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잠실, 목동, 대구, 대전의 네 구장에서 경기가 시작되며 2013 시즌의 후반기가 시작되었습니다. 후반기를 시작하며 다시 전문가들은 각자 가을잔치에 초대받을 네 팀을 예상했고, 충격적이게도 롯데는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비록 전반기 막판 힘이 떨어지며 4위 자리를 두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던 기아와 두산에 밀려 6위로 전반기를 마쳤지만, 2위까지 넘보기도 했고 여전히 3위의 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하고 있는 롯데에게는 가혹한 평가일 수 있었습니다.
평균자책점 3위에 어울리지 않는 불안한 불펜
그러나 삼성, LG와 함께 3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하고 있는 기록에 비해서, 체감할 수 있는 이번 시즌 롯데의 마운드는 그다지 위력적이지 않습니다. 이는 불펜진의 붕괴와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지난 시즌 김성배-이명우-최대성-정대현-김사율로 이어지던 리그 최고 수준의 불펜은 부상과 부진으로 망가졌습니다. 최대성은 시즌 아웃 되었고 김사율의 부진은 깊어지고만 있습니다. 김성배가 겨우 마무리를 지키고 있고 FA 보상선수로 영입한 김승회가 마당쇠 노릇을 하고는 있지만 무엇보다도 아픈 것은 정대현은 끝 없는 부진입니다.
WBC에서도 건재함을 알렸기 때문에 이번 시즌 정대현이 이렇게 무너지리라는 생각은 할 수 없었다.
(3월 22일 시범경기 NC vs. 롯데 @마산구장)
2000년대 이후 최고의 불펜 투수
2000년대 이후 최고의 마무리 투수를 뽑으라면 당연히 오승환이겠습니다만, 최고의 불펜 투수를 뽑으라면 주저없이 정대현을 뽑을 것입니다. 통산 1.98의 평균자책점, 한 시즌 최다 피홈런이 4개인 낮은 피장타율, 국가대표로서도 충분했던 임팩트(시드니 올림픽 미국전 선발등판, 베이징 올림픽 결승전 마무리)는 메이저리그까지 넘보았던 뛰어난 실력을 다 보여주기에는 되려 부족해 보입니다.
정대현의 통산 성적을 살펴보면 이번 시즌이 얼마나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지 알 수 있다. (사진출처 : 네이버 스포츠 데이터 센터)
FA 계약으로 롯데에 합류한 첫 시즌이었던 작년에도 비록 시즌 중반에야 합류했지만 철벽 셋업맨, 포스트시즌에서는 마무리까지 맡으며 이번 시즌 주전 마무리 투수로 낙점받은 그였습니다. 그러나 개막 2연전의 두번째 경기부터 블론세이브를 기록하며 불안한 시작을 보였습니다. 그 경기에서 해설자가 말했습니다. '정대현 선수가 저렇게 연거푸 안타를 허용하는 것은 처음 본다'고. 어쩌면 그것은 가혹한 FA 2년차의 전주곡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전반기가 끝나갈 무렵부터 김시진 감독은 자꾸 정대현을 마운드에 올렸습니다. 결국은 이름값을 해내리라는 믿음, 그리고 마땅히 믿을만한 불펜투수가 없는 현실 등이 만들어낸 잦은 등판에서 정대현은 자꾸 맞아나갔습니다. 그의 전매특허인 끝이 떠오르는 커브의 각이 한눈에 보아도 예리하지 못했고 전반기 성적은 4.55의 평균자책점, 3할 3푼의 피안타율, 그리고 블론세이브 4개. 도저히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었습니다.
유먼의 2년 연속 10승보다도 반가운 '여왕갈매기'의 귀환
그리고 후반기의 시작. 장소만 사직구장에서 한밭구장으로 바뀌었을 뿐, 시즌 개막전의 상대팀이었고 그에게 첫 블론세이브를 안긴 팀이었던 한화와의 경기에서 다시 정대현이 등판했습니다. 3점 차로 앞서나가다가 7회말 적시타와 밀어내기 사구로 2점 허용하며 5:4의 아슬아슬한 리드에 1사 만루의 대 위기. 롯데팬들은 아마 모두 불안에 떨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대현은 조정원과 이학준에게 연속해서 변화구로 삼진을 잡아내며 리드를 지켰고 그 한 점의 리드가 롯데에게 3연패를 끊는 후반기 첫 승을 안겨주었습니다. 바깥쪽 제구는 정확했고 공끝은 예리했습니다. 고작 한 경기에 지나지 않았지만 올스타전 휴식기 동안 체력을 회복하며 돌아온 정대현을 기대해봐도 좋은 홀드였습니다.
지난 시즌에도 롯데 자이언츠는 정대현이 불펜에 합류하며 더욱 탄탄해진 마운드를 통해 준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4강 청부사 '여왕갈매기'가 돌아왔습니다. 롯데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부디 좋은 컨디션과 체력을 유지하며 시즌 막판 승부처까지 정대현-김성배의 잠수함 원투 펀치가 롯데의 뒷문을 든든히 지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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