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지금 이 시간에야 어제 경기 포스팅을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싶다가도, 물량이 줄어서 회사에서도 할 일이 없고 어제 직관 다녀온 것도 아깝고 해서^^ 어제 내심 출근할 때부터 일찍 마치면 야구장으로 바로 가볼까? 생각을 했는데 정말 일찍 마쳐서 바로 야구장으로 향했습니다. 저는 혼자니까 단촐하게 삼각김밥 하나 먹고 음료수 하나 들고 갔죠. 사실 정규시즌 경기를 혼자 가본 건 처음입니다. 시범경기는 두 번 혼자 가봤는데요. 이렇게 먹을 것도 안 들고 야구장 가본 것도 처음이네요.

 퇴근시간이라 차가 막혀 조금 늦어지기도 했고 경기 시작 이후에도 매표소에 사람이 좀 많아서 1회말에야 입장했습니다. 입장해보니 1회초에 롯데가 이미 2점을 냈더군요. 정말 오래간만에 본 경기초반의 선취점이었습니다. 저는 평소에 예매를 해두고 경기를 가는 편이라 이렇게 2층 내야석 같은 곳에 앉는 것 별로 안 좋아하는데 또 나름대로 높은 곳에서 경기 상황을 내려다보는 운치도 있더군요. 경기 결과는 롯데의 5:1 낙승이었습니다.

 

 

1군 무대 30년의 짬밥

 롯데 자이언츠는 삼성 라이온즈와 더불어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부터 지금까지 연고지와 모기업, 구단명이 바뀌지 않은 유이한 구단입니다. 물론 단 한 시즌도 6할 승률을 달성해보지 못했고, 정규시즌 1위도 차지해보지 못했지만, 최근 5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했고 1군에서 '짬밥'이 쌓인 롯데는 NC 다이노스에게 한 수 가르쳐 준 3연전이었습니다.

 가르침은 1회초부터 시작되었습니다. 2사에 박준서가 3루 전준우가 1루에 있는 상황에서 전준우가 먼저 2루 도루를 시도했습니다. 포수 김태군은 3루주자를 확인하지 않고 바로 2루로 송구를 했고 그사이에 3루주자가 홈으로 들어왔습니다. 딜레이드 더블 스틸이었습니다. 적시타 없이 선취점을 허용한 에릭과 김태군 배터리는 허탈해 했습니다.

 그러나 1회말 곧바로 NC도 선두타자가 출루했습니다. 그리고 2번타자 박민우가 우중간의 좋은 코스로 타구를 날렸습니다. 순간 NC 팬들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환호했지만 이내 타구가 우익수 손아섭의 글러브 안으로 빨려들어가는 것을 보고 허탈해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2년 연속 골든글러브 수상에 빛나는 손아섭의 좋은 수비였습니다.

 송승준의 구위는 완전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안타 5개를 혀용했고, 볼넷도 4개가 있었습니다. 그는 전형적인 슬로우 스타터로 날씨가 더워지면 힘을 내는 스타일의 투수입니다. 그러나 그는 스스로 위기를 마무리지을 능력이 있는 에이스였습니다. 패스트볼 구속이 140대 초반에 머물렀지만 커브볼과 스플리터에 NC 타자들은 연신 헛스윙을 했고 삼진 6개를 잡아내며 6.1이닝을 1실점으로 막아냈습니다. 특히 5회말 노진혁의 박종윤이 힘겹게 막아낸 1루수 앞 땅볼을 빠른 베이스 커버로 잘 잡아내며 역시 수비 측면에서 형님의 면모를 뽐냈습니다. 김사율은 7회말 팀의 세번째 투수로 출전해 경기를 마무리하며 세이브를 올렸습니다. 올 시즌 5경기 동안 김사율의 성적은 2승 1세이브입니다.

김사율이 9회말 마지막 타자 허준을 삼진 처리하며 PK더비의 스윕을 완성하는 순간.

 

스스로 자멸한 NC, 수비불안부터 해결해야

 반면 NC는 자멸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경기였습니다. 2루수와 유격수가 송구한 공이 안정적으로 1루수의 미트로 향한 것이 별로 없을 정도였습니다. 김태군이 더블 스틸에 당황하며 선취점을 내준 것도 유격수 실책으로 박준서가 2루까지 출루하며 만들어진 상황입니다. 이전에  기본 기량도 부족할 수 있겠지만 키스톤콤비를 이루는 박민우-노진혁은 1군 경험이 전혀 없는, NC가 드래프트에서 지명한 신인들입니다. 나이도 박민우가 93년생, 노진혁이 89년생으로 매우 어립니다. 이들이 1군 첫 시리즈에서 긴장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7회초 문규현이 야수선택으로 출루한 이후 홈 송구가 벗어나 덕아웃으로 들어간 상황

 

 그런데 더 큰 문제는 클러치 상황에서도 공격도 부진하고, 포구조차 안정적이지 못해 가장 불안한 선수라고 지목되고 있는 선수는 바로 1군 경험도 나름대로 풍부한 조영훈이라는 점입니다. 조영훈은 지난 시즌 기아로 트레이드된 이후 후반기에 연속된 실책으로 많은 질타를 받았는데 이번 시즌에도 전혀 달라진 점이 없어 보입니다.

 홈팬들은 패배가 유력한 상황까지도 열정적으로 쉬지 않고 다이노스를 응원했습니다. 언제쯤 그들의 승리에 대한 염원이 실현될지, 그 날이 와서 '아홉번째 심장'이 얼른 프로야구판에 자리잡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마산 홈팬들의 응원은 마산갈매기라 불리던 시절만큼, 아니 더 뜨겁습니다. 승리에 대한 염원이 더욱 간절하기 때문입니다.

 

 

개막 5연승의 롯데, 그러나 아직 검증은 끝나지 않았다

 롯데는 기분 좋은 개막 5연승이었습니다. 그리고 내심 라이벌 구도에 대해 가졌던 부담도 날려버리는 기분 좋은 시리즈 스윕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롯데의 작전 수행이나 세밀한 야구는 완성 단계가 아닙니다. 이날만 주루사가 3개 기록되었습니다. 1회초 장성호의 홈쇄도는 2사 이후였고 김종호의 송구가 좋았다고 볼 수 있지만, 문규현의 두 번의 주루사는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2회에는 런앤히트 작전이 실패하며 더블플레이로 연결되었습니다. 그리고 7회에는 2사 만루의 상황에서 손아섭이 2루수 앞 땅볼을 쳤지만 전력질주와 송구 실책으로 세이프되는 상황에서 2루주자였던 문규현이 3루까지만 뛰고 홈으로 바로 주루하지 않다가 당한 아웃이었습니다. 아직 4점 차이고 NC의 공격 기회가 세 번 남아있는 상황에서, 안일한 '산책주루'는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오늘부터 롯데는 기아와 3연전을 갖습니다. 그리고 다음주중 3연전에는 휴식을 취하고 주말에 두산을 상대합니다. 그 다음 주말 시리즈는 삼성입니다. 시즌 개막전 3강으로 꼽히던 팀들을 연달아 상대하면서 이렇게 세밀한 플레이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인다면 초반 연승으로 얻은 좋은 분위기가 꺾일지도 모릅니다. 또한 어찌어찌 승리는 가져왔지만 불안한 불펜도 검증을 거칠 시간이 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전문가들이 4강 탈락 후보로 뽑았던 롯데가 연승을 이어나가며 전문가들의 콧대를 납작하게 만들어주기를 기원하고 있습니다. 오늘 김진우를 상대하며 제 바람이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마산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