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한국프로야구의 '아홉번째 심장' NC 다이노스가 LG를 상대로 4 : 1로 승리하며 역대 신생팀 중 가장 늦게(빙그레 개막 3연패 뒤, 쌍방울 개막전에서 첫 승) 첫 승리를 신고했습니다. 명장 김경문 감독과 훌륭한 코치진 이하, 많은 선수들이 각고의 노력 끝에 이루어낸 소중한 1승이었습니다.


나 이래봬도 황태자야.

 지난 시즌부터 2군리그에 참가한 NC 다이노스는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1군무대에서도 통할지 모른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가능성이 실현되기까지는 시간이 약간 걸렸습니다만, 이 독주는 투타에서 중심을 잡은 나성범과 이재학 덕분이었습니다. 공격지표 대부분에서 상위권에 랭크되며 유력한 신인왕 후보라는 평가까지 들었던 나성범 선수가 부상으로 아직 시즌을 시작하지 못했지만, NC에게는 15승 2패 ERA 1.55의 성적을 거두며 남부리그 다승, 방어율 1위 자리에 올랐던 이재학 선수가 있었습니다.

 지난 시즌 활약으로 당연히 ACE 트리오(아담-찰리-에릭)를 받칠 유력한 4선발 후보였던 이재학 선수는 특별한 부상이 없었음에도 컨디션 난조를 겪으며 개막 이후 첫번째 로테이션을 걸렀습니다. 그러나 NC의 황태자는 시즌 첫 등판에서 팀의 연패를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움을 완전히 털어버리는 호투를 보여 주었습니다. 6이닝 7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 맞춰잡는 피칭은 효과적이었고 장기인 서클체인지업은 굉장했습니다. 위기였던 5회말 1사 2, 3루에서 실점하지 않으며 위기관리 능력도 선보였고, 날랜 견제로 '슈퍼소닉' 이대형을 아웃시키며 경기를 잘 풀어나간 덕분입니다.

 이재학은 어리지만 이미 시련을 경험해본 선수입니다. 2010년, 대구고를 졸업하고 주목을 받으며 두산에 입단했지만 팔꿈치 상태가 좋지 않았고 1군무대의 수준을 느끼며 성적이 좋지 못했고, 이후 2차 드래프트에서 NC에 지명되어 입단하게 되었습니다. 어제 경기는 2010 시즌이 끝난 이후 이재학 선수의 첫 1군 등판이었습니다. 1군에서 뛰지는 않았지만 2년간 이재학은 많이 성장했고, 당당히 팀의 창단 첫 정규시즌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이재학과 나성범은 NC의 미래이다. (사진출처 : NC다이노스 홈페이지)


그러나 여전한 숙제

 팀 타선 또한 1회초부터 선취점을 내며 이재학의 어깨를 가볍게 만들었습니다. 이미 삼성과의 두 게임, LG와의 앞선 두 게임에서 경기 후반 추격하는 뒷심을 보여주며 기대가 점점 높아지고 있던 공룡군단의 타선은 신정락의 제구가 흔들리는 틈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한 김종호가 도루를 기록하며 득점권에 나가고 차화준, 조영훈, 이호준의 연속 안타로 2점을 만들어낸 장면은 NC 타선의 기동력과 집중력을 모두 보여준 좋은 예시였습니다.

 그러나 권희동의 볼넷까지 나오며 계속된 무사 만루의 찬스에서 앞서 지적되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아쉬운 주루 플레이를 보이며 추가득점의 기회를 잃었습니다. LG와의 첫 경기 리뷰에서도 언급했지만, 내야수의 수비방향으로 향하는 라인드라이브 타구에는 우선 베이스쪽으로 돌아오는 움직임을 보여야 합니다. 베테랑인 이호준이, 이미 2점을 앞서있고 여전히 좋은 찬스인 상황에서 타구의 질을 확인하지 않고 무게중심을 3루쪽으로 옮긴 것은 안타깝습니다. 또한 권희동이 견제사를 당하며 잔루 2개를 남긴 것도 아쉬웠습니다. 9회초 1사 1, 2루에서는 더 허무한 장면이 나왔습니다. 2루주자 최재원이 크게 몸을 한 번 3루로 향하다가 다시 귀루하는데 1루주자 마낙길은 완전히 도루 스타트를 끊어버린 것입니다. 노련한 상대포수 현재윤은 성급하게 2루나 1루로 공을 뿌리지 않고 직접 공을 들고 주자들을 몰며 2루주자를 잡아버렸습니다. 리드를 잡은 상황이었고, 경기가 승리로 끝났으니 다행이지만 절대 팽팽한 승부에서는 나와선 안 될 장면이었습니다. 전준호 주루코치가 앞으로 할 일이 많아 보입니다.


공룡군단의 건승을 기원하며

 어쨌거나 기분 좋은 첫 승리입니다. 그동안 NC를 괴롭혀 온 것은 바로 실책이었습니다. 어제 경기 이전까지 7경기에서 13개나 되는 실책이 쏟아져 나오며 좋은 공을 던진 투수들을 울렸고 자멸했지만 실책이 없어지자 실점도 줄었습니다. 결국은 경험과 자신감의 문제입니다. 우선 첫 승을 거두며 자신감을 회복했으니 한 가지 조건은 충족되었습니다. 앞으로 차근차근 경험을 쌓아나가며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합니다.






 한편 한화는 오늘도 삼성에 패하며 시리즈 스윕을 내주는 동시에 개막 10연패를 기록했습니다. 2003년 롯데의 개막 12연패 기록에 2패만 남았고 김응룡 감독 개인적으로는 2004년 삼성에서 이후 두번째로 경험하는 10연패입니다. 선수들은 자발적으로 머리를 짧게 깎고 삭발투혼을 불살랐지만, 상대팀의 선발출전 타자 전원이 안타를 기록할 정도로 일방적인 경기였습니다. 정말 암담합니다.


붕괴된 선발진

 안 그래도 지난 시즌이 끝나고 류현진, 박찬호, 양훈이 빠져나가며 선발진에 큰 구멍이 뚫렸던 한화입니다. 그나마 기대를 걸었던 것은 지난 시즌 마무리에서 선발 전환 이후 좋은 성적을 보인 바티스타와 타팀 스카우터들 또한 이전부터 주목해왔던 새 외국인투수 이브랜드였습니다. 여기다 지난 시즌 한 단계 더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은 김혁민과 이제는 각성할 때가 된 '7억팔' 유창식을 더해 선발진을 꾸려나갈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시즌이 시작되고 나니 제몫을 하는 것은 바티스타 뿐입니다. 수요일 삼성과의 경기에서도 7이닝을 4실점으로 버텼고, 4일 기아전에서는 6.1이닝 3실점으로 QS(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13탈삼진을 기록해 역대 외국인투수 한 경기 최대 탈삼진 타이기록을 세웠습니다. 그러나 이 두 경기에서 그에게 돌아온 것은 2패뿐입니다. 원래 허약한 불펜진은 시즌 초반 완전히 제구를 잃었습니다. 그럴수록 선발진이 긴 이닝을 막아주어야 하지만 7회 이후에도 마운드를 지킨 선발투수는 바티스타와 이브랜드 뿐입니다.

한화이글스 외국인 투수들의 어깨가 무겁다. (사진출처 : 한화이글스 홈페이지)


실책은 적다 그러나 수비가 불안하다

 지난 시즌 초반 한화가 꼴찌 자리로 추락한 데는 투수의 '멘붕(멘탈붕괴)'을 초래하는 연속된 실책과 어이없이 공격의 흐름을 끊는 주루사의 영향이 컸습니다. 그러나 이번 시즌은 아직 10경기에서 5실책으로 시즌 초반 너나할것 없는 실책 퍼레이드의 상황에서는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무서운 것은 볼넷입니다. 10경기에서 51개로 2위입니다. 그나마도 얼마전보다 많이 나아진 수치입니다. 특히 불펜투수들은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고 주자만 내보내기 일수였습니다. 이와중에 실책으로 기록되지 않지만 아쉬운 플레이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한화의 경기를 보면 중계 과정이 원활하지 않고 아슬아슬한 경우가 태반입니다. 이래서는 경기 운영에 계산이 서질 않습니다.


아직 희망은 있다

 아무리 '코끼리' 김응룡 감독이 명감독이라지만 지금의 이 상황은 그에게 너무 가혹하고 힘든 시기일 뿐입니다. 통산 1476승의 노장이 10경기를 더 치렀음에도 승수를 추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왜 전설로 남지 않고 하필이면 가장 프로야구 감독의 고뇌를 잘 보여주는 한화 이글스 감독으로 부임했는지 안타깝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희망을 잃으면 안 됩니다. 김응룡 감독은 10연패가 처음이 아닙니다. 2004년 삼성 감독 시절에도 이승엽, 마해영 등이 빠져나가며 경험해보았던 10연패입니다. 그러나 그 시즌 삼성의 최종 성적표는 2위였습니다.





두 팀은 다음주 화요일, 대전구장에서 9위 자리를 걸고 단두대 매치를 펼친다. (사진출처 : 한화이글스 홈페이지)


P.S. 오늘은 명확하게 희비가 갈렸지만 일찌감치 전문가들과 팬들이 9위를 다툴 것으로 예상했던 NC와 한화입니다. 정말 이 두 팀이 맞대결을 치르기 전까지 승리가 없을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하던 걱정은 NC가 첫 승리를 거두면서 다행히도 없어지게 되었습니다. 한화도 LG와의 3연전에서 시즌 첫 승을 신고하여 다음주 화요일, 두 팀이 적어도 승리의 손맛은 본 상태에서 맞대결을 펼치길 바랍니다.

Posted by 마산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