서나마 열정을 불태우던 그 많은 마산아재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요. 그저 소시민들로 돌아갔을 뿐인가요.

 

 

다이노스, 마산아재들 앞에서 단디 하자!

 분명 롯데 자이언츠는 한국 최고의 인기구단이지만, 롯데는 영남권에서 그리 인식이 좋지 않은 기업입니다. 유통 등에 치중한 사업은 고용창출도 적을 뿐더러 사실 지역경제를 위해 한 게 뭐냐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자이언츠 구단 또한 시즌이 끝나기만 하면 짠돌이 모드로 연봉 협상에 임해 선수들과 팬들의 가슴에 열불이 나게 만듭니다. 특히 마산의 팬들은 차츰차츰 줄어든 마산구장 홈경기에 불만도 많았습니다. 제가 초등학생 때는 한 시즌에 12경기였는데 어느새 6경기로 줄어있더군요.

 그러나 이곳 팬들은 어려서 최동원을 보며 자랐고 염종석, 주형광, 박정태에 열광했고 어른이 되어서는 손민한, 이대호에 미쳐 있던, 정말로 야구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들입니다. 이제 자이언츠에 대한 반감은 다이노스에 대한 열렬한 응원이 되었습니다. 제가 시범경기 NC 대 롯데에서 보았던 NC 팬들의 '여기 부산아이다. 마산이다 XX들아!'라는 외침이 절대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입니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정치논리의 개입으로 홈 구장 입지 문제가 있기도 했습니다만, 어쨌거나 이제 새로운 홈팀을 맞는 마산아재들입니다. 여성팬들과 가족단위 관중들이 많아졌습니다만, 다이노스 선수들이 절대 마산아재들이 지켜보고 있음을 잊지 않길 바랍니다.

 

 

 

사족(진지하니까 궁서체로)

박완수 통합창원시장이 다이노스의 홈 개막전에 참석한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홍준표 도지사가 참석하니 어쩔 수 없이 오는 것이겠지만

말도 되지 않습니다. 지역민들의 축제에서 그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야구장은 국가의 소유이되, 야구를 사랑하는 팬들의 것입니다.

Posted by 마산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