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한국프로야구는 사상 첫 9구단 체제를 맞았습니다. 자연스레 사람들의 관심은 첫 9위의 주인공은 누가 될 것인지에 쏠렸습니다. 전문가들도, 보통 야구팬들도 공통적으로 두 팀을 유력한 후보로 뽑았습니다. 바로 한화와 NC입니다. 그리고 한화가 6경기, NC가 4경기를 치른 현재 두 팀은 전패하여 승률 0.000으로 공동 8위, 다시 말해 공동 꼴찌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화 타이거즈?' 승리만 할 수 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한화는 올 시즌 큰 전력 누수를 겪었습니다. 팀의 에이스이자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의 투수인'괴물', '소년가장' 류현진이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LA 다저스로 떠났고, 정신적 지주가 되어줄 것으로 믿었던 박찬호가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풀타임 선발로서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양훈은 군에 입대하여 팀을 떠났습니다. 한 번에 선발 투수 3인이 팀을 떠난 것입니다. 안 그래도 최하위로 손꼽히는 전력에 이런 누수까지 더해졌으니 한화의 첫 9위 등극에 대한 예측은 당연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믿는 구석은 있었습니다.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에 빛나는 '코끼리' 김응룡 감독이 오랜 야인 생활을 끝내고 한화의 감독으로 부임했습니다. 이후 김성한, 이대진, 이종범 등 해태의 전성시대를 이룩했던 김응룡의 제자들이 코치로 부임하며 승리의 DNA를 팀에 주입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타선에서도 김태완과 정현석이 돌아와서 지난해보다는 개선되었다는 평가였습니다.



패기 넘치는 막내의 돌풍을 기대하다

 NC는 올 시즌부터 1군 무대에 진입한 한국프로야구의 '아홉번째 심장'입니다. 이재학과 나성범이라는 퓨쳐스 리그 최고의 투수와 타자를 배출하며 리그를 지배하며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고, 2차 드래프트와 FA 계약에서는 팀의 부족했던 부분을 메우기 위해 김종호, 김태군, 이승호, 송신영, 고창성, 이호준, 이현곤 등이 영입되어 짜임새가 확 업그레이드 되었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새로운 홈팀을 맞는 홈팬들의 열성도 대단했습니다. 시범경기부터 내야석이 가득찬 마산구장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습니다. 전설의 마산아재들은 이제 롯데 자이언츠를 잊고, 신생구단의 열렬한 팬이 되어 있었습니다. 내심 올 시즌 이변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겠다는 기대도 많았습니다.

왼쪽 : 시범경기부터 마산구장을 찾은 많은 NC 팬들(3월 10일 넥센전)

오른쪽 : 홈팬들의 열렬한 응원(4월 4일 롯데전)



볼넷, 볼넷, 볼넷!

 그러나 시즌 첫 경기부터 한화는 추락했습니다. 바로 무시무시한 사사구 행진 때문이었습니다. 현재까지 치른 6경기에서 한화가 기록한 사사구는 총 47개로 경기당 7.83개입니다. 처음으로 6실점 미만으로 끝나 그나마 준수했던 어제 경기에서 사사구 4개를 기록했으니 이전 다섯 경기에서는 경기당 8.6개를 기록한 것입니다. 이렇게 볼넷을 내주고는 승리할 수가 없었습니다. 특히 마운드의 붕괴는 불펜진에서 심각했습니다. 붙박이 마무리 투수로 활용할 계획이었던 안승민은 2경기에 출전해 1패와 40.50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습니다.

3월 30일 개막전에서 송창식이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하는 장면(사직구장에서 직접 촬영)



실책, 실책, 실책!

 한화의 추락에는 볼넷이 있었다면 NC의 추락에는 실책이 있습니다. 롯데와의 3연전에서 기록한 실책만 8개. 보이지 않는 에러들까지 고려하면 그야말로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안고 경기를 치룬 NC입니다. 기본적으로 1군 투수들의 강속구나 변화구에 대처가 약한 타선이기에 탄탄한 수비로 실점을 막으며 몇 안 되는 득점 찬스를 살려 승리해야 하는 NC 입장에서는 갑갑할 수밖에 없습니다. 1군 경험이 적은 야수들이 실책을 할 수도 있다고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특히 실력의 부족보다도 긴장한 탓에 한 번 실책이 나오면 이후 계속해서 플레이가 경직되고 끊임없이 실책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책이 집중된 내야진에서는 평범한 2루수나 유격수 앞 땅볼 처리 이후에 1루수로 안정적으로 송구된 공이 별로 없을 정도입니다. 심지어 주전 1루수로 낙점해둔 모창민은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상태입니다.



그러나 아직 희망은 있다

 타팀 팬들 사이에서는 은근히 두 팀이 열흘 뒤인 4월 16일 서로 맞대결을 펼치기 이전까지 승리를 전혀 기록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시즌의 극초반부일 뿐입니다. 두 팀 또한 여전히 기회는 많고, 부족한 부분을 개선하고 장점을 살린다면 다시 도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화의 두 외국인 투수의 공이 그렇게 나빠보이지는 않습니다. 불안한 불펜진 때문에라도 더욱 많은 이닝을 막아야만 하겠지만, 유형이 정반대인 우완 파이어볼러와 좌완 기교파 투수는 그리 쉽게 무너지는 모습은 아닙니다. 불펜진에도 맏형이자 마무리 경험까지 있는 박정진이 회복만 한다면 숨통이 트일 것입니다. 또 한화의 타선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6연패 중이지만 그 중 4경기에서 선취점을 기록했습니다. 역시 리드를 지키는 힘이 약했다는 반증이 되는 기록이지만, 점수를 낼 능력은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지난 몇 시즌 동안 톱타자를 맡아준 강동우가 없는 상황에서 이대수는 맹타를 휘두르며 오선진과 열심히 밥상을 차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김태균의 타격감 역시 좋습니다. 경기의 흐름을 한 번에 바꿀 수도 있고 대량 득점하며 기세를 확실히 제압할 수 있는 수단인 홈런이 아직 안 나온 것이 아쉽지만 중심타선의 파워를 고려할 때 곧 팀의 마수걸이 홈런을 신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NC의 세 외국인 투수들 또한 그리 만만치 않습니다. 파이어볼러는 없지만 묵직한 구위와 좋은 컨트롤을 두루 갖춘 ACE 트리오(아담-찰리-에릭)는 NC의 중심이 되어줄 것입니다. 실책이 집중된 박민우-노진혁 키스톤 콤비를 차화준-이현곤으로 교체하며 3루는 김동건이 맡는 구성을 예상했는데 정확히 어제 삼성전에서 나타났습니다. 팀은 처음으로 무실책 경기를 펼쳤습니다. 또한 삼성 마운드를 상대로 팀의 첫 홈런에 이어 한 경기 3홈런을 터트리며 일발장타를 통한 득점루트를 개척해나가고 있는 것 또한 고무적입니다. 3번과 5번을 맡아줄 나성범과 모창민이 돌아온다면 타선은 더욱 활발한 공격력을 갖추게 될 것입니다.

나성범, 그가 얼른 부상에서 회복해 1군 무대에 데뷔해야 NC가 산다.

(출처 : NC 다이노스 공식 홈페이지)


 시즌은 128경기를 모두 치러야만 종료됩니다. 한화 이글스와 NC 다이노스는 이제 겨우 6경기, 4경기 씩을 치렀습니다. 아직도 희망은 있습니다. 두 팀의 선전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Posted by 마산야수